이리니 연재/연애론

남자 녹일때 쓰는 여자 손기술 몇가지

이리니 2012. 9. 24. 14:46

"여자 손기술"이라는 말을 보고선 괜시리 자기 혼자 흥분밝그레해서 방문 걸어 잠그고 바깥의 동정을 요모조모 살피시는 분들이 없었으면 좋겠다. 일제 여자가 꽝꽝 얼어버린 쭈쭈바를 강제로 녹이는 장면이나 백인 여자가 한 백년 묵은 칡뿌리를 사정없이(응?) 뽑아내는 장면 같은 것도 나오지 않는다.   


오늘 이 글은 이름도 이쁜 이린님이 주신 "남자나 남친에게 사랑받는 법을 적어주세요"란 요청에서 영감을 받아 적는 것임을 밝힌다. 그 사랑 받는 법 중에서도 오늘은 주로 손을 사용하는 기술을 위주로 살펴볼 것이다.





아포...?


남자가 "나 오늘 몸이 좀 안좋은데..."라 할 때 사용하는 기술이다. 보통은 여인들이 "어디가?", "약은 먹었어?", "병원 같이 가줄까?" 정도의 립 서비스 정도로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님들은 여기서 멈추지 말고, 굳센 금순이처럼 몇 발자욱을 더 나아가시라.


1. 손이 지저분하거든 재빨리 씻고, 손이 너무 차거든 사타구니든 어디든 껴서 최대한 빨리 덥히자. 

2. 궁디숭[각주:1]이 좋지 않은 그 남자의 눈을 걱정스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천천히 다가가자.

3. 자신이 주로 사용하는 깨끗하고 따스한 손으로 남자의 앞이마 머리를 살짝 밀어 올려주자. 부드럽게.


여기까지가 준비 작업. 자, 다음부터가 본방이다. 

 

4. 아까 덥혔던 깨끗하고 따스한 손을 드러난 상대남의 앞이마에 지그시 얹어주자. 

5. 눈은 괜시리 부끄럽다며 엄한 곳 쳐다보지 말고, 최대한 걱정스런 빛을 담아 상대남의 눈을 응시하자.

6. 마음 속엔 온갖 생각들이 소용돌이 치겠지만, 마치 주문처럼 이렇게 되내이자. "난 네가 걱정돼 죽겠어."

7. 상대남이 움찔거림을 멈추고 안정을 찾아갈 때 마지막 한방을 날려주자. "우리 애기, 아포...?[각주:2]"     


이 기술을 잘 쓰면 상대남의 가슴 한가운데에 자신을 고이 심을 수 있음은 물론, 더 나아가 설왕설래[각주:3]의 입박치기까지 한방에 성공하실 수 있겠다. 왜냐고? 거리가 겁나 가까워지잖아. 단, 그 남자가 감기일 경우 환상적인 입박치기 후 며칠간 끙끙 앓을 수 있다는 사실도 기억하자.


"그 짓을 어떻게 해요? 부끄 부끄..."라 말씀하실 여인들이 있으리라 짐작한다. 이리니는 이렇게 되묻고 싶다. 


"그럼 나중에 옷 홀라당 벗고 하는 그짓은 우째 할래...?

아주 심장마비 와서 뒈지것다...?" 


괜시리 까불지 말고 기회가 오면 걍 밀어부치시길 바란다. 




더벅머리 총각


남자가 머리에 왁싱인지 왁슨지 같은걸 바르지 않는 타입일 때 사용하는 기술이다. 상대남이 나름 공을 들여 스타일을 만들고 나왔는데 괜히 이 기술 쓴답시고 깔짝거리다가 "에이~ 짜증나게. 모하는 짓이야 !!!" 같은 소릴 듣지는 마시기 바란다.


방법은 간단하다. 천방지축 날뛰는 어린 아들을 둔 주변의 아주머니들을 잘 관찰하시면 이 기술이 자주 나온다. 그냥 다듬어도 주고, 쓰다듬어도 주시면 되겠다. 주변에 아직 시집 못간 올드들만 징그럽게 득실거리시는 불우한 여인들을 위해 조금 상세히 써보자. 


1. 남자가 님 앞에 나왔는데, 헤어 제품도 사용치 않았고, 대충 말린듯한 평이한 스타일일 때를 노린다. 

2. 약속 장소에 나와 서로 "하이루" 했을 때나, 뭔가를 하고 쉬기 위해 잠시 앉았을 때 같은 짬을 이용하자. 

