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팁

'영어'에 대한 한국인의 고약한 '고정관념'

이리니 2009. 6. 26. 07:30


 나이 스물 셋에 대한민국 최고의 지옥 불구덩이, 그 '군대'에서 탈출하는데 성공했다. '야호! 만세!'를 외치기도 잠시, 사회라는 최악, 극악의 불구덩이가 이리니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약한 인간들을 끊임없이 집어삼키며 그 몸집을 불리고 또 불려온 사회는 당시 이리니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넌 '영어'를 해야만 해. 그렇지 못하면 넌 인생의 패배자가 될거야. 존말로 할 때, 그냥 해!
 나이 스물셋에 무엇을 알았으랴...? 세상이, 사회가 가하는 엄청난 압력과 압박에 겁을 잔뜩 집어먹곤, '영어라는 바다'에 풍덩하고 빠지고 말았다. 그리곤 허우적 거렸다. 빠져 죽지 않기 위해, 무수한 지푸라기를 잡으려 했다. 하지만 그 지푸라기들의 대다수는 썩어있었다. 잡으니 끊어졌다. 도로 바다에 빠질수 밖에. 다른 지푸라기를 잡았다. 또 끊어졌다. 또 빠졌다. 이런 과정이 수없이 반복되며, 쓰디 쓰고, 짜디 짠 영어의 바닷물을 죽을만큼 마셔야만 했다. 

 오늘 이 글은 그 썩은 지푸라기에 대한 글이다. 개중 '영어에 대한 고정관념'이라는 망할 지푸라기에 대한 글이다. 


 영어는 공부하는 것이다...?  

 

 여러분들에게 이렇게 물어보자.
여러분들은 지금처럼 한국어를 구사하기 위해 공부를 하셨습니까?
 한국어 문자를 읽고 쓰기 위한 공부는 하셨을거다. 하지만 여러분들이 지금처럼 말하고, 듣고, 이해하기 위해서 따로 공부를 하신 분은 아무도 없으실거다. 누구나 다 그냥 자라오면서 저절로 한국어 능력을 가지게 되셨을거다. 

 이 말을 조금 어렵게하면 이렇게 된다. 
언어의 습득은 무의식적 과정이다. 

 문제는? 보통 사람들이 말하는 '공부'는 언제나 '의식적 노력'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재미난 사실 한가지를 발견하게 된다. 영어공부에 매달려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런 의문을 한번쯤은 가져 보셨을 것이다. 

 왜 영어공부는 힘들고, 어려울까? 또 그렇게 힘들게 공부를 했음에도 왜 효과가 별로 없을까...?
 그 이유는 대단히 단순하다. 

무의식적 언어 습득을 '의식적'으로, 다른 말로 억지로, 하려 하기 때문이다. 

 사실 바로 여기에 '언어 습득의 비밀'이 숨겨져 있다. 오늘 이 글은 '고정관념'에 대한 글인만큼 이 정도의 언급만으로도 충분하리라 생각한다. 언제 기회가 닿는다면 상세히 다루도록 하고 다음으로 넘어가자. 


  
 한국어와 영어는 다르다?  

 

 세세히 부분적으로 따질 경우, 이 두 언어는 완전히 다르다. 이 부분은 꼭 기억을 하셔야 한다. 세부적으로 영어는 한국어와는 완전히 다른 언어다. 이 사실을 간과한 상태로 영어 공부에 뛰어들 경우, 무수한 세월을 헛짓으로 낭비하게 될지 모른다. 여기에 대한 자세한 얘기는 다른 글에서 다룰 예정이니, 이 글에서는 여기까지만 언급하자.

 그렇다면 '세부적'이 아닐 경우라면 어떨까? 즉, 뿌리 부분은 어떨까... 이 말이다. 영어와 한국어를 '나무'에 비유했을 때, '숲'은 어떨까... 이 말이다. 

