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니 습작/습작

솔로들을 위한 발칙한 상상

이리니 2009. 5. 9. 11:11



 이리니가 쓴 '뽀뽀'와 관련된 글에 달린 댓글과 대학교 시절 관찰한 바가 융합해 영감을 제공한 글이다. 이 글의 주제는,

솔로임을 괴로워 하면서도 왜 이 땅에는 솔로들이 넘치는가?

가 되겠다. 이리니의 뛰어난 오성이 이 안타까운 현실을 어이 외면하겠는가? 염두를 굴리던 중, 발칙한 상상 하나가 톡 튀어올라 활자화하게 되었다. 


    레이저를 쏘았다!
 


 이리니가 20대 후반의 날고 기던 시절, 밤 11시가 넘은 시각, 홀로 버스 정류장에 서서 스멀스멀 기어다니는 야밤의 고독과 스산함을 즐길 때다. 대로변이었기에 인적은 드물었고, 다니던 차도 없던 적막의 시간. 오른쪽 주머니에 꽂은 손에 자그만한 이물질이 잡혔다. 소위 말하는 '레이저 포인터', 직장인들이 상사들 눈치를 보며 쭈뼛쭈뼛 프리젠테이션을 할 때 쓰는 빨간색 레이저가 나가는 포인터다. 발표를 잘만하면 꽤 있어 보이는 물건 아닌가?

 이리니는 열쇠 고리 대용으로 사용하며, 간혹 아이들을 골려주곤 할 때 사용하던 물건이다. 헌데 대로변 저편을 보니 인적 드문 곳에 홀연히 출연한 한 인간이 반대편 인도쪽을 홀로 걷고 있지 않겠는가? 이리니 그 때만해도 레이저의 성질을 몰랐다. 홀로 고고히 쪼옥 뻗어나가는 레이저의 위력을 그때는 몰랐다. 

설마 저기까지 레이저가 가 닿겠어?

라며 그 인간을 향해 레이저를 쏘았다. 빌어먹을. 가서 닿아 버렸다. 그것도 직빵으로. 홀로 걷던 이 인간이 마치 귀신이라도 본 것 마냥 허공에 손을 허우적 거리며 기겁을 하는데, 이리니는 더 기겁 해버렸다. 그 인간, 도대체 얼마나 놀랐으면, 그렇게까지 허우적 거릴 수 있는건가? 사방팔방을 놀란 눈으로 휘둘러보며, 얼이 빠진듯 한 모습을 보니 가슴이 아팠지만 이리니는 서둘러 레이저 포인터를 감추고 먼 산을 바라 봐야만 했다. 속으론 이렇게 끊임없이 되내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웃어선 안돼. 절대 웃어선 안돼. 저 인간이 눈치채게 해선 안돼.
여러분은 절대 쏘지 마라. 애 떨어질지 모른다. 정말이다.


   한국의 경직된 이성 문화 1
 


 이리니는 캐나다가 참 편했다. 사람들이 서로 격의없이 인사하고 어울리는 그네들의 문화가 편했다. 대화하기도 편했고, 어울리기도 편했다.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여인들에게 다가가기가 편했다. 꼬신다는 얘기가 아니다. 사람이 살다보면 일명 '꽂힌다'는 일이 일어나기 마련이고, 소위 호기심도 일지 않던가? 그럴때면 이리니는 그냥 다가가 말을 걸곤 했다. '그쪽이 바쁘지 않으면, 서로 얘기나 좀 하지 않겠냐고...' 왠만하면 합석을 허락한다. 그럼 앉아서 이런 얘기 저런 얘기를 하며, 한 인간의 특정 단편일지라도 보게 되니, 이 아니 기쁜 일인가?

 어느날 펍(Pub)[각주:1]에서 친구들이랑 생맥을 한잔 하던 중, 한국 여인들 두명이 보였다. 이럴 때 써먹으라고 있는 것이 이리니의 출중한 미모 아니겠는가? 가서 말을 걸었다. 한국 여인들이 어떻게 반응했냐고?

휘~ 휘~
말을 안 했다. 손만 휘휘 저었다. 저리 가란 소리겠지. 그 어떤 나라 사람도 초면의 사람에게 이런 식으로 반응하지 않는다. 오직 한 민족, 한국인들만 이렇게 반응한다. 다시 한번 더 말을 걸었다. 말 없이 눈으로 그녀들은 이렇게 말했다. 

저리가! 이 치한 같은 새꺄!
 이 경험 이후로, 다시는 이리니가 한국 여인들에게 다가가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한국의 경직된 이성 문화 2
 


 대학교를 다니던 시절, 찬란한 미모의 꽃을 피우던 이리니에게 여러건의 상담이 접수되곤 했다.

