눅눅하고 덥덥한 계절이 찾아왔다. 우리나라의 4계절은 그 기후의 뚜렷함으로 감탄스런 장관을 연출하기도 하지만 그와 동시에 그 안에 사는 이들을 참으로 힘들게 하기도 한다. 마치 사우나 안에 있는 듯한 이 찌는듯한 더위는 때때로 사람의 삶의 의욕마저 앗아갈 정도다.
더 이상 장마 예보를 하지 않겠다는 기상청의 예보가 있은지 며칠 되지도 않아, 말이 씨가 된다는듯 그 '장마'라는 불청객이 어김없이 찾아왔다. 자연스레 열을 내는 컴퓨터 옆에 꼼짝없이 앉아 글을 써야만 하는 이에게는 참으로 고달픈 시기가 찾아온 것이다.
글을 쓸 꺼리는 참으로 많았지만 내키지가 않았다. 그래서 그냥 TV를 켰다. 이리저리 채널을 돌려봐도 시간을 들여 뚫어져라 쳐다볼 가치가 있는 프로는 없었다. 우리나라 TV가 이랬던 것이 어디 하루 이틀이던가...? 그래서 마지못해 선택한 것이 '스타의 친구를 소개합니다'란 프로였다. 줄여서 '스친소'라던가...?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프로였다.
오늘 이 글은 이 프로를 보면서 깨닫게 된 '여자들, 특히 어리거나 젊은 여자들의 심대한 착각'에 대한 글이다.
프로의 진행 |
이 프로에 채널을 고정했을 때의 상황은 이랬다.
진행자들을 제외한 남녀 5 : 4의 짝짓기가 진행되고 있다. 허우대 멀쩡한 남자 5명은 모두 얼굴을 드러내 놓고 있는 반면, 상대 여자들은 4명 중 3명은 얼굴을 드러내 놓고 있고 한명은 가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 30초 자기 PR 후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여인은 가면을 벗지 못하게 한 모양이다.
남자들이 한명씩 나서 준비해 온 장기를 보여주며 상대 여성들에게 자신을 어필하는 순서가 왔다. 프로에선 '매력 발산'이라고 했다. 그와 동시에 마음에 들어하는 여성에게 호감의 표시로 두송이의 장미를 주게 했다. 당근 가장 많은 호감을 산 여인이 가장 많은 장미를 받았다. 나머지 3명의 여인들 중 한 여인이 중요하다. 이 여인은 단 하나의 장미 밖에 받지 못했다.
이어 여자들의 매력 발산의 시간이 되었다. 이리니의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요즘의 대세 '섹시 어필'이 이어졌다. 처음 나선 여성은 짧은 반바지 차림으로 다리를 쭉쭉 벌려대는 섹시 댄스를 감행했다. 결과는 2점. 남자 5명중 2명이 'OK' 싸인을 냈다는 말이다. 두번째 순서에 가장 많은 장미를 받은 여성이 나왔다. 역시나 짧은 반바지 차림으로 남자를 무대 중앙에 놓인 의자에 앉혀놓고 다리를 들었다 놨다하는 섹시댄스를 췄다. 점수는 3점. 세번째로 그 문제의 여성이 나선다. 가장 적은 수의 장미를 받은 여성. 4명의 여인 중 가장 노출이 적은 의상을 입고 나와 '섹시 댄스'라기 보다는 귀여움과 깜찍함을 강조하는 가벼운 춤을 선보인다. 점수는 예상을 깨고 4점. 갑작스레 4명의 남자가 '좋아'라고 한거다. 마지막은 가면의 여인. 짧은 치마에 어깨 부분이 모두 노출된 의상을 입고 나와 춤을 춘다. 점수는 3점.
문제는 바로 여기다. 3명의 여성이 노출이 있는 의상을 입고 나와 요즘의 대세라는 '섹시 댄스'를 감행했음에도 불구하고 두명 내지 세명의 남자에게서 '호감' 점수를 얻은 반면, 처음에 단 한송이의 장미 밖에 받지 못했던 상대적 비호감의 여성이 노출도 그닥 없는 의상을 입고 나와 섹시 댄스가 아닌 귀염성을 강조한 가벼운 춤을 추고, 무려 네 명의 남자에게서 '호감' 점수를 받아 냈다는 것이다. 왜일까...?
섹시 마케팅 |
'섹시 마케팅'의 파워를 모르는 현대인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 섹시 어필을 통해 소위 말하는 '스타'가 된 연예인들은 부지기수다. 섹시 마케팅을 넘어 '노출 마케팅'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가 되었다. 그렇다면 이 '섹시, 노출 마케팅'은 언제나 효과가 있는 것일까?
예전 박모 여가수가 소속사와 마찰을 빚고 있다는 신문기사가 난 적이 있다. 그 마찰의 원인은 소속사의 끊임없는 '섹시 이미지 전략'에 대한 여가수의 반발이었다. 그 여인은 그보다 훨씬 앞서 '나는 더 이상 소녀가 아니에요~'라는 노래와 섹시한 춤으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었지만, 그 후 한동안 매스컴에 노출이 거의 없는 상태였다. 다시 재기를 노리려할 때 소속사측에서 또다시 들고 나온 카드는 역시나 '섹시'였고, 그 여가수는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왜였을까...?