3. 첫 시작은 그냥 "일루 와봐" 같은 단순 명쾌한 멘트가 좋겠다. 

4. "일루 와봐" 했는데, 갑자기 남자가 옷고름을 움켜쥐고 "아니 되어요"라 할 경우, 그냥 버리자. 


5. 남자가 눈으로 '왜?'라 말하며 가까이 다가오거든, 손바닥 전체로 머리를 쓸어올리는 과격 미용사 짓은 하지 말고, 검지와 중지 정도를 이용해 머리를 요리 조리 토닥토닥 다듬어 주자.


6. 귀 밑으로 흘러내린 머리가 보이거든 귀 뒤로 살포시 넘겨도 주자. 상세한 얘기는 안하겠는데, 어디서 듣자니 귀가 상당한 승감대라고 한다. 재주가 되시거든, 톡 톡 건드려주고 쓰다듬어도 줘보자. 이상한 신음과 함께 달려들거든, 님 좋을대로 하시면 되겠다. 정 싫으신 분은 그냥 가볍게 오른쪽 무릎을 세워 그 인간의 낭심쪽을 향해주자.     


노파심에 덧붙이자. 딴에는 잘해보겠다고 하는데, 정작 보는 남자 입장에서는 님이 가운데 손가락 하나를 치켜들고 눈 앞에 흔들흔들 하는 모습으로 보이게 하진 말자. 그게 바로 빠큐 아니고 뭔가.




남자는 콩돈, 여자는 밴드


이거 각시탈에 나온 방법이다. 각시탈이 여주를 구해주다가 손등에 상처를 입었는데, 여주가 갑자기 지갑에서 대일밴드를 꺼내 각시탈의 손등에 착하고 붙여준다. 솔직히 좀 의아했다. 일제 강점기에 과연 대일밴드가 있었을까?


님들은 걱정하실 필요가 없겠다. 시대가 좋다보니 약국에 가보면 온갖 종류의 반창고는 물론 밴드, 응급약들이 즐비하다. 그 중에 마음에 드는걸로 골라 지갑 같은데 넣고 다니다 그냥 써먹으시면 되는 방법이다.


예전 직장에서 일을 하다 손에서 피를 보게 됐는데, 어떤 유부녀가 뜬금없이 "저요!"하며 일어나 이리니의 손에 밴드를 감아줬던 적이 있다. 상대가 유부녀에 애까지 있다는 사실을 머리로는 알았지만, 가슴은 전혀 다른 소리를 내고 있었던걸로 기억한다. 뭐랄까. 약간 감동적??


아, 까먹었네? 저 콩돈이 아직 뭔지 모르시는 분? 남자들 중에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지갑에 넣고 다니는 고무 재질의 그걸 말한다. 꼭 이런 이유만이 아니라 일종의 여생부(여친 생기길 바라는 부적)으로 가지고 다니는 남정네들도 있다고 들었다. 한 때 미국의 패리스 힐튼이 투명백에 이 콩돈을 가지고 다니다가 파파라찌에게 걸렸지 아마?


꼭 밴드일 필요도 없다. 솔직히 개인적으론 연고가 더 낫지 않나 싶기도 하다. 아무래도 직접 접촉이 있으니까. 직접 접촉의 대표적 케이스는 아래로...




건조한 계절에...


날씨가 건조해지면 자연스레 손이 잘 튼다는 사실을 이용한 방법이 되겠다. 여친 만나러 나오면서 손이 허옇게 터서 나오는 남정네들이야 많이 없겠지만, 여자에 비해 남자들이 피부 관리에 둔감한만큼 틀림없이 기회는 찾아오기 마련이다. 


예를 간단히 들자면, 남친이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나온 직후 정도가 좋겠다. 갔다온 후 자신의 자리에 다소곳이 다리를 모으고 앉아 핸드크림을 꼼꼼히 바르는 남자라면? 걍 버리자. 그렇지 않을 경우, 자신이 소지한 핸드크림, 로션 등을 동원해 정성껏 그 남자의 피부 관리에 임해 주시면 되겠다. 요즘은 "남자의 피부도 경쟁력이다"카는 소리도 있으니 금상첨화 아닌가.


추운 겨울 날, 서로의 손을 꼬옥 잡고 체온을 나누는 것. 상당한 효과가 있다는 사실은 다들 아실 것이다. 이 '남자 손에 크림 바르며 알게 모르게 스킨쉽 하기' 방법 또한 남자가 눈물을 글썽이며 감동을 받을 정도까진 아니어도 상당한 파급효과가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요즘 꽤나 많은 남자들이 샵을 찾아 얼굴 마사지를 받는다고 알려져 있다. 그 목적이 과연 피부 관리뿐일까? 어쩌면 그들은 피부 관리보다는 여인의 따스한 손길과 보살핌을 그리워하고 있는건지도 모를 일이다. 

