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팁

전직 영어 선생이 전하는 "어학연수 노하우"

이리니 2012. 9. 6. 06:55

더 이상 영어 가르치는 일로 입에 풀칠을 하진 않고 있다. 그래서 전직 영어 선생이라 썼다. 착오가 없으시길 바란다. 


예전 같으면 글의 초반부에 이런저런 여담과 야담을 늘어 놓으며 글 읽는 이들의 주의를 모았겠지만, 요즘의 세태가 SNS / 모바일의 영향 때문인지 마치 긴 글을 원수보듯 하는지라 그냥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자. 언제 기회가 닿거든 긴 버전의 '어학연수 노하우'를 써보도록 하고...



1. 유학원을 너무 믿지 말자.  


이들은 교육에 대한 투철한 사명감을 가져서 이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수익을 올려 먹고 살기 위해 이 유학원 사업을 하고 있는 이들임을 명심하자. 일반 기업체 / 장사치들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불신하란 소리냐? 아니다. 이들에게 댓가를 지불하는만큼 지혜롭게 이용하시되, 역으로 이용 당하지는 마시란 소리다.


외국에 가본 적이 없는 만큼, 이들로부터 유학 관련 / 학교 관련 정보를 제공받을 수 밖에 없다. 이 정보들을 잘 이용하시되, 부가적인 정보를 따로 입수해 '플러스 알파'를 덧붙이시면 좋겠다. 예를 들자면, 해당 지역에 이미 유학을 가 있는 이들, 이들이 만들어 놓고 있는 인터넷 까페, 블로그 등을 이용하시는 방법이 있겠다. 역시 제일 좋은 방법은 해당 지역, 해당 학교에 이미 갔다온 이들을 통해 정보를 입수하시는 방법이다. 이런 이들로부터는 정말 살아있는 정보를 얻으실 수 있을테니까. 문제는 어학연수를 갔다온 이들 중 "내가 다녔던 학교, 정말 좋아!"라 말하는 사람이 정말 드물다는 것이다.  


경험담 

예전 어학 연수 때, 유학원을 통해 일종의 가이드를 소개 받았다. 유학원 말로는 공항 픽업에서부터 전반적인 유학 생활을 관리해 주시는 분들이니 소정의 금액을 꼭 주라는 말을 듣고 또 들었다. 아무 것도 모르던 시절이라, 당시의 환율로 무시 못할 액수의 돈을 지불했는데, 내가 받은 서비스는 공항 픽업이 전부였다. 그 후로 단 한번도 그 가이드를 본 적이 없다. 공항 픽업 비용으로 택시비의 수십 배를 지불해 버린 것이다. 당근 이 가이드는 해당 지역에 이민 가있는 한국인. 가이드가 아니라 일종의 브로커였던 셈이다. 이민/유학/어학 연수를 가면 한국인을 제일 조심하라란 말이 괜시리 생겨난 것은 아닌 것이다.  



2. 해당 학교 / 학원에서 가르쳐 줄 것이라 기대하지 말자.


많은 이들이 어학연수 간 학교나 학원에서 학생들을 친절하게 하나하나 가르쳐 줄 것이라 기대하는 모양이다. 마치 우리나라의 학원처럼. 우선 강조하고 싶은 것은, 그들의 교육 시스템 / 교육 문화는 한국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둘째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한국의 학교 / 학원 선생님들과 그곳의 선생님들은 완전히 다르다는 점이다. 교수법, 수업하는 방식이 완전 다르다. 마지막으로 이 ESL 선생들은 보통 그 어떠한 관리나 감독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칫 잘못하거나, 재수가 없으면, 하루 종일 강의실에 앉아만 있다가 나오는 경우도 생긴다. 수업, 선생의 강의가 성의가 없다며 학교, 학원측에 항의를 해볼 수도 있지만, 팔은 언제나 안으로 굽기 마련이다.     


