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니 습작/작은 깨달음

동물농장 하이디에게서 배운, '상처 그리고 치유'

이리니 2009. 6. 6. 07:30



 오랫동안 품어왔던 수많은 의문들 중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는 숙제가 있다. 상처...
  • 우리는 왜 그리고 어떻게 상처를 주고, 또 받게 되는가?
  • 그 상처의 진정한 정체는 무엇인가?
  • 그 상처는 왜 응어리진 채로 우리 속에 머무는가?
  • 평생을 따라다니는 우리들 가슴 속의 그 응어리진 상처, 그 효과적 치유책은 무엇인가?
 우연히 TV 동물농장이라는 프로를 보다, 자그마한 앎을 얻게 됐다. 오늘 이 글은 제일 마지막 의문, '상처와 치유'에 대한 글이며, 그 자그마한 앎을 나누기 위한 글이다. 

 스크롤의 압박이 상당하지만 대다수가 사진이며 글은 적으니, 부담없이 보아주시면 좋겠다. 

글쓴이가 캡쳐해 사용한 화면은 TV 동물농장 411회이며, 혹 캡처 화면이 저작권에 문제가 있다면 연락을 주시기 바랍니다. 즉각 조치하겠습니다. 그리고 해당 프로그램을 시청하길 원하시는 분들을 위해 해당 링크를 남깁니다.


 자폐견 하늘이  

 

TV 동물농장에서는 하이디의 <위대한 교감 1편> '옥상견 하늘이'라는 제목으로 방영됐다. 


 이 녀석이 오늘의 1번 주인공 삽살견 '하늘이'다. 자기 집 안에 콕 쳐박혀 두려움에 잔뜩 웅크린 모습. 


 자폐견이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뭘까...?


 이상한 부분은 주위에 사람이 없을 때는 자유롭게 옥상 주위를 다니다가, 주위에 사람만 있으면 자기 집안으로 들어가 나오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심지어 자신의 주인집 식구들조차 말이다. 


 주인이 불러도 묵묵부답. 집안에서 나오려 하지 않는 하늘이. 사실 이 부분에서 '은둔형 외톨이'라 불리는 인간들이 떠올랐다. 


 1년 반을 이 집 식구들과 같이 생활했지만 전혀 그들과 친해지지 못한 상태. 집안 식구들이 여러차례 이 녀석을 바깥으로, 세상으로 나오게하려 애를 썼지만 모조리 허사. 이 녀석은 여전히 자기 집 안에 틀어박혀 있기만을 고집하고 있었다. 


 억지로라도 바깥으로 데리고 나가려 하면?
 사진 상에서 제대로 나오진 않지만, 자기집 밖으로, 세상으로 나오게 된 하늘이는 애처로울 만큼 온몸을 두려움으로 부들부들 떨어댔다. 


 애니멀 커뮤니케이터 '하이디'  

  

 오늘의 2번 주인공 하이디(Heidi Wright)이다. TV에서 보신 분들도 많을거다. 동물과의 교감을 통해 동물들의 마음을 읽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라고 알려져 있는 여인. 그래서 애니멀 커뮤니케이터(Animal Communicator)라고 불린다. 


 마음을 읽어 내겠다는듯이 하늘이에게 집중하고 있는 하이디. 그 모습이 언제나 대단히 인상적이다. 아시는 분들은 이미 아실거다. 사실상 주의집중이라고 하는 것은 '사랑'이 없으면 불가능하다는 것을... 관심을 가진다, 주의를 기울인다는 것 자체가 이미 '사랑'이라는 것을...



 곧, 하늘이의 마음을 읽어낸 하이디가 '하늘이의 상처'에 대한 얘기를 하기 시작한다. 

  철창 안에 갇혀 있었고, 하늘이를 사랑해서가 아니라 직업상 형식적으로 관리했던 누군가가 하늘이를 꺼낼 때마다 어떤 특정한 일이 반복되었음을 말하고 있다. 형식적으로 관리만하는 이가 사랑으로 하늘이를 대했을리는 만무하다. 
  

 알고보니 하늘이는 이 집으로 입양되기 전, 삽살개 혈통 연구를 위해 '대학교'에 있었던 모양이다. 아마도 그 형식적 관리인은 대학교 연구원이었을 것이며, 하늘이에게 반복적으로 행해진 어떤 일은 연구가 목적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실험체에 대한 사랑없는 냉혹한 대우와 그 반복된 테스트가 하늘이에게 뭔가 씻기 힘든 무언가를 남겼음에 분명하다. 


 뜬금없이 하늘이가 카메라를 많이 불편해 한다고 말하기 시작하는 하이디.



그러자 갑작스레 온 가족이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데...



 하이디의 말에 온가족이 그토록 놀란 이유가 밝혀지는데...
  하늘이는 삽살개 연구를 위해 한달에 한번, 6개월 동안, 홍채 검사를 받아야만 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하늘이가 아주 어렸을 때...  



