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니 습작/이리니의 사연

치과가서 머리에 구멍 뚫린 사연 - 의료사고

이리니 2009. 5. 2. 18:00

치과, 피해가실 수 있는가? 아무도 없을거다. 오늘은 이리니가 돈내고 병원가서 머리에 구멍이 뚫려버린 살 아프고, 뼈 아픈 사연 하나를 공개할까 한다. 특히 치통으로 '치과를 가야 하나?'를 고민하시는 분들은 잘 참고하셔서 여러분의 사랑스런 두상을 잘 간직하시길 바란다. 



언제?


대학교 1학년 때다. 여름 방학을 맞아 고향에 내려간 김에, 그간 골치를 썪여왔던 어금니 충치를 제거하기로 했다. 운이 없는 넘은 엎어져도 코가 깨지는 법. 하필이면 토요일이었다. 부랴부랴 병원에 도착해 보니 오후 1시가 다 됐다. 병원은 찾아온 휴일을 놓칠새라 분주히 병원 문을 닫을 차비를 하고 있던차에, 우리가 들이닥친 거다. 의사는 시간이 없어서 다음에 오랬다. 이리니는 그냥 썩은 치아 하나 뽑으면 되니, 빨리 뽑아달라 우겼다. 여기가 바로 사고의 발단이었으며, 일평생 이리니가 후유증을 안고 살아갈 수 밖에 없게 만든 결정적 실수였다.



의사도 알고보니 사람이었다.


많은 분들이 간과하시는 것 중에 하나가, 의사라는 직업 자체가 그 특성상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을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치과의사도 예외가 아니어서 일종의 '자__살 . 충__동'에 시달린다는 치과의사 얘기도 책 이곳저곳에서 읽은 바 있다. 왜? 이 치과의사는 인생의 상당 부분을 냄새나는 인간들의 입 안, 그것도 썩고 병든 치아만을 보며 보낸다는 사실이다. 

조그만 개인 병원이었던지라 의사 1명, 간호사 3명 정도인 병원이었다. 간만에 찾아 온 휴일을 맞아 뭔가 중요한 약속이라도 있었던지 그 의사는 상당히 서두르는 기색이었다. 거기에 더해 이니이에게 상당 부분 열을 받아 있는 듯 보였다. 자신의 주말 오후를 망치고 있었으니...  의사의 숨소리가 쉬~ 쉬~ 가   아니라 씨~익, 씨~익일 정도였다.        

 

 치료용 의자에 누워있는 이리니. 끊임없이 귓가에 울려 퍼지는 의사의 거친 숨소리. 그 당시만 해도 잠시 후에 무슨 끔찍한 일이 일어날지 알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도 온 몸의 털이 서고 섬찟하다.


사고 직전

예전 신경치료를 한 이가 이제 썩을대로 썩어버려 뽑아내야 하는 개운한(?) 상황. 고통스런 마취를 대견스레 참아낸 이리니. 거친 의사의 호흡이 더욱 거칠어지며, 뺀찌 같은 공구로 어금니를 뽑아내려 애를 쓴다. 의사의 끄~응 하는 소리와 괴상한 '찌~익' 소리가 연달아 들렸다. 찌~익?


알고 보니, 신경 치료한 이가 약해져 썩은 나무 뿌리 마냥 부서지는 소리였다. 아... 이것만해도 끔찍하다. 한마디로 이가 으스러진채 일부는 뽑혀 나오고 이 뿌리는 여전히 잇몸에 남아있는 상태다. 이 처리가 여간 곤란한 것이 아니다. 이를 뽑을려면 그걸 잡아야 하는데, 잡을 부분이 없어져 버린거다. 



터져 버렸다 !!!

이 열받은 의사가 들고 있던 뺀찌를 던져버리고, 길다란 쇠꼬챙이를 손에 드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거 어디서 많이 봤다. 싸이코 의사가 인간으로 생체 실험 같은거 할 때의 장면과 거의 똑같았다. 이대로 죽는건가? 

이때도 의사의 숨소리는 거칠었다. 마치 '화 반 + 짜증 반'의 상태. 잇몸에 박힌 자그만한 '이 뿌리'가 그리 쉽게 뽑혀져 나오겠는가? 마치 음료수 병 뚜껑을 젓가락 하나로 쑤셔서 따야 하는 상황과 흡사한거다. 의사가 이리 쑤셨다. 안 됐다. 저리 쑤셨다. 안 됐다. 의사의 숨소리는 점점 더 거칠어져 가고, 점점 쌓인 화와 짜증이 폭발 직전의 상황일 때쯤, 의사의 입에서 '끄~응'하는 괴성이 나온 직 후, 의사의 손이 뭔가에 미끄러진다는 느낌과 함께 마취한 이리니의 얼굴에 괴상한 느낌이 찾아왔다. 마치 뭔가가 얼굴 안쪽, 그러니까 코 옆과 뒤, 얼굴 한가운데를 쑤욱 찔렀다. 그 부위 위쪽에 바로 눈과 뇌가 있다. 마취를 한 상태니 아프진 않았지만, 뭔가가 얼굴 가운데 깊숙히 박혔다는 느낌은 확실했다. 

"뭐냐? 어떻게 된거냐? 너, 사고 친거냐?"



