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니 연재/연애론

말수 적은 커플들을 위한 '대화 내공 쌓기'

이리니 2010. 1. 9. 07:00


모처럼 주말이고 하니 이리니식 딱딱한 연애 글을 잠시 접고, 읽고나선 별 생각없이 배시시 웃을 수 있는 헛소리를 조금 적어보자.

어제 '남녀 대화' 관련 글을 발행했더니, 몇 분께서 '맞아요'를 외치시며, 정작 연애 당사자를 만나면 별 할 말이 없다는 한탄을 남겨주셨다. 또한 그 댓글에 '동지! 만나서 반갑소'라는 간첩 접선 같은 답글까지 달려 버렸다. 

이런 마당에 가만히 앉아 나 몰라라 하자니, 궁디에서 요상한 움직임들이 일기 시작했다. 인체 중요 부위를 사수하는 막중한 대임을 맡고 있는 헤어(?)들이 슬금슬금 괴상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얼마전 샤워를 했고, 날씨 또한 건조하니, 이 녀석들이 수분과 영양소가 부족하구나...란 생각이 얼핏 스쳤다. 

동과 서, 남과 북을 잘 살피고, 음과 양, 그에 더해 오행마저 잘 따져본 후, 조용한 음지를 찾았다. 특별히 마련한 거울을 정확한 각도로 벽면에 세운 후, 중요 부위를 만천하에 공개. 궁디를 높히 들고, 중요 부위를 세밀히 살피기 시작했다.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분초를 다투는 응급 조치. 

수저로 따뜻한 밥과 국을 먹여보려 하였으나, 여의치 않은 부위. 자칫 화상이라도 입는 날엔, 미녀 가수 옥주현이 노래한 쾌변에 큰 장애가 생겨나지 않겠는가? 해서 차선책으로 선택한 것이 바로 '존슨의 아기 기름(?)'. 깨끗한 모시 천에 기름을 촉촉히 발라 응급조치를 하기 시작했다. 헌데...

기름 알레르기라도 있었던 것일까? 머리는 완전 삭발하고, 그 부위에 빨간 띠를 두른 헤어들이 집단으로 올올이 곤두서며 이렇게 외쳐대는 것이었다. 

"도. 와. 줘!   도. 와. 줘!"

해서 결심했다. '주둥이로 호감가는 상대 히떡 넘기기' 정도의 비기[각주:1]는 아닐지라도, 이미 연애 상대가 있는 이들의 의도치 않은 '묵언 수행'만은 방지할 수 있는 '초짜 구라 신공'의 내공을 전수하기로...



 불신자들을 위해  

 

항상 스승이 출현하면 그를 의심하는 소인배들, 다시 말해 불신자들이 있기 마련이다. 이것이 현실이라면, 굳이 돌아가고 피해갈 필요가 있겠는가? 해서 이리니가 걸어왔던 '구도의 길'이 아닌 '구라의 길' 중 한 단면을 간략히 소개함으로써 그 소인배들의 불신을 종식시키고자 한다.

20대 초. 아침마다 이불로 짓는 텐트의 크기가 가히 일개 성의 규모에 육박하던 혈기방장, 정력충천의 시절이었다. 홀로 고독히 걸아가는 구라의 길이라지만 어찌 인연이 없었을 수 있었으리. 자그마한 회사의 오우거(owner)와 인연이 닿았는데, 정말 간곡히 이리니에게 도(刀)를 청해오기에 이르렀다. 

"스승님. 제발 저희 회사 직원들에게 구라의 도를 잠시나마 펼쳐 주소서. 그 불쌍한 이들을 도와주소서."

"그들이 왜 나의 도가 필요한가?"

"회사에 고객들이 없어 그들이 너무 지겨워 하나이다."

"조건이 있는데, 들어줄 수 있겠느냐?"

"말씀만 하소서. 최선을 다해..."

"커피 공짜. 중식 무료. 흡연 자유. 딱 세가지니라."

누가 내건 조건인데, 감히 거부할 수 있었겠는가? 해서 일주일에 딱 한번 그 회사를 방문, 무한 리필 커피 서비스를 받으며 장대한 구라의 세계를 열기 시작했다. 

회사를 방문한 첫 날, 모든 것을 감으로 촉으로 꿸 수 있었다. 특이한 업종으로 인해, 일단 고객이 없을 경우, 전 직원이 놀고 먹을 수 밖에 없는 기특한(?) 업무 환경이었던거다. 하루 이틀이야 '정말 땡 잡았어'였겠으나, 그 세월이 여러 달을 넘어가니 전 직원이 놀고 먹는 것조차 신물이 올라올 정도. 한마디로, 지겨워 죽을 지경이었던거다. 

