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니는 병원을 찾을때마다 간혹 극악한 경험을 하곤 한다. 이번 글이 그 두번째 '극악 사건'에 대한 사연이다.
노약자, 임신부는 절대 보지 마라. 심신이 허한자도 보지 말 것이며, 간혹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귀신을 보는 자도 보지 마라. 조금만 상상해도 그걸 마치 현실처럼 느끼는 극강 상상력의 소유자도 보지 마라. 보면? 다친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보면, 특정 정보를 빼내기 위해 적국 스파이나 우리측 슈퍼 울트라 킹왕짱 주인공이 모진 고문을 당하는 장면이 나오곤 한다. 얼마전 나온 007 퀀텀 오브 솔러스에선 예전 선보이지 않았던 신종 고문 수법, 일명 '밧줄 휘돌려 집안의 대 끊기'가 선보인 바 있다. 여자들은 멀뚱멀뚱이었겠으나, 남자들은 온 몸을 휘도는 소름과 아랫도리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섬뜩함과 전율을 경험했을 것이다. 이리니는 007의 주인공이 '씨 없는 수박'이 되었음을 확신하며, 본드걸은 더 이상 007의 털많은 가슴을 구경할 일이 없어졌다 믿고 있다. 주인공의 교체가 시급하다.
헐리웃에서 이리니에게 주인공을 권하라 한다면 '한민관'을 강추하겠다.
고전적 고문 수법으로는 물 고문, 불 고문, 고추가루 고문, 전기 고문, 손톱 뽑기, 발톱 뽑기, 인형 뽑기 등이 있겠다. 이 글에서 이리니는 발톱 뽑기 고문을 병원에서 간접 경험한 사연을, 가감없이, 리얼하게, 생짜로 묘사해 갈 것이다. 아이가 보고 있거든 눈을 가릴 것이며, 심장이 약한 넘은 청심환을, 골초들은 산소 호흡기를, 마음 약한 여자들은 움켜쥘 수 있는 든든한 남자 허벅지를 준비하라. 허벅지닷! 삔트가 빗나가 다른 곳을 움켜쥐었다간, 그대의 남자가 007의 주인공이 될지 모른다.
전문의학 용어를 보란듯 내세울지 모를 극소수 익명 으으사 악플러들을 위해 전문 용어를 미리 써 버리겠다. 이리니도 알만큼 아니 까는 소리 말라는거다. "조갑감입(ingrowing nail)"이라고 한다. 무슨 소리냐고? 전문 용어라지 않나? 원래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용어는 일부러 일반인들이 알아듣지 못하게 만든다. 그래야 자기들도 '전문가' 소리 들어가며 떵떵거리고 살지 않겠나? 한자 아니냐고? 이리니에게 많은걸 바라지 마라.
[ 좌측 사진은 실제 조갑감입 환자의 엄지 발가락이다. 당시 이리니의 발과 비슷하지만, 이리니의 경우 한쪽만 저랬다. 쪼 상태에서 마취 주사를 맞는 장면을 상상하면 큰일난다. 어허! 상상하지 말래두! ]
자, 준비 되었는가?
지금으로부터 10년도 훨 전이다. 호랑이가 담배를 피우며 386 컴퓨터로 갤러그를 하고, 인터넷이 없어 천리안, 하이텔로 채팅을 하며 암호랑이를 꼬시던 시절, 이리니는 군대서,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해 몸과 마음을 다 바쳐 뺑이 치고 있었다.
[ 참으로 애 끓는 사연이로다... 인터넷에 떠다니는 한 병사의 절규다. ]
전투력을 함양한다는 명목하에, 고참들이 쫄따구들을 힘껏 걷어차며 조국과 민족에 맺힌 한을 푸는 시간, 이름하야 "전투 축구" 시간이 돌아왔다. 참고로 그 당시 군대는 어딜가나 축구들 천지였다. 사회에서 별 볼일 없던 넘이 뽈 하나 잘 차, 일약 부대내의 스타로 등극, 군대 생활이 일사천리로 풀리는 것은 물론, 장교들도 축구들, 하사관들도 축구들, 장성급들도 오로지 축구들 이였다. 이리니는 이 축구를 말하지 그 축구를 의미하지 않는다.(?)
