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니 습작/이리니의 사연

키 작은 남자, 여자의 무시보다 더 서러울 때

이리니 2009. 12. 9. 10:00

* 이 글은 이리니라는 키 작은 한 남자에게 국한된 내용임을 밝힙니다. 


1. 천이 남아 도냐...?

 이리니는 항상 다른 사람들보다 최소한 바지는 무조건 비싸게 주고 살 수 밖에 없는 처지다. 바가지를 쓴다는게 아니라, 바지를 산 후 항상 세탁소를 들러야 하기 때문이다. 왜 가냐고? 알잖아... 기장 줄이러. 그러니까 바지를 구입할 때마다 항상 '플러스 알파'의 요금을 더 지출하게 되는 셈이다. 한때는 이 일이 너무 서러워 재봉틀 기술을 배워볼까...하는 궁리도 했었다. 취업도 어려운 시기에 '창업'에 도움이 될지도 모르고... 

 이보다 더 서러운 일은 사실 옷가게에서 벌어진다. 왜인지는 알 수 없지만, 우리나라 옷가게 여직원들은 이상스러울 정도로 태도가 싸늘하다. 여태껏 살면서 단 한번도 친절한 옷가게 아가씨를 만나본 적이 없다. 대체 왜인가...? 내가 뭐 옷을 공짜로 달랬나...? 

 그 싸늘함과 불친절을 무릅쓰고, 탈의실에 들어가 겨우겨우 고르고 고른 바지를 입어본다. 입었으니 맞는지 봐야지 않겠나. 거울을 보러 나오는데... 오우 시트... 바지 가랭이가 질질 끌린다. 그 때다. 바로 이 때다. 그 모습을 야릇한 눈으로 쳐다보는 그 불친철 아가씨의 면상이 클로즈업 되는 시점이... 

 마치... 마치... 정말 눈으로 이러는거 같다.
너... 이 쉐이 스머프... 새로 산 바지로 바닥 걸레질 하냐...? 히번떡!
 질질 끌리는 바지를 입은 채로 그녀의 면상을 날아차야 직성이 풀릴까... 아니면 돌아차야 직성이 풀릴까... 
돌아가서 세탁소 갈 일만해도 짜증스러운데, 그런 면상이라니. 그래도 끌리는 바짓단만 보는 애들은 좀 낫다. 왜 자꾸 시선을 올려 지퍼쪽은 힐끔거리니...? 왜... 행여 열렸을까봐...?

이 참에 속시원히 뭣좀 물어보자. 

1. 석유 한방울 안나는 나라에서, 바지는 왜 그렇게 씰데없이 길게 만드는거냐...?
2. 그러면서 대체 왜 남성복엔 허리 치수 26, 27이 없는거냐...? 날씬한 것도 죄냐...? 기장도 길게... 허리도 크게... 정말 한국의 의류회사들은 천이 남아도는거냐...? 
3. 담배 가게 아가씨는 예쁜데, 옷가게 아가씨는 왜 그토록 싸늘하고 불친절한거냐...?
4. 옷가게 아가씨들이 엄마랑 같이 옷을 사러 오는 남자들을 그토록 재수없어 한다던데, 그 이유가 대체 뭐냐...? 옷 사기가 귀찮아 뮝기적거리다가, 어머니께 끌려나간게 그렇게 재수가 없더냐...?
5. 여성복 코너 아가씨들. 남자가 여자 바지 좀 입을 수 있잖아... 허리가 안 맞는데 그럼 어쩌라고...? 너네들만 예쁜 바지 입으란 법은 없잖아...? 허리 치수를 묻길래, 26이라고 하면, 왜 그렇게 성질을 내는건데? 뭐가 그렇게 짜증스러운건데...? 26이 아니라, 25였으면, 아주 죽이려 들겠구나...? 
6. 아동복 코너 아가씨들. 험... 험... 자세히 말은 못하지만, 예전에 나한테 너무 심했어. 

 아, 시원해... ^^


2. 아저씨야... 아저씨
 요즘 학생들은 뭘먹고 살길래, 그토록이나 큰 것일까...? 키도 크고, 몸집도 크다. 간혹 밤늦게 일을 마치고 귀가를 해야 할때면, 그토록 설움이 북받칠 수가 없다. 직장에서 온갖 스트레스를 받아 몸은 이미 천근만근. 머리에 베개만 갖다대면, 바로 곯아떨어질 정도로 이미 피로가 극에 달한 상황이다. 근데... 근데... 내가 왜 학생들 때문에 이 나이에 쫄아야 하는거지...? 응?

