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니 연재/개똥 철학

"이제 그만 봤으면..."하는 신문기사 BEST 5

이리니 2012. 8. 23. 07:17





예전 어른들이 입버릇처럼 되내시던 "참, 먹고 살기 힘들구나..."란 넋두리를 어느덧 이해하는 나이가 되어 버렸다. 어떤 여인이 작은 일을 보러 모처에 서둘러 들어갔다가 위로 올려진 변기 뚜껑을 보며 광분. "남자들도 좀 앉아 싸!"라는 열변을 SNS를 통해 전세계로 표출하면, '음. 그럼 나도 한번 앉아서...'란 생각을 해보는 나이가 되었다. 예전 혈기방장하던 시절 같았으면 "네 이 년, 네 죄를 네가 알렸다?"로 시작하는 열변이 아닌 혈변(응?)을 쏟아냈겠지...


이 글을 쓰고 있는 이리니는 더 이상 어리지가 않다. 더 이상 혈기방장하지도 않다. 다시 말해, 먹고 살기 힘든 신문기자, 잡지사 기자, 찌라시 기자들의 심정을 어느정도는 이해한다는 소리다. 또한 뉴스라 하는 것이 새로운을 뜻하는 NEW에 s를 붙여 만든 말이기는 하지만, 이 세상이라는 곳이 매일매일 이 새로운 기사꺼리가 툭툭 절로 튀어나오지 않는다는 사실도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하지만 말이다. 사람이 영 머리가 그렇게 없지 않은 이상, 글로 쓰거나 사진으로 찍어 다수의 대중에게 공개할게 있고, 그래선 안되는게 있다는 사실은 알 수 있지 않겠는가...? 아래의 BEST는 어디까지나 개인적 사견일 뿐이다. 아니, 만약 지면에 인쇄된 신문 또는 잡지 기사라면 박박 찢은 후에, 불을 댕겨 흔적도 없이 태우고 싶다...가 솔직한 심정이다. 이런 종류의 글 또는 사진이 연일 인터넷 상에 버젓이 신문기사다 잡지기사다 하며 도배가 되니, 공기 오염, 수질 오염, 토양 오염에 이은 인심(人心) 오염이 아니겠는가? 




01. 모 아무개 XX 노출  / 여자 연애인의 OO 흘러내려...




사람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발가벗고 이 세상에 나온다. 남자도 팔다리가 두개씩이요, 여자도 팔다리가 두개씩이다. 분명 여자는 가슴이 있다. 하지만 남자도 가슴이 있다. 사춘기가 지나면 여자의 가슴은 발육하는데, 이것은 인간과 여자들의 공통된 특성. 그 여자 연예인의 가슴에는 아무런 특이점도, 특별한 점도 없다. 심지어 호르몬 이상이 생긴 남자들 중 일부도 이런 여성형 유방을 가질 수 있다. 


짧은 치마와 핫팬츠. 일정 나이 이상의 여자들은 분명 남자들과는 다른 생김새의 다리를 가지게 된다. 그 이유는 단 하나. 나중의 생식을 대비, 골반이 발달하기 때문이다. 그 여자 연예인의 미끈한 다리, 두드러진 S라인에는 아무런 특별함이 없다. 왜? 사춘기를 지난 모든 여인들은 그 요소를 공통적으로 가지니까.


더구나 의학적으로 인간의 사타구니는 입과 발 다음으로 각종 박테리아, 바이러스, 세균의 번식이 많은 곳이며, 해부학상으로는 대변과 소변이 연일, 매일매일 쏟아져 나오는 곳이다.


대체 왜? 왜 !!!

그곳을 자꾸 카메라에 담는 것인가?

우리는 무슨 죄가 있어 그곳을 자꾸 자꾸 쳐다봐야만 하는 것인가?


연예인들의 그곳에는 분명 꿀이 발려져 있지 않다 !!!                                             <출처 : 네이버 캡쳐>

기자들의 그곳에 꿀이 발려 향기롭지 않은 것처럼...




02. 어디어디 XX 녀



다수의 대중들은 예전부터 마녀 사냥을 즐겨해 왔다. 동그란 경기장에 사람들을 몰아 넣고, 서로 죽고 죽이게 하면서 즐거워하고 유쾌해했던 것이 바로 그 '대중'이라는 이름의 괴물. 마녀 사냥이라는 명목으로 사람을 메달아 놓고 꼬챙이로 찔러 죽이고, 불로 태워 죽이니 그 괴물들의 눈에는 그 아니 즐거웠으랴... 그 아니 통쾌했으랴...?


