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팁

'영어 발음', 이것만은 반드시!

이리니 2009. 7. 1. 10:00


 '영어 발음'... 참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주제다. 시중에 나와있는 영어 발음 관련 서적은 이루 헤아릴 수가 없고, 외국 서적까지 다 합치면 가히 산더미라 할 것이다. 거기에 더해 요즘 유행하는 동영상 강좌부터 각종 CD에 이르기까지... 가히 '영어 교재의 홍수'라 하겠다. 

 이 글은 그간 나름 공부를 해오며 알게 된 영어 발음에 대한 한국인들 특유의 잘못된 고정관념을 지적하고, 더 나아가 많은 교재들, 특히 한국에서 출판된 영어 발음 교재, 강좌들에서 자주 간과되는 부분들을 지적, 영어 발음 때문에 고생하고 계신 분들에게 자그마한 도움이나마 드리고자 하는 목적으로 쓰여졌다.



 듣고 따라 하세요...?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만한 유명 영어 강사들이 만들어낸 '영어 발음 강좌'들이 꽤 있다. 유명 강사가 만든 강좌이니만큼 뭐가 달라도 다르지 않겠나... 라는 기대를 잔뜩 품고, 강좌를 플레이한다. 그네들은 이런다. 
자... 제가 내는 소리를 듣고, 따라 하세요.
  어학원이든 대학 원어민 교수의 강의든... 거기서 만나게 되는 원어민들에게 특정 발음에 대한 질문을 한다. 또 이런다.
자... 제가 내는 소리를 듣고, 따라 하세요.
 
뭐가 잘못됐을까? 간단하다. 
우선 이렇게 물어보자. 
누가 영어 발음 강좌를 들으려 할까?
'영어 발음이 안되는 사람들'이다. 다시 묻자. 
'영어 발음이 안된다'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
 영어 원어민들 소리를 따라 내보려 했지만, 잘 안된다...의 의미다. 

 단순화하면 이렇다. 
1. 원어민 소리를 따라 하려 한다
2. 이게 잘 안된다
3. 그래서 강좌를 신청한다. 원어민에게 질문한다. 
4. 그랬더니 '따라 하라'고 한다. 

 자, 이제 눈치 채셨는가? 
따라 하는게 잘 안되서 도움을 청했더니, 정작 한다는 소리가 '따라 해!'라는거다. 

 이런 식의 발음 강좌, 교재, 원어민의 답변이 도대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유성음 / 무성음'의 무시  

 

유성음 : 소리를 낼 때 성대의 떨림을 수반하는 소리. 쉽게는 '울림 소리'
무성음 : 소리를 낼 때 성대의 떨림을 수반하지 않는 소리.
 
 시중에 나와있는 발음 교재, 강좌들을 읽고 보면서 가장 놀란 사실은 '영어의 유성음/무성음'에 대한 언급이 적거나 아니면 아예 언급 자체가 없다는 것이었다. 

 한국 사람들은 아주 자주 이런 호소 아닌 호소들을 한다. 
영어 소리를 제대로 낼 수 없어요! 영어 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아요!
 다음의 사실을 아시는가?
1. 한국어 소리의 대다수는 무성음이다. 
2. 영어 소리의 대다수는 유성음이다. 

 한마디로, 영어의 소리는 떨림이 심하다. 그래서 '웅웅'거린다. 
 반면에 한국인들은 무성음, 다시 말해 울림이 적은 딱딱하고 경직된 소리에 익숙해 있다.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 
1. 떨림이 심한 영어 소리는 한국인들에게 '애매, 불명확'하게 들린다. 왜? 웅웅거리니까...
2. 한국인들이 아무리 발음에 신경써서 소리를 내도 원어민들처럼 소리가 나지 않는다. 왜? 떨림이 적으니까.

 즉, 이 유성음/무성음의 무시는 영어의 말하기 뿐만 아니라 듣기까지 힘들게 만든다. 



 영어는 혀꼬는 소리다...?  

 

 쉬어 가는 의미로 아름다운 뮤직 비디오 한편을 감상하자. 마이클 잭슨의 그 유명한 곡 'We are the world' 다. 음악에 심취하지 말고, 아래에 나오는 여러 가수들의 입, 특히 그네들의 혀에 주목해 보자. 그리고 그네들이 영어 발음을 할 때 '과연 얼마나 혀를 꼬나?'를 관찰해 보자. 


 어떤가? 많이 꼬던가? 그렇지 않을거다. 

 사실은 이렇다. 
  • 영어 소리의 대다수는 가 입안 아래부분에 편안한 상태로 평평하게 놓인 상태에서 만들어진다. 
  • 영어에서 혀를 살짝 말아서 내는 소리는 사실상 'r'소리 하나 밖에 없다. 이것도 모든 원어민들이 똑같이 그런다고 말할 수 없다. 하는 사람은 하고, 안하는 사람은 안한다.  

한마디로?
영어 소리는 혀를 꼬아서 내는 소리가 아니다. 