긴 얘기 쓸 것 없이 어학연수 학원(ESL)에서 가장 자주 볼 수 있는 장면 하나를 그려 보자. 수업 종과 함께 선생님이 들어온다. 보통 그 날 할 수업과 관련한 프린트지를 나눠준다. 많아야 한 두장. 그것도 주로 시중에 나와있는 ESL 교제를 그냥 복사한 것이다. 그러고선 선생님이 딱 한마디를 한다. 


"자, 우리 오늘 여기에 대해서 얘기해요."


칠판 앞에 놓여진 의자에 앉은 채, 이 딱 한마디를 한다. 그러고선 기다린다. 뭘? 학생들이 입을 열기를. 그나마 조금 경험이 있는 선생들은 교묘하게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지며 학생들이 입을 열게 유도하기도 하지만, 모든 선생들이 이런 노련함을 가진 것은 아니다. 최악일 경우, 해당 수업시간 내도록 무서울 정도의 정적만이 흐르기도 한다.


자, 어떤가? 많은 사람들이 기대했던 장면과는 사뭇 다를 것이다. 모르긴 해도, 수업 종과 함께 들어온 선생님이 칠판에 이것저것 적으시며, 학생들에게 정말 세세히, 세밀히 '영어'를, '영어 문법'을, '영어 말하기/읽기/쓰기/듣기'를 가르쳐 주리라 기대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일은 보통은 일어나지 않는다.


특정 기간 동안, 특정 커리큘럼 전반을 전달하는 "~ 코스, ~과정" 등은 약간 예외일 것이다. 하지만 특정 커리큘럼이 없는 일반 ESL 학원, 칼리지에 있는 일반 ESL 과정 등은 대체적으로 위에서 묘사한 방식의 수업을 진행할 것이다. 


기억하자 !!!

1. ESL 학원 / 대학 ESL 과정의 목적은 교육이 아니라 이다.

2. 여기서는 여러분들을 가르치지 않는다. 다만 여러분들이 영어로 입을 열 수 있는 기회만을 제공한다.  


여기까지 읽어오신 분들은 어쩌면 어학 연수 가기가 꺼려지실 수도 있겠다. 비록 현실이 이렇다 할지라도, 어학 연수는 여유가 되고, 기회가 있으면 한번쯤 가보는 것이 좋으며, 또 잘만 한다면 분명 영어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믿고 있다. 아래부터가 실질적인 '어학 연수 노하우'가 되겠다.



3. 무턱대고 긴 기간을 등록하지 말자.


위의 글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유학원 등에서 해주는 설명, 해당 학교나 학원에서 선전하는 내용만을 믿고 덜컥 6개월 과정, 1년 과정 따위의 수강 신청을 하지 마시란 소리다. 직접 가보면, 그들의 선전 문구, 보여주는 사진들과는 사뭇 다른 현실을 접하게 될 가능성이 많으니 말이다. 


어쩔 수 없이 그런 과정을 등록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이유가 바로 학생 비자 문제. 6개월 정도는 등록을 해야, 8개월이나 10개월 정도의 체류 기간을 주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는, 소위 refund (학비로 낸 돈을 돌려받기)가 가능한지의 여부와 가능해도 얼마 정도의 돈을 떼이고(?) 받게 되는지를 꼭 아시고 학교/학원을 선택하시는게 중요하다. 보통은 등록 후 얼마의 기간이 지났는지를 따져 몇 % 정도를 돌려준다는 규정이 있다. 없는 학교라면? 등록을 하지 마시라. 소위 말하는 악질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직접 본 현실은 대다수의 학생들이 한국에서 선택해서 간 학교나 학원을 계속 다니는 경우는 드물다. 이 학교, 저 학원을 옮겨다니는 일이 다반사며, 심지어 여러번 이사를 하게 되기도 한다. 그러니 위의 refund 부분은 꼭 확인을 하시는게 좋겠다.



