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니 습작/명상록

견딜 수 없는 삶의 무게, 가볍게 하기

이리니 2009. 5. 19. 23:34


 1. 우주  

 

우주를 본다. 

이 녀석 저절로 움직인다. 
그 뒤의 운용자는 없다.


우주의 안을 본다.

그 안의 개별적 존재들, 저절로 움직이며 스스로 존재한다. 
이 개별적 존재 뒤의 개별적 운용자는 없다.

결론 1

우주 전체는 통으로, 전체로서 스스로 움직이며 존재한다. 

신(神)?

우리는 그것을 보고, 경험하고 있다. 
우리는 그 안에 있고, 그와 동시에 그것에 둘러싸여 있다. 


 2. 지구  

 

지구를 본다. 

이 녀석 저절로 움직인다. 
그 뒤의 운용자는 없다.


지구의 안을 본다.

그 안의 개별적 존재들, 저절로 움직이며 스스로 존재한다. 
이 개별적 존재 뒤의 개별적 운용자는 없다.


결론 2

개별적 존재 뒤의 개별적 운용자, 즉 개별적 '자아'는 존재하지 않는다. 



 3. 인간  


인간을 본다.

이 녀석 저절로 살아 움직인다.
몸을 관리하는 운용자도, 마음을 관리하는 운용자 없다.
몸을 구성하는 개별적 세포들의 운용자도 없다.
각 세포들조차 스스로 자발적으로 움직인다.

지금 글을 쓰는 '나'는 이 몸과 마음을 관리하지 않는다.
지금 글을 쓰는 '나'는 이 몸과 마음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나'가 이 몸을, 마음을 몰라도 이 넘들은 작용한다. 

'나'는 음식을 소화하지 않는다. 몸 안으로 들어온 음식은 저절로 소화된다.
'나'는 잠을 자지 않는다. 이 몸과 마음은 때에 맞춰 잠에 들고 잠에서 깨어난다. '나'와는 상관이 없다.


결론 3

인간 또한 전체 우주의 일부, 하나의 기능, 속성으로서 저절로 움직인다.
인간의 몸과 마음은 길에 피어난 한 송이의 꽃, 한마리의 동물과 동일하다. 
그 아이들이 거기에 그렇게 있듯이, 우리 인간도 여기에 그냥 있다. 
그 어디에도 독립적 개체, 그 '나', 그 '인격'을 찾아낼 수 없다.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기능한다. 


 대결론  

 

누가 우주를 책임지는가? 우주 스스로가 책임을 진다. 고로 인간이 걱정할 필요가 없다. 

누가 지구를 책임지는가? 지구 스스로가 책임을 진다. 고로 인간이 걱정할 필요가 없다. 단, 부숴서는 안된다.

누가 인간을 책임지는가? 우주를 있게 하는 그것이 책임진다. 고로 인간이 걱정할 필요가 없다. 

누가 삶을 책임지는가? 삶 자체가 삶을 책임진다. 


대결론

모든 것은 스스로, 자발적으로 존재한다.

인간들은 이 사실을 모른다. 고로 삶의 짐을 스스로 지려하고, 스스로 책임지려 한다. 

인간들이 지려하는 짐, 책임지려 하는 책임. 애초에 존재했던 적이 없다. 

모든 것은 이 전체 우주를 있게 한 '그것'이 가지고 있고, 책임지고 있으며, 운용하고 있다.


혹자는 이걸 알아냈다. 그리곤 소리쳤다.

"마음이 있을 필요가 없었다. 그 후 '무심'에 이르렀다. '나'가 있을 필요가 없었다. 그 후 '무아'에 이르렀다"


혹자는 이걸 알아냈다. 그리곤 소리쳤다.

"저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나이다. 저의 뜻대로 마옵시고 당신의 뜻대로 하소서."

"세상의 모든 짐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그는 가르치려 하였다. 짐 자체가 없었음을... 짐을 질 필요가 없음을...

하지만 인간들은 이해치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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