 왜 학교 마쳤으면 어서어서 집에 들어가 편히 쉴 일이지, 왜 그렇게 험한 밤길을 쏘다니는거냐...? 정 나다니고 싶다면, 혼자 다닐 일이지, 왜 꼭 최소 서너명 이상이 몰려서 다니는거냐...? 뭐, 그것도 그냥 그렇다 쳐. 대체 왜 밝고 아름다운 곳 다 놔두고, 그렇게 어두운 곳에만 삼삼오오 몰려 있는거냐...? 뭐, 어둠이 좋아서 그렇다고 쳐. 왜... 대체 왜... 이 아저씨가 지나가면 그렇게 집단적으로 야리니...? 나, 너네들한테 아무말 안했거든? 나, 너네들한테 아무 불만 없거든...? 

 언제부터였을까...? 밤늦은 시간, 삼삼오오육육 모여있는 이 어린 친구들을 볼 때마다, 입에 담배를 피워무는 안좋은 습관이 생겨버렸다. 두려워서냐고...? 아니. 

 길 한가운데서 보란듯이 켜지는 라이터의 새빨간 불빛, 전장의 화약처럼 피어오르는 자욱한 담배 연기, 후욱하며 내뱉어지는 야수의 숨소리는... 이런 의미인거다. 

아저씨야, 아저씨... 너네들보다 나이 훠.얼.씬. 많은 아저씨... 그게 바로 나야... 노 타치 !!!
 
 이렇게까지 했음에도... 끝까지... 끝까지 괴롭히는 악질들이 있다. 뭐? 형씨 담배 하나? 야이, 대가리에 피도 안마른 호로 자슥... 돗대[각주:1]다. 돗대 방금 태웠다. 됐냐...? 



3. 나이 먹는 것도 서러운데...
 개인적으로 운전을 대단히 싫어한다. 그래서 왠만하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게 습관이 돼버렸다. 딱히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급한 일이 아닐 경우, 무조건! 무조건! 만원 버스와 만원 지하철은 피하는 것이 이 남자가 사는 법이다. 사람들에게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것도 싫지만, 예전 꽃다운 나이에 버스 안에서 경험했던 여중생, 여고생들에 의한 '한 남학생 희롱사건'이 대단한 트라우마[각주:2]를 남겼기 때문이다.[각주:3] 그 사건 이후로, 여학생이 많이 타고 있는 대중교통은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한이 있어도 피해왔다.   

 하지만 세상 일이란게, 늘상 뜻대로만 되는 것은 아니잖은가? 시간에 쫓기고, 일에 쫓기다보면 어쩔 수 없이 인간 통조림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해야만 할 때가 있다. 누군가는 대중교통 이용 시에, 다른 이들의 입에서 나는 구취 때문에 곤욕이라던데. 이리니는 전혀 다른 문제로 고통을 당해왔다. 

 나이 서른을 넘어 불혹을 향해 달려가는 이 서러운 때에, 왜... 대체 왜... 내가 남의 겨드랑이에 얼굴을 묻어야만 하는걸까...? 어쩌다 파묻힌 곳이 우연히, 아주 우연히 아리따운 여인의 가슴이라면, 감지요, 덕지일텐데. 왜 하필이면 그 음습한 겨드랑이여야만 하는걸까?

 머리에 하드롹을 걸고 있는 이는 뉴구...?라며 힐끔 쳐다봤는데, 그게 코밑에 솜털이 보송보송한 어린 학생이라면? 아, 정말 그 기분 비참하다. 헌데... 그 하드롹의 장본인이 젊은 여인이라면...? 이리니보다 한뼘은 더 큰 여인이라면...? 아... 겨드랑이 털을 세야하나...?가 아니라, 정말 차 밖으로 몸을 날리고 싶어질 때가 있다.

 더 비참할 때? 그 큰 키의 젊은 여인이 상큼한 미소를 지으며, 눈으로 이렇게 말할 때다.
어이쿠, 귀여운 녀석. 괜찮아... 누나야...
 일찍 장가를 갔더라면, 너만한 딸이 있었을거다, 이 문디야...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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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흡연자 전문용어로써, 마지막 남은 담배 한가치를 이름. [본문으로]
  2.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본문으로]
  3. 이 사건의 실상은 세상이 더 좋아지면 공개할 예정이다. 지금은 위험하다... --;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