남자 녀석들 왈,
형, 여친 하나만 소개 시켜 주세요. 형 주변에 많잖아요? 응? 응?

여자 후배들 왈, 

오빠, 남친 하나만 소개 시켜 주세요. 오빠, 매일 괜찮은 남자들 하고만 어울리잖아요. 오빠 정도는 아니어도 되니까 그냥 괜찮은 남자 하나만... 예? 예?

 솔로들로 넘쳐났다. 솔로남, 솔로녀들로 넘쳐나는 캠퍼스. 이리니에겐 낯설었고, 기괴했다. 왜? 도대체 왜 자기네들끼리 해결하지 못한단 말인가? 하고 많은 선남선녀들이 모인 교내 캠퍼스에서 왜 '이성관계'가 이토록 딱딱해지다 못해 아예 굳어 버렸단 말인가... 이에 이리니가 나서 보기로 했다. 비록 발칙한 상상에 그쳐 버릴지라도...


   솔로들을 위한 발칙한 상상  
 

 이런 기계가 하나 있다 치자. 목걸이다. 하지만 이 목걸이는 위에서 언급했던 레이저 포인터처럼 레이저를 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타인이 쏜 레이저에 반응해 소리를 낸다거나, 발광[각주:2]하거나, 진동을 낼 수 있다 치자. 이 목걸이가 이리니 감독, 이리니 연출, 이리니 각본, 이리니 제작에 의해 시중에 시판 되었다 치자. 그 이름은 '사랑의 레이저 짝대기'라 하자. 
 

 이름 '솔로남'. 방년 25세. 군 제대 후 복학 했으나, 아저씨 소리를 들으며 연애 전선에서 열외. 오늘도 정처없이 '외로대학교' 캠퍼스를 거닐며, 짝을 물색하느라 여념이 없다. 얼마전 인터넷을 통해 구입한 '사랑의 레이저 짝대기', 일명 '사레짝'을 목에 걸고, 자기처럼 '사레짝'을 목에 건 짝 없는 암 외기러기를 물색하고 있는 중이다. 


 이름 '솔로녀'. 방년 23세. 졸업을 앞 둔 과년한 처자로, 당당히 대기업에 취업했으나 너무 공부만 들고 판 것일까? 이 날까지 남자한테 손목 한번 잡혀본 적 없는 쑥맥인 낭자로 늙어가고 있다. 이 처지를 안타까이 여긴 주변 지인들의 소개로 구입한 '사레짝'을 목에 걸로, 졸업 전에 반드시 '썸씽'을 만들겠다는 불타는 열망으로 겉으론 도도, 고고히 '외로대' 캠퍼스를 거닐고 있다. 

 이런 것이 운명이런가? 솔로남, 첫 눈에 솔로녀에 꽂혀 버리니, 이건 마치 솔로녀 혼자 줌인(ZoonIn)되어 보이는듯 하지 않은가? 망설임도 잠시, 목에 걸린 '사레짝'을 솔로녀를 향해 겨냥, 레이저를 쏘니 상대인 솔로녀의 목에 걸린 '사레짝'이 지랄 발광[각주:3]을 하기 시작한다.

 조심스레 걷던 솔로녀, 지랄 발광하는 자신의 목에 걸린 사레짝을 보자마자 터질듯 가슴이 두방망이질 친다. 이것이 사랑의 설레임이런가? 조심스레 주위를 살피니, 자신을 향해 사랑의 레이저 짝대기를 겨누고 있는 당당한 어깨의 한 남자가 보이고 있다. 드디어 홀로 고고 도도씽, 솔로녀에게도 봄 날의 '썸씽'이 도래한 것이다.


   이리니의 상상 플러스[각주:4]
 


1. 상기 제품 '사랑의 레이저 짝대기'에 대한 저작권과 상표권은 이리니에게 있다. 
2. 블로그 발행 날짜가 그 증거가 되니, 빼도 박도 못한다. 
3. 아래 추천 버튼을 누르시고 댓글을 달아주신 분들께, '사레짝'을 전원 무료 증정해 드릴 것을 이리니의 미모를 걸고 약속한다.^^

  1. 우리나라로 치면 호프집 정도겠다. [본문으로]
  2. 그 발광이 아니다. 빛을 낸다는 뜻이다. [본문으로]
  3. 빛을 낸다는 뜻이라니까... [본문으로]
  4. 검색 유입을 고려한 소제목 선정. 이리니 센스의 끝은 어디인가? 나 자신이 두렵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