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니 연재/남녀 연애 최대의 적

남녀 연애 최대의 적 - '대화'

이리니 2010. 1. 8. 07:00


오늘 글은 '남녀 연애 최대의 적' 시리즈 중 '대화'에 대해서다. 


 1. 아무도 묻지 않는 질문  


그간 계속 상담 요청 글과 메일을 읽어오며, 이상한 점 하나를 발견하게 됐다. 보통 상담이라 하는 것이 어떤 문제가 생겼을 시에 하는 것이라고 봤을 때, 다음과 같은 질문은 분명히 타당하다.

"이러한 일로 그 사람 마음이 변했겠죠? 사랑이 식었겠죠? 제게서 마음이 떠난거겠죠?"

저 질문 속의 '이러한 일'에는 실로 엄청나게 다양한 것들이 들어갈 수 있다. 잦은 다툼, 심한 구속, 경제적 문제, 집안 문제, 성격 차이, 불행한 어떤 사건 등등. 헌데 정말 이상했던 점은 단 한 분도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시지는 않더라는거다. 

"혹시 대화가 우리 관계의 진짜 문제는 아닐까요?"



 2. 연애의 전형적 공식  

 출처

상황 하나를 그려보자. 약속을 잡은 몽룡이와 춘향이가 커피숍에서 만난다. 헌데 그 그림이 이상하다. 춘향이는 커피잔을 만지작거리고만 있고, 몽룡이는 먼 산을 쳐다보며 겁나 담배만 빨아대고 있는 상황인거다. 참다 못한 춘향이가 몇 마디를 건네긴 하지만, 돌아오는 몽룡이의 반응은 '응... 그래...' 정도가 고작이다.

이런 상황이 하루 이틀이 아니라, 몇 개월째 지속되고 있으니, 몽룡이에게 이미 깊은 사랑을 느끼고 있는 춘향이는 당혹스럽기가 그지 없다. 어떻해서든 분위기를 좋아지게 해보려고 주변에 물어보기도 하고, 연애 서적도 읽어 보고, 심지어는 점집을 찾아가 궁합과 사주도 봤지만, 계속 이 냉~ 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이 상태에서 춘향은 보통 어떤 생각과 마음을 내게 될까? 
어떤 '계산'을 하게 될까? 십중팔구는 이거다. 

"이 사람의 마음이 내게서 떠나가는구나. 이 사람의 마음이 식어가는구나." 

여러분들 같으면 어떨거 같은가? 아마 거의 비슷하실거다. 이쯤에서 글의 인기를 급격히 떨어뜨리는 이리니만의 괴상한 작업을 하나 해보자. 일명 공식 만들기다.

일정량의 연애 기간 + 만남시의 썰렁한 분위기 + 상대의 퉁명한 반응 = 상대의 변심  

대충 무슨 말인지는 짐작하시리라 본다. 자, 이쯤에서 묻자. '저 공식은 공식일 수 있을까...?'
다시 말해, 일정 수준의 연애 기간이 지난 상황에서, 만날 때마다 분위기는 썰렁하며, 뭔가 말을 걸러때마다 상대의 반응이 퉁명하거나, 무뚝뚝하거나, 틱틱거리면, '상대의 마음이 변했다'라고 단정지을 수 있는가를 묻는거다.

이미 아시다시피,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연애시에 이미 저 공식을 적용하고 있다. 남녀를 불문하고 말이다. 여기서 이리니는 조금 엉뚱한 소리를 해보려 한다. 



 3. 만약 아니라면...  

출처

예전 글에서 써먹었던 이리니 개인의 경험담을 또 다시 한번 울궈 먹어보자. 운이 좋아 그랬던지, 운명이 그랬던지, 상당한 미모에 좋은 조건마저 갖춘 아리따운 외국 여인과 잠깐의 인연이 있었다. 당시 상황을 회상하기는 싫지만 - 왠지 쪽팔려서 - 필요하다면 뭐 어쩔 수 있겠는가.

문제는 그녀를 만난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이리니가 그 여인에게 '그만'을 통보했다는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미친 짓이지만, 그 당시는 분명 그래야만 한다고 느꼈다. 참고로 20대 초반. 진짜 아무 것도 몰랐던 시절이다. 

당시의 이리니는 괴상한 강박을 가지고 있었는데, '항상 뭔가를 해야 한다. 항상 뭔가를 배워야 한다. 항상 뭔가를 관찰하고 탐구해야 한다. 절대 가만 있어서는 안된다.' 같은 기이한 강박이었다. 그에 더해, 영어를 스스로 만족할만큼 익혀내야 한다는 강박까지 더해져 있는 상황. 당시는 잠자는 시간마저도 짜증스러울 지경이었다.

헌데 그 여인과 있는 시간이 문제였다. 그 여인은 이리니와는 사뭇 다른 기질과 삶의 자세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 때문인지 거의 언제나 대화의 소재가 신변잡기, 소소한 주변 얘기 같은 것들이었다. 당시의 이리니에게는 어떤 소리로 들렸을까? 정말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소리들로 밖에 들리지 않았다. 한마디로, 대화가 통하지 않았던거다. 그녀와의 자리를 파해 집으로 돌아갈 때마다 이리니의 머리 속에 맴도는 생각은 언제나 이런 것이었다. '시간이 아까워. 완전 낭비야. 그 긴 시간을 보내고서도 아무 것도 얻지 못했어. 배우지 못했어'.

