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니 습작/오류 깨기

젊은이들, 세상에의 첫발, 그 힘겨운 한걸음.

이리니 2009. 5. 17. 13:59


 어제 모처럼 사촌 형제지간들이 모이는 자리가 마련 되었습니다. 세월은 흐르는 물과 같다더니, 얼마전까지만 해도 공부하느라 여념이 없던 녀석들이 모두 장성해, 누군가는 가정을 꾸리고 있고, 심지어 제일 어린 녀석마저 어엿한 성인으로 자라나 사회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모처럼 모인 형들이 반가웠던지 이런저런 얘기들을 꺼내던 이 녀석이 난데없이 이 말을 불쑥 던졌습니다. 

뭘 하지?
 
 처음엔 '무슨 소리지?' 했습니다. 알고보니 이 녀석도 이제 세상에 나갈 준비를 해야겠는데,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라는 소리였습니다. 이 글 쓰는 사람 역시 20대 중반에 참 많이도 했고, 어쩌면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까지 해답을 찾아내지 못한 질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큰 형된 입장에서 속 시원한 답을 주어야 했지만, 솔직히 그러지 못했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동생이 가고 나서도 계속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그래서 그 녀석에게 해주어야 했을 말을 글로써나마 써보려 합니다. 때때로 말로는 어려운 것이, 글로는 쉬이 될 때가 있으니까요. 


 세상이란 무엇일까?

 우주, 그것이 무엇인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자연, 그것이 무엇인지 아는 이도 역시 없습니다. 그렇다면 소위 사람들이 말하는 '세상'은 어떨까요? 

 저는 세상을 대단히 단순하다 여기고 있습니다. 인간들이 말하는 세상이란 '인간들이 모여 이것저것을 하고 있는 것'을 의미할 뿐입니다. 더 단순히 말하자면 

인간들에게 있어서의 '세상'은 곧 '인간들'

을 의미할 뿐입니다. 

 젊은이들이 세상으로 나아가고자 할 때, 가장 먼저 생겨나는 것은 미지의 '세상'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잘 모르는 그 무언가와 맞서려 하니 자연스럽게 두려움이 생겨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세상이 곧 '인간들'임을 깨달을 때, 이 미지의 것에 대한 두려움은 상당 부분 완화될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여러분, 여러분은 미지의 세상을 마주하게 될 것이 아니라, 익히 잘 알고 있는 '인간들'을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여러분도 인간이듯이 그네들도 여러분과 같은 인간들일 뿐입니다. ^^


 세상 돌아가는 이치

 사람은 절대로 혼자서 살아갈 수 없습니다. 사람 혼자서 필요한 의식주 및 그 전반에 필요한 모든 것을 만들어낼 수 없습니다. 농사를 지을 이는 농사를, 운송할 이는 운송을, 판매할 이는 판매를 해야만 합니다. 여러분들의 몸이 개별적 세포 각각의 유기적 움직임이 있을 때 자연스레 기능하듯, 이 세상 또한 각자의 인간이 각자의 몫을 수행하는 유기적인 움직임을 통해 제대로 기능합니다. 

 개인인 여러분이 모든 것을 다 할 필요가 없습니다. 여러분은 모든 것을 혼자 짊어지는 슈퍼맨이 되어야 할 필요가 없습니다. 자기가 잘 못하는 일은 다른 이들이 잘 할 것입니다. 그리고 다른 이들이 잘 못하는 것을 여러분들이 잘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서로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며 서로 돕고, 주고 받는 것, 이것이 삶을 사는 법입니다. 


 모든 것을 짊어지려 하는,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부가한 벅차디 벅찬 의무에서 벗어나 보십시오. 주위 사람들을 믿고 의지할 땐 의지할 수 있을 때, 여러분들은 가벼워 질 것입니다. 그 무거운 의무에서 벗어남에 따라 여러분들은 여러분들 각자의 몫을 수행내 내기가 훨씬 수월해 질 것입니다.

 다른 이들에게 맡길건 맡기세요. 그리고 여러분 각자가 할 수 있는 자기만의 일을 하기만 하세요. 바로 앞의 자기 일만 잘 하면, 나머지는 다른 이들이 다 잘 알아서 할겁니다. 가벼워지세요.^^


 '뭘 하지?'란 질문

 여러분들이 스스로에게 '뭘 하지?'란 질문을 아무리 던지고 던져도 여러분들에게 그 질문에 대한 정확한 답이 주어지진 않을 것입니다. 왜 일까요? 

