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니 연재/연애론

'남자의 리드'에 대한 여자들의 착각

이리니 2010. 1. 11. 07:00


오늘은 '남자의 리드'에 대한 여자들의 착각을 조금 다뤄보자. 

 

 1. 연애에도 '초보 운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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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여자들이 '남자의 리드'를 통해, 상대 남자의 자신감, 자신에 대한 성의와 관심 등을 측정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문제는 과연 이 '측정'이 모든 남자에게 정확히 통하느냐 하는거다.

여자 손조차 잡아보지 못한 생초짜 연애남이 한명 있다 하자. 당연 숫총각이다. 여자 속옷 가게에 걸려있는 브라의 레이스를 보기만 해도 가슴이 벌렁벌렁하는 숫총각 말이다. 이런 남자는 데이트를 과연 어떻게 할까?

데이트가 계획되는 순간, 이 남자는 나름 굉장히 많은 준비를 할 것이다. 인터넷으로 '데이트'를 검색해 볼 것이고, 주변의 나름 경험 좀 있다는 친구들에게 조언도 구할 것이다. 컴퓨터를 좀 다룬다면 데이트하기로 예정된 지역의 위성 사진을 찾아 지리를 미리 숙지할 것이고, 주변의 '맛집 정보'를 찾아내 프린터를 하네, 스크랩을 하네 하며 난리법석을 떨기도 할 것이다. 잘못된 코치를 받은 넘은 미리 김치국을 벌컥벌컥 마시며, 사용하지도 못할 콘돔을 가슴 안주머니 깊은 곳에 고이 간직하기도 할 것이다. 물론 그거 살려고 진땀도 꽤나 뺐겠지. 특히 약사가 여자라면, 정말 최악이다. 

이런 생초짜가 정작 '현장'에 직접 투입되면...?
이 녀석, 아무 것도 못한다. 우물쭈물, 뻘쭘뻘쭘. 이게 이 녀석이 하는 거의 전부다. 나름 '남자의 자존심' 운운하며 쎈 척을 할 수도 있지만, 가만히 쳐다보면 다리마저 미세하게 후들거릴 수도 있다. 많은 정보를 보면 뭐하나? 데이트 상대를 보는 순간, 날씨에 상관없이 등 뒤에 식은 땀이 흐르며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 것을. 

어쩔 수 있나? 물어야지. 

"저기. 뭐하고 싶으세요...?"

이런 상황이 왔을 때, 그리고 이런 상황이 반복됐을 때, 분명 어떤 여자들은 이런 생각을 낼 수 있다. 

"이 남자. 왠지 자신감이 없어 보여."
"이 인간. 나랑 만나기로 하면서 아무 준비도 안 한거야?"
"이 사람. 나한테 관심이 없어서, 호감이 없어서 그런건가?"
"에이, 무슨 남자가 이래...?"

이런 자기 생각들에 아주 충실, 그 남자를 뻥하고 차버릴 수도 있다. 그래도 상관없다. 
하지만 한가지는 기억하자. 

당신은 방금, 자기 품에 스스로 날아 들어온 대한민국의 천연기념물, 그 희귀종,
다른 여자의 침이 전혀 발리지 않은 순수 천연 숫총각을 자기 발로 뻥하고 차버린 것일 수도 있다.  
  


 2. 가봤던 길은 누구나 다 잘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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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남자를 만났다. 남자로서의 리드가 정말 기가 막힌다. 만난 첫날부터 계속해서 이어지는 데이트에 그 어떠한 막힘도 없다. 어디를 가서, 뭘 할지, 뭘 먹을지조차 막힘없이 결정하며, 여자를 능수능란하게 리드한다. 이럴 때, 분명 여자는 이렇게 느낄 수 있다. 

"이 남자. 날 위해 많은 준비를 했네."
"이 사람. 정말 자신감이 넘쳐. 당당해"

무엇보다 여자들이 가장 크게 느낄 점은 이것일거다.

"아, 편해..."

한마디로, 여자인 자기는 아무 생각도, 준비도 할 필요가 없는거다. 그냥 남자가 가자고 하면 가고, 가보니 뭔가가 이미 준비되어 있거나, 남자가 다 알아서 하더라는거다. 여자인 자기는 그냥 생각없이, 부담없이 그냥 끌려가기만 하면 되더라는거다. 심지어 먹는 것까지. 그러니 당근, 편하겠지. 
 
이런 말을 한번 던져보자. 