재미는 있었을까? 없었다는거다. 이런 상태로 만남이 지속되니, 끊임없이 따라붙는 느낌은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와 '지루하다, 무익하다'였던거다. 해서 '그만'이라는 의사를 전달했다. 

자, 이 멋모르던 어린 시절의 시답잖은 경험담을 언급한 이유, 즉 포인트를 짚어보자. 분명 당시의 만남을 여러분들이 봤다면, 위의 '공식' 파트에서 언급했던 썰렁한 분위기의 커플로 봤을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는 이렇게 물을 수 있다. 바로 그 공식에 대입해서 말이다. 

"너, 이 나쁜 쉐이 이리니. 그녀에게서 마음이 떠났던거냐? 그 짧은 시간에...?"

이리니는 'No'라고 답할거다. '상대에 대한 관심, 호감, 애정이 식었냐?'라고 묻는다면, 분명히 '아니다'라고 답할거다. 그럼 왜 '그만하자'고 했느냐고 묻는다면, 이리니는 이렇게 답할 수 밖에 없다. '대화가 잘 되지 않았다. 만남이 지루했다. 따라서 같이 있는 시간이 쌍방간에 무익해 보였다'라고. 

길게 썼지만, 이리니의 주장은 이거다. 
'대화가 원활하지 못한 것'은 변심, 사랑의 변질과는 무관하게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다.   

쉽게 풀자면, 상대에 대한 관심, 호감, 애정이 여전히 있는 상태라 할지라도, 만날 때마다 대화가 재미없고, 지루하고, 무익하게 느껴지면, 상대는 '그만'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관계의 냉랭함, 썰렁함, 냉각화의 원인이 서로의 애정이 식어서일 수도 있지만, 단순히 '대화의 단절'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반론이 재기될 수 있다. 

"서로 좋아하고 사랑한다면, 서로 애정이 있다면, 같이 있으면서 대화하는게 과연 지루할까요...?" 

개인적으로 이런 생각을 일종의 '사랑의 이상화'라고 보고 있다. 이렇게 말하는거랑 같은거다. 

서로 사랑하면 무조건 좋다. 
서로 사랑하면 무조건 통한다. 
서로 사랑하면 무조건 이해된다. 
서로 사랑하면 무조건 받아준다.

이상이 이런 것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다만...?
우리는 '이상' 속에서가 아니라 바로 '현실' 속에서 삶을 살아내야 한다는 것이며, 우리네 현실, 우리네 직접적 가슴 속에서는 '좋아하지만, 지루해', '마음에 들지만, 뭔가 재미가 없어' 같은 일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4. 요점 정리  

 

오늘의 요점은 쉽고 간단하지 싶다. 

  • 남녀 관계에서 '재미, 유익함의 요소'를 간과치 말자. 서로가 만났다 헤어져 집으로 돌아가면서, '에이, 어제랑 똑같잖아', '그냥 시간만 죽이다 만 꼴이네', '만나서 뭘 했는지 기억도 안나네', '시간, 돈만 낭비하고 별 얻은 것도 없잖아?' 같은 허무한 생각, 느낌이 들지 않게 해보자. 
  • 10-20대의 어리고 젊은 친구들은 남녀관계에서 무겁고 진지한 사랑보다는 '재미, 흥미, 즐거움'을 추구할 가능성이 더 많다는 사실도 기억하자. 
  • '상대가 날 진짜 좋아하고 사랑한다면, 오직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즐거울거야'라는 사춘기 소녀같은 생각은 이제 버리자.
  • 관계에 이상이 왔다고 해서 무작정 '상대의 변심'만을 의심치 말고, 자기와 상대, 그리고 그 사이의 아주 사소한 부분들도 점검해 보자.
  • 핵심 포인트다. 인간 관계, 인간 사이, 남녀 관계, 남녀 사이를 연결해 주는 것은 바로 대화다. 이 대화의 중요성을 잊지 않으시면서, 현 관계, 과거 관계를 한번쯤 되새겨 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출처


" 요점정리 시간에 자? 네 미래의 마누라가 방금 바꼈다. "

 
 5. 마무리  

 

옛말에 이르기를, 진짜 스승은 언제나 단 하나만을 가르친다고 했다. 

"너 자신을 보라. 너 자신에 주목하라. 그래서 너 자신을 알라."

이리니가 그 진짜 스승들의 발치나마 따라갈 수 있겠는가? 다만 흉내만을 조금 내봤다. 그냥 이런 말씀을 드려본 것일 뿐이다. 

"서로의 대화에 조금 주목해 보세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날씨가 괴이쩍게 추운데, 부디 건강 주의하시길... 무엇보다 사랑하시길... 

   << 글이 읽을만 하셨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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