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니 습작/오류 깨기

무서운 보험광고, 돈 벌려면 죽으란 소린가...?

이리니 2009. 12. 11. 07:30


네 남편 죽으면, 너나 애들 무지 고생해. 그러니 보험들어. 

어떤 여인 하나가 세상의 모든 시름을 껴안은듯 오만상을 찡그진채 등장, 온몸으로 이렇게 말한다. 
힘들어. 너무 힘들어...
그런 여인을 아이들이 걱정스런 눈으로 쳐다보며 또 이런다. 
우리 엄마, 너무 불쌍해...
그런 아이들을 엄마되는 여인이 다시 쳐다보며 또 이런다.
남편도 없이 쟤들을 어떻게 키워나가나...? 아이고, 불쌍한 것...

물론 그 보험광고에서 위의 대사가 나오진 않는다. 하지만 한국의 막장 드라마를 무리없이 보고 소화하시는 분들이라면 해당 광고 화면, 그 애잔하디 애잔한 음악과 함께 나오는 저 광고 장면을 이해하시는데는 무리가 없을거다. 

그 광고는 이렇게 말하는거다. 
남편 죽고나면, 너 어떻게 살거야...? 변변한 직장은 있어? 모아둔 재산은? 그것도 없어? 그럼 애들 뭘로 입히고 교육시킬거야? 너, 그렇게 멍히 있다가는 큰일나. 남편이 언제 어떻게 죽을지 누가 알아?

무섭지...? 무섭지...?
그럼 보험 들어. 돈된단 말야. 남편 죽고나면 우리가 돈 준다니까...
남편이 갑자기 죽을 때를 대비해서, 보험들어. 응...? 



너나 너네 가족, 아주 지독한 병에 걸릴지도 몰라. 그러니 보험들어. 

 뭐 뻔하다. 다들 잘 아시잖아...?
너나 너네 가족 중에 누군가가 암에 걸리면 어쩔거야? 
돈은 있어? 그 병에 걸리면, 돈 무지 드는데. 그러다 그 사람 죽기라도 하면, 너 어쩔거야?
너나 너네 가족, 사고라도 나면 어쩔거야? 돈 있어? 돈? 
엄청... 아주... 많은 돈. 그거 없으면 큰일날걸?
병이란 병은 모조리 다, 사고란 사고는 싸그리 다 갖다 붙이시면 되겠다. 그럼 보험 하나 나오니까. 

결론은 이 소리다. 
암 걸릴거, 병에 걸릴거, 사고날거... 생각하면 무지 무섭지? 겁나지? 두렵지?
그럼 보험들어



누구나 다 알지만, 누구나 다 걸릴 수 밖에 없는...

고래로부터 권력을 쥔 위정자들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고, 자신의 지배를 받아 마땅한 군중, 대중들을 자기 마음대로 조종하기 위해 사용해왔던 기술이 하나 있다. 그 기술이 바로 이거다. 

1. 일단 인간의 마음에 공포와 두려움을 심어라. 
2. 그 후에 그들을 맘대로 조종하고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 

쉽게 말해, 일종의 '공포 마케팅'이다. 

예를 들자면, 예전 히틀러는 자신의 지시로 자기 나라 의사당에 불을 지르게 하고선 이렇게 말했다지.
적이 우리를 공격하고 있다. 죽기 싫거든, 나를 따르라! 내 말대로 해라!
따랐을까? 놀랍게도 '이성적'하면 절대 빠지지 않는다는 독일 국민 98%가 히틀러를 따랐다. 
왜? 무섭고 두려웠을테니까...

또 다른 예? 얼마전 아름다운 나라의 모 전직 대통령이 이랬다지. 
적이 끊임없이 테러를 감행하고, 대량살상 무기를 만들어 우리를 공격하고 있다.
죽기 싫거든 나에게 힘과 권력을 주고, 내 말만 잘 따르라. 그럼 살 수 있다.
대량 살상 무기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대신 그 아름다운 나라는 많은 젊은이들의 목숨을 댓가로 지불하고, 석유를 엄청 얻었다지... 

이와 비슷한 거,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지 않으신가...? 
그렇다. 보험회사들도 동일한 '공포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거다. 그것도 아주 활발히. TV만 틀면 나오니, 지긋지긋할 정도로 펼치고 있는거지. 그럼 왜 그렇게 쌩돈을 들여가며, 자주 광고를 내보내냐고...?

처음 한두번 그 광고를 보면 사람들이 대개 이러거든. 
에이, 설마...
이제 그 광고가 한 열번, 스무번을 넘어서면?
음... 혹시...
그 광고가 이제 지긋지긋할 정도로 계속되면?
그 불행이 나에게, 우리에게 닥칠지도 몰라. 큰일이군...


희대의 '최면 술사들'

광고가 더 심해지고 자주 방송되면? 최면에 걸린다. 정말이다. 