"그 남자는 그 길, 그 데이트 코스를 어떻게 알았을까?"
"그 인간은 그 수많은 것들에 무슨 수로 그토록 능수능란해질 수 있었을까?"

간단한 경고 한마디만을 남기자. 
훗날. 당신이 그와 함께 걸었던 그 편안했던 길, 자신감 넘쳤던 그 길을 
다른 여자와 오붓이 다시 걷고 있는 그를 보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여인은 이렇게 느끼고 있을거다. '완벽해. 편안한 정도가 아니라 정말 완벽해!'

당신이 그를 만나기 전에 그를 만났던 과거의 여인은 이랬을테지. 

"이 인간, 그래도 노력은 하고 있잖아. 점점 나아질거야." 



 3. 맞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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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 싸이클 경주를 보신 일이 있는가? 야외에서 벌어지는 단체 싸이클 경주의 가장 큰 관건 중에 하나는 팀원 모두가 합심해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맞바람을 해소하며 앞으로 나아가는가다. 해서 선택된 전술이 누구 하나가 팀의 가장 앞에 나서 맞바람을 맞는 대신, 나머지 팀원들은 그의 뒤에 바짝 붙어 맞바람의 영향을 최소화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방식이다. 

그 제일 앞서 맞바람을 온 몸으로 맞는 이는 분명 다른 팀원들에 비해 빨리 지칠 수 밖에 없다. 해서 또 다시 나온 전술이 모든 팀원들이 교대교대로 돌아가며 제일 앞으로 나서 맞바람을 맞는 방식이다. 여기서의 중요 포인트는 맞바람을 맞는 이가 지쳐버리기 전에, 후발 팀원이 교대를 해줘야 한다는 점. 그렇지 않고 맞바람을 맞던 팀원 하나가 완전 지쳐버리게 될 경우, 팀 전체의 완주가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남자의 리드. 이걸 싸이클 경주와 한번 비교해 보자. 
남자가 보통 여자보다 힘이 좋으니, 당연히 앞서 나와 맞바람을 뚫는게 당연하다. 헌데 말이다. 이 일이 계속 끊임없이 이어진다면 어떨까? 쉽게 말해, 남자는 계속 앞서 나와 맞바람을 뚫으며, 온갖 것을 계획하며 움직이는 반면에, 여자는 뒤로 멀찍이 물러서서 '아, 편해. 역시 내 남자가 최고야'만 노래하고 있다면...?

언젠가 남자가 이럴지로 모른다는거다. 

"아, 힘들어. 지쳐 버렸어."

완주가 가능하겠는가?  

인생이라는 맞바람. 남자 혼자서는 때때로 너무 힘들 때가 있다.
최소한 데이트 계획만이라도 좀 도와줘 보는 것은 어떤가...?

'뭘 먹을래?'에 '아무거나'라 하지 말고, '짜장 반, 짬봉 반'이라고 자신있게 얘기해 보자.
'뭐할까?'에 '네가 좋은거'라고 하지 말고, '키스'라고 당차게 얘기해 보자. 
'어디 갈래?'에 '아무데나'라 하지 말고, '사랑방(응?)'이라고 야하게(으응?) 얘기해 보자.
  
이런 것만으로도 남자의 짐은 훨 가벼워질 것이다. 



 마무리  

 

인생은 마라톤과 같다 했다. 하지만 사실은 마라톤보다 더 힘든 것이 삶이다. 마라톤이야 딱 정해진 거리가 있고 또 목표점이 있으니, 비록 힘은 들지언정 걷고 뛰고 하다보면 언젠가는 도착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인간의 삶이라 하는 것이 어디 그렇던가? 자기가 어디쯤 있는지도 모를 때가 많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는 사실 아무도 모르는 것이 우리네 삶이다.

짝이라 하는 것이 무엇인가? 그 길고 먼 길을 같이, 함께 가 줄 동반자를 말함이다.
감당키 힘든 강한 맞바람이 불 때는, 육체적으로 강한 남자가 앞에 서는 것이 지혜다.
다만, 그 남자가 오랜 맞바람에 지쳤을 때, 잠시만, 잠시만 앞쪽으로 나아가시라는거다.
잠시만 그 남자가 쉬고, 에너지를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시라는거다. 
그러면 잠시 후 힘과 에너지를 회복한 남자가 다시 그대의 앞으로 나와 그 맞바람을 대신 맞아줄 것이다.
이렇게 교대 교대로 그 멀고 험한 길을 같이 가보시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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