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속의 팁

동네 마트 사장의 간 큰 속임수. 운좋게 발견한 사연.

이리니 2012. 9. 13. 06:31


오늘은 조금 괘씸하지만 한편으론 서글프기도한 사연 하나를 소개하자. 평소 대형 유통업체에 밀려 생계마저 위협당하며 고전하고 있는 동네 슈퍼, 영세 마트를 연민 어린 눈으로 봐오던 터라, 마치 배신이라도 당한듯해서 더욱 서글프면서도 왠지 찜찜한 사연이다.



대형마트 못지 않은 저렴한 가격 


사는 곳 바로 앞에 대형 유통 업체 마트가 있는지라 평소에 아주 자주 들르는 마트는 아니었다. 하지만 밤늦게 귀가하는 날이면, 어쩔 수 없이 들를 수 밖에 없는 마트이기도 했다. 대형 마트가 문을 닫아 버린 시간 이후에도 환히 불을 밝힌채 영업을 하고 있었으니까. 사실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이런 시간까지..."란 생각을 하곤 했었다. 


처음 그 마트를 들렀을 때, 가장 놀란 사실은 그 가격대가 대형 마트 못지 않게 저렴해서 경쟁력이 있어 보였다는 사실이다. 평소에도 그 마트를 지나칠 때면 꽤나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터라, '이래서 그랬구나'며 수긍도 했다. 진열된 물건의 종류도 다양해서 집 앞에 있는 대형 마트에서 취급하지 않는 물건들도 여럿 있을 정도.



정말 운 좋게 밝혀낸 속임수





바로 그 날도 귀가 시간이 너무 늦어 대형 마트들은 모두 문을 닫았다. 다행히 그 위치도 차를 몰고 귀가하는 길목, 대로변에 위치해 있는지라 망설임 없이 그 마트 앞에 차를 세웠다. 동네 마트답지 않게 큼직한 주차장이 있는 것도 큰 장점. 문을 들어서니 이 사람과 마찬가지로 늦은 시간에 귀가하며 필요한 물품들을 주섬주섬 바구니에 담고 있는 사람들이 여럿 보였다.


평소하듯 꼼꼼히 가격대를 체크하며 꼭 필요한 물품들만을 챙겼다. 대형 마트서 취급하지 않는 물품들 중, 저렴해 보이는 물건들도 이참에 여럿 주워 담았다. 평소처럼 별 생각없이 계산대에 돈을 내밀곤 바삐 집으로 향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 계산대에서의 별 생각없음이 바로 그 마트 사장의 가장 큰 노림수였다.


집에 도착하고 보니, 아차. 이미 다른 사람이 벌써 마트에 들러 필요한 물건들을 여럿 사온 후였다. 사온 물건들을 바삐 대조하며 다시 환불할 물건들을 추려냈다. 고단한 몸을 이끌고 퇴근했는데, 다시 마트로 가야 하니 유쾌할리 만무. 속으로 '에이 짜증나'란 소리가 절로 나왔다. 거기에 짜증을 더욱 부치기는 소리도 들려온다. 


"환불할거 하고 남는 돈으로 이거, 이거 좀 사와!!!"


바로 여기다! 그 속임수를 정말 운좋게 밝혀낼 수 있었던 대목이.


마트에 도착해 환불에 대한 얘기를 꺼내니 흔쾌히 해주겠단다. 영수증에 씌여진 금액을 잘 계산해서, 새로 구입할 물건이 그 액수를 넘지 않도록 신경을 썼다. 지갑에서 돈 꺼내는 일이 그다지 달가운 일은 아니니까. 근데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꼼꼼히 영수증에 씌여진 액수를 보며 물건을 고르던 중, 아까 구입했던 물건들의 가격표와 실제 영수증에 찍힌 금액의 액수가 다름을 보게 된 것이다. 



속임수의 실체


이 마트 사장은 아주 간단한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했다.

 

1. 사람들이 제품 진열대 앞에서는 꼼꼼히 가격을 따지지만 그 가격들을 모두 외울 수는 없다.

2. 바코드를 통해 컴퓨터 같은 기계로 찍히는 가격에 오차가 있을리 없다고 믿는다. 

3. 따라서 계산대에서는 별 의심없이 그냥 계산한다. 

 


계산대

예를 들자면 이런 식이다. A 제품 앞에 4,300 이라는 가격표를 붙여 놓는다. 당연 이 가격은 시중 대형 마트 가격과 큰 차이가 없으니 사람들이 흔쾌히 구입한다. 하지만 정작 계산대에서 계산을 할 때는 4,800원으로 찍혀 계산되는 식이다. 


더욱 놀라운 점은 모든 제품이 다 이런 식은 아니라는 것. 어떤 물건은 가격표의 가격과 동일하게 계산되는 반면, 특정 물건들만 위처럼 가격을 속이고 있었다는 점이다. 누구나 짐작하겠지만, 모든 물건의 가격이 다 다르면 쉽게 들통날 것을 계산한 마트 사장의 또 다른 꼼수였던 것이다.


그 꼼수의 치밀함은 가격조작에서도 볼 수 있었다. 위의 4,300 과 4,800의 숫자처럼 눈으로만 대충보면 큰 차이를 느낄 수 없게 했을 뿐더러, 큰 액수의 차이는 확연히 사람들이 구분할 수 있느니 그 액수 조작을 주로 몇백원 단위, 많아봤자 몇천원 단위의 적은 액수로 조작해 사람들이 쉬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세밀하고 치밀하게 계산까지 했다는 것이다. 



고개 숙인 사장


이 부분은 그냥 길게 쓰지 말자. 그다지 유쾌한 경험도 아니었고 다시 회상하고 싶은 장면도 아니니까. 그냥 간단히 그 경과만 말씀을 드리겠다. 


영수증을 쥔 상태로 진열된 가격과 대조, 그 사이에 가격 차이가 여럿 있음이 밝혀졌으니 사장은 변명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말 그대로의 명백한 상황. 주변에 쇼핑을 하던 사람들마저 돌아가는 상황을 보곤 웅성웅성, 수근수근거리는 상황이니 그 사장의 참담한 심정은 굳이 말씀을 안 드려도 짐작하실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냥 "그러지 마세요"란 말만을 남기고 마트를 나서고 말았다.




사실 이 글을 쓸까 말까 많이 망설였다. 안 그래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동네 슈퍼, 개인이 운영하는 영세 마트들에 대한 안좋은 편견을 심어줄까 싶어서. 어쩌면 이런 비양심 마트들이 많을 것이라고 믿고 싶지 않은 개인적 마음이 더 커서일지도 모르겠다. 


집안 식구들 중 "그냥 놔두면 다른 사람들 또한 피해를 입을 수 있으니, 반드시 어떤 제재를 가해야 한다"를 주장하는 이가 있었다. 이런 저런 경로를 통해 알아본 바, 이 일 또한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명백한 증거를 제시해야 함은 물론, 밟아야 할 절차가 성가시고 많이 복잡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소위 말하는 '법 없이도 살고, 생전 경찰서에 갈 일이 없는' 일반 사람들이 일개인, 일개 마트를 상대로 신고니, 고소니 한다는 것이 뭐랄까... 마음 편한 일은 아니지 않는가.


여러분들이라면 어떻게 하셨겠는가...? 여러분들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시겠는가...?


올라가는 추천수는 글쓴이에게 을, 자그마한 댓글은 글쓴이에게 행복을 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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