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니 습작/습작

'생활의 달인'에서 캐낸 '성공의 열쇠'

이리니 2009. 5. 26. 20:30


  지금 글을 쓰는 사람은 TV를 거의 보지 않는다. 봐도 얻을게 별로 없는 것이 첫째 이유요, 어린 아이들조차 훌러덩 벗겨서 내보내는 그들의 저급한 상업성이 미워서가 둘째, 인간의 연약함, 나약함을 교묘히 이용해 눈물. 콧물을 짜내게 하고, 그 눈물, 콧물로 자신의 주머니를 채우는 매스컴의 속내를 뻔히 알아서가 셋째다.  

 그렇다고 TV를 완전히 안 보면 왕따되기 십상이라, 밥을 먹을 때와 먹고나서 잠깐씩 TV를 보곤 한다. 가장 좋아하는 프로는 '개그' 프로다. TV를 암만 봐도 얻을게 없으니, 실컷 웃고 심신이나마 건강케 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개중 되도록이면 시청하려 노력하는 프로들이 있다. 하나가 '세상에 이런 일이'고 둘이 '생활의 달인'이라는 프로다. 

 오늘은 이 '생활의 달인'이라는 프로그램을 소재로 글타래를 한번 풀어볼까 한다. 


 인간 최대의 적 - 시간  

 

 인간은 부정하고 싶어한다. 자신의 수명이 제한되어 있다는 사실을...
하지만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듯, 인간이 아무리 부정하려 한다해도 인간의 수명이 극소수를 제외하곤 수십년으로 제한되어 있다는 사실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인간 최대의 적은 '시간'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한정된 수명을 타고 났음에도 인간의 삶의 과정은 야속할 정도로 고달프다. 완전 무방비 상태로 태어나 수년을 부모의 극진한 보호하에 있어야 한다. 동물의 새끼들은 나서 며칠 후면 뛰고 구르지만, 인간의 아기들은 주변의 보호가 없으면 생명이 위태롭다. 말은 커녕 자신의 몸조차 제대로 가누지 못하니까.

 이제 아장아장 걸을 무렵이면, 서서히 준비를 해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무엇을? 세상에 나아갈 준비를...
이 세상에 나아갈 준비를 인간들은 '교육'이라 부른다. 왜 이토록 어린 나이서부터 인간들은 고달픈 교육을 받지 않으면 안되게 됐을까...? 

 기존의 인간들이 만들어 놓은 세상이 너무나도 복잡해져 버렸기 때문이다. 항상 그랬다. 전대에 있은 인간들보다 후대에 있게 된 인간들이 항상 복잡한 세상을 맞이했다. 그에 따라 많은 것을 준비해야 했고, 그만큼 고달프게 됐다. 지금도 인간들은 세상과 삶을 쓸데없이 복잡하게 만드느라 여념이 없다. 후대에 올 아이들은 더욱 많은걸 공부하고 익히지 않으면 세상에 적응해내기 힘들 것이다.

 그에 따라 아장아장 걸을 무렵부터 고달픈 '교육'의 바다에 떠밀린 아이들은 허우적 허우적 거리며, 중고등학교를 거치고, 필요하면 대학에 진학하게 된다. 대학을 졸업하면, 세상에 나갈 준비가 되냐고?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소리다. 학교에서 배우는 소위 국, 영, 수, 과, 사 어쩌고 저쩌고를 가지고 세상에 나가 어디에 써먹겠는가? 대학에서 책으로만 배운 죽은 지식으로 세상에 나가 대체 뭘 하겠는가? 이것이 오늘날의 젊은이들이 처해 있는 현실인거다. 열라 배웠는데, 정작 써먹을데가 없는거다. 

 사람들의 평균 수명을 계산하기 편하게 그냥 80이라 하자. 군대 갔다온 남자는 20대 후반, 여자는 20대 중반까지 교육을 받는다. 이것도 그냥 계산 편하게 30이라 하자. 몇년 남았나? 50년 남았다. 남은 50년 멋지게 살면되지 않냐고? 가능하신 분은 그렇게 하시면 된다. 근데 정말 가능한가?

 육체를 고려해야 한다. 인간의 의지와 상관없이 시간과 함께 끊임없이 노화해 가는 육체를...  


 * 이 육체의 허망함과 삶의 무상함을 넘어갈 수는 없을까? 있다. 하지만 인간들의 대다수는 육체를 가진 '영생'에는 관심이 있을지언정 '진리'라 칭해지는 이런 부분에는 관심이 없다. 극소수를 제외하곤... 

 그래서 언급하지 않겠다. 필요하신 분들은 주변에 있는 현자, 스승들의 도움을 받으시면 되겠다. 부처님을 따르든, 예수님을 따르든 상관없다. 그 분들이 가리켜 보이는 목표점은 같다. 손가락만 다를 뿐, 그 분들이 가리켜 보이는 지점은 동일하다. 
 