자기 안에 쌓이고 쌓인 온갖 불평과 불만, 내적 울화와 울분, 열등감, 자격지심, 피해의식, 자책감과 죄책감 따위를 한꺼번에! 그것도 살아있는 인간을 대상으로 마치 배설하듯 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으니, 이 아니 기쁘겠는가...?


비록 종교는 없으나 이런 일화 정도는 알고 있다. 한 여인을 상대로 다수의 사람들이 돌팔매 질을 할 적에, 예수라는 한 성인이 나서 말씀하시길, 


"너희중에 죄 지은 적이 없는 사람이 먼저 이 여인에게 돌을 던져라."


이 말씀. 21세기를 사는 오늘날의 대중들에게도 그닥 씨알이 먹히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언론이라 하는 것이 무지한 대중을 흔들어 일깨우고, 깨우쳐 주지는 못할 망정, 그 어리석은 마녀 사냥을 뉴스라는 명목으로 부추겨서야 쓰겠는가...?




03. 여X생



의문이 든다. 이 여중생, 여고생, 여대생들은 대체 누구이길래, 그토록 많은 뉴스의 제목을 장식하는 것인가? 개인적으로 알기에, 여중생은 중학교를, 여고생은 고등학교를, 여대생은 대학교를 다니는 여학생들을 지칭하는 말일 뿐이다. 헌데 왜 이 명칭이 그토록 많은 뉴스에 실리는 것인가?


그냥 짧게 쓰겠다. 기자들은...

여중생, 여고생, 여대생들이 출연하는 일본 야동을 끊어라.

무슨 소린지도 모르는 히라가나와 가타가나로 씌여진 제목을 단 그 무수한 동영상 파일들을 컴퓨터에서 지워라.


이들은 비록 아직 어리지만, 그 언젠가는 그 누군가의 어머니가 될 이들이다.

스스로의 밥벌이를 위해 이 무수한 미래의 어머니들을 싸잡아 농락치 말라.




04. 강O, 성O행



일어난 일을 일어났다라 보도하는 것이 무슨 죄인가? 라 묻는다면, 이리니는 이렇게 되묻고 싶다. 


"정말 이 세상에는 그런 일 밖에는 일어나지 않더냐...? 

좋은 일, 아름다운 일, 사랑스런 일은 일어나지 않더냐...?"


근 40년에 가까운 세월을 살아오면서 강간, 성폭행, 성추행, 살인, 강도 같은 섬뜩하기 그지 없는 표현들은 수없이 봐왔지만, '사랑'이라는 표현이 들어간 신문 기사의 제목은 본 역사가 없다.


위에서는 예수님을 언급했으니, 이번에는 부처님 얘기를 잠시해 보자. 

붓다께서 가라사대,


"부처의 눈에는 부처만 보인다."  

  

하셨다. 이리니는 이렇게 묻고 싶은 것이다. 


"당신들은 당최 뭐간데, 그딴 것들 밖에는 보이지 않는 것인가...?"

"부처 눈에 부처만 보인다면, 강간/성추행/성폭행만 보이는 그대들의 정체는 과연 무엇인가...?"




05. 모 아무개의 수O억 재산 / 모 아무개의 수억 연봉



개인적으로 이런 기사를 참 싫어하는 이유는 '돈'이라는 것을 '자'로 삼아 사람의 가치를 재려하기 때문이다. 마치 돈을 잘 벌거나 많은 재산을 가진 이는 능력 있고 가치 있는 이들이며, 그렇지 못한 이들은 가치 없고, 무능력하며, 인생의 낙오자, 실패자들이다 라고 말하기라도 하듯 말이다. 


하루하루 힘들게 살아가는 보통의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뉴스꺼리는 정녕코 없던가...?

꼭, 꼭 그렇게 가진것 없고, 힘 없는 이들의 아픈 곳을 건드려야 직성이 풀리겠던가...? 


간혹 'OOO하면 대박' 같은 기사가 실리기도 한다. 얼핏보면 현재 가진것 없고, 빽없는 이들에게 어떤 '기회'를 제공해 줄 수 있는 기사인듯 보인다. 하지만 실상은 어떻던가? 주식투자, 부동산 투자 따위로 거액을 벌어들였다는 모 아무개씨의 자기 자랑 기사, 아니면 모 프랜차이즈 회사의 회원 모집 광고가 대부분이다.


그야말로 '우롱(愚弄)'이다. 

우롱의 뜻이 '사람을 바보로 여겨 비웃고 놀리다'이다. 


칼보다 강한 것이 펜이라 했다. 그 펜으로 사람을 돕지는 못할 망정, 비웃고 놀리다니.

참으로 딱하디 딱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