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니 습작/남과 여

여자 후배들이 말하는 '첫만남, 이런 멘트면 OK'

이리니 2009. 5. 31. 08:30



 남중, 남고를 졸업하고 대학교를 갔다. 여자 구경 못하고 살다가 대학을 갔더니 이게 웬 꽃들인가... 싶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냉혹한 현실이란 이런 것일까? 현실과 환상의 괴리란 것이 요따구인 것일까? 단 한명도 만나지 못했다, 호감 느낀 여학생을...

 현실 도피란 이런 것일까? 가버렸다. 군대를...
냉혹한 현실이란 또 이런 것일까? 아무리 남자들만의 세상, 군대라지만 고따구여야만 했을까? 정말로 '뒈지겠다'라고 느낀 것이 몇 번이며, '뒈지고 싶다'라고 느낀 것이 또 몇 번이던가? 정말로 '짐승들의 세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군 제대. 청춘은 가고 없고, 이미 20대 중반. 외국 백안의 금발 미녀를 찾으러 잠시 외유했다 돌아오니 20대 후반을 향해 가고 있었다. 나이만 가득 찼지, 여자 손목 한번 잡아본 적 없는 쑥맥으로 나이 서른을 향해 가고 있었던 것이다.[각주:1]  

그러던 어느날... 



 여후배들의 인질이 되다.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무작정 진행되는 3시간짜리 수업을 무사히 수면으로 떼운 후, 휘청대며 저녁을 떼우러 가는 길이었다. 까마득히 어린 나이의 여자 후배들이 종종걸음으로 마주 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피하려 했다. 피했어야만 했다. 6 : 1. 너무 벅차니까...

 둘러싸였다. 포위당했다. '오~빠, 오~빠아아아~' 공습이 시작됐다. 6명이 동시에 떠들어대니 무슨 소린지 알아들을 수가 있어야지. 2명은 좌측에서 당기고, 2명은 우측에서 당긴다. 나머지 2명은? 전진로, 후퇴로 모두를 차단, 물샐틈 없는 포위망을 이미 형성한 후였다. 갔다. 아니 끌려갔다. 피라도 빨려는걸까...?

 교내 매점. 앉았다. 아니 앉혀졌다. 매점 제일 구석. 그 어디로도 탈출이 불가능한 지점에 앉혀졌다. 없는 돈에 군것질 꺼리도 사줬다. 왜? 어린 여자애들은 입 안에 뭔가가 있을 때만큼은 조용해지니까... 그것도 얼마가지 못했다. 또 다시 시작됐다. 공습이... '오~빠, 오~빠아아아~'

대체 너네들은 뭘 원하는거니?


 끝 없는 탐구심이 열매를 맺다.  

 

 
 맞고만 있었다. 총알을... 군대에서 쓴다는 M60, K3 기관총이 이 정도 성능일까? 어린 여자 후배들의 입에서는 잠시도 쉬지 않고 '수다'라는 총알이 불을 뿜고 있었고, 그 총알은 고스란히 이리니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내가 그렇게 만만하니...?

 타겟을 돌려야만 했다. 저 수다의 총알을 이리니에게가 아니라, 다른 쪽으로 돌려야 했다. 그래야 산다. 희대의 IQ는 이번에도 배신하지 않았다. 순간 머릿속에 번뜩이는 아이디어. 절묘한 타이밍에 어린 여아들의 수다의 맥을 끊는데 성공. 아래의 멋진 멘트를 성공리에 던지는데...

근데 너네들...

 이 멘트가 어디가 멋지냐고? 잘 생긴 남자가 던지면, 순식간에 여자들의 주의를 끌기에는 충분하고도 남는다. 남자들이 득실거리는 모임에서 한 미모하는 여자가 '저기요...'라는 짧은 멘트로 모든 남자들의 주의를 환기시킬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라 하겠다. 그리곤 평상시에 참으로 가슴 깊이 궁금해하던 질문을 냅다 던졌다.

너네들은 남자가 다가와서 어떤 멘트를 날리면, 그 남자에게 최소한의 기회 정도는 주겠니?
 

 순식간에 찾아오는 정적. 떼굴떼굴 눈알 굴러가는 소리. 후배들이 열심히 염두를 굴리고 있는거다. 이제 겨우 대학교 1, 2학년. 20살, 21살. 한창 근사한 남친에 대한 환상에 젖어 있을 나이들이 아닌가? 나이 20대 중반을 넘은 나이에 참 물어보기 부끄러운 질문이지만, 어느 정도의 노림수도 있었다. 무슨 노림수? 이런 질문을 함으로해서 이리니가 여자 경험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간접 홍보할 수 있으니까... 순진무구, 순수발광[각주:2]의 합법적 총각이라는 말 아닌가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여자 후배들의 눈빛이 일순 변하기 시작했다. 입에 침이 고이는지 입술마저도 윤기를 발하기 시작했다. 너네들... 나 먹을려고...?

 최소한의 기회라고 물었다. 남자가 여자에게 작업을 할 때, 이 부분이 가장 어렵다. 일단 어느정도의 시간, 함께 할 수 있는 공간 정도는 확보해야 작업을 해도 할 것이 아닌가. 한국 여자들은 남자들의 접근에 온갖 핑계를 대며 'No'를 부르기로 정평이 나있다. 심지어 자기도 짝이 없으면서 다른 여자들에게 '너네, 여자가 비싸 보일려면, 처음엔 Yes를 하면 안돼, 알겠지? 튕길만큼 튕겨야 한다구!'라는 어처구니 없는 코칭을 하기도 한다. 지나 잘하지. 그 결과? 다 같이 솔로로 늙어가며, 온 세상 천지에 히스테리를 부린다.[각주:3]

 던진 질문을 직설적으로 풀자면, '남자가 뭐라고 멘트를 날리면, 처음에 Yes를 하겠니?'라는 뜻이다.  