4. 거처 정하기 : 처음에는 하숙(Homestay)


사람들마다 의견을 달리할 수 있는 부분인데, 이리니는 개인적으로 처음에는 하숙을 해보시길 권해 드린다. 물론 여기도 굉장히 많은 변수들이 산재해 있어서 글로는 다 묘사가 부족할 정도로 많은 일들이 생기는 곳이기도 하다. 예를 들면, 하숙집 환경이 지나칠 정도로 후지다거나, 같이 하숙하는 하숙생들이 괴상하다거나, 무엇보다 하숙집 주인이 좋지 않을 때가 가장 많다. 


그럼에도 권해 드리는 이유는 오직 하나. 영어 연습 / 익히기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낯선 외국에 와서 선뜻 외국인에게 말을 걸어보기가 쉬울리가 없다. 또한 말을 건다할지라도 그 우습고 괴상한 외국인의 불명확한 영어를 인내를 가지고 들어주며 계속 그 사람을 상대해 줄 초인적 인내의 외국인도 드물다. 하지만 같은 집에 사는 원어민은 다를 수 밖에 없다. 여러분들이 말을 붙이기도 나름 쉬울 것이며, 그 홈스테이 사람들도 나름의 배려로 상대를 해줄테니까 말이다.  


이 부분 또한 어떤 주인을 만나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잘 만나면 참 많은 도움들을 받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지금도 예전 홈스테이 아주머니께 감사한 마음을 품고 있을 정도다. 학교를 가지 않는 날이면 언제나 그 아주머니랑 붙어 앉아 말도 아닌 소리들을 지껄여대곤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때의 경험이 참으로 큰 도움이 되었다. 


그와 반대로, 아주 악질적인 주인을 만났을 경우는 주저없이 방을 빼시라는 충고도 드려야겠다. 



5.  공부는 한국에서, 연습/실전은 외국에서


외국에 가서 영어공부를 하겠다는 계획은 보통 낙담과 좌절, 실의와 절망으로 끝난다. 위에서 봤다시피, 그곳에서는 별 다른걸 가르쳐주지 않는다. 세세히 챙겨주지도 않는다. 다만 공부한 것을 연습하고, 실전에 사용해 볼 수 있는 기회만을 제공할 뿐이다. 딱 까놓고 얘기하면, 그곳의 학교/학원들은 어학연수 온 학생들에게 입을 열 기회를 제공하는 댓가로 돈을 받는다. 그곳의 선생은 가르치는 이가 아니라, 여러분들의 연습 대상으로 거기 있는 것이다. 


그러니, 공부는 한국에서 충분히 하고 가자. 외국에 가서 주말마다 사전과 문법책을 들고 도서관을 찾는 한국 학생들이 얼마나 많은 줄 아는가? 이들은 이미 늦었다. 거기서 기초를 공부하는 것이 나쁘다 할 순 없지만, 일정 이상의 성과를 거둘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영어 문법을 공부해야 한다는 말은 다시 말해 기초가 없다는 뜻이다. 이런 이들은 영어를 말하고, 읽고, 쓰기 이전에, 자신에게 주어지는 매일의 수업조차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꿀 먹은 벙어리 마냥 교실 어딘가에 앉아 있다가 종치면 나오는게 그들의 매일이다.


이것은 낭비다. 돈의 낭비요, 시간의 낭비며, 청춘의 낭비다. 이 심각한 낭비를 피하시려면, 부디 그리고 제발 한국에서 해야 할 일과 외국 가서 해야 할 일을 현명하게 잘 구분하시기 바란다.      



6. 목표에 맞는 기간 설정


우선 대학생들이 많이 하는 기간 설정을 보자.


방학 한두달 : 그냥 비싼 여행일 뿐이다.

한학기 6개월 : 한국에서 상당 기간 영어 공부에 투자해 온 이들에게만 효과가 있다. 또 토익 리스닝 파트에 점수가 안 나오는 이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 6개월 정도면, 어느정도 선까지는 귀가 뚫리니까. 