'한국어와 영어는 언어이다'라는 근본적 관점에서 보면, 이 두 언어의 뿌리는 사실상 하나로써 동일하다.
이 둘은 그냥 언어일 뿐이다. 그렇다면 언어란 무엇일까? 사람들 사이의 의사소통을 위한 약속일 뿐이다. 한국어는 한국인들 사이의 약속이며, 영어는 영어권 사람들끼리의 약속일 뿐이다. 

 이 사실을 아는 것이 왜 중요할까? 결론만 말하자면, '인간 정신의 나약함' 때문이다. 

 시험을 앞둔 한 학생이 있다고 가정하자. 그간 꾸준히 공부를 하지 않아, 공부해야 할 범위가 엄청나게 많다. 페이지수를 따져보니 100페이지가 넘는다. 책을 휘리릭 넘겨보니 그 양이 장난이 아니다. '이걸 도대체 언제 다 보지? 시험일은 며칠 남지도 않았는데, 무슨 수로 이걸 다 외우지? 에이, 미치겠네...' 이런 생각만을 반복하다 결국 이런 소리를 내뱉게 된다. '에이 몰라. 포기. 에이 짜증나...' 이런 경험들 없으신가? 문제는 이런 과정이 영어 익히기, 외국어 익히기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는 점이다. 

 영어 또는 다른 외국어를 익히려고 보니 이게 장난이 아닌거다. 머리가 깨질듯 복잡한 문법에서 시작해, 혀를 아무리 꼬고 또 꼬아도 제대로 나지 않는 낯선 발음, 들어도 들어도 들리지 않는 괴상한 외국어의 소리에 이르기까지... 결국 이런 저런 부정적인 생각, 커버해야만 할 것처럼 보이는 방대한 분량에 압도되고선 이런 소리를 내뱉게 되는거다. 
포기!
 하지만 이런 발상이라면 어떨까?
영어는 영어권 사람들의 약속에 불과해. 그 약속들을 모두 한꺼번에 다 익힐 수는 없어. 하지만 하나하나 천천히 그네들의 약속을 익혀 간다면, 그네들과의 의사소통에는 아무 문제가 없을거야. 

 정리하자. 
'언어 익히기'는 단순히 '약속 익히기'에 불과하다.
 
 이 '단순화'는 '인간의 나약한 정신'이 '너무 어려워! 너무 복잡해! 그래서 포기!'라는 말을 내뱉는 고질적인 질병에 대한 예방접종이자 백신이다, 치료제이다. 그래서 이 사실을 아는 것이 그토록 중요한 것이다. 

 크게 다시 한번 복창하고 다음으로 넘어가자. ^^
 한국어와 영어는 단지 언어일 뿐이다. 이 언어는 사람들 사이의 약속일 뿐이다. 고로 외국어 익히기는 간단히 말해 '외국인들의 의사소통을 위한 약속을 익히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간단하다! 쉽다!

 그러니 나아가자! 아자 아자! ^^ 

[ 이리니의 돌발 퀴즈 ]
1. 외국어를 익히는 최상의 방법은 무엇일까요...?
* 댓글을 통해 정답을 맞추신 분께는 꽃미남 이리니의 전신 누드 브로마이드를 증...정... --;




 '영어 능력'과 '영어 성적'의 혼동  

 

 간단히 하자. 
한국인들은 '한국어 능력'을 이미 가지고 있다. 이네들에게 '국어 시험'을 치르게 하고 그 성적을 보자. 어떤 결과가 나올까...? 모르긴 몰라도 아이들 보기 부끄러운 참담한 결과가 나올 것이다. 이리니가 예전 영어 선생이라는 직업을 가지고 밥을 벌어 먹을 때, 고3들이 보는 '언어 영역' 시험지를 들었던 적이 있다. 어떻게 됐냐고...? 펜을 쥔 손을 부들부들 떨다가 이렇게 말했다. 
난 영어 선생이지, 국어 선생이 아니야! --;
 이걸 역으로 영어에 적용하면 어떨까? 영어권 사람들에게 한국의 대히트 유행, 토익과 토플 시험을 치르게 하자. 어떤 결과가 나올까? 역시나 참담, 비참한 결과가 나올 것이다. 

