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니 습작/습작

이리니, 외국서 호·모 대접 받은 사연(중)

이리니 2009. 4. 30. 04:02



글을 쓸 때마다 사죄를 드릴 순 없어, 우측의 공지 부분어투에 대한 해명주석에 대한 설명을 추가했다. 더 이상 '이 건방진 자슥!'이라고 악플을 달아 순진무구하기 짝이 없는 이리니에게 상처를 주시는 분들이 없기를 바란다. 여태까지 그런 분들이 계시지도 않긴 했다. 온통 씹어대는 글들이 도배된 블로그와 누구 또는 무엇을 까서 씹기에 최적화 된 이리니의 글투를 보고 감히 누가 덤비겠는가? 만약을 위해서다.


이리니, 외국서 호·모 대접 받은 사연 (상)편을 읽지 않고 오신 분은 읽고 오시라. 그렇지 않고 '이 녀석, 호모야?'로 결론 짓고 동네 방네 떠들고 다녀선 곤란하지 않겠는가? 죽인다. 요즘 많이 온다는 일본분이신가? 고로쓰!

근데 왜 상편의 추천수가 하필이면 블로거뉴스 10, 믹시 10인거냐? 십땡이냐? 읽어 보라. 십땡! 누구의 농간인가? 피아랑님? 검은괭이2님? 자수하라. 누구보다 먼저 부족한 이리니의 글로 달려와 추천과 댓글을 달아주신 성의를 봐서 너그러이 용서하겠다. 

<덧> 중편을 마무리하고 블로그를 확인하던 중 구름님의 댓글을 확인하고 약간의 죄송함을 느꼈다.
뭔가 충격적인 사건이 나올거라 기대하신 모양인데, 이리니의 이 글에서 '충격적인' 사건은 나오지 않는다.
이리니의 의도는 그 사건들이 있기까지의 소소한 얘기들을 담으려 했다. 이리니의 문체와 그에 딸린 정신 없는 주석들을 읽으며 그냥 한번 빙그레 웃으실 분은 읽어주시고, 그렇지 않고 남자들에게 덮침을 당한다는 식의 야리꾸리하면서도 자극적인 사건을 기대하시는 분은 자칫 '시간 낭비'를 느끼실 수 있다. 이 점 미리 양지 바란다. 중편과 하편은 같이 올라갈듯 싶다. 굳이 중편과 하편을 나눈 이유는 장문의 압박을 해소하기 위함이다.




4. 뱅쿠버 공항



비행기에서 내리자 머리가 깨질듯이 아팠다. 여름 뱅쿠버의 그 강렬한 태양이 눈을 후벼 파는듯 했다. 11시간이 넘게 머리를 의자 뒤에 붙인 채 있었던 탓이었을까? 아니면 과도한 대학항공 승무원들의 미모와 친절 때문이었을까? 걷기조차 힘들어 낮술 먹은듯 휘청이며, 내 몸집만한 트렁크[각주:1] 두개를 찾으러, 혹여 공항 안에서 길이라도 잃을까, 촌놈처럼 보이지는 않을까라는 노심과 초사를 태연함으로 가장한 채, 다른 사람들을 따라갔다.[각주:2] '짐을 잃고 고아가 되면 어쩌나...'라는 어처구니 없는 걱정도 잠시, 트렁크 2개를 공항에 있는 리어카[각주:3]에 싣고 쫄래쫄래 다른 이를 따랐다. 

이상한 ㄷ자 모양의 문 바로 저편에 터번을 두른 아저씨 한분이 가부좌를 틀고 상단에 앉아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인도냐? 태연[각주:4] 을 가장하며 히끗-힐끗 눈치를 살피니 사람들이 뭔가를 준다. 연수를 알선 했던 업체 직원이 촌넘 이리니에게 신신당부했던 서류가 떠올랐다. 이 양반이 인도의 요기처럼 공중부양이라도 할까 싶어 잔뜩 기대했으나, 별말없이 손가락으로 한 쪽을 가르킨다. 가라는 뜻이겠지.  


비자를 발급 받는 곳이었는데, 비자라고 해서 뭔가 있나 했더니 예전 초등학교 시절 받았던 '참 잘했어요'류의 도장 하나 찍어주는 것이 다였다. 하지만! 하지만! 여기서 이리니 일생에 가장 강렬했던 충격 하나가 발생한다. 그 충격이 얼마나 대단했으면 그 당시의 상황이 마치 사진을 찍은 듯 기억되고 있다.[각주:5] 

 

이리니의 당시 성격은 치밀 + 소심 + 완벽주의 였다.[각주:6] 군 제대를 대략 7달 정도 앞둔 시점에 캐나다로 떠나라는 부친의 명령을 하달 받고 나름 치밀하게 준비했다.[각주:7] 개략적으로 설명하자면 당시 유행하던 오모씨의 영어회화 관련 세트를 구해, 7개월 동안 하루 4시간 정도의 수면만을, 그것도 군대에서 취하면서 반복, 또 반복했다. 그 세트의 구성은 책 8권 + 테잎 64개였다. 대략 3번 정도 처음부터 끝까지 반복했던걸로 기억한다. 떠나기 전까지 대략  25일 정도 회화 학원도 다녔다. 독해[각주:8]~. 