갸날프고 깜직한 체형의 이리니는 언제나 이 전투 축구 시간이 죽을만큼 싫었다. 패스 한번 잘못하면, 목숨이 위태로워질지 모른다 느꼈다. 행여 다른 소대 고참 발이라도 스칠라치면, '너 이 쉐이, 죽어!' 외의 기타 등등이 따라올지 몰랐다. 한마디로, 우리 소대 위하다 다른 소대 고참에게, 다른 소대 고참 눈치보다, 우리 소대 고참에게 박살이 나는, 쫄병들에겐 빼도 박도 못하는 시간인거다. 조금 실수라도 한 날 새벽에, 고참 단 둘과 올라간 산 속 초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어찌 알겠는가?
그 날도 굴러오는 공을 어떻하든 사고없이 가로 채, 저 멀리 적 소대 골키퍼 앞에 멀뚱히 서서, 공 오기만을 기다리는 최고참님들께 칼 같이 패스를 해야만 하는 '특수 임무'를 하달 받고 수비진에 포진, 이 눈치 저 눈치 보느라 눈알이 빠질 지경이었다.
군대 축구공은 왜 그렇게 무겁고 또 큰거냐. 도무지 이리니의 갸날픈 발목으론 공이 날아가질 않는거다. '공아, 제발 내 앞으로 굴러 오지마!'라고 절규한들 무엇하리. 그 야속한 공은 내 앞으로 떼구르르 굴러 왔다. 눈을 질끈 감고, 이를 앙다문 후, 하단전의 기를 끌어모아 오른쪽 다리로 보냈다. 이리니의 모든 기와 에너지를 실어 공을 걷어 찼다. 아..........심바! 왜 이렇게 아픈거냐? 너, 설마 부러진거냐?
이리니의 엄지발가락 발톱은 자라나오며 살속을 동그랗게 파고 들어간다. 이가 안으로 오그라 들어가면, 옹니라 해서 고집이 세다던데, 발톱이 오그라드는 넘은 뭐가 센거냐? 정..력? 아마...... 맞지 싶다.
그렇다고 이리니가 '조갑감입'이라는 병을 가졌다는 말은 아니다. 좌측에 보이는 사진은 이리니의 사진이 아니다. 인터넷에서 주웠다. 이리니는 발톱마저도 이쁘다. 단지 저 모양새로 약간 안으로 말려있다. 아주 약간이다. 근데 저 말려진 부분이 공을 차면서 찍혀 버렸고, 그에 따라 발가락에 보이지 않는 상처가 생겼을 것이라 추측한다.
예전부터 경험했던 일이니, 엄지 발톱이 살 속으로 파고 들어 통증이 있는거, 며칠 있으면 낫겠지 싶었다. 발톱이 살을 파고들어 발갛게 부어 오른 발을 하고선, 전투화를 신고 산을 타고, 식기장에 들어가 온갖 음식물 찌꺼기와 오물이 넘쳐나는 곳을 맨발로 뛰어 다녔다. 바로 여기다! 감염이 일어난 곳이...
어느날부턴가 더 이상 전투화를 신을 수가 없었다. 살짝 닿기만 해도 자지러질듯한 비명이 저절로 나왔다. 군대에서 군인이 '꺄~악!'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눈치, 코치 속에 생매장 된다. 워낙 별 볼일 없는 소규모 부대라, 내부에 의료시설은 전무. 아픈 환자들이 일정 수준 이상 모이면, 하루 날을 잡아 외부의 병원에 가서 얼렁뚱땅 치료를 받는 가히 초절정의 병사 복지 시스템을 자랑하는 곳이었다. 이리니 혼자 아프다고 별 수가 없었던거다.
한 쪽은 전투화, 다른 쪽엔 신병 교육대에서 받은 구루마제, 군인 전용 '나이테 에어' 운동화를 신고 산을 타길 며칠. 다행히 일이 심상치 않음을 눈치깐 고참들의 눈물나는 배려로 오염된 물이 넘쳐나는 식기장 출입은 면제를 받았던 걸로 기억한다.
