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냇가에 앉아 시내를 물끄러미 보았다. 맑디 맑은 물과 그 속을 헤엄치는 송사리들을 보고 있자니 절로 시름이 씻기우고 잠시나마 고단한 세월마저 잊는듯 했다. 어디쯤서 온 꼬맹이들일까. 피어나는 생명의 힘을 과시라도 하듯 이리 뛰고 저리 구른다. 조금 전의 맑은 물은 어디로 갔으며, 그 안을 노닐던 여린 생명들은 또 어디로 가버렸나. 꼬맹이들의 자그마한 분탕질조차 이기지 못한 시내가 어딘가로 달려간다. 그 혼탁함과 더러움을 안고 어딘가로 바삐 바삐 나아간다. 강가에 앉아 시내들이 하나 둘 끊임없이 모여듬을 보았다. 해진 후 제 어미품을 찾아드는 새끼들이 이럴까. 이런 사연을 안은 시내, 저런 사연을 안은 시내들이 모이고 또 모여든다. 시내들의 온갖 사연이, 온갖 괴로움이, 온갖 고초가 뒤섞였기 때문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