그렇다면 왜 영어 소리는 우리 한국인에게 혀를 꼬아서 내는 느끼한 소리로 들리는 것일까?
위에서 이미 언급했다.

울림 소리 때문이다. 바로 '유성음' 때문이다. 

 이 유성음을 모르기 때문에, 한국인들의 상당수가 혀를 이리저리 움직이고 꼬아서 영어 소리를 만들어 내려는 실수를 하게 되는 것이다. 



 '소리를 어디서, 어떻게...?'  

 

 발음 교재 거의 대다수는 이 '소리가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 지는가?'를 언급하지 않는다. 

 영어의 경우, 그 단계는 아래와 같다.  

1. 몸에서 지속적으로 공기를 밖으로 내뿜는다. (한국어는 다르다.) 이것이 연음, 비음의 비밀이다.
2. 성대
3. 입 안의 공간과 혀 그리고 코
4. 윗니와 아랫니
5. 입술

 즉, 몸에서 바깥으로 지속적으로 뿜어지는 공기가 성대 → 입 안과 코 → 윗니와 아랫니 → 입술을 통과하면서 영어 소리를 만들어낸다. 

 전체적인 단계는 이렇지만 그 세부적인 부분은 엄청나게 복잡해서 그 모두를 이 글에서 다룰 수는 없다. 
예로써 [ th ] 소리 하나만을 보자. 

[ th ] 소리의 포인트

1. 윗니와 아랫니 사이에 혀가 살짝 물린 상태. 많이 물어도 상관없지만, 그럴 경우 다음 소리 내기가 힘들다.
2. 유성음, 무성음 두 개가 있다. 발음 기호로는 유성음이 [ð] 무성음이 [θ] 이다.

유성음 [ð]:떨리는 성대를 통한 울림 소리가 입안을 거쳐 윗니+아랫니+그 사이에 물린 혀를 통과하며 내는 소리. 
무성음 [θ]: 몸에서 뿜어진 공기가 그냥 입안을 거쳐 윗니+아랫니+그 사이에 물린 혀를 통과하며 내는 소리.

간단히 하면, [ th ] 소리는 윗니+아랫니+혀 사이를 공기가 빠져 나가면서 나는 소리일 뿐이다.

사실이 이렇지만 우리나라의 교재들 상당수는? 
1. 소리를 듣고 따라 하세요.
2. 'ㅆ' 과 비슷합니다.
3. 'ㄸ' 과 비슷합니다.

 정말 놀랠 '노'자가 아닌가 말이다. 
 

 무의식적 습관  

 

 언어 소리를 만들 때 인간들이 사용하는 대표적인 근육은 2개가 있다. 
1. 턱 근육 (껌 씹을 때, 수축/팽창하는 얼굴 양쪽의 근육을 말한다.)
2. 혀

 아시는 분들은 이미 아실거다. 

 그렇다면 문제는?
이 근육들은 무의식적 습관에 따라 움직인다는 것이다. 

 한국인들은 한국인대로, 영어 원어민들은 원어민대로 무의식적으로, 습관적으로 이 근육들을 움직이면서 말을 한다는 소리다. 같은 방식으로? 전혀 아니다. 완전 틀리다. 

 간략히 정리하자. 
한국인
  • 턱 근육 : 강하게 경직된 상태를 유지.
  • 혀 근육 : 역시 강하게 경직된 상태를 유지하며 많이 움직인다. 
영어 원어민
  • 턱 근육 : 이완된 상태. 쉽게 말해, 한국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턱 근육에 그다지 힘을 주지 않는다.
  • 혀 근육 : 역시 편안히 이완된 상태를 유지하며 많이 움직이지 않는다. 사실상 제법 움직이는 부위는 혀 끝 정도에 불과하다.  

 혹시 이런 얘기를 들어보신 적이 있는가?
나는 이상하게 술을 조금 먹고 나면, 영어 발음이 더 잘 되는거 같아...
 그 이유는 위에서 이미 설명이 되었다. 

 이 파트의 결론은 이렇다. 
1. 영어 발음을 잘 하려면, 영어 원어민들의 무의식적 습관에 대한 앎이 있어야 한다. 
2. 장시간에 걸친 훈련, 연습을 통해 원어민에 가까운 습관을 형성해야 하며, 이 습관이 무의식적이 될 때까지 해야한다. 한마디로? 그냥 그렇게 될 때까지 해야 한다는 말이다. 



 마무리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쓰기가 쉽지 않은 글이었다. 또한 하고자 하는 얘기를 다하지 못한 글이기도 하다. 이 아쉬움은 다음 글에서 달래기로 하고, 글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이 긴 글의 요점만을 다시 한번 정리하고 글을 마치자. 

1. '듣고 따라하세요' 식의 발음 교육은 별 의미가 없다. 

2. 다음 사실들에 반드시 유의할 필요가 있다. 
  • 유성음 / 무성음
  • 영어 소리가 만들어지는 과정, 위치, 방법
  • 원어민들의 무의식적 습관 : 공기를 내뿜는 방식, 턱 / 혀 근육의 움직임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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