의사도 사람이었다 2

의사가 모든 공구를 내팽개치고, 느닷없이 이리니의 코를 손가락으로 쥐며 막았다. 그러곤 이런다.

"흥! 해보세요."

이 돌팔이 의사가 어른 놀리나? 지금 나더러 코를 풀라는거냐? 했다. 흥! 

"한번 더!"

속으로 무던히도 욕을 하며 한번 더 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잇몸 부위에서 바람이 나왔다. 흥! 흥! 할때마다 잇몸에서 '쉿!' '쉿!'하며 바람이 나왔다. 


화와 짜증은 씻은듯 사라지고 그 자리에 당황, 초조, 두려움이 자리한 의사는 벌떡 일어나 전화기로 달려갔다. 엄청난 속도로 번호를 누른 의사는 누가 듣기라도 할새라 속닥속닥 거린다. 제법 긴 대화가 끝난 후, 자리로 돌아온 의사. 난데없는 평화의 사절이 되어 있었다. 마치 포교 나온 성직자 같았다. 


"제가 실수를 했습니다. 이를 뽑던 와중, 도구가 미끄러지면서 잇몸을 뚫고 얼굴 안을 찔렀습니다. 더구나 남아있던 이 뿌리가 부서지며 얼굴 안쪽 이곳저곳에 박혀 버린 상태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제가 알아봐 드릴테니 큰 병원으로... 고개 푹! "


아............... 심바! 얼굴에 구멍난거다. 구멍만 났으면 다행인데, 이 뿌리까지 이곳저곳 박혔단다. 어쨌냐고? 그 양반이 말한 지방에 있는 종합 병원으로 갔다. 근데 이 의사도 환자였다. 그 의사 쉐이는 껄껄껄 웃으며 이러는거다.


"푸헐헐헐! 별거 아닙니다. 구멍난 살은 아물 것이고, 박혀있는 이 뿌리들. 별로 상관 없습니다. 놔두셔도 됩니다. 하지만 나중에 축농증을 유발할 수 있으니, 원하시면 수술을 하셔도 되긴 합니다."


이게 의료사고를 당하고 온 환자한테 의사가 할 소린가? 그 웃음은 도대체 뭘 의미하는건가? 꼬셔? 속이 시원하냐? 이 미친넘에게 이리니의 소중한 육체를 맡길 수 있겠나? 서울에 있는 이리니가 다니고 있던 대학의 치과 종합 병원을 찾았다. 같은 학교 학생이면 DC도 해준대서 갔다. 거기서 의사는 이랬다.


"수술하시는게 좋습니다. 그냥 놔둔다구요? 수술하세요. 그리고 원하신다면 그 사고를 낸 의사에게 병원비는 물론 합당한 피해 보상을 받으실 수 있게 저희가 도와 드릴 수 있습니다."



7월의 그 무더운 여름 날. 구강외과라는 생전 처음 들어보는 곳에서 전신 마취 후, 수술을 받았다. 그리고 열흘간 입원했다. 돈은 수백이 깨졌다. 이리니의 대학 입학 후 맞은 신입생으로서의 소중한 여름 방학, 병원에서 환자복 입고 쓸쓸히 보내야만 했다. 보상금? 받지 않았다.

단 하나 있는 외아들의 육체에 심한 손상을 입힌것에 광분한 이리니의 어머니가 병원을 엎었다 놨지만, 돈 얘기는 꺼내지 않았다. 그걸로 그냥 마무리 됐다. 다른 모든 것은 마무리 됐지만 이리니의 몸은 마무리가 되지 못했다. 후유증이 있는거다. 얼굴 오른쪽이 아픈건 아니지만, 감각이 이상하다. 그리고 오른쪽으로 씹는거 불편하다. 때때로 약간의 통증도 있다. 오른쪽으로 누워서 자고 일어나면 아리한 통증이 있다. 여하튼 불편하다. 

 그 쉐이를 씹고 싶어 견딜 수 없다. --^


마지막 조언


1. 사랑니, 요즘은 아무 곳이나 뽑아주지 않는다 들었다. 왜? 위험요소가 있어서다. 이를 뽑는다는 것은 우리 눈에 보이는 하얀색 딱딱한 물건을 뽑아내는 그 이상의 것이다. 무엇보다 인체의 신경과 깊은 관계가 있다. 그러니 '사람 이'를 우습게 보지 말라. 


2. '의사도 사람이다'를 명심하라. 아무리 공부를 많이 했고, 의학적 훈련을 많이 받았다 할지라도, 언제든 실수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위에 썼듯이 의사 또한 감정에 휘둘릴 수 밖에 없는, 말 그대로 사람이다. 


3. 의사의 컨디션을 고려하라. 사람은 컨디션이 안 좋을 때는 물론, 약간 졸리거나, 전날 수면이 조금만 부족해도 평상시 버젓이 잘 하던 단순한 일에서 조차 실수를 하곤 한다. 의사 역시 마찬가지일거다.


4. 이런 일은 피하려 한다고 해서 손쉽게 피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평상시 꾸준히 복을 쌓아, 이런 류의 불행과 재난을 피하라. 어떻게 복을 쌓냐고? 

추천 버튼을 누르는 자그마한 선행으로 시작해 보는 것은 어떤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