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니 습작/명상록

인간들의 끝없는 무지

이리니 2009. 5. 24. 01:28

 한 인간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선택을 했다. 인간은 그런 권리를 가지고 있다. 그 선택에 대해 우리가 왈가왈부 할 필요는 전혀 없다. 그 선택에 대한 모든 책임은 오직 선택한 자 스스로가 지기 때문이다.

 슬프다? 무슨 근거로 그딴 소리를 하나? 죽음에 대해 아는 자, 앞으로 나오라. 그리고 설명하라. 그 일이 왜 슬픈지...

 애석? 비통? 통탄? 무슨 소린가? 무엇을 근거로 하는 소린가?
삶을 알고, 죽음을 아는 자, 앞으로 나서 설명하라. 삶이 죽음보다 더 나은 것이 확실한가? 죽음이 삶보다 못한 것이 확실한가? 그 누가 삶에 대해 대해 아는가? 그 누가 죽음에 대해 아는가?


 누가 연예인들을 죽음으로 몰아갔는가?
터무니 없는 기사와 방송을 연일 생산해낸 언론이다. 끊임없는 악플과 악성 루머를 생산해 낸, 우리, 바로 우리다.
 그네들이 세상을 등지고 나니, 애도니 슬픔이네라는 소리들을 떠들어대며 들썩이는 것은 또 누군가?
바로 그 언론이다. 바로 그 우리다. 

 보라! 누굴 죽여놓고 놀리자는건가?


 누가 '노'모를 죽였는가?
바로 그 언론이다. 바로 그 우리다. 

 보라! 또 죽여놓고 놀리고 있다. 



 보라! 진짜로 보라! 이를 악물고 보라! 눈을 부릅뜨고 보라! 누가 살인자인가?

바로 지금 이 순간, 자기가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바로 그 자신의 무지, 그 무지가 살인자다.
바로 지금 이 순간, 그 무지 속에 빠져있음을 모르는 그대와 나 자신의 마음이 바로 그 살인자다. 
'슬퍼요, 비통해요, 통탄스러워요'라 말하며, 이곳저곳 들쑤시고 다니느라 정신없는 바로 그 마음이 살인자다.

정녕 모르겠는가?
바로 그 무지와 그 무지에 빠져있는 마음이 끊임없이 우리로 하여금 서로가 서로를 죽이게 했다는 사실을...

보라! 저 무지에 빠져 들썩이는 마음들을... 또 다시 반복하고 있다. '최'모가 죽을 때도 같았다. 그 전에 누군가가 죽었을 때도 같았다. 이번에도 또... 다음에도 또 그럴 것이다. 누군가를 죽여놓고는 그가 죽고난 뒤에 또 애도의 물결을 타느라 정신 없을 것이다. 

장담한다. '노'모는 며칠 내에 잊혀질 것이다. '최'모 때 그랬던 것처럼. 그리고 또다시 '노'모 같은 이가 나올 것이다. 인간들은 그 때, 또다시 추모와 애도의 물결을 타곤, 며칠내로 잊을 것이다. 그리곤 또 누군가를 죽일 것이다. 





정지하라. 그냥 정지하라. 
가슴의 들썩임을 무시하고 정지하라. 마음의 요동을 뒤로하고 정지하라. 
그리고 그냥 보라. 
자신만을 보라. 
자기만을 보라. 
자기 안에 있는 그 원초적 무지를 보라.
바로, 바로 그 무지의 문제를 해결하라.
바로, 바로 그 무지에 빠져있는 자기 마음의 문제를 해결하라. 

이것만이 단 하나의 해결책, 또 다른 슬픔과 비통함을 만들어내지 않을 수 있는 단 하나의 유일한 해결책이다. 
모든 인간이 바로 자기, 자신의 무지를 해결할 때, 그 때에야 비로소 이 땅에 진정한 평화가 찾아올 것이다. 
그 전엔? 끊임없이 서로 죽고 죽일 것이다. 그리곤 자기가 죽였다는 사실조차 모를 것이다. 그대와 나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