문제? 충격? 대략 내 갑바의 1.5배에 해당하는 강건해 보이는 백인 여자 앞으로 쫄래쫄래 불려갔다. 이 때까지만 해도 대한 건아의 기상이 남아있어, 얼마든지 큰 소리 뻥뻥치며 비자를 받아낼 수 있으리라 믿었다. 여인이 입을 연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듯 했다. 다시 여인이 입을 연다. 무슨 소리인지 단 하나도 들을 수 없었다. 칙쑈!

 

 뭘 했냐고? 금붕어 본 적 있나? 새끼 고양이가 놀란 눈을 본 적 있나? 땡그란 눈 + 금붕어 입. 됐나? 한숨을 푹 내쉰 백인여인이 뒤에 뻘쭈미 서있던 한 동양인 사내를 불러 뭐라고 한다. 이 녀석. 한국말을 한다. 오~ 필승 코리아! 반가웠다. 얼싸 안아주고 싶었다. 이 때다. 이리니가 반쯤 미쳐 한국을 사랑하는 애국자가 된 것이. 그리고 느껴버린거다. '영어를 익힌다'는 것이 쉬운 여정이 되지 않을 것임을. 그에 따라 캐나다 생활도 고난과 역경의 연속이 되리라는 것도.[각주:9]


5. 기묘한 홈스테이


연수 알선 업체와 연결된 일종의 브로커가 마중 나온 차를 타고 하숙집으로 갔다.[각주:10] 한마디로 기묘했다. 영화나 TV에서 보던 아름다운 서양 주택을 기대했건만 왠지 집이 허름했다. 잔디는 있었다. 집보다 더욱 적응이 되지 않았던 것은 문을 열고 마중 나온 사람들이었다. 두 명의 까무잡잡한 피부의 여인들. 섹시? 으으응...[각주:11] 나중에야 알았지만 멕시칸이었다. 영어 공부를 하러 갔는데, 그래서 영어에 도움 되라고 눈치도 코치도 보이는 하숙을 선택했는데, 정작 가보니 이상한 억양의 영어를 구사하는 멕시칸이 있는거다. 꼬여간다...라는 막연한 느낌이 엄습하는 순간이었다. 


대화? 힘들었다. 하숙집 아줌마의 딸 되는 여인은 어렸을 적 이민을 온 터라, 거의 완벽한 영어를 구사했지만, 하숙집 아줌마는 연세도 많은데다 늦은 나이에 이민을 온 터라 여전히 스패니쉬 억양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이 쪽의 특징이 예를들면, 당신을 뜻하는 you를 발음할 때, 쥬~ 소리랑 비슷하게 나온다. 아줌마 때문에 대화가 안 됐냐고? 아니. 이리니가 한마디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해서. 더욱이 이 시차의 무서움은 굉장해서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오죽했으면 체력 약한 이리니가 학교가기 일주일 전까지 꼬박 잠만 잤겠는가?[각주:12]


저녁 무렵, 하숙집 아저씨가 퇴근하고 집으로 왔다. 정말 컸다. 내 생전 본 사람 중 단연코 가장 거구의 사내였다. 그 엄청난 존재감. 가히 '본좌'급 이었다. 예의 바른 이리니, 그만 고개를 꾸벅 숙여 '안녕하세요?'라고 말하고 만다. 그만큼 그의 존재감은 컸다. 이 이리니가 쫄았던거다. '이 자슥, 무슨 짓이지?'라고 말하는 사내의 얼굴을 보고 아차 싶어, 악수를 청하려 했다. 할 수 있었겠는가? 가만히 보니 이 양반 주먹이 내 머리통만 하지 않은가? 어쨌냐고? 마치 말조차 할 줄 모르는 순진한 어린 아이마냥 뻘쭈미 눈을 뜨고 뻘쭈미 서 있었다. 칙쑈!


알고 보니, 이 양반, 게르만족이었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에 이런 얘기가 나온다. 시저가 나일강을 건너 게르만 정벌을 갓 나섰을 때다. 그 당시의 게르만족은 지금의 독일인과 완전히 달랐단다. 습기 많은 유럽의 숲 속에 나라도 없이 부족을 이루고, 농사 지을 기술도 없어 오직 사냥과 약탈만으로 생을 영위하던 바바라안이던 시절이다. 