 가장 적극적인 성격의 한 여학생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차 한잔 하시겠어요? 따위의 접근은 딱 질색이에요. 
 속이 덜컹했다. 왜? 그 당시 이리니가 알고 있던 유일한 작업 멘트가 그거였으니까... 마스크가 필요했다.

아하하... 나도 알지. 요즘 세상에 누가 그런 촌스런 멘트를 날리겠니? 안 그래? 아 하하하하...
 어색한 웃음에도 불구하고, 여학생들은 저마다 나름의 염두를 굴리느라 눈치를 채지 못한듯했다. 아니면 알고도 모르는척 능청을 떨었거나... 알게 뭐냐? 죽는 그날까지 여자들 속은 알 수 없을테니까... 그냥 포기하고 산다. 

 다시 그 여학생이 입을 열었다. 

저 같으면 말이에요...

 문디 가시나[각주:4], 누구 애간장을 녹일려구 자꾸 말을 끄는거냐?... 라는 생각을 하는 찰라,

저 같으면...
 저는 OOO라고 합니다. 그쪽에 호감이 있어서 그러는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한두시간 정도의 시간을 내주실 수 있겠습니까? 한두시간이면 됩니다.^^
  라고 정중히 물어오고, 그 남자가 그다지 상태가 나쁘지 않다면, 한번 응해 보겠어요.  

 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그와 동시에, 동시다발적으로 다른 여자 후배들도 '나도! 나도 한번 응해볼래'를 외쳐댔다. 

 요따구로 간단해도 되는거야?... 싶어서 질문을 했다. 너무 단순하지 않냐고...
이어지는 여후배들의 대답은 당시의 미숙한 이리니에겐 많은 것을 시사하고도 남았다. 그네들의 말을 종합해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1. '차 한잔 하시겠어요?' 따위의 상투적인 말은 상투적인걸 넘어, 성의가 없고, 장난처럼 보여서 싫다.

2. '저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저는 당신을 좋아합니다.' 따위의 너무 직설적인 표현은, 여성들에게 호감은 커녕 두려움을 먼저 안겨준다. 그와 동시에 어이도 없다. 지가 날 어떻게 안다고... 정도? 

3. 따라서, 가장 적합한 멘트는 '대화를 통해 서로를 어느정도 알 수 있는 한정된 시간'이라는 단서를 다는 것이다. 


 이 방법은 첫째로, 한 두시간의 대화를 해보고, 서로 싫으면 그만이므로 특히 여성들에게는 부담이 적다고 한다. 둘째는, 그 접근 방법 자체가 '일단 대화를 해보고 나서'라는 전제가 붙음으로해서 그 남자의 신중함, 진지함을 느낄 수 있다고도 말했다. 

 한마디로, 핵심 포인트여성들에게 부담이 적다는 것이다. 대화를 해보고 좋으면 좋고, 아니면 말고인거다. 



 솔직히 여자들의 마음을 남자인 이리니가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하지만 여섯명의 여자 후배들이 하는 말이니, 믿지 않기도 힘들다. 

 시험해 봤냐고? 시험 대상이 되고 싶은 여성분들은 조용히 연락을 하시면 되겠다. ^^;;

 남자 후배들에게 여러차례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여친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썩을 넘들, 나라고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 놈의 존심이 뭔지, 사기를 쳐도 엄청나게 치고 다녔다. 이 방법을 써보라, 저 방법을 써봐라...고 하면서... 나도 나대로 미쳤지만, 고대로 하는 넘들은 또 뭐냐? 

 그래서 참회하고, 회개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썼다. 이 글은 '능력남'들을 위한 '여자 후려치기 메뉴얼'이 아니다. 당시 이리니와 같은 얼치기들을 위해 쓰여진 글이다. 무슨 얼치기? 마음에 드는 여성이 있어도 도무지 뭘해야 할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는 얼치기들 말이다.  

 '여친 만드는 법'을 이리저리 검색하고, '여친을 사귈려면 어케해야 하나요? 내공 걸어요.'라는 질문을 하고 다니는 대한민국의 수많은 쑥맥들, 해외에 거주하는 교포 쑥맥, 유학 쑥맥들을 위해 썼다. 성공한다고 장담은 못하겠다. 그래도 여자들이 일러주는 '여자에게 접근하는 최적의 멘트'이니 시험해 볼 가치 정도는 있지 않겠는가? 


 쑥맥들이여, 성공을 빈다. 무운을 빈다. 건투를 빈다... ^^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으신 여성분들 중, 더 나은 멘트가 있다면 댓글로 남겨달라. '솔로 없는 아름다운 세상'을 위해 아름답게 쓰겠다. :)






  1. 글을 쓰는 지금, 이리니의 눈에는 눈물이 한가득 고여있다. 믿어 달라. [본문으로]
  2. 순수가 빛을 발하다. [본문으로]
  3. 쩝, 노처녀들 악플 좀 받겠구나... [본문으로]
  4. 경상도에선 욕으로 쓰일 수도 있지만, '애칭'으로도 쓸 수 있으니 오해 마시길... ^^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