드디어 왔다. 그 날이!
이리니가 드디어 하얀 가운을 입은 닥터를, 백의의 천사 간호사 언니들을 만나는 날이!
전쟁하다 붙잡힌 패잔병 마냥 줄줄이 절뚝거리며 병원에 도착, 의사와 마주친 이리니는 당당히 발을 까보이며 '아~포~'를 외치게 됐다. 문제는 이 의사 양반의 표정이 심상치가 않다. 이것도 거슬리는데, 아까 병원 입구부터 의미심장한 미소를 띄우던 간호사가 여기까지 쫓아와 있다는 거다. 이 간호사 양반은 나이도 20대 후반 또는 30이 넘은듯 한데, 그 맛있는 먹이를 발견한 고양이 같은 표정은 도대체 뭐냐? 의사는 심각한 표정으로 이리니의 발톱을 쳐다보며 있는 인상, 없는 인상 다 쓰고 있는데, 이 간호사는 병실 문 앞에 한쪽 어깨를 비스듬히 기대곤 연신 생글거리며 이리니를 빠안히 쳐다 보고 있다. 뭐냐? 너도 반한거냐? 박박민 머리, 연일 이어지는 엿같은 훈련으로 시커매지다 못해 회색빛으로 물든 피부조차도 이 이리니의 저주 받을 미모는 숨기지 못하는거냐?
드디어 닥터가 입을 열었다.
음... 이거 문제가 그렇게 단순하진 않습니다. 일단 발톱 아래가 감염으로 인해 염증이 심하고, 이 감염이 어디까지 진행되어 있는지 현재는 알 수가 없습니다. 최악의 상황입니다만, 그 감염이 뼈에까지 진행됐을 경우, 뼈를 긁어내는 수술을 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더 최악일 경우, 발가락 절... 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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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아! 심.........바! 뭘 자른다고? 더러운 군생활하는 것도 미치고 환장할 지경인데, 뭐? 뭘 잘라? 머리카락도 아니고 뭐?...' 라며 이리니가 흥분했냐고? 아니.
이리니는 그 때도 그 간호사를 강력히 의식하며 '센 척'을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나는 대한민국 건아요. 대한민국의 남아요'를 속으로 외치며 침착함을 가장하느라 갖은 애를 쓰고 있었지만, 솔직히 겁, 먹어 버렸다.
아, 그렇다고 지금 그런 상태라는 말은 아닙니다. 일단 발가락을 마취한 후, 발톱을 절단해서 염증 부위를 소독하고, 약과 주사로 염증을 다스리면서 경과를 지켜봐야 겠습니다. 그래도 안되면 수술까지 가셔야 합니다만, 일단 오늘은 '반 수술'정도라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마음이 조금 놓일 찰라, '절단'보다 더 무서운 단어가 있었음을 기억해 냈다. 마취!
차라리 의식을 잃는게 낫겠다 싶었던 이리니는 '전신 마취'를 간곡히 부탁했으나, 어림 반푼어치도 없다며 부분 마취를 하겠다는 의사. 하여튼 이것들은... 쯧.
많이 아프실텐데, 참으셔야 합니다. 참으셔야...
이리니, 끄덕끄덕.
아주 쥐뢀을 한다.
아마 아주, 아주 많이 아플 겁니다. 이거 원 참! 많이 아프실텐데... 궁시렁 궁시렁...
심바! 니가 주사 맞냐? 내가 맞쥐!
'이 닥터는 나한테 왜 이러나? 저 간호사는 왜 날 잡아 먹으려 하나?'란 온갖 괴상한 상념이 떠오르다 사라지길 잠시, 닥터가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주사기를 공손히 받쳐들고 나타났다.
'저게 주사야? 아니면 총이야?'
옆에 이리니의 총만 있었다면, '움직이지마! 움직이면 쏜다! ..................개나리!'라 외칠뻔 했다.
자, 이제 마음을 단단히 잡수시고요... 정말 꽤 아플겁니다. 그러니...
