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도 못 살면서, 천년을 근심하는 블로거들아... 허! 허! 허!"
이리니라고 피해갈 수 있었으랴. 2년 2개월이라는 생명같은 시간을 신성하긴 개뿔인 국방의 의무를 수행코자 조국과 민족에 헌납해야만 했다. 안하면? 빨간줄, 징역, 깜방살이, 그 후에 또 군복무. 미치지 않고서야 안 갈 수가 있나?
개인적으로 이 자리를 빌어 국가 기밀 사항을 하나 폭로코자 한다. 쉬쉬하라. 주변을 둘러보라. 아무도 없는가? 됐다. 야·동을 틀어라.
전투경찰 출신이다. 줄여 '전경'이라고 한다. 임무는 초음속으로 고공 비행하는 전투기에서 뛰어내려, 낙하산을 타고 적진의 후방에 침투, 적 주요시설 폭파, 적 요인 암살, 적국의 군사 기밀을 파괴 또는 유출하는 경찰청 소속, 특수 요원되겠다. 하지만 이 극비 사항을 공개할 순 없기에 평시엔 주로 경찰 시다바리, 불만에 가득찬 백성들의 데모 진압, 민생 안전과 치안 유지를 위한 방범 순찰 등의 임무를 띄는척 하며 대한민국 곳곳에 암암리에 산재해 있는 정예요원인 것이다. 영어로는 스페샬 에이전트 컴뱃 폴리스 되겠다. 영어로 써주길 바라는가? 삐뚫어진다?
26개월의 신성한 의무.. 를 수행키는 커녕 세월아 네월아를 노래하며 방탕한 세월을 보내는 말년의 이리니에게 한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아버지?"
"그래. 니 캐나다 갈래?"
"예"
"뚜~~~"
경상도 부자의 정감어린 대화다. 당시는 IMF도 경제 위기도 몰랐던 시절이라 애, 어른, 남녀노소를 불문, 심지어 개나 소들까지 딸라를 싸들고 머나먼 외국에 나가 '옛다~'를 외치며 뿌려대던 철없는 시절이었다. 당시 전 대한민국을 강타하고 있던 유행이 하나 있었으니, 조금 젊다 하는 것들은 '영어! 잉글리쉬!'를 외치며, 타국 먼 길거리에 노동자들이 피같이 벌어왔던 딸라를 개같이 뿌려대던, 일명 '어학연수 열풍'이었다. 이리니라고 빠질소냐. 뿌리기로 했다.
집안의 기둥뿌리 하나를 고물상에 넘기고, 그 댓가로 챙겨든 곱디고운 딸라. 어이 함부로 하랴. 팬티 속에 고이 갈무리 했다. 틈틈이 쓰다듬어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리니 일평생 중, 가장 극강의 정·력을 느꼈던 시점인 것이다. 그 누구도 부럽지 않았다. 그 어떤 여인도 두렵지 않았다. 팬티 속에 넣어보라. 깊숙히 넣어보라. 여러분도 느껴볼 수 있다. 그 극강의 힘을! 단, 여인들은 주의하라. 조오지 왁싱톤은 남자다. 이름마저 섬찟하다. 4
저 남해안 근처 이름모를 시골 마을에서 탄생, 유년기를 짱짱하게 보낸 이리니가 대입 후, 상경. 서울물을 먹고 환골탈퇴를 노렸으나, 환경오염으로 실패. 서울 환경에 부적합하다는 치열한 판단 후 실행한 아웃 사이더로서의 삶을 영위하던 이리니가 언제 공항을 가봤으리. 오그라든 낭심과 혹 흘린 식은땀에 딸라라도 젖을새라, 아랫도리를 거머쥐고 간 김포공항. 무슨 인간들은 그렇게 많은건가? 정말로 동물인 개나 소까지 이리니가 한 번도 타본적 없었던 집채만한 비행기를 유유히 티켓팅까지 하며 타고 있었다.
10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죄지은 죄수 마냥 쇠로 만든 비행기에 갇혀 있어야만 했다. 더욱 이리니를 곤혹스럽게 했던 것은 아리따운 항공 승무원들의 그 뛰어난 미모와 친절이었다. 사내라면 누구나 항공 승무원, 소리내기 어려운 말로 스튜어디스라 칭해지는 단정한 유니폼의 낭자들에게 환상이 있기 마련 아닌가? 깨졌다. 산산히.
친절은 말도 못한다. 개인적으로 커피를 물 마시듯 하는지라, 소피가 마려운 것만큼 커피가 말랐다. 불렀다.
"저기... 커..."
'피' 소시를 마무리 짓기도 전에 그냥 지나갔다. 씹힌거다.
지루하니 책을 준단다. 죽을만큼 잠을 잔 뒤인만큼 지루하기 이를 때 없어, 책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처음에는 물어보지도 않았다. 다른 넘들 다 '어느 책 보시겠어요?' 소리와 함께 가식적인 미소를 띄던 그들이 유독 이리니에게만은 묻지 않고 그냥 지나간다.
"저기... 채..."
'ㄱ' 받침을 붙이기도 전에 그냥 지나갔다. 또 씹힌거다. 용기를 내, 마침 통로를 되돌아 들어가던 승무원을 불렀다. 아니 막았다가 정확하겠다. 통로 한가운데로 오른손을 뻗어, 가운데 손가락을 힘껏 추켜세운 상태로 불렀다. 눈으로 '이 섀이!' 광선을 쏘아내면서도 다행히 멈춰서 내 말을 들어주는 척 했다. 눈으로는 광선을 쏘고, 입으로는 박쥐맨 다크나이트에 나오는 쪼카의 미소를 그린 항공 승무원이 물었다. 뭘 원하냐고. 책을 원한다고 말했다. 알았단다. 기다렸다. 안 왔다. 다시는...
이리니가 탔던 '대학항공' 유니폼을 입은 승무원 직찍.
왜 아무 소리를 안했냐고? 이리니는 당시 스물넷의 생기발랄 순진무구한 청년이었다. 이렇게 굳게, 굳게 믿었다.
'이 여인들은 나의 빼어난 미모에 너무나 부끄러워 하는구나. 내가 이해를 해야쥐. 암...'
지금도 이 믿음은 흔들림이 없다. 이리니가 설마 여인들에게 밟히겠는가? 그들은 단지 너무나 부끄러웠을 뿐이고, 이리니는 너무 이뻤을 뿐이다. 나 자신이 사랑스러워 견딜 수 없다.
생판 얼굴도 모른채 11시간 가까이 이리니의 목숨을 담보했던 기장의 걸걸한 목소리가 들려올 때쯤, 눈 아래로는 촌넘 이리니가 단 한번도 목격하지 못했던 희한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집과 집사이에 나무가 있지 않았다. 나무들과 나무들 사이에 마치 바둑판의 바둑알처럼 집이 박혀 있었다. 공기의 색깔이 달랐다. 맑았고, 밝았다. 히스레저의 씨뻘건 미소에서 벗어날 시간이 온 것이다. 빠이빠이다, 이 몬뙌 가시나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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