남편이 술을 먹는답시고 조금만 늦으면...? 
이 인간 설마 큰일이라도 난거 아냐...? 아니면 사고라도...?
배가 조금만 아프면...?
설마 위암...?
조금 어지러우면...?
혹시 뇌종양...?
끝도 없다. 한번쯤 들어는 보셨을거다. '건강 염려증'이라고. 단순한 감기인데, 의료보험증을 들고 수십군데의 병원을 돈다지 아마...? 

손을 자주 씻지 않으면 불안해서 견딜 수 없는 '결벽증'.
남편, 아내, 아이들이 제 시간에 들어오지 않으면 몸둘 바를 모르는 '불안증'
사회 불안에 대한 부정적 뉴스, 정리 해고에 대한 두려움들이 뒤섞여 만들어내는 각종 스트레스와 강박증, 공황장애. 

현대인들이 겪고 있는 정신병은 끝이 없다. 이 부분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 정신병의 대표적 주범이 바로 '매스컴'이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아마도 여러분들 중, 하루에 TV를 전혀 보지 않으시는 분들은 거의 없으실거다. 아닌가? 

즉, 여러분들은 거의 매일 매스컴에 의해 최면에 걸리고 있는 중인 것이다. 레드썬, 레드썬...하면서 말이다. 


공포 마케팅 기법

매스컴 그리고 그를 통한 광고의 최면은 대단히 단순한 단계를 밟는다.

1. 여러분들의 마음에 아주 교묘하게 공포와 두려움을 심는다.
 
2. 여러분들은 죽기가 싫다. 병들기도 싫다. 사고도 싫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는 것은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여러분들은 이런 공포, 두려움, 무서움에 조금씩 조금씩 젖어들다가 어느 순간이 되면, 흠뻑 젖어 버린다. 하루에도 몇번씩 두려운 마음, 무서운 생각, 공포의 감정이 스멀스멀 일어난다. 견디기가 힘들다. 너무너무 무섭다. 

3. 바로 이때다. 그네들이 등장하는 시점이. 그네들은 이렇게 말한다. 
두려우시죠? 무서우시죠? 그러시면 미리 대비하세요. 보험을 드시는 겁니다. 
달달이 부담없는 돈을 주시기만 하면 돼요. 그러다 불행이 뻥하고 터지면, 저희는 고객님께 큰 목돈을 드리니 손해나는 일은 아니잖아요...?

이 삼단계가 끝이다. 쉽게 말해,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원초적인 두려움, 동물적인 공포를 교모하게 자극, 이용해 먹는거다.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다급한 심정처럼, 공포와 두려움에 이미 물들어 오들오들 떠는 이들은 허겁지겁 보험에 가입, 매달 꼬박꼬박 돈을 지불하기 시작한다. 



마무리
 
이리니는 개인적으로 보험 자체를 반대하지 않는다. 자기 돈으로 자신과 자신의 가족들 미래를 대비하겠다는데, 누가 뭐라 하랴...? 갑작스레 병이 드신 분들, 사고를 당하신 분들, 불행을 당하신 분들은 소위 그 '보험금'이라는 목돈이 분명 도움이 될 것이란 사실을 알고 있다는 말이다. 

문제는 그 보험 광고 방법이다. 인간의 나약한 심성, 동물이기에 가질 수 밖에 없는 원초적이고 동물적인 두려움을 교묘히 이용하는 그 치사한 방법 말이다. 심지어는 '사랑하는 이의 생명'을 가지고 사람을 공포로 몰아넣고, 두려움에 질리게 하는 그 졸렬한 방법. 바로 그게 문제다. 

예전 할머니가 살아 계실적, 집안 식구중 누구 하나라도 조금 늦을라치면, 아흔이 넘은 노구를 이끌고 밤새 집안을 서성이며 온갖 걱정과 근심으로 두려워하시는 모습을 지켜보며 자랐다. 사람의 사랑이란 그런 것이다. 가족애란 바로 그런 것이란 말이다. 

이리니 역시 나이가 들어가고 있다. 누군가가 밤 늦도록 들어오지 않으면, 때때로 무섭고 두려울 때가 있다. 점점 연세가 드시며 약해져가는 부모님들, 그분들이 자그마한 신음소리라도 내실라치면, 가슴이 철렁하고 내려 앉는단 말이다.

이런걸 이용하지 말란 말이다. 너무 치사하고 졸렬하지 않냐는 말이다. 

제한된 육체, 한정된 수명으로 어쩔 수 없이 공포와 두려움에 젖을 수 밖에 없는 인간의 나약함. 
그러면서도 끊임없이 사랑하려는 그 가련한 사랑. 
최소한 내 가족만은... 이라는 그 자그마한 사랑. 
인간이기에 피할 수 없는 그 나약하디 나약한 사랑.

최소한 이걸 돈벌이에 이용하지는 말자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