 한국어 능력을 가진 한국인이 한국어 시험을 보면, 제대로 성적이 나오지 않는다.
 영어 능력을 가진 영어 원어민이 영어 시험을 보면. 제대로 성적이 나오지 않는다. 

 이 사실에서 다음과 같은 결론을 끌어낼 수 있다. 
한국어 능력이 한국어 시험 성적과 별개이듯, 영어 능력은 영어 시험 성적과는 사뭇 별개이다.  



 '영어 시험 공부'와 '영어 공부'의 혼동  

 

 한국인들의 대다수는 이 '영어 시험 공부'와 '영어 공부'를 혼동하거나, 아니면 혼용해서 사용한다. 역시나 간단히 하자. 

 영어 시험 공부란? 
특정 영어 시험에서 높은 성적을 받기 위해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특정 영어시험에서 높은 성적을 받는다는 것이 높은 영어 능력을 의미하진 않는다. 


 영어 공부란? 
 영어라는 언어 자체를 익히는 것이다. 길게 풀자면, 영어의 말하기, 듣기, 쓰기, 읽기를 체득해,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다. 이런 이유로 어떤 영어 전문가들은 '영어 공부'란 표현보다는 '영어 익히기'란 표현을 더 선호한다. 영어로는 'study' 가 아니라 'acquire' 다. acquire를 사전에서 찾으면 이렇게 나온다. 
acquire : (지식·학문 등을 노력하여) 얻다, 배우다, 습득하다; (습관 등을) 몸에 익히다, 지니게 되다.

'공부하다'와 '익히다'의 차이를 아시겠는가? 언어는 사실상 머리로 공부해 외우는 것이라기 보다, 삶 속의 체험을 통해 온 몸과 마음으로 습득, 체득하는 것에 더 가깝다. 

 이 둘의 차이를 모를 경우,
 대학생 A는 시중에 나와있는 토익을 열심히 공부했다. 영어시험 공부를 한거다. 취업에 성공한다. 어느 날, 난데없이 그 기업 측에서 A의 영어성적만을 보고 A를 영어를 사용해야만 하는 현장으로 투입한다. A는 글로 써진 시험지에서 답을 찾아낸 적은 있을지언정, 정작 사람에게 영어로 대화를 해본 적은 별로 없다. 해외 바이어 앞에서 꿀먹은 벙어리마냥 어리버리하고 있다가 기업의 중요한 일을 망치고 만다. 회사와 직장 상사의 따가운 눈초리로 괴롭기가 그지 없다. 이 때서야 비로소 A는 깨닫는다. 자신이 죽자고 열심히 공부했던 것이 정작 알고보니 '죽은 영어 지식'뿐이었음을...

 결론.
 영어의 바다에 뛰어들기 전에 '자신의 목표'가 무엇인지를 명확히 하자. 
 '영어 시험 성적' 인가? 아니면 '영어 능력' 인가?
 
 기억하자. '시험 성적'을 얻기 위한 영어 공부와 '영어 능력'을 얻기 위한 영어 공부는 사뭇 별개다. 



 언어 능력을 가르치거나 배울 수 있다?  

 

 이 부분은 여러가지 이견이 있을 수 있다. 그냥 간단히 이리니의 개인적 생각만을 밝히고 넘어가자. 이렇게 여러분들에게 묻고 싶다. 
여러분들은 여러분의 아들이나 딸에게 '한국어 능력'을 가르치거나 전달할 수 있는가?
여러분들은 태어난 이 후, 그 누구에게 '한국어 능력'을 배우거나 전달 받은 일이 있는가?
 아마 '없다'란 대답이 압도적 다수를 이룰 것이다. 