 여러분들의 마음은 아는 것에 한해서, 경험한 것에 한해서만 답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들의 '뭘 하지?'란 질문은 아직 경험해 보지 못한 사회와 세상, 아직 닥쳐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질문입니다. 여러분들의 마음은 아직 사회와 세상, 닥쳐오지 않은 미래에 대해 아무것도 모릅니다. 따라서 여러분들의 마음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가지고 있을 수 없습니다. 

 이 사실을 잘 이해하시면, 어두운 방안에 앉아 고민하고, 고심하며, 나오지 않을 답을 찾느라 힘겨워 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아직 세상과 사회경험이 없는 여러분들은 그 답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니 찾지 말아 보십시오. 

 그러면?


 마음, 생각 속에 답이 없다면, 행동 속에서 찾아보자.

 우선 첫발을 무조건 내딛으셔야 합니다. 그래야 마음이 무언가를 경험하며 알 수 있습니다. 생각, 고민, 고심만 하고 있으면 마음이 괴롭기만 할 뿐 단 하나를 빼곤 아무것도 얻지 못합니다. 얻는 단 하나? 그 생각, 고민, 고심이 별 쓸모가 없다는 확실한 이해와 앎, 그 하나를 얻습니다.

 힘겹게 내디딘 한 걸음. 곧 1입니다. 더 이상 0 이 아닙니다. 여러분들은 0 에서 드디어 1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1을 바탕으로 여러분은 다시 행동, 곧 2를 알게 될 것입니다. 왜? 1을 두번한 것이 2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알게된 2에 기존의 1이 더해져 3을 알게 됩니다. 젊은이들이 세상에서 하는 일은 사실상 이 숫자 불리기입니다. 다른 말로 '경험'이라고 합니다. 


 언제 고민해야 하는가?


 여러분들의 숫자, 곧 경험이 일정수준 이상을 넘어갔을 때, 그 때 여러분들은 비로소 고민과 고심을 할 수 있습니다. 그때쯤이면 여러분들의 마음은 이미 여러 경험과 앎, 지식들, 기억들을 소유하고 있을겁니다. 이것들을 재료 삼아 더 낳은 삶과 행복을 위해 고민하는 것입니다. 

 아직 세상 경험이 일천한 젊은이들은 이 고민할 재료를 만드는 것일 뿐입니다. 그러니 젊을 때는, 그 숫자가 적을 때는, 경험이 미숙할 때는, 고민하지 마십시오. 고작 0, 1, 2의 적은 수로 계산해 봐야, 1000, 10000을 알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 당분간 그냥 행동해 보십시오. ^^



 올바른 질문법
 때가 되어 경험이 일정 수준 이상이 되면, 비로소 질문하십시오. 단, 올바르게 질문하십시오. 그래야 올바른 답을 얻으실 수 있으니까요.

 그릇된 질문  올바른 질문
 무엇을 해야만 하지?   나는 무엇을 하고 싶지?
 어떻게 해야만 하지?   나는 어떻게 하고 싶지?
 어떤게 전망이 있지?   나는 어떤 걸 잘 하지?
 어떤게 돈이 되지?   나는 다른 이들에게 제공할 무엇을 가지고 있지?
 세상과 다른 사람은 어떻게 움직이고 있지?   나는 어떻게 움직이고 있지?
 다른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생각하지?   나는 나를 어떻게 보고 있지?


 올바른 질문을 해야 올바른 답을 얻을 수 있으니, 질문을 하기전, 그 질문 자체에 오류가 없는지를 가장 먼저 살피십시오. 이 사실을 잊으시면, 끝없는 오류 속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큰형의 입장에서 막내 동생에게 하고자 했던 말을 쓰다보니, 건방진 소리가 들어가 버렸습니다. 글을 읽어보시고, 필요한 것은 취하시되 쓸데없다 여기시는 것은 그냥 버려 버리십시오. 그리고 혹 삶 속에서 얻은 지혜와 고견이 있으신 분은 비록 댓글로 나마 그 지혜와 고견을 다른 이들을 위해 나눠 주시길 정중히 청합니다.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