     



어디 봐봐...


제목은 저렇게 썼지만, 남자가 옷을 잘 입었건 그렇지 못했건 그냥 써먹을 수 있는 방법이다. 이건 뭐 워낙 TV나 영화에 많이 나오는 방법이라 길게 쓸 필요도 없겠다. 그냥 옷 매무세를 이리저리 만져주는 방법이다.


넥타이, 와이셔츠, 상의, 하의, 지퍼(응?) 등을 요리조리 터치하며, 신경을 조금 써주시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방법이다. 꼭 이성간이 아니어도 상대의 어깨를 좀 털어준다든가 옷에 묻은 머리카락을 떼어준다던가 하는 일은 종종 어디서든 일어나는 일이니 만큼 부담도 적고. 지퍼쪽은 쫌 부담이 되려나... --;




내가 해줄게


제목이 암시하듯 이 방법은 님들이 얼마나 창의적이냐에 따라 무궁무진한 껀수(?)가 나올 수 있는 방법이다. 예를 한가지 들어보자. 


님이 남친 생일 선물용으로 난방을 하나 샀다고 치자. 티셔츠를 살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님은 굳이 전면에 여러개의 단추가 달린 난방을 샀다는 것이 포인트. 포장된 선물 상자를 턱하고 그냥 던져주는 대신 이렇게 말하자. 


"여기서 입어봐. 입은 모습 꼭 보고 싶으니까..."


인간들로 붐벼대는 대로변에서 이 망측한 짓을 하시진 않으리라 믿는다. 적당한 장소일 경우, 남자가 우물쭈물하면서도 웃통을 까고 그 난방을 입을 것 아닌가. 바로 요 때를 노리시라는거다. 바로 요 때, "내가 해줄게"란 멘트를 날리며, 단추를 채워주시는게 핵심.


얼핏 보면 여자가 남자의 넥타이를 매주는 것과 크게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분명 차이가 있다. 무슨 차이? 남자가 상의를 깐다는 점. 와이셔츠를 입은 상태에서 넥타이를 매주는 것과 웃통을 까고 반나체 상태에서 옷을 입히고 단추를 채워주는 것이 같을 수는 없지 않을까? 물론 그 뒤의 므흐흣 상황도 쫌 기대할 수 있고... 




마무리


그냥 재미삼아 적어본 글이다. 위의 글은 단지 몇가지 예시만을 들었을 뿐, 정작 그 포인트는 대단히 단순하다. 


그 상대에게

나는 당신의 사소한 것에까지 신경을 씁니다. 

나는 할수만 있다면 당신을 세세히 보살피고 싶습니다. 


라는 인상을 줄 수 있는 것이라면 어떤 것이든지 사실은 상관이 없다. 역으로 치자면, 그 상대방은 님들의 이런 자그마한 몇가지 간단한 행위로 인해 "내가 이 사람에게서 보살핌을 받고 있구나", "이 사람이 내게 이런데까지 신경을 써주고 있구나"란 긍정적인 느낌, 더 나아가 사랑을 받고 있다는 느낌까지 가지게 될 것이다. 바로 이걸 목표로 하시기만 하면 되겠다.


전문가들이 부부의 금슬 회복을 위해 서로 해주는 부부 마사지를 때론 권하는 것도 같은 이유지 싶다. 서로서로 아껴주고 보살펴준다는 느낌을 상호 교환할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일테니까 말이다. 그러다보면 식어가던 사랑의 불씨가 갑작스레 다시 살아날지도 모르는 일이고.


어떤 분은 이러실지도 모르겠다. "내가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어쩌겠는가? 세상 이치라 하는 것이 받기 위해서는 먼저 줘야 하는 것을. 

이 글은 뭔가를 주는 법이 아니라 사실은 아주 잘 받는 법을 적었음을 눈치채 주셨으면 좋겠다. 

올라가는 추천수는 글쓴이에게 을, 자그마한 댓글은 글쓴이에게 행복을 줍니다. ^^ 

로그인 전혀 필요 없어요



  1. condition [본문으로]
  2. 온 몸이 닭살로 뒤덮일 경우, 혹 죽을수도 있는가? 야, 이거 죽겠는데... --; [본문으로]
  3. 혀 교환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