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니 연재/O형 남자

O형 남자어 사전 - 대쉬 or Not?

이리니 2012. 8. 12. 08:02





얼마 전 ‘남자어/여자어 사전’ 이 네티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당시엔 ‘또 뭔 애들 장난?' 하며 별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헌데 어제 남녀닷컴 ‘여자어 사전’ 코너에 ‘세지니’ 란 닉네임을 쓰시는 분이 시중에 떠도는 여자어 사전을 한땀한땀 정성껏 게시판에 올려주셨다. 별 생각없이 들어가 하나하나 읽다 보니, 불현듯 그 안에 나름의 ‘woman thing, girl thing (여자만의 무엇)’ 이 내포 또는 깔려있음을 알게 됐다. 마치 아주 짧고 단순한 몇마디 말이 ‘바로 이게 여자야!’ 라고 외치기라도 하듯 말이다.

그 뒤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그럼 남자어 사전은?’ 이 되지 않았겠나. 검색을 해보니 별 특별한게 없었다. 해서 이 글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예전에도 간혹 주말만 되면 말도 안 되는 글을 쓴 후, ‘그냥 재미로…’ 라고 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그냥 재미로 쓰는 주말판 외전 정도로 봐주시면 되겠다. 


주의 !!! 


1. 이 글은 이리니라는 한 남자에 국한된 글. 이 글의 실제 제목은 ‘이리니라는 한 O형 남자어 사전 – 대쉬 or Not?’ 이다. 그러므로 모든 O형 남자로 확대 해석하시면 안되겠다.  

2. 이 글의 제목 끝에 붙은 ‘대쉬 or Not?’ 이 의미하듯, 이 글은 ‘얘가 대쉬를 하는거야? 아닌거야?’ 라는 한정된 상황만을 상정해 씌어졌다.

3. 위에서 언급했지만 다시 강조한다. 이 글은 그냥 ‘재미’로, 별 뜻 없이 씌어진 글. 이 글을 멀쩡한 남자, 남친 그리고 남편을 판단하고 심판하는 잣대로 삼으셔선 안되겠다


      


A : 이성으로 느끼는 여자일 경우
B : 아닐 경우



01. 밥 먹었니? 같이 먹을까?

A : 일단 네가 어떤 여자인지를 알고 싶어. 내가 생각하는 그런 여자라면 대쉬 기회를 엿보고, 아니라면 우린 그냥 친한 사이.

B : 나 배고파. 밥 먹으러 가는데 네가 그냥 눈에 띈 거야. 사람이 서로 밥 먹으며 친해지는게 나쁠 건 없잖아.

A B 구별법 : 일단 같이 밥을 먹는다. 얘가 먹는거에 집중하면 B. 상대 여자한테 집중하면 A일 가능성이 있음.



02. 주말에 뭐하며 지내?


A : 주말에 주로 뭘하며 지내는지를 보면 많은걸 알 수 있어. ‘그냥…’ 이라면 관심이 많이 식지. ‘오호~’ 라는 내적 탄성이 나오는 개성적 답이라면 합격. ‘책 읽어요’ 도 좋은데, 그 뒤에 이어지는 ‘어떤 책?’ ‘무슨 내용?’ ‘거기에 왜 관심 있는데…?’ 라는 질문에는 대비가 있어야 할거야. 아니라면 ‘주말에 저 그냥 TV 보며 뒹굴거려요’ 라는 뜻이니까. ‘친구 만나서 시내에서…’ 도 개인적으론 별로야. 이런 ‘상습 시내 방랑녀들’ 중에 머리 속이 알찬 여자를 본 적이 없으니까. 아 물론, 삶을 즐긴다는 측면에선 나쁠게 없어. 다만 내 취향은 아니라는거지.   

B : 내가 요즘 통 친구가 없어서 주말에 너무 심심하네. 너도 심심하면 우리 같이…?

A B 구별법 :  ‘그걸 왜 알고 싶어해요?’를 묻는다. 그러면서 눈을 잘 본다. 
돌아오는 답이 아주 편하게 ‘그냥’이면 B, 어떤 식으로든 안색, 몸짓이 편치 않거든 A의 가능성이 있음.
야동 보다가 들킨 넘처럼 ‘화들짝’거리면, 상대녀에 대한 감정이 상당히 클 가능성 농후 (영어로는 crush[각주:1]).


03. 나랑 영화 보러 갈래? (특정 영화 지목이 없는 경우)

A B 로 나눌 필요가 없음. 이건 그냥 A.


04. 이 영화 봤어? (특정 영화 지목이 있는 경우)

A : 일단 네 대답이 Yes 라면, 나에 대한 호감도가 낮진 않다는 얘길거야. 하지만 단지 그 Yes 만으로 나에 대한 너의 감정을 잴 순 없어. 영화를 보러 나온 너의 모습이 많은걸 얘기해 주지. 의식적으로 예쁘게 꾸민 태가 난다면, 날 남자로 의식한다는 얘기. 그냥 친구 만나듯 편히 나왔다면, 날 남자로는 보지 않는다는 얘기니까.  

B : 이 영화 재밌겠는데… (‘같이 보러 갈래?’라는 뜻이 내포돼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말 그대로 그냥 묻는거.)