 왜?
 인간들의 언어 습득, 모국어 습득은 사실 자신도 모르게 그냥 저절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인간들 스스로가 익히는 것(능동)이 아니라 익혀지는 것(수동)이기 때문이다. 위에서 이미 언급했듯, '무의식적'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많은 전문가들이 외국어를 익히는 제 일의 조건으로 '그 언어를 사용하는 환경'을 뽑는 이유다. 


 그 나라에 가면?  

 

 많은 이들이 위에서 말한 그 '환경'에 대한 얘기를 듣고 특정 언어를 사용하는 나라에 가기만 하면, 저절로 그 언어가 익혀질 것이라 생각한다. 이 부정확한 추측이 사실 '어학 연수' 열풍, 조기 유학 열풍을 일으키고, 힘들게 번 외화를 외국의 길바닥에 냅다 버리고 오는 웃지 못할 진풍경이 생겨나는 대표적 이유중 하나다. 

언어 능력은 뇌의 발달과 직접적 연관이 있다.
뇌의 발달은? 나이와 직접적 연관이 있다.
고로 언어 능력은 '나이'와 직접적 연관이 있다.


 누군가가 영어를 원어민 수준으로 구사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캐나다로 이민을 간다고 가정하자. 이 이민자가 과연 몇 살 이하여야 원어민 정도의 영어 구사 능력을 가질 가능성이 있을까? 역시나 언어 학자들 사이에 많은 이견이 있지만, 이리니가 읽은 책에 의하면 최대로 잡았을 때,
17 세

 즉, 이 연구에 따르면 18세 이상의 사람이 캐나다로 이민을 가서 죽는 그 날까지 살아도 원어민 수준의 영어 능력을 갖추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왜? 그것은 때문이다. 타임지에도 비슷한 내용의 기사가 실린 적이 있다. 그 내용과 이리니가 읽은 책의 내용을 간추리면 이렇다. 
 뇌에는 모국어를 담는 특정 영역이 있다. 어떤 이가 특정 연령 이하일 때, 모국어와 외국어를 동시에 익힐 경우, 그 외국어는 모국어 영역에 모국어와 함께 자리 잡는다. 다시 말해, 외국어이지만 모국어처럼 익혀지거나 아예 모국어가 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뇌의 발달이 완료된 특정 연령 이후에 외국어를 익힐 경우, 모국어 영역이 아니라, 뇌의 다른 곳에 조금씩 그 외국어 영역이 자리잡게 된다. 왜? 뇌의 발달 완료와 함께 그 모국어 영역이 사실상 닫혀 버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정 연령 이전에 익힌 외국어는 모국어처럼 잘 잊혀지지 않는 반면에, 일정 연령 이후에 익힌 외국어는 지속적으로 학습하지 않을 경우 손쉽게 잊혀지게 되는 것이다. 생물학적으로는 그 외국어 영역이 뇌에서 적어지거나 사라지는 것이다.
 저 뇌의 발달이 완료되는 시점이 평균적으로 17세라고 한다. 이 말을 다시 하면, 18세 이상인 사람은 외국어를 익히기 위해 인위적인 노력이 필요하며, 또한 그 노력이 지속적이어야만 한다는 뜻이다. 또한 뇌에서 이미 모국어 영역의 발달이 완료된 상태이므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야만 한다는 뜻, 즉 그 만큼 힘들고 고달프다는 뜻이다. 


주의사항
  • 17세 이하일 경우, 이민을 가면 아무런 노력없이 저절로 외국어가 익혀진다? 터무니 없는 소리다. 
  • 영어 조기 교육은 무조건 옳다? 뇌의 발달은 인간의 인위적 노력이 미칠 수 있는 범위 밖에 있다. 자칫 영어 조기 교육이 실패할 경우, 아이에게 여러가지 언어 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므로, 엄청난 주의가 필요하다.
  • 18세 이상의 나이일 경우, 외국어를 익히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소리가 아니다. 다만 '원어민과 동일한 수준'이 되는 것이 힘들다는 것일 뿐, 외국어를 익히는 것은 어느 연령대에나 가능하다는 사실도 유념하자.   