위로는 천문, 아래로는 지리, 그 사이의 인간사를 10대에 일찌감치 마스터 하고, 20대에 이르러서는 벌써 역사, 세계사, 야밤의 침대사를 거쳐 '그 여자와 그 남자의 사정(事情[각주:2])'에까지 통달하기에 이르렀으니, 어디 풀어내는 구라에 막힘이 있었겠는가?

약 한 달여의 시간이 지난 후. 그 회사의 전직원은 오직 일주일에 하루. 이리니가 방문하는 오직 그 날만을 손뽑아(?) 기다리게 되었으니, 등장시마다 만세 삼창은 기본이요, 회사 전 여직원의 '오~ 옵~ 빠~' 함성은 회사가 전세살던 대리석 빌딩 전체를 진동케 하기에 부족함이 없을 지경이었다. 

당시 여직원들에게 풀었던 구라의 도를 얼핏 전해들은 이웃 사무실의 '휴 마이 헤프네(Hugh Marston Hefner)' 회장은 거액의 연봉을 제시하며 이리니의 스카웃을 시도하는 웃어서는 안되는 헤프닝이 벌어지기도 했었다.

음... 이 정도면 이젠 믿겠지? --;

휴 마이 헤프네(Hugh Marston Hefner) 회장님 <사진=게티이미지>

"그 때, 이 양반을 따라 갔어야 했어~ 그랬어야 했어~ 살림살이가 나아지질 않아~"



 대화 내공 쌓기  

 

자, 본론이다. 하지만 반드시 명심하자. 이건 '기초 내공 쌓기'다. 내일 당장 달려가 여친에게 써먹었더니, 터지는 웃음을 참다 못한 여친이 스커트를 히떡 디비며 뒤로 넘어갈 정도의 필살기, 그 절정의 비기는 아니란 소리다. 내공이란 본시 꾸준히 갈고 닦아야 하는 법. 섣불리 나서지 말고, 나중에 입으로 토해지는 구라로 장풍을 쏠 수 있는 그 날까지는 인내하셔야 한다는 사실. 꼭 명심하고 가자. 


① 책은 잡식으로

많은 사람들이 책을 보지 않는다. 당근 구라는 안된다. 정말 소수의 사람들이 책을 본다. 하지만 정석 수학, 성문 기본 영어는 구라와는 아무 상관이 없으며, 특히 '누드'라는 제목이 들어간 자습서에 속으셔서는 안된다. 토익, 토플도 마찬가지. 지인들 중에 몇몇이 해당 테스트의 만점자들이었는데, '백인 여성 부킹 작전'에는 언제나 해당 시험은 구경조차 해본적 없는 이리니가 특공조로 투입, 성공적으로 작전을 마무리 지어야 했다.

대학 전공 서적들도 마찬가지. 고등수학의 미적분으로 연인과의 갈등을 미분하고 적분해서 해소할 수 있는가? 아니면 고차 방정식으로 꼬이고 꼬인 연애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는가? 화학, 생물 시간에 배운 이론으로, 사랑을 배양해 내는 것은 가능한가? 심리학을 전공하면, 마음에 드는 이의 심리를 한순간에 파악, 단 한칼에 꼬셔낼 수 있는가? 대학이 진짜 큰 학교, 큰 배움의 터였다면, 세상이 오늘날 같아지기는 했겠는가? 

그럼 무슨 책을 읽어야 하는가? 그냥 닥치는대로 읽어라. 음악은 구라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드라마도 구라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게임도 되지 않는다. 이런 것들을 즐기는 시간을 잠시라도 줄여, 말 그대로 '잡서'들을 읽어 나가라. 무협지도 괜찮고 환타지도 괜찮다. 패션 잡지, 야한 잡지, 여성지는 제외다. 특히 여성지에 있는 내용을 아무리 얘기해 봐야 남친이 귀를 기울여주는 일은 없을 것이다. 왜? 걔는 남자잖니... 

구라의 가장 큰 뿌리는 사실상 '카더라'다. 이 책, 저 책, 온갖 책에서 줏어들은 사실상 '별 영양가 없는 얘기'들을 인간들 사이에 살살살 뿌려주면, 양념이 되고 조미료가 되는 진짜 구라의 핵심 재료라는 말씀. 

정 책이 싫거든, 화장실에서 바지를 내릴 때만이라도 꼭 책을 지참하는 습관을 가져보라. 치질이 걸릴지언정, 구라는 분명 늘 것이다. 육참골단(肉斬骨斷), 살을 내어주고 뼈를 취한다 정도는 아닐지라도, 엉덩이의 일부 살을 내어주고 연인을 취하자는 소리다.     


② 영상, 음성보다는 문자를 

많은 분들이 문자를 힘들여 읽기 보단, 보기 쉽고 간편한 영상을 선호한다. 대표적인게 TV, 영화, 동영상, 야동 같은 것들 아닌가. 참고로 야동은 구라에는 치명적이다. 왜...? 대사가 없거등. 