환자에게 앞으로 닥쳐 올 고통을 미리 고지하며, 따뜻한 미소를 날려주는 닥터. 솔직히 좋은 의사였다. 젊은 나이임에도 신중했고, 환자의 고통을 미리 느끼기라도 하는듯 얼굴에 근심마저 서려 있었다. 근데... 근데 왜 자꾸 날 놀리는것 같니? 더군다나 너, 간호사 너, 왜 자꾸 웃고 쥐뢀이야? 구경났니? 구경났어? 앞으로 닥쳐올 엄청난 고통에 지레 겁을 먹고 새하얘진 군바리, 처음 보니? 미소년도 아닌 것이, 미청년도 아닌 것이, 미(美) 군바리 처음 보니?
[이리니의 예술혼을 담아 그려 본, 당시 이리니의 오른발 엄지 발가락을 정면에서 본 모습. 회색이 발톱이다.]
'뜨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이라고 소리를 치고 싶었으나,
1. 입고 있는 군복에 걸린 대한 건아의 명예
2. 이리니의 꺾일 줄 모르는 존심
3. 여전히 생글거리는 변__태 간호사의 시선
때문에 소리를 지를 수가 없었다. 기억하기로는 불가항력적으로 나온 '으음!'이라는 신음이 전부였다. 애 낳니?
그리고 저 간호사는 대체 왜 안 가는거냐? 니가 가야 내가 쪽팔림을 무릅쓰고 소리라도 제대로 지를거 아냐? 어째 내가 괴로워 할수록 너의 미소는 더욱 짙어지는거냐? 정말 '태'냐? 타인의 고통이 즐거워? 기뻐 어쩔 줄 모르겠니? 내가 일반병원이 아니라 정신병원으로 잘못 왔니?
고통! 말로도 글로도 그림으로도 형용할 수 없는 그 고통. 전신의 신경이 번개라도 맞은것처럼 미친듯이 펄떡거리고, 척추를 타고 불기둥이 올라 전신을 불태우는 듯 했다. 부실한 치아로 있는 힘껏 앙다문 입, 불끈 쥔 두 주먹, 모조리 꽉 조인 전신의 근육, 한치의 빈틈도 없이 꽉조인 똥.꼬. 이걸로도 그 고통을 참을 수가 없었다. 전신은 미세하게 푸들푸들 떨리고, 절로 솟아나는 식은 땀, 온 몸의 핏줄마저 파들파들 떨리는듯 했다. 근데 닥터가 이런다.
나에게 총을! 나에게 총을 줘! 오늘 내 이것들을 모조리 끝장내고... 라고 생각하는 찰나.
뜨아! 라는 소리가 나오기도 전에 또,
푹3 !
푹푹푹? 4분의 3박자로 찌르니까 재밌니?
이리니의 안에 계신 '그 분'이 자꾸 어딘가로 가려 하셨다. 이럴때 정신이 아득해 진다고 하나?
몸은 이미 정상을 벗어나 푸들푸들...
닥터는 마취가 되길 기다린다며 얼굴에 오만상을 찌푸리고 보고 있다. 이 녀석은 대강 아는거다. 얼마나 아픈지... 간호사? 희열에 젖어 있다.
잠시 후, 언제 어디서 생겨났는지 알 수 없는 뺀찌가 닥터의 오른손에 들려지고...
톡! 톡!
발톱에 노크하니?
마취가 어느정도 됐는지를 확인하다가, 발톱을 살짝 뺀찌로 쥐더니 들어 올리기 시작한다. 자! 여기까지다. 지금까지는 애들도, 노약자도 임산부도 읽는 걸 봐줬지만, 지금부턴 안된다. 가라! 워~이! 워~이!
엄지 발톱이 살짝 들어 올려지는데, 아프다. 온몸에 찌르르르한 뭔가가 전신을 탔다. 눈치를 챈 닥터가 다시 주사기를 들었다. IC ! 그냥 있을 걸.
이 녀석! 기어이 4분의 4박자를 채울려고... 이 뒤로 마취 주사를 더 찔렀는지는 이리니의 기억에 없다. 이리니의 안에 있던 '그 분'이 돌연히 파업을 선언, 떠나 버리셨다.