 원어민 강사가 잘 가르친다?  

 

 한국어를 익히고자 하는 한 미국인이 있다고 가정하자. 그리고 여러분들은 한국어 능력을 이미 가지고 있다. 즉, 여러분은 한국어 원어민인거다. 그에 따라 이리니가 그 미국인을 여러분에게 보내면서 이렇게 요청한다 치자. 
저 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세요.
 잘 하실 수 있는가? '없다'라고 답하시는 분이 많으실거다.

 왜일까? 역시나 위에서 언급한 '무의식적 과정' 때문이다. 길게 풀어보자. 
 한국인인 우리는 한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한다. 문제는? 도대체 어떻게 우리가 한국어 능력을 가지게 됐는지를 모른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우리 한국인들은 살아오면서 무의식적으로 한국어가 익혀지며 체화, 체득된 것이므로, '한국어 능력 익히는 법'을 모르는 것이다. 그러니 무슨 수로 가르치겠는가?

 역으로도 마찬가지다. 영어 원어민들은 영어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어떻게 그리고 무슨 수로 그 영어 능력을 가지게 된 것인지를 모른다. 따라서 '영어 능력 가지는 법'을 우리에게 가르쳐주지 못한다.
 
 한마디로,
언어를 구사한다와 그 언어를 가르친다는 전혀 별개의 문제다. 

 이것이 바로 '영어 교수법, 영어 교육학'을 전문으로 공부했거나 연구한 고급 원어민 강사가 필요한 이유이다. 그렇다고 '교수법, 교육학'을 공부하지 않은 원어민 강사는 모두 나쁘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이들은 최소한 원어민과 직접 의사소통을 하며 영어를 익히고 체득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오랜시간 가르친 경험을 통해 체득한 나름의 노하우는 어떤 측면에서는 공식화된 교수법이나 교육학보다 훨씬 현실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된다. 

 이 파트의 결론은 단순하다.
영어를 잘 가르치는 원어민 강사는 있다. 하지만 원어민 강사 모두가 무조건 영어를 잘 가르칠 것이라는 생각은 잘못된 고정관념이다. 



 무조건 많이 들으면 들린다?  

 

 involutional melancholia 란 표현이 있다 치자. 이 표현을 아시는 분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제 이 표현을 모르는 사람이 이걸 녹음해 두고 수천번 수만번을 반복해서 듣는다고 가정하자. 과연 들릴까?

 들리지 않는다. 왜? 이유는 단순하다. 이 표현의 '의미, 뜻'을 모르기 때문이다. 이 표현을 사전에서 찾으면 ' 퇴행기 울병(鬱病)'이라고 나온다. '퇴행기 울병(鬱病)', 이거 분명히 한글이다. 이걸 다시 녹음기에 녹음해서 수천, 수만번을 들어보자. 들리겠는가? 당연히 소리는 들린다. 하지만? 맞다. 그 뜻을 모르는 한, 수만번을 반복해도 저 표현이 뭘 의미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정확히 말해, 한국어임에도 불구하고 들리지 않고, 이해되지 않는 것이다.

 여기서 영어에 대한 수많은 명언 중 하나가 나온다. 
자기가 아는 단어, 아는 표현 들린다. 

 영어 듣기 능력 향상을 위한 공부방법 중 가장 대표적인 방법이 바로 dictation, 즉 '받아 쓰기'다. 이 방법을 잘못 이해하면 생판 무슨 뜻인지 모르는 단어들과 표현들이 득실거리는 테입, CD를 틀어놓고 그걸 열심히 받아 적으려 진땀을 흘리는 헛고생을 하게 된다.

 사실상 무작정 영어 많이 듣기는 딱 하나의 이득이 있을  뿐이다. 그건 바로 '영어 소리에 익숙해지기'다. 하지만 영어 소리에 익숙해져서 그 영어 단어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해서 그 단어, 표현의 뜻을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란 사실을 유념하자. 이건 듣기가 아니다. 