A B 구별법 : 그 남자의 기색을 살핀다. 포인트가 영화에 가 있으면, B. 상대녀에 가 있으면 A.


05. 폰번 뭐야?

A : 폰번을 일단 ‘준다’는 사실 자체는 많은걸 암시해. 날 경계하진 않는다는 거니까. 문제는 그 다음이지…

B : 다른 애들 번호는 있는데, 얘는 없네…

A B 구별법 :  상대남이 주로 먼저 전화를 걸면, A. 번호 따간 뒤로 감감 무소식, 간혹 뜬금없이 여러 사람 있는 술자리로 불러내거나 하면 B.

★ 주의 
많은 여자들이 이 단계에서 착각들을 열심히 해대는 광경을 봐왔다.
남자가 폰번을 받아간 후, 전화를 여러차례 한다는 것이 ‘나는 네가 좋아!’ 를 의미하진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어디 여자들에게만 ‘신중함’이 있고, 남자들에게는 ‘무대포’만 있겠는가? 대다수의 전화와 그 후의 만남은 ‘간보기’의 성격이 짙다. ’내가 좋아하고 사랑할 만한 여자인가…’ 를 보고자 하는 것이다.


06. 어디 아파? / 무슨 일 있니? / 피곤해 보이는데?

A : 평상시의 그 예쁘고 귀여운 모습이 아니잖아…?

B : 아파 보이는데? / 안 좋은 일이라도 있나? 안색이… / 네 얼굴 많이 푸석해.  

A B 구별법 : 목소리의 ‘톤’과 그 후속 조치에 주목하라. 목소리 톤에 ‘염려’와 ‘안타까움’이 묻어나고, 뒤이은 후속 조치를 취할 의사가 보이면 A.


07. 집에 데려다 줄까?

A : 일단 데려다 달라고 한다면, 나에 대한 어느 정도의 신뢰는 있다는 의미야. 또한 집으로 가는 와중에도 얼마든지 어떤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거니까. 물론 나는 남자로서의 ‘듬직함’ 을 나타내 보이는걸 잊어선 안돼. 최대한 정중하면서도 믿음직스럽게…   

B : 여자 혼자 집에 가는걸 뻔히 알면서도 이 질문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나의 ‘자존심’ 이 용납 못해. 난 남자잖아…

A B 구별법 :  그 상대남의 감정이 궁금하거든 일단 데려다 달라고 하라. 하지만 이 한번으로는 뭔가를 제대로 알기가 힘들다. 그 뒤로 2차, 3차를 잘 보라. 그 상대남 쪽에서 계속 먼저, 선뜻 데려다 주려 한다면, A. 


08. (전화 / 문자 / 카톡) 잘 들어 갔어?

A : 일단 안부를 묻는 것으로 내 감정과 의도를 조금 전달해 볼까? 상대는 어떤 식으로 반응을 해올까? 내가 안부를 물어오는걸 반긴다면 좋은 신호, 반응이 별로면… 음…

B :  남자로서의 예의지, 예의. 암…

A B 구별법 : 안부만을 묻고 뚜~ 면, B. 안부 후, 또 다른 대화 주제를 꺼내거나, 꺼내려 시도하면서 통화/문자/카톡 시간을 늘리려 한다면 A.


09. 술 한잔 할래?

A : 술을 같이 하겠다면, 일단은 OK야. 최소한 둘 사이가 조금은 더 가까워지겠지. 이 여자가 술자리에선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도 궁금하고, 여차하면 나 자신의 이런저런 얘기도 좀 하고 말이지. 그러다 기회가 된다 싶으면, 좀 솔직한 얘기도 털어 놓으면서 상대의 반응도 좀 살피고. 운이 좋으면 상대녀의 마음을 좀 들여다 볼 수 있을지도 몰라.     

B : 술이 고파. 다른 사람들이랑은 이런저런 술자리가 있었는데, 저 사람과는 이상하게 좀 소원하네. 이 참에 술도 좀 하고, 저 사람하고도 좀 친해져볼까…? 

A B 구별법 : 무의미. 왜? 술 마시며 얘기하다 보면 대충은 다 표가 나니까.

단, 두 가지는 명심하자. 첫째, 그 사람이 한 말이 ‘취중진담’일거란 지레짐작은 하지 말자. 진심일 수도 있지만, 사람이 아닌 ‘술’이 한 말일 수도 있다. 둘째, 위에서 언급했듯 그 상대가 ‘술 한잔 하실래요?’ 라고 물은 것은 ‘이 사람은 어떨까? 또 이 사람은 날 어떻게 생각할까?’ 를 보기 위해서지, ‘난 이 사람이 너무 좋아서 꼭 이 사람과 술자리를 가지고 싶어!’ 라는 의미일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몇 번의 만남을 가졌고, 술자리도 몇 번 가졌던 사람이 어느 순간부터 연락이 뜸해졌다고 해서 ‘왜 그래요? 저는 그 사람의 마음을 모르겠어요’ 라는 소리를 하지 말자는 얘기다. 상대가 당신이 이미 좋아져서 만난 것이 아니라, 좋아할만한 사람인지 아닌지를 보기 위해 만났고, 만나보니 ‘아니더라’ 라는 의미일 뿐이니까. 






  1. (속어) (특히 10대 소녀의) […에 대한] 일시적 열중, 홀딱 반함, 첫눈에 반함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