그렇다면 일정 수준 이상의 말 그대로의 영어 능력을 원하는 이들이라면? 한국에서 이미 문법, 리딩, 단어, 생활 회화 표현 등의 기초적인 부분을 상당 부분 공부했다고 가정했을 때, 최소 1년 이상이다. 사람마다 이 언어 능력은 다 다르니 뭐라 단정짓기가 어렵지만, 개인적으로 입을 어느정도 선까지 여는데 대략 10개월 이상의 시간이 소요됐다. 여기서의 '어느 정도 입을 연다'는 뜻은 한국 사람들과 막 한국어로 대화를 하다가 옆으로 다가온 원어민이 있을 경우, 별 무리없이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는 수준을 말한다. 쉽게 말해, 영어 어순, 발음, 억양이 어느 정도 몸에 붙었다란 뜻이다. 이 말을 "영어를 잘하게 됐다"로 착각하시면 안된다. 10개월만에, 1년만에 영어를 잘 한다? 터무니 없다. 보통 사람이 자신의 모국어를 잘하게 되는데 걸리는 시간이 무려 십 수년이다. 무슨 수로 외국어를 1년 만에... 


노파심에 덧붙이자. "어학연수 가서 공부해야지~"하는 사람들은 1년이라는 긴 시간으로도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 어떻게 아느냐? 거기서 직접 봤기 때문이다. 그것도 무수히 많은 한국 사람들을... 



7. 경제적인 문제


거기가서 보면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돈 걱정'으로 시간을 보낸다. 영어 공부, 영어 익히기, 영어 연습을 하고 또 해도 부족할 판에, 매일 돈 걱정, 돈 아낄 생각만을 하고 있더라는 얘기다. 이 경제적 여유의 부족은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사람의 마음을 쪼그라 들게 하고, 초조하게 만든다. 마음이 연일 불안, 초조, 걱정에 휩싸여 있는 마당에 무슨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있겠는가?


한국 사람은 경제적으로 낙후한 지역을 가지 않는 한, 어딜가든 물가가 비싸게 느껴진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학비 또한 한국의 학원비와는 차원을 달리 한다. 거기다 아파트 렌트 또는 하숙비까지 덧붙여지면 매달 기백 만원의 돈은 그냥 깨진다.


가장 최선의 방법은 돈을 잘 모아서 여유가 있을 때 가는 방법이겠으나, 현실적으로 어려운 분들도 많을 것이라 믿는다. 그런 분들은 [ 어학 연수의 목적 + 기간의 설정 ] 등에 이 경제적 변수까지 넣어 잘 계산하시라는 의미로 이 파트를 적었다. 


노파심에...


직접 가보시면, 이게 정말 잘 안된다.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가신 분들은 별 상관이 없지만, 아주 독한 결심과 결의로 가신 분들이 문젠데, 왜인고 하니, 이런 분들이면 일수록 좌절과 절망, 스스로에 대한 실의에 빠질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나름 열심히 한다고 이까지 악물면서 하는데도, 그 놈의 영어란 놈이 지독스럽게 잘 안된다고 뼈저리게 느껴지는 날이 며칠이 아니라 몇 개월간 계속 지속된다고 상상해 보라. 개인적으로 캐나다에서의 어학연수 생활이 군 생활보다 정신적으로는 몇 배나 더 힘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적 문제까지 겹친다면...? 굉장히 견디기 힘들어질지도 모른다. 이런 정신적 / 감정적 요소들 또한 잘 챙겨서 계산에 넣으시기 바란다. 나이가 드니 이런 생각까지... --;        



마무리


이 글에 있는 다른 말들은 모두 잊어도 이 말만은 꼭 잊지 않으셨으면 한다. 


"공부는 한국에서 하고 가세요 !!!"


이 말을 간과하실 경우, 돈은 돈대로 낭비하고, 눈으로는 피눈물을 흘리시며 쓸쓸히 귀국하게 되실지도 몰라서 하는 소리다. 어떻게 기회가 닿으면, 다음에 어학연수 전에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지도 한번 살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