[ 설마 닥터가 저 뺀찌를 사용했겠는가? 그 당시 도구의 생김새를 기억하지 못한다. 뺀찌랑 비슷하긴 할 거다. ]
닥터가 힘을 불끈 주더니, 이리니가 봤을 때는 오른쪽, 여러분들이 봤을 때는 위의 사진과 같은 쪽의 엄지 발톱을 꽉 쥐고 위로 제껴 올리기 시작했다. 발톱이 묻혀 있으니, 이리니의 눈에는 마치 발톱을 뜯어 내는듯 보였다.
마취? 별 소용이 없는것 같았다. 여전히 마치 감전되는 듯한 고통이 발끝에서 시작해 전신을 관통하고, 몸은 그에 따라 부들부들에서 푸드들푸드들 거리며 떨리기 시작했다. 식은땀이 삐질삐질 새어나오고 터져 나오려는 비명을 억지로 이를 악물어 참으니 배쪽 근육들마저 심하게 조여지며 마치 내장을 압박하는듯 했다. 배에 王 자가 생기려나?
닥터가 힘껏 제껴 당기자 잠시 후, 드디어! 드디어 발톱 뿌리가 그 화려하고 장엄한 자태를 드러내고... 전체 발톱의 약 절반 정도가 제껴졌을 때 쯤, 닥터는 그 제껴진 부분만을 잘라냈다. 드디어 끝난것인가?
긴장이 풀렸기 때문일까? 몸 전체에서 힘이 빠지며 괴상한 반응이 몸 전신, 특히 내부에서 일어났다. 마치 피가 거꾸로 흐르는듯 했고, 그에 따라 피부 표면 전체가 저릿저릿거렸다. 마치 오랜시간 풍랑을 만난 배를 탄 듯, 배 속에 든 뭔가가 꾸역꾸역 위로! 위로!를 외치며 올라오고 있었다. 몸이 이런데 정신마저 다시 아득해지려 한다.
빌어먹을! 이런게 바로 그 떡실신인건가?
이 때다! 그 차분하던 의사의 얼굴에 다급함이 맺히고, 급하게 휴지통을 주고 나선, 여지껏 '맛있겠는데?'라는 얼굴로 기대있던 간호사에게 다른 의사를 빨리 불러오라 소리친 것이.
뭔가가 잘못된건가? 그냥 오바이트가 좀 쏠려서 휴지통을 달랬더니, 너, 왜 이렇게 쪼는거냐?
확실하진 않지만, 어쩌면 고통 때문에 쇼크가 온건지도 모릅니다. 쇼크에 빠지면 위험해질 수도 있으니... 여기 누워 보세요. 어서요.
아... 쪽팔려! 대한민국 군바리가 고통에 쑈크를 먹었단 말인가?
말은 이렇게 하지만, 닥터 얘기로는 당시 심하게 햇빛에 그을려있던 이리니의 얼굴이 백지장처럼 희다고 했다. 안색이 창백해지다 못해 핏기가 하나도 없다는 뜻일거다. 정말 피가 빠져 나가는듯 했으니까... 근데 왜 피부가 하얘졌다고 하니 기쁜거냐?
빠른 발소리와 함께 다른 의사 또한 놀라서 달려왔고, 두 닥터의 주의깊은 눈길 속에 이리니는 곱디고운 피부를 새하얗게 뽑내면서 뻘쭈미 있어야만 했다. 간호사? 뒤에 뛰어온 닥터의 어깨 너머로 까치발을 들고선 '저건 내껀데?'라는 눈길을 사악한 미소와 함께 여전히 보내고 있었다. 도간년.
두 닥터들의 우려와 달리 군의 영양가 높은 짭밥, 하루도 끊이지 않았던 뺑뺑이로 단련된 이리니의 강건하디 강건한 육체는 빠르게 안정되어 갔고, 오락가락 하시던 '그 분' 또한 '끝났어?'라며 제자리를 찾으셨다.