 서서히 '감동의 파도'가 일기 시작하는 시점이다. 하늘이의 두려움과 상처를 교감을 통해 느끼곤 눈물짓기 시작하는 하이디. 
 이 장면에서 이리니의 눈에도 눈물이 차올라 식겁을 했다. 가족들과 같이 보고 있는데, 나이 서른 훌쩍 넘긴 남자가 TV 를 보며 훌쩍이는 모습을 보일순 없지 않은가? 밥 먹을 때였는데, 머리를 밥공기에 쳐박고 입안으로 국과 밥을 쑤셔 넣으며 눈물이 눈밖으로 흘러내리는 것만큼은 겨우겨우 참아냈다. 



 하늘이의 두려움과 상처에 대해 언급하기 시작하는 하이디...
 하늘이가 사람이 있을 때, 집 밖으로 나오지 않으려 하는 이유. 밖으로 끄집어 내려고 할때마다 끊임없이 두려움으로 부들부들 떨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밝혀진 것이다. 



 하늘이는 이 집 식구들을 싫어하거나 미워했던 것이 아니다. 예전의 그 삭막한 환경, 그 사랑없는 모진 곳으로 다시 가게 될까봐 너무나 두려웠던 것이다. 그래서 이 집을 떠나지 않기 위해, 이 집 식구들을 떠나지 않기 위해 그토록 '외톨이'를 자처했던 것이다. 사람들이 자기 근처에 올 때마다 두려웠을 것이다. 예전의 그 실험 대상이 될까봐... 집안 식구들이 자신을 위해 바깥으로 끄집어 내려 했을 때도 하늘이는 두려웠을 것이다. 예전의 그 무서운 곳으로 다시 데려 갈까봐... 이것이 하늘이의 두려움, 그 상처의 정체였으며, 하늘이가 자폐견이 될 수 밖에 없었던 가슴 아픈 이유인 것이다. 



  다행이었다. 이리니만 혼자 운 것이 아니었으니까. 온 집안 식구들의 눈이 붉어져 있었고, 그 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 이런 일이 벌어질 때마다 이리니는 항상 이런 의문을 갖곤 한다. 

 '이럴 때, 우리들의 가슴을 아리게 하는 것, 눈에서 눈물짓게 하는 것, 슬픔을 느끼게하는 이것의 정체는 무엇일까..?'



 하늘이의 두려움과 상처에 대한 얘기가 모두 끝난 후, 하이디는 하이디대로 가족들은 가족들대로 하이디를 위로하고 사랑으로 감싸 안아주려 최선을 다하게 된다. 현재 이리니가 캡처를 하는데 사용한 동영상은 그 부분이 많이 편집된 상태의 요약본이다. 

 하늘이가 하이디와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낸 후, 이 집 주인아저씨가 하늘이를 쓰다듬고 위로하며 이렇게 말하는 장면이다. 
이 녀석, 괜찮아. 안심해...



 그러자 잠시 후, 마치 기적같은 일이 벌어지게 된다. 마치 하이디와 집식구들의 따뜻한 마음과 깊은 사랑을 알아차리기라도 했다는듯, 그리고 그에 보답이라도 하겠다는듯 자신의 집을 박차고 바깥으로 걸음을 옮기는 하늘이. 꼬리마저 살랑거린다. 이런걸 '기적'이라고 하는걸까? 눈으로 직접 보고서도 믿기 힘든 장면이었다. 
사랑이 일으키는 기적을 목격한 것이다. 


 주인 아저씨를 따라나와 꼬리를 살랑살랑 치고 있는 하늘이. 반가움의 표시일까? 고마움의 표시일까? 어쩌면 웃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아래 사진은 하이디와 집식구들을 따라 그토록 두려워했던 계단을 내려가 바깥으로 나가는 하늘이의 모습이다. 여전히 두려움으로 움찔움찔 거렸지만, 한발한발 계단을 밟고 바깥 세상으로 나아가는 하늘이. 정말 감동 받아 버렸다. ^^


 

 
이 집 식구들과 하이디. 정말 마음에 들었다. 바깥으로 나온 하늘이를 보며 대견해하고 기뻐하는 이들. 





 아래의 사진은 위의 일이 있은 후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 동물농장 제작진이 다시 찾은 하늘이의 모습이다. 자폐견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하이디는 하늘이의 두려움, 그 상처를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 무엇이 그녀로 하여금 하늘이의 마음을 알 수 있게 했을까...? 그 답이 아래에 나온다. 




 마무리  

 

 상처를 주는 일, 살면서 피할 수 없는 것처럼 보였다.
 상처를 받는 일, 역시 피할 수 없는 것처럼 보였다. 
 무엇이 상처이며, 왜 이 상처는 우리 안에 머무는지 알아낼 수 없었다.
 
 하지만 동물 한마리와 대여섯명의 사람만이 등장하는 이 TV 프로그램을 보고, 그 까닭 모를 두려움을 씻고, 응어리진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은 확실히 깨닫게 됐다.

그 치유책은 다름 아닌 '사랑'이었다. 오직 이것 밖에 없었다. 

 약으로도 되지 않을 것이며, 주사로도 되지 않을 것이다. 
 책으로도 되지 않을 것이며, 지식으로도 되지 않을 것이다.
 분석으로도 되지 않을 것이며, 논리로도 되지 않을 것이다.
 과학으로도 되지 않을 것이며, 의학으로도 되지 않을 것이다. 

 두려움, 상처를 씻어낼 수 있는 단 하나, 오직 하나의 치유책은 사랑, 바로 그 '사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