 
 아이러니 - 인간 최대의 도우미 '시간'  

 

 위에서 끊임없이 우울한 얘기를 늘어 놓았다. 하지만 그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들은 '성공'에 목말라 한다. 뭔가를 이루고자 한다. 삶의 보람을 찾고자 한다. 어떻게 해야할까?

 글을 쓰는 이리니는 '생활의 달인'이라는 프로를 보고 그 실마리를 찾았다. 물론 많은 분들이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기도 하다. 그 부분을 다시 상기, 되짚어 보자.

 직업에 귀천이 없다란 말은 있다. 하지만 이 말을 가슴 깊이 받아 들이고 있는 이들이 몇이나 될까? 너나 없이 대기업, 재벌, 연예인, '사'자 돌림의 직업을 운운하며, 그런 직업, 재산, 지위를 가질 수만 있다면 가지려 할 것이다. 이 '생활의 달인'이라는 프로가 무엇보다 소중히 여겨지는 이유가 여기 있다. 우리 주변의 아주 평범한 일들을 하시는 분들, 우리가 거의 주목조차 하지 않는 곳에서 일하시는 분들을 우리로 하여금 주목케 한다는 점이다. 


 이 프로에 등장하시는 분들의 직업은 정말로 다양하다. 박스를 운반하시는 분, 가스 배달을 하시는 분, 신문 배달을 하시는 분, 제조업 공장에서 일하시는 분 등등. 근데 이분들이 등장만 하면 정말로 놀라운 장면이 연출된다. '저게 과연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인가...?' 싶은 일도 아주 손쉽게, 거뜬히 해내는 모습을 연출하곤 한다. 달인을 넘어 '초인'이 아닌가 말이다.

 이들이 달인, 초인이 된 비결은 뭘까? 그렇다. 바로 인간들의 적, '시간'이다. 
  
 이 분들은 그다지 주목 받지도 못하는 일을, 적게는 수년, 길게는 수십년을 매일 같이 해왔다고 고백한다. 한마디로 한 우물만 수년, 수십년 주구장창 파온거다. 그래서 달인, 초인이 된거다. 

 이 분들은 몸소 아래의 사실을 증명해 보이고 있다.

한가지 일을 일정시간 이상 꾸준히 하면, 누구나 그 일에 대해서 만큼은 달인, 초인이 될 수 있다.
 


 누구나 다 아는 성공의 열쇠, 하지만...  

 

 헛똑똑이란 말이 있다. 이것저것 아는 것은 많은데, 사실상 정말로 깊이 아는 것은 없고, 이것저것 제법 잘 하기는 하는데, 특출나게 잘 하는 것이 없는 이들을 일컫는 말이다. 그리고 이들이 정말로 다재다능한 것은 맞다. 근데 의외로 성공한 인물들 중에는 다재다능한 인물이 드물다는 기현상을 관찰할 수 있는데, 왜일까?

 부모는 자식이 아들이면 슈퍼맨으로, 딸이면 원더우먼으로 키우고자 할 때가 있다. 헛똑똑이로 만들지 모른다.
 남자는 '슈퍼맨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한마디로 뭐든 잘하는 일당백의 슈퍼맨이 되고 싶어하는거다. 역시 헛똑똑이가 될지 모른다.

 한 우물 파기
이거 정말 어렵다. 하지만 이것만큼 확실한 성공의 열쇠도 드물다. 월 매출 수천에서 수억을 기록하는 음식점이 있다. 보통 수십년의 전통을 가졌다. 많은 음식을 하지도 않는다. 특화된 음식 하나 아니면 둘, 이것이 전부다. 명인, 장인이라 불리며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이들이 있다. 역시 보통 수십년이다. 

 작심삼일.
범부들에게 늘상 따라 붙는 말이다. 연초 계획, 삼일만에 실패. 금연 계획, 삼일만에 포기.... 왜일까?


 실패의 소용돌이  

 

 
 작심삼일의 원인... 많은 이유들이 있을거다. 글쓰는 이는 하나만 지적해 보고자 한다. '조바심'.

 한마디로 빨리 이루어내고 싶은거다. 왜? 시간이 한정되어 있으니까... 삶이 시간으로 제한되어 있으니까...

 우리는 여기서 인간들을 끊임없이 실패로 이끄는 무시무시한 '실패의 소용돌이'를 발견할 수 있다. 

시간의 제한, 삶의 제한을 느낀다 → 조바심을 낸다 → 실패한다 → 이 실패는 더 조바심을 내게하고 시간에 쫓기게 만든다 → 다시 조바심을 낸다 → 또 실패한다 → 더 더 더 조바심을 낸다 → 또 또 또 실패한다 → .... → .... → .... → 결국 인생에서 실패한다. 게임 오버다.


