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팁

한 남자가 "공부가 맘대로 안돼요"라는 학생에게

이리니 2009. 12. 1. 15:14
 
예전 이리니가 썼던 교육팁들 중에 달린, 多Yeah님의 
저는 공부에 대한 열의가 부족한 학생들 중 하나입니다.
글을 읽으면서 음~하고 공감하는것도 있었는데
그래도 아직도 공부를 왜 해야하는지 아니 사실 왜 공부해야하는지 약간은 안다고해도 그게 뜻대로 되지않더라구요..ㅋ
쫌더 강한 공부에 대한 동기가 필요한 것일까요?(강한 충격이 있어야하나..ㅋㅎ)
여기서 미처 다 하지 못한글들을 세분화해서 또 쓰신다고 하셨는데
기대하겠습니다~~^^
라는 댓글에 답하는 글이다. 

 예전 글에 '세분화'한 글을 약속하긴 했으되, 매번 '어려워... 교육 문제는 너무 어려워... ㅠㅠ' 소리만을 되내며, 글을 쓰다 접고, 쓰다 접고를 반복, 뒤로뒤로 미루기만 해왔다. 이러다간 어린 학생들에게 거짓말을 일삼는 지질한(?) 어른이 될듯해서, 지금처럼 학생들이 질문을 올릴때마다 조금씩 조금씩 세분화 한 짧은 글을 올려 보기로 했다. 학생들이 짧은 글을 읽고, 바로 다시 공부라는 치열한 전선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말이다...
( 글을 다 쓰고 보니 결국 이 바램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글을 길게 쓰는 병이라도 있는건가...? --; )

 바로 들어가자. ^^


오늘 다룰 문제

  위의 多Yeah님의 댓글 중, 오늘은...
공부를 해야 한다는 사실은 아는데, 그게 뜻대로 되지 않아요!

부분만을 세분화해서 짧게 다루자.

 
무슨 일이 일어나길래?

  학생이라면 누구나, 학생이었다면 누구나, 다 한번쯤 '공부가 맘대로 되지 않아... 그래서 괴로워...'라는 고민을 해보지 않은 이들이 없을거다. 그 시작과 전개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대충 아래의 전개를 따를 것이다. 

공부를 잘 하고 싶다 -> 공부를 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안다 -> 공부를 열심히 하자고 결심한다. ->
공부를 열심히 하려고 시도한다. -> 근데 맘대로 공부가 잘 안된다. -> 몇번 더 시도해 본다 ->
그래도 안된다. -> 마음이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 공부 잘하는 아이에 비해 자기가 뭔가 부족한듯 느낀다. -> 좌절과 절망이 시작된다. -> 점점 깊어진다.  

 여기서의 가장 큰 문제는 

1. 공부에 대한 열의가 크면 클수록, 되돌아오는 좌절과 절망의 정도가 크고 깊어진다.
2. 공부를 열심히 하려는 시도 횟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그에 비례해 좌절과 절망의 강도가 세진다. 

 즉, 공부에 대한 열의가, 공부에 대한 노력이, 되려 공부에 대한 좌절과 절망을 불러 일으키는 슬픈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출처 및 저작권 : 사진에 명기

기이한 '노력 역효과의 법칙'

 사실 이 열의와 노력, 그에 따른 좌절과 절망은 꼭 학생들의 '공부'에만 해당하는 사항이 아니다. 성인들의 일상생활, 사회생활을 넘어, 어쩌면 인간 자체가 안고 있는 특유의 일반화된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소위 '노력 역효과의 법칙'이라 불리는 것으로, 대표적 예를 몇가지 들자면,
1. 잠을 자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잠이 더 안 온다.
2. 긴장하지 않으려 노력하면 할수록, 더 긴장된다. 
3. 잘 하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더 실수가 잦아진다.
4. 평소에 잘 되던 일이, 더 잘 하려고 노력하는 순간, 갑자기 잘 안된다. 
5. 이성에게 잘 보이려 노력하는 순간, 다리가 꼬여 넘어지거나, 볼썽사나운 실수를 하게 된다. --;
 
 이런 경험들 한번쯤은 있으신가...? 이리니는 5번 실수를 가장 많이 했다. ^^;;

 자,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것일까...? 


인간의 원초적 고정관념 

 글을 학생들 보기 좋게, 짧고, 간결하게 쓰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 점점 길어지고 있다... --;

 바로 가자. 히릿(Hit It ) !!
 
 인간의 원초적 고정관념 중 대표적 하나가 바로, 
자기 마음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
이다. 

 이거... 사실일까...? 
 아니, 완전 거짓이다. 여기에 오늘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핵심 열쇠가 있다고 믿고 있다. 
자기 마음은 마음대로 할 수 없다, 마음대로 되지도 않는다.

