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 피해가실 수 있는가? 아무도 없을거다. 오늘은 이리니가 돈내고 병원가서 머리에 구멍이 뚫려버린 살 아프고, 뼈 아픈 사연 하나를 공개할까 한다. 특히 치통으로 '치과를 가야 하나?'를 고민하시는 분들은 잘 참고하셔서 여러분의 사랑스런 두상을 잘 간직하시길 바란다.
조그만 개인 병원이었던지라 의사 1명, 간호사 3명 정도인 병원이었다. 간만에 찾아 온 휴일을 맞아 뭔가 중요한 약속이라도 있었던지 그 의사는 상당히 서두르는 기색이었다. 거기에 더해 이니이에게 상당 부분 열을 받아 있는 듯 보였다. 자신의 주말 오후를 망치고 있었으니... 의사의 숨소리가 쉬~ 쉬~ 가 아니라 씨~익, 씨~익일 정도였다.
치료용 의자에 누워있는 이리니. 끊임없이 귓가에 울려 퍼지는 의사의 거친 숨소리. 그 당시만 해도 잠시 후에 무슨 끔찍한 일이 일어날지 알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도 온 몸의 털이 서고 섬찟하다.
예전 신경치료를 한 이가 이제 썩을대로 썩어버려 뽑아내야 하는 개운한(?) 상황. 고통스런 마취를 대견스레 참아낸 이리니. 거친 의사의 호흡이 더욱 거칠어지며, 뺀찌 같은 공구로 어금니를 뽑아내려 애를 쓴다. 의사의 끄~응 하는 소리와 괴상한 '찌~익' 소리가 연달아 들렸다. 찌~익?
알고 보니, 신경 치료한 이가 약해져 썩은 나무 뿌리 마냥 부서지는 소리였다. 아... 이것만해도 끔찍하다. 한마디로 이가 으스러진채 일부는 뽑혀 나오고 이 뿌리는 여전히 잇몸에 남아있는 상태다. 이 처리가 여간 곤란한 것이 아니다. 이를 뽑을려면 그걸 잡아야 하는데, 잡을 부분이 없어져 버린거다.
이 열받은 의사가 들고 있던 뺀찌를 던져버리고, 길다란 쇠꼬챙이를 손에 드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거 어디서 많이 봤다. 싸이코 의사가 인간으로 생체 실험 같은거 할 때의 장면과 거의 똑같았다. 이대로 죽는건가?
이때도 의사의 숨소리는 거칠었다. 마치 '화 반 + 짜증 반'의 상태. 잇몸에 박힌 자그만한 '이 뿌리'가 그리 쉽게 뽑혀져 나오겠는가? 마치 음료수 병 뚜껑을 젓가락 하나로 쑤셔서 따야 하는 상황과 흡사한거다. 의사가 이리 쑤셨다. 안 됐다. 저리 쑤셨다. 안 됐다. 의사의 숨소리는 점점 더 거칠어져 가고, 점점 쌓인 화와 짜증이 폭발 직전의 상황일 때쯤, 의사의 입에서 '끄~응'하는 괴성이 나온 직 후, 의사의 손이 뭔가에 미끄러진다는 느낌과 함께 마취한 이리니의 얼굴에 괴상한 느낌이 찾아왔다. 마치 뭔가가 얼굴 안쪽, 그러니까 코 옆과 뒤, 얼굴 한가운데를 쑤욱 찔렀다. 그 부위 위쪽에 바로 눈과 뇌가 있다. 마취를 한 상태니 아프진 않았지만, 뭔가가 얼굴 가운데 깊숙히 박혔다는 느낌은 확실했다.
"뭐냐? 어떻게 된거냐? 너, 사고 친거냐?"
의사가 모든 공구를 내팽개치고, 느닷없이 이리니의 코를 손가락으로 쥐며 막았다. 그러곤 이런다.
"흥! 해보세요."
"한번 더!"
속으로 무던히도 욕을 하며 한번 더 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잇몸 부위에서 바람이 나왔다. 흥! 흥! 할때마다 잇몸에서 '쉿!' '쉿!'하며 바람이 나왔다.
화와 짜증은 씻은듯 사라지고 그 자리에 당황, 초조, 두려움이 자리한 의사는 벌떡 일어나 전화기로 달려갔다. 엄청난 속도로 번호를 누른 의사는 누가 듣기라도 할새라 속닥속닥 거린다. 제법 긴 대화가 끝난 후, 자리로 돌아온 의사. 난데없는 평화의 사절이 되어 있었다. 마치 포교 나온 성직자 같았다.
"제가 실수를 했습니다. 이를 뽑던 와중, 도구가 미끄러지면서 잇몸을 뚫고 얼굴 안을 찔렀습니다. 더구나 남아있던 이 뿌리가 부서지며 얼굴 안쪽 이곳저곳에 박혀 버린 상태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제가 알아봐 드릴테니 큰 병원으로... 고개 푹! "
아............... 심바! 얼굴에 구멍난거다. 구멍만 났으면 다행인데, 이 뿌리까지 이곳저곳 박혔단다. 어쨌냐고? 그 양반이 말한 지방에 있는 종합 병원으로 갔다. 근데 이 의사도 환자였다. 그 의사 쉐이는 껄껄껄 웃으며 이러는거다.
"푸헐헐헐! 별거 아닙니다. 구멍난 살은 아물 것이고, 박혀있는 이 뿌리들. 별로 상관 없습니다. 놔두셔도 됩니다. 하지만 나중에 축농증을 유발할 수 있으니, 원하시면 수술을 하셔도 되긴 합니다."
"수술하시는게 좋습니다. 그냥 놔둔다구요? 수술하세요. 그리고 원하신다면 그 사고를 낸 의사에게 병원비는 물론 합당한 피해 보상을 받으실 수 있게 저희가 도와 드릴 수 있습니다."
단 하나 있는 외아들의 육체에 심한 손상을 입힌것에 광분한 이리니의 어머니가 병원을 엎었다 놨지만, 돈 얘기는 꺼내지 않았다. 그걸로 그냥 마무리 됐다. 다른 모든 것은 마무리 됐지만 이리니의 몸은 마무리가 되지 못했다. 후유증이 있는거다. 얼굴 오른쪽이 아픈건 아니지만, 감각이 이상하다. 그리고 오른쪽으로 씹는거 불편하다. 때때로 약간의 통증도 있다. 오른쪽으로 누워서 자고 일어나면 아리한 통증이 있다. 여하튼 불편하다.
1. 사랑니, 요즘은 아무 곳이나 뽑아주지 않는다 들었다. 왜? 위험요소가 있어서다. 이를 뽑는다는 것은 우리 눈에 보이는 하얀색 딱딱한 물건을 뽑아내는 그 이상의 것이다. 무엇보다 인체의 신경과 깊은 관계가 있다. 그러니 '사람 이'를 우습게 보지 말라.
3. 의사의 컨디션을 고려하라. 사람은 컨디션이 안 좋을 때는 물론, 약간 졸리거나, 전날 수면이 조금만 부족해도 평상시 버젓이 잘 하던 단순한 일에서 조차 실수를 하곤 한다. 의사 역시 마찬가지일거다.
4. 이런 일은 피하려 한다고 해서 손쉽게 피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평상시 꾸준히 복을 쌓아, 이런 류의 불행과 재난을 피하라. 어떻게 복을 쌓냐고?
추천 버튼을 누르는 자그마한 선행으로 시작해 보는 것은 어떤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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