듣기의 진정한 의미는 '듣고 이해한다' 이다. 



 영어 공부하러 어학연수 간다...?  

 

 그간 무수히 많은 학생들, 특히 대학생들이 어학연수를 가서 공부를 하려 하는 모습을 보아왔다. 결과? 대다수의 학생들은 이렇게 말하며 쓸쓸히 귀국한다. 
영어가 어디 하루이틀만에 되겠어...?
  당연히 안된다. 그렇다면 문제가 무엇일까? 이 사실을 기억하자. 
1. 필요한 언어 공부는 어학연수 에 해야 한다. 
2. 어학연수는 공부한 언어를 실전에, 현실에 써먹으면서 연습, 습득, 체득하러 가는 것이다. 

 일정 수준의 공부 없이 그냥 가는 어학연수는 딱 세가지의 이득만 있다. 첫째는 외국에서 생활해 봤다는 경험, 둘째는 약간의 듣기 능력 향상, 셋째는 관광이다. 그 댓가로 엄청난 액수의 달러를 지불하는 것이다. 

 만약 어학연수 기간을 2년 이상 잡는다면 상관없다. 왜? 1년은 영어공부에 매진하고, 나머지 1년은 연습하며 습득하는데 쓰면 효과를 볼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왠만해선 이 정도로 긴 기간을 어학연수에 할애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보통은 6개월, 길어봤자 1년 정도다. 문제는 이 짧은 기간 체류할 것이면서, 일정 수준 이상의 문법지식, 독해실력, 영어 표현들의 습득 없이 가는 어학 연수는 거의 별다른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하지만 한국에서의 충실한 영어 공부 후에 떠난 준비된 어학연수는 비록 짧은 3개월, 6개월의 기간만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다. 

 간혹 대학생들이 방학을 맞아 떠나는 두 달짜리 어학연수가 있다. 이건 연수가 아니라 관광이다. 그냥 외국에 머물면서 외국물 잠깐 먹는 것에 불과하다는 소리다. 아, 물론 이력서 작성할 때 '어학 연수'란 말을 집어넣을 수 있는 이점도 있긴 있다. 

 진짜 어학능력을 기르기 위한 진짜 어학연수를 계획하고 계시다면, 아래 사항을 한번쯤 염두에 두시길 바란다.  
공부의 대부분은 연수 떠나기 전에, 연수를 가서는 연습과 습득을 위주로 하고 짬짬이 부족한 공부를...

 
 
 마무리  

 

 쓰고 보니 역시나 엄청난 길이의 장문이 되어 버렸다. 어쩔 수 없이 더 쓸 꺼리가 있음에도 억지로 글을 줄일 수 밖에 없었다. 영어란 언어 자체에 대해, 영어 학습의 세부적인 부분,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며 보고 느낀 점 등등... 이 모든 것은 다음 글로 미루자. 

 현재 머리 속에 그려진 다음 '영어에 대한 글'들은 대략 아래 정도다. 
  • 영어 익히기 최상의 비법
  • 영어 발음에 대한 오해
  • 영어 독해의 진실
  • 영어 문법, 정말 필수인가?
  • 효과적인 영어 듣기
  • 어학연수 잘 가는 법

 사실 영어에 대한 다음 글이 언제 발행될지는 죄송스럽게도 장담을 드릴 수가 없다. 그래도 혹 필요한 분이 계시다면, RSS 구독을 한번 권해 드리고 싶다. 그 방법을 모르시는 분들은 블로그 글 구독하는 법을 참고 하시면, 다음에 발행되는 글을 빠르고 쉽게 접하실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필요없는 글은 읽지 않으실 수도 있다.

 그리고 혹 질문이 있으신 분은 댓글로 질문을 하셔도 무방하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짧은 글을 발행해서라도 올라오는 질문에 답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영어로 인해 고통스러워 하시는 분들, 정말 많이 봐왔다. 그런 분들께 조금의 도움이나마 되었으면하는 자그마한 바램만 간직한채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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