발톱의 절반이 잘려나간 자리. 이리니 자신의 일부였지만, 초면이어서일까? 흉물스러웠고, 징그러웠다. '이 발가락을 저 간호사의 입 안에 쑤욱 넣을 수만 있으면, 소원이 없겠는데..,'라는 괴상한 생각을 하는 동안, 닥터는 빠르게 움직이며 소독 및 기타 처치를 해나갔다. 정성스런 손길로 붕대까지 감기며 드디어! 드디어! 그 악몽의 시간이 끝났다.
이걸로 모두 끝난 것은 아닙니다. 일단 가서 주사를 맞으시고, 부대로 복귀하세요. 복귀 후, 처방해 드린 약을 빠뜨리지 말고 복용하시고, 약으로 제때 소독하는거 잊지 마세요. 그리고 며칠 뒤 다시 오세요. 경과를 확인한 후, 다른 조치가 필요할지는 그 때...
주사를 맞고, 처방한 약을 찾은 후, 싸늘한 그 간호사의 눈초리를 뒤로한 채, 이리니는 다시 그 지옥 같은 곳으로 복귀했다. 걔는 도대체 나한테 뭘 원한걸까?
다행스럽게 감염과 염증은 진정됐고, 이리니의 오른쪽 엄지 발가락은 십수년이 지난 지금까지 짱짱하게 잘 있다.
만약 이리니가 전쟁시, 또는 평상시 자주하는 특수 요원의 임무를 띄고 이 나라 저 나라를 뛰어다니며 썩을 넘들 약을 올리다 잡혔다 치자. 근데 이넘들이 온갖 고문과 고문을 다 한다 치자. 눈 하나 깜짝 안하며, 군번은 없으니 주번을 읊을거다. 근데 이 넘들이 하다하다 안 되니까 뺀찌를 들고, 이리니의 발톱쪽으로 온다 치자. 모든 것을 불어 버릴거다. 모든 것을 팔아 버릴거다. 나라? 조국? 민족? 존심?
이리니는 그런거 모르겠다. 이리니는 그 뺀찌를 피하기 위해 가족을 파는거 빼곤 모든걸 다 해버릴거다.
그 만큼 고통스러웠다.
이리니는 지금 이렇게 하고 있다.
1. 발톱을 일정수준 이상 짧게 깎지 않는다. 발톱이 살에 파묻혀 있는 부분은 되도록이면 손을 대지 않고, 그 위쪽 발톱만을 짧게 자주 잘라준다.
2. 이런 류의 발톱은 약간의 충격에도 큰 통증을 느끼고, 얼마 후 발갛게 부어 오르며 약간의 자극에도 통증을 느끼게 된다. 이럴 경우, 발을 자주 씻어 위생에 주의하고, 특히 절대로 지저분한 물이나 액체에 발을 담그지 않는다.
3. 엄지 발가락 발톱은 그 특유의 꼬랑내가 난다. 물로 비누로 씻어도 여전히 그 냄새는 난다. 워낙 깊이 박혀 있으니까... 이거 이쑤시개나 여타 뽀족한 물건으로 파내지 마라. 쓰잘때기 없이 깔끔떨다가 골로 간다. 이리니 같은 경우, 더운 물에 발을 담그는 방법을 쓴다. 한마디로 손 안대고 때를 불려 빼내는 방법 되겠다. 그 후에 비누로 깨끗하게 씻어주면, 꼬랑내와 작별할 수 있다.
4. 절대로 박지성 흉내를 내지 않는다.
내향성 발톱 대처법 : 네이버 지식인
부디 사뭇 끔찍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경험담을, 글쓴이가 나름 우스꽝스럽게 묘사해서 글 읽는 이들이 느낄 끔찍함을 덜려 애썼다는 사실을 알아주길 바란다. 그에 따라 많은 과장이 있었고, 희화화가 있었다. 특히, 의사, 간호사분들은 이 사실을 너그럽게 봐 주셨으면 하는 바램 간절하다.
이제 써 보고 싶은것 다 썼고, 써야 할 것도 다 썼다.
이제 여러분들의 차례다. 괜찮았거든, 추천하라! 쪼기 아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