위에서 언급했던 이리니의 20대 초는 한창 인터넷이 갓 태동하던 시기였다. 요즘같은 초고속 인터넷은 몇몇 인간들의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던 시대로, 당시는 전화선을 모뎀에 연결해 사용하던 답답한 시기였다. 요즘같은 동영상은 고사하고 살색 짙은 사진 달랑 하나를 온전히 볼려면, 입에 재갈을 물고 자신의 인내를 시험해야만 하던 때였다.

지역도 외국이라 책을 사기도 여의치 않았던 때. 또한 기이한 괴벽이 있어, 문자 읽기를 여인 만나기보다 더 즐길 때다. 인터넷을 통해 정말 온갖 것들을 읽으며, 하루를 살았다. 한국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모든 신문뿐만 아니라, 잡지까지 빠짐없이 읽을 때였고, 각종 사설 BBS에 접속, 온갖 괴상한 얘기들마저 줏어듣고 다닐 때다. 허니 어찌 대화의 소재가 떨어질 수 있었겠는가?

인터넷을 이용하라. 무엇보다 공짜 아닌가? 연일 고리타분한 어조로 기사만을 쏟아내는 신문보다는 잡지, 인터넷 웹진 등을 강추한다. 괜찮은 커뮤니티들도 좋은 아이디어. 쉽게 말해, 인터넷을 통해 '얘기꺼리'들을 꾸준히 수집하라는 소리다. 


③ 말빨 좋은 친구

머리 속에 많은 얘기꺼리들과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구라'가 잘 되는건 아니다. 같은 얘기를 해도 어떤 인간이 하면 재밌는데, 다른 인간이 하면 지겨운게 바로 구라다. 주변을 자세히 보면, 별 일 아닌 일도 그 인간이 얘기하면 이상하게 웃기고, 재미있는 친구들이 있을거다. 이런 인간들을 면밀히 살피며 벤치마킹하라. 

어떤 어조를 사용하는지, 특이하게 반복해 사용하는 미사여구는 없는지, 말을 할 때 악센트는 어떻게 주는지, 억양은 어떤 흐름으로 구사하는지 등. 말만 들으면 무지 복잡하고 힘들게 보이겠지만, 직접 해보면 이게 의외로 어렵지 않다는 사실을 발견할 것이다. 어떻게 하냐고?

노래를 따라 부르듯 그 친구 말과 말하는 방식을 그냥 따라 하는거다. 흥얼거리듯이 말이다. 마치 외국어 학습할 때, 따라하기처럼 말이다.

이제는 '하와유 두잉. 아임 파인. 땡큐. 엔유?'에서 좀 벗어나 보라. 


④ 부서지고 망가져라. 

여기가 포인트다. 어쩌면 이 글의 거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기 자신을 타인 앞에서 망가지게 하려면, 실로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 왜 그렇지 않겠는가? 쪽팔림을 무릅써야함은 물론이고, 간혹 재수가 없으면 주변으로부터 쏟아질지도 모를 비난의 화살조차 각오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굳이 해야 하느냐고...?
자기 파괴가 없으면, 위트와 재치, 유머는 먼 꿈나라의 일일 뿐이기 때문이다.

여친을 앞에둔 남자가 자기를 지키려 하면? 매번 좋은 모습만을 보이려 하면?
매일, 매번, 매순간 뻔할 뻔자인 소리 밖에 하지 못한다. 그런 대화가 무슨 재미가 있을 수 있겠는가?
앞 뒤 모든 내용이 유추되는 뻔한 얘기에 그 누가 웃음을, 속마저 시원해질 박장대소를 터뜨리겠는가?

자기 파괴라는 아픔을 딛고 탄생한 촌철살인의 단 한마디. 이게 바로 하이 개그의 탄생인거다.

아, 노파심에... 일부 개그맨들처럼 지저분해지는 것이 자기 파괴가 아니란 사실도 좀 기억하자.
여친이나 남친 앞에 전신 쫄쫄이를 입고 나가지는 말란 소리다.
우유를 자기 머리로 들이 붓지는 마시라는 소리다.
다른 사람의 입 안에 있던걸 자기 입으로 넣지는 마시라는 소리다.  


남친이 웃을 가능성은 저.언.혀. 없다. [출처]



오늘 글은 서두에서도 밝혔듯 주말을 맞아 그냥 가볍게 써보는 글이다. 보통은 '마무리', '요점 정리' 같은 괴상한 소리가 나올 법도 한 타이밍인데, 오늘 글은 그럴 필요가 없어서 그냥 빼려한다. 

오늘 글이 '코믹 버전'이라면 언제 다음에 '진지 버전'을 한번 써 볼 생각이다. 그러니 오늘 글은 그냥 가볍게 한번 읽고 넘겨주시면 고맙겠다. 아이처럼 낄낄거리는 유쾌한 주말 보내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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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외아들에게만 전수. [본문으로]
  2. 사전 : 일의 형편이나 까닭.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