 슈퍼맨이 아니라 장인이 되는 건 어떨까...  

 

 글쓰는 사람도 소싯적에는 모든 일에 능통, 일당백, 만인이 우러러보는 능력남. 바로 그 슈퍼맨이 되고 싶었다. 헌데 나이가 조금 들다보니 이게 터무니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됨과 동시에 삶이라는 것이 '뭔가 하나만 잘하면, 참 살기가 쉽다'라는 단순한 이치를 깨닫게 됐다. 무엇이든 상관이 없다. 뭔가 하나만 잘하면 흔히 말하는 '먹고 살기'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헌데 이상하게 뭔가 잘 하는 하나, 이게 없다

 왜? 슈퍼맨이 되려고 이것저것 찝쩍거리기만 하다가 헛똑똑이가 되어 버린거다. 

 성공의 가도를 달리고 싶어하시는 분들, 아이 교육에 골머리를 앓고 계시는 부모님들은 이렇게 발상의 전환을 해보시는건 어떨까?

모든 일을 잘하는 슈퍼맨이 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하나만 기가 막히게, 기똥차게 잘하는 장인이 되기.
 
 
 장인이 될려면...  

 

 군대를 갔을 때다. 행군을 했다. 헌데 조교가 이리저리 미친 말처럼 뛰어다니며 이렇게 소리쳤다. 

도저히 안되겠거든, 앞사람 발 뒤꿈치만 보고 걸으란 말야, 알아 듣겠어?

 처음엔 무슨 개소린가 싶었다. 근데 행군을 한 한시간 했을까... 도저히 앞을 보고 걸을 수가 없었다. 강원도에 산이 많다더니, 그것도 말짱 거짓말이라 생각했다. 무슨 놈의 도로가 그토록 일직선으로 올곧게 뻗어있단 말인가? 끝없이 펼쳐져 있는 그 기나긴 도로를 걸어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때마다, 다리에서 힘이 쭉 빠지며 몸이 절로 주저 앉으려 했다. 쪽팔리게 낙오할 수는 없다 싶어, 보기 싫은 빨간모자 조교의 개소리를 따라하기로 했다. 앞사람의 발 뒤꿈치만을 보고 걷기 시작했다. 정말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조금전만 해도 주저 앉을것 같더니, 이게 걸어지는거다. 그렇게 앞사람 전투화 뒤축만 보고 무작정 걸었더니, 그 긴 길을 다 걷게 되었다. 죽지 않고, 낙오하지 않고 행군을 끝마쳤다. 

 이리니는 이 '군대 행군'안에 '장인 되는 법'의 모든 것이 들어있다고 생각한다.


 20-30킬로미터가 넘는 기나긴 길을 수십 킬로에 달하는 군장을 짊어지고 걸어가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목표 지점을 알고 있고, 그 길이 고달플 거라는 사실도 알고 있다. 이 부분은 장기적 안목, 장기적 계획에 상응한다. 

 그 먼길을, 적게는 수 년, 길게는 수십년을 걷자니 앞이 캄캄해지고, 포기하고 싶고, 주저앉고 싶은거다. 이럴 때는 그 길게 뻗어있는 앞 길을 보지말고, 자기 바로 앞에 있는 이의 발 뒤꿈치, 즉, 자기 바로 눈 앞에 있는 자기 일에만 몰입하는거다. 그 상태로 걷고, 걷고 또 걷는거다. 그러다보면 반드시 도달한다. 달인, 초인이 되는 지점에, 성공이라는 결승점에...


 마무리  

 

 휴... 쓰다보니 더럽게 긴 글이 되어버렸다. 취할 것은 취하시고, 버리실 것은 버리시면 되겠다. 

 긴 글을 주욱 읽다보면 앞의 내용이 가물거리기도 하니 마지막으로 요점만을 정리하고, 글을 마치자.


누구나 알지만 자주 잊어버리는 "성공의 열쇠"
 1. 적게는 수 년, 길게는 수 십년. 자기가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를 위해 이 기나긴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것을 명확히 인식하고 그와 동시에 실천해 나간다.

2. 수 년, 수 십년이라는 길게 뻗은 길을 가돼, 매일매일 자신의 바로 앞에 놓여지는 자신의 일에 집중한다. 

 글쓴이는 글쓰기의 장인이 되기 위해 지금 이 순간도 열심히 글을 쓰고 있다. 언제 장인이 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글을 쓰고 또 쓸 것이다. 수 년, 수 십년 계속 계속 글을 쓸 것이다. 

 여러분들은 어떤 분야의 장인이 되고 싶으신가? 우리 모두가 언젠가 각 분야의 장인이 되어 서로 만나는 날을 꿈꾸면서 글을 마친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한다. ^^


관련 링크 : 젊은이들, 세상에의 첫 발, 그 힘겨운 한걸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