 몇가지 예를 보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1. 머리가 복잡해서, 생각을 하지 않으려 마음 먹는다. 하지만 생각은 계속 난다. 
2. 마음이 불편해서, 마음을 편하게하려 마음 먹는다. 하지만 마음은 계속 불편하다. 
3. 가슴이 아파서, 어두운 기억을 하지 않으려 마음 먹는다. 하지만 기억은 계속 난다. 
4. 성적을 위해 공부를 열심히, 열심히 하려 마음 먹는다. 하지만 마음은 계속 그걸 거부한다. 

 감이 조금 오시는가...? 


마음이 마음대로 안되는 이유

 인간의 마음은 인간의 육체와 밀접하다. 육체의 생리, 화학, 전기적인 성질들과 밀접하다. 
 그냥 이렇게 간단히 묻자. 
과연 전 세계 인간들 중, 몸을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이가 누가 있는가...?
심장 박동, 폐의 수축과 팽창, 혈액의 흐름, 세포의 탄생, 성장과 소멸... 이 모든걸 마음대로 할 수있는 이가 과연 있기는 있는가...? 
  아무도 없다. 결론은...?

 인간의 마음이란, 그냥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원초적인 기능, 
 다시 말해, 인간의 의지로 원하는대로 조정, 조절, 컨트롤할 수 있는 그 무언가가 아닌 것이다. 
 
 자, 이 정도 알았으면, 이제 공부로 다시 돌아가자. 


대 책 

 대책으로 가기 전, 이 일을 먼저 처리하자. 

1. '공부를 내 맘대로 할 수 있다'는 불가능한 고집을 포기하자. 
2. 몸과 마음은 원래가 하나, 뗄 수가 없다는 사실도 기억하자.
3. 마음은 몸이 그러하듯, '습관의 집합체'임도 기억하자. 
4. 마음에 또 다른 습관을 기르려면,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도 기억하자. 
5. 여지껏 나름 애를 썼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한 것은 자신의 잘못, 못남, 무능함 때문이 아니라, 원래 그런것이란 사실을 잘 이해하고, 이제 자기 자신을 용서하자.
 
  
[ 대 책 ]

1. 억지로, 강압적으로 '자기 마음'을 공부쪽으로 몰아가는 일을 그만두자. 즉, 억지 공부를 그만두자.

2. 그와 동시에, 마음이 '나태'에 빠지지 않도록 끊임없이 '공부에 대한 새로운 자극'을 주도록 하자. 

음.. 예를 들면, 가고 싶은 대학에 들어가서 멋진 남친 또는 예쁜 여친과 데이트를 하는 뭐 그런...--;
또는 자기가 가고픈 대학에 미리 가서 이미 멋진 대학생활을 누리는 선배들을 보는 것도 좋은 방법...
또는 자신이 이루고픈 꿈을 이미 이룬 모습을 머릿 속에 그려보며 실실 웃는 것도 굿 아이디어... ^^;;

3. 눈 앞에 바로 보이는 당장의 성과(반에서 몇 등? 뭐 이런...)보다는, 먼 훗날의 진짜 목표에 촛점을 맞추자.

예) 목표 대학 합격, 원하는 회사 입사, 사법 고시 패스(응?), 대통령 당선(으응?), 로또 당첨(엉?) --;

4. 먼 목표에 먼 촛점을 맞추고, 공부와 성적이 아닌 '공부하는 습관 기르기'에 가까운 촛점을 맞추자. 

예를 들면, 오늘은 2시간을 집중해서 공부했다면, 일주일 후에는 2시간 10분을 집중해서 공부할 수 있게 하는 습관. 단, 이것도 기계처럼 계획표를 짜서 억지로 해서는 안된다는 사실. 기억나...? 습관을 기르는데는 뭐가 걸려...? 시간이... 따라서 뭐가 필요해...? 인내가... ^^

5. 나쁜 습관이 좋은 습관으로 아주, 아주 조금 바뀔지라도, 기뻐하면서 스스로를 대견해 해주자. 

 이 기쁨, 이 뿌듯함을 다시 자신의 목표를 향해 매진해 나가는 에너지로 삼자. 즉, 스스로를 끊임없이 격려하고, 독려하며, 용기를 북돋는 것을 잊지 않는거다. 

6. 절대로 몸을 소홀히 하지 말자. 뭐와 뭐가 하나? 몸과 마음은 하나. 그러니 절대, 몸을 혹사하거나 잠을 필요 이상 줄이지 말자. 

 사람이나 동물이나 몸이 불편하거나 아프면, 만사가 싫고 귀찮은 법이다. 이 상태로 무슨 공부를 하겠는가? 반드시 기억하자. 쉴 때 쉬고, 잘 때 잘 자서, 몸에 피로가 계속 쌓이지 않게 하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피로가 일정 수준 이상 쌓여 버리면...? '사는게 힘들고 피곤해...' 같은 부정적인 생각, 느낌이 생겨버린다. 공부가 잘 될 턱이 있나... 

7. 필요하다 싶으면, 강한 자극도 한번쯤 줘보자. 하지만 너무 자주해서 자신을 지치게 만들진 말자. 

