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냇가에 앉아 시내를 물끄러미 보았다.
맑디 맑은 물과 그 속을 헤엄치는 송사리들을 보고 있자니
절로 시름이 씻기우고 잠시나마 고단한 세월마저 잊는듯 했다.
어디쯤서 온 꼬맹이들일까.
피어나는 생명의 힘을 과시라도 하듯 이리 뛰고 저리 구른다.
조금 전의 맑은 물은 어디로 갔으며,
그 안을 노닐던 여린 생명들은 또 어디로 가버렸나.
꼬맹이들의 자그마한 분탕질조차 이기지 못한 시내가 어딘가로 달려간다.
그 혼탁함과 더러움을 안고 어딘가로 바삐 바삐 나아간다.
강가에 앉아 시내들이 하나 둘 끊임없이 모여듬을 보았다.
해진 후 제 어미품을 찾아드는 새끼들이 이럴까.
이런 사연을 안은 시내, 저런 사연을 안은 시내들이 모이고 또 모여든다.
시내들의 온갖 사연이, 온갖 괴로움이, 온갖 고초가 뒤섞였기 때문일까.
시내들의 어미, 그 강의 색은 결코 곱지도 맑지도 않다.
고요히 흐른다. 말없이 흐른다. 하지만 병든채 흐른다.
강은 시내들의 그 모든 혼란과 혼탁이라는 병을 떠안은 채 흐른다.
이것이 강들의 어미인가. 이 거대한 것이 시내들의 할미인가.
한적한 곳에 이르러 그 거대함과 마주했다. 바다다.
시내들과 강들은 바다라는 거대한 어미의 품에 안겼다.
바다는 손주들의 모든 혼란과 혼탁을 떠안았다.
바다는 자식들의 모든 오염과 병마마저 껴안았다.
그럼에도 바다는 여전히 바다였다.
압도라 하던가?
그 거대함에, 그 고요함에, 그 고요함 뒤에 숨은 절대적 힘에 압도됐다.
평화라 하던가?
그 거대함, 그 고요함 속 깊은 곳에 웅크린 강력한 힘이 만드는 평화를 보았다.
절대라 하던가?
그 모든 혼란과 혼탁, 오염과 병마마저 집어 삼키는 그 절대의 존재감을 보았다.
사랑으로 괴롭거든...
시내에 머물며 혼란스럽다 하지 말고
강에 머물며 고통스럽다 하지 말며
다만 바다에 이르러 볼 일이다.
시내 같은 변덕스런 사랑을 지나
강 같이 이리저리 흐르는 사랑도 너머
바다 같은 절대의 사랑에 도달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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