하지만 당시 로마는 지중해 연안을 지배하다시피 하며 시저의 지휘 하에 무패의 전적을 자랑하는 로마군단이 있던 시절이다. 하지만, 이 무적의 로마군단이 최초로 게르만 부족 연합군을 마주 대하자마자 걸음아 날 살려라 식으로 도망을 갔다 전해진다. 당시 아주 유명했던 것이 소위 말하는 로마군단의 밀집대형이었지만, 그것조차 의미가 없었던거다.

왜? 제대로 옷도 갖춰입지 못해 아랫도리에 짐승 빤쓰만 입은 헤아릴 수 없는 거구의 사내들이 떼거지로 달려오는 모습에 그만 로마군단 전체가 쫄아버린거다. 당시 로마 남성의 평균 신장이 160대였다고 하니 그 쫄음이 얼마나 컸겠는가? 이리니는 이해한다. 나는 게르만족을 봤으니까. 진짜 크고, 굵었다. 

강인한 사내 아이를 가지길 원하는가? 게르만족을  강추한다. 하숙집 아저씨랑 밥을 먹을 때, 이 양반이 식탁에 올려논 팔이 이리니의 다리보다 굵었다. 뼈 자체가 달랐다. 역시 사람은 육식을... 생고기 채로... 으득으득...[각주:13]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었다. 독일식 억양의 영어. 심각했다. 전혀, 전혀 알아 들을 수 없었다. 차라리 천천히 또박또박 얘기하는 아줌마가 나았다. 조금 있으니 이제 갓 18-9 되어 보이는 소년이 하나 들어온다. 이 녀석도 하숙생이란다. 알고보니 대만 녀석이다. 돌아버리는 줄 알았다. 최악이 된거다. 영어 공부를 하러 갔는데, 캐나다 본토인은 아무도 없고, 멕시칸 + 독일인 + 대만넘 인거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이 불운은 이리니에게 큰 선물이 되어 주었다. 영어가 일정 괘도를 올라섰을 때, 누구보다 영어를 빨리 듣고, 익힐 수 있었다. 왜? 처음부터 괴상한 억양''과 함께 생활했으니까. 나중에는 발음뿐만 아니라 미묘한 억양까지 잡아낼 수 있는 능력이 생겨났다. 이리니는 이런 '능력자'가 되었던거다. 하하하. 자뻑!


하편에서 계속...


정말 죄송하게 생각한다. 글이 무지 길어 자를 수 밖에 없었음을 이해하라.
이리니와 러시아 스파이간의 불꽃 튀는 로맨스, 적국 테러리스트들 간의 숨막히는 총격전과 추격씬, 캐나다에 암암리에 파견되어 있던 대한민국 앙기부 女요원과의 충격적 베.드.씬 등은 다음 편으로... 컥!



  1. 빤쓰가 아니다! [본문으로]
  2. 최선이었다. 졸졸졸이... [본문으로]
  3. 공항에 있는 그 리어카는 뭐라고 부르나? 댓글을... [본문으로]
  4. 소시 팬들은 오라. [본문으로]
  5. 이리니는 photographic memory 를 소유한 천재인걸까? [본문으로]
  6. 시제에 주의하라. 과거형이다. 현재는? 신비주의. 모르는가? [본문으로]
  7. 이 부분에 대한 상세한 내용은 차후 쓸 지도 모를 '이리니의 영어공부, 따라하면 뒈진다'에서 공개할지도 모르겠다. [본문으로]
  8. 영어 독해가 아니다. 개콘도 안 보는가? [본문으로]
  9. 이 부분도 역시. '이리니의 영어공부, 따라하면 뒈진다'에서 쓸 수 있기를... [본문으로]
  10. 이 녀석 한국에서 의사하다 여차해서 이민갔다는데, 반은 사기꾼이었다. 돈 없는 학생들 피를 쪽쪽 빠는... 외국서는 외국인보다 한국인을 조심하라는 말 들어는 봤을거다. 슬프지만 정말이다. [본문으로]
  11. 응! 아니라 도리도리 할때의 으으응이다. 아니라는 뜻의... [본문으로]
  12. 전직 노모 아나운서가 일본을 방송차 가면서 '저, 일본이랑 한국은 시차가 얼마나 나죠?'라고 물었단다. 기억하자. 이 여인, 삼송가에 시집갔다. 희망을 잃지 말자. 삶의 전우들이여! [본문으로]
  13. 키 작은 이리니의 '한'이 느껴지는가?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