예) 내가 대학에 떨어져서 이 지긋지긋한 고3 생활을 다시 하게 된다면...?
     원하는 꿈을 이루지 못한다면...? 
     나의 남친, 나의 여친을 다른 녀석이 채간다면...? --;

8. 힘든 일이 생기면 가까운 친구, 부모님, 선생님께 가볍게 얘기를 꺼내보자. 

 원래 사람이 마음 속 얘기를 툭 꺼내 버리면, 의외로 마음이 가벼워지는 경우가 많으니까... ^^


 이 긴 대책을 짧게 줄이면...?
공부가 점점 자연스러워지게...



마무리

 사실 이 부분은 우리가 인간이기 때문에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인간 한계'를 명확히 자각하는 순간, 그 해결책은 쉬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리니가 삶을 살다보면 '안되는건 안되더라...'를 말한 글에, 아래의 댓글이 달렸다. 
20대 중반인데, 지금까지 안되는것 하나도 없었음.
 이 사람은 20대 중반의 나이임에도, 자신의 목숨이 이미 자신의 것이 아님을, 자신의 육체에 대해 자기가 아무 것도 모르며,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것, 자기가 왜 이 땅에 지금처럼 있는지, 자신의 '마음'이라고 부르는 것이 대체 무엇인지, 더 나아가 '자기 자신'이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 정작 자기가 아무 것도 모른다는 이 엄연한 사실, 이 엄정한 인간의 한계를 자각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인간의 엄청난 무지는, 
나는 슈퍼맨이고 싶다. 나는 초인이 될 수 있다. 

와 같은 과욕을 낳는다. 20대 중반의 성인이 저럴진대, 이제 사춘기를 거치며 '인간 자아'가 급성장하는 청소년들은 오죽하랴...? 

 현대의 많은 청소년들, 특히나 스스로 뭔가를 열심히 하려는 기특한 청소년들이 '스스로의 과욕', 자신은 초인이 아니면서도 자신의 자식들만은 초인이길 기대하는 수많은 부모들과 어른들의 '지나친 기대'로 고통스러워 하고 있다.

 이리니는 이렇게 묻고 싶다. 
이 세상은 모든 인간들과 만 생명들이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며, 공존, 공생, 상생하는 세상. 
왜 유독 한 인간이 초인이어야 하는가...? 
무거운 물건, 여러 명이 들고 나르면 수월할 것을, 왜 유독 그 무거운걸 한 인간이 들어야만 하는가...?
아이들이 잘 살길 기대하는가...? 초인을 기르려 하지 말고, 다른이들과 잘 어울려 사는 법을 가르쳐 보자.
삶이 얼마나 수월하고 쉬워지겠는가...? 지금처럼 다투고 경쟁할 일이 무에 있겠는가...?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자그마한 충고 몇마디를 건네고, 글을 마치고 싶다. 

1. 자기가 뭔가 대단한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욕심을 버려보자. 
인류 역사를 통틀어 단 한명의 '초인'도 등장했던 적이 없다. 
모두들 왔지만, 모두들 갔다. 우리는 있지만, 곧 갈 것이다.
학생 여러분은 그냥 여러분이면 된다. 초인이 될 필요가 없다. 

서울대를 못가는게 아니라, 아예 서울대 자체가 없어져도, 세상에는 아무런 불행한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아이들은 여전히 태어날 것이며, 봄이 오면 꽃은 피어날 것이다.

2. 자기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 하되, 스스로를 심판하지 말자. 
자기와 타인을 비교해 봤자다. 그, 그녀, 그들도 인간, 학생인 여러분도 그냥 '인간'일 뿐이다. 여러분이 불완전하듯, 그들도 매한가지다. '완전'의 잣대를 들이댈 경우, 여러분 자신은 때론 초라하고 볼품 없어 보일 것이다. 너무나도 많은 한계, 너무나도 많은 부족함이 보일 것이다. 여기서 이 사실을 유념하자. 

진실로, 진실로 잘못된 것은 '그대', '여러분'이 아니라, 
'완전'이라는 잣대가 잘못된 것이다.

왜...? 그 '완전'은 세상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잣대는 환상, 허구, 거짓이다. 

그러니... 그 '완전', '완벽'이라는 허황된 잣대로, 자신을 재며 괴로워하는 일을 그만두자. 그냥 그만두자.
그 어떤 이도, 그 어떤 것도 완벽, 완전하지 못한다. 
오직 이 모든 불완전한 것을 있게 한 '그것'은 '완전'하겠지만,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그것이 '신(神)'이라 불리우는 것이다.

그대는 그대다. 그대 이외의 다른 인간이 될 수 없고, 될 필요도 없다.
전 우주를 통틀어 그대와 같은 인간은 오직 단 하나, 그대 뿐이다.
그대가 진정으로 해야 할 일은 오직 단 하나, '그냥 그대로서 존재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대는 이미 그 일을 아주 잘 하고 있다. 아닌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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