그간 무수한 쇼 프로, 특히 버라이어티 쇼들에서 현란한 섹시 이미지와 그에 걸맞는 화려한 섹시춤으로 순식간에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일약 스타덤에 오를것만 같았던 수많은 신인 여자 연예인들이 있었다. 당시 이런 여인들이 하나 등장할 때마다 포털의 UCC는 이네들의 현란한 섹시춤을 담은 동영상으로 몸살을 앓을 지경이었고, 실시간 인기 검색어 1위에 당당히 오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수순이었다.
문제는... 그네들은 지금 이 순간, 모두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 그리고 그들은 왜 사라졌을까...?
섹시 마케팅의 엄연한 한계 |
그냥 간단히 해보자.
1. 연예인, 특히 여자 연예인의 나이가 일정 수준 이상일 경우, 이 마케팅은 통할래야 통할 수가 없다.
2. 야한 사진이 계속 야한 사진일 수 있을까? 아니다. 그 사진에 익숙해지는 순간은 반드시 올 것이며, 그 익숙함이 생겨나는 순간 그 사진은 더 이상 사람들의 흥미를 끌 수 없게 된다. 즉, 싫증이 나는 것이다. 섹시함, 야함의 매력은 대단히 단순하다. 그냥 벗는거다. 그 단순함으로 인해 섹시의 매력은 그만큼 손쉽게 싫증이 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3. 그렇다면 '섹시 마케팅'으로 순식간에 스타덤에 오를듯했던 신인 연예인들이 어느 순간 흔적없이 사라져 버리는 것은 왜일까? 왜 그네들은 자신들이 그토록 염원했던 스타의 대열에 오르지 못했던 것일까...?
그 이유가 '스친소'에도 나왔다. 그 이유는 바로 '섹시 이미지가 사람들에게 미치는 악영향' 때문이다.
섹시 이미지의 악영향 |
[ 이런거 보면, 여자들은 참 불편하겠어요... 여러모로 말이죠... 저 얇은게 똥꼬를... --; ]
다시 스친소로 돌아가자. 남자 5명은 4명의 여인들을 처음 만나 잘 모르는 상태다. 그냥 얼굴과 이름 정도만 알고 있는 상태. 이런 상황에서 4명의 여인들은 매력 발산 시간을 통해 상대에게 자기 어필을 해야만 했고, 4명 중 3명의 여인은 마치 당연하기라도 한것처럼 '섹시 댄스'를 선택했다. 짧은 반바지, 짧은 치마를 입고 나와, 5명의 남자들 앞에서 현란하게 몸을 흔들어대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바로 여기다, 이상한 부분이.
그 5명의 남자들은 그녀들의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왜 그 3명에게 그토록 낮은 점수를 주게 됐을까?
요즘의 대세인 '섹시 컨셉'이 도대체 왜 통하지 않았던 것일까?
글쓴이는 그 이유를 크게 2가지로 보았다.
① '섹시'의 쌍둥이
누구나 짐작만으로도 알 수 있다.
값싸다. ( * 이렇다라는 단정이 아니라 이런 '인상'을 줄 수도 있다는 의미 )
이 '값싸다'의 느낌은 사실상 '섹시'의 쌍둥이 격이다. 우아한 섹시? 품격있는 섹시?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글을 쓰는 이리니는 단 한번도 본 적이 없다.
스친소에서의 그 3명의 여인들은 분명히 그 '섹시 댄스'를 열심히 준비 했을 것이다. 연습도 했을 것이다. 촬영 당일, 아마 최선을 다해 그 '섹시 댄스'를 선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그 애쓴 노력의 댓가는 남자들에게 준 '나 값싸요...'라는 질낮은 느낌이 고작이었던 것이다. 그것도 첫만남에서 말이다.
② '춤 잘 춘다'의 의미
어떻게 해야 춤을 잘 출 수 있을까? 누군가에게 배우는 것이 가장 빠를 것이다. 근데 학교에서는 가르쳐주지 않는다. 댄스 학원이 있지만, 대중적이지 못하다. 다시 말해, 댄스 학원에 비싼 수강료를 내고 춤을 배우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는 말이다. 서울 이외의 지방 같은 경우는 이런 댄스 학원 자체를 구경하기가 힘들다.
그렇다면? 학원이 아닌 주변 누군가로부터 배우거나, 스스로 자꾸 춤을 연습하듯 추는 경우가 있겠다. 하루 이틀로 춤을 잘 추게 되지는 않을테니, 그 기간이 제법 길 수 밖에 없다. 이런 일이 가능한 대표적인 장소, 사람들이 '춤'하면 떠올리게 되는 장소가 있다. 어디? 다 알 것이다. '클럽', '나이트'...
춤이라곤 출 줄 모르는 일반인들이 그 클럽, 나이트를 자주 들락거리는 사람들로부터 받게 되는 주된 인상은?
잘 논다. ( * 이렇다라는 단정이 아니라 이런 '인상'을 줄 수도 있다는 의미 )
아닌가...?
이 '잘 논다'는 인상은 사실 굉장히 많은 부정적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다들 잘 아실거다. '예전 껌 좀 씹었다'에서 시작해 '날라리, 양아치'를 거쳐 '공부랑은 거리가 멀다'에 이르기까지...
여자의 섹시댄스가 남자에겐...? |
값싸다 + 잘 논다
의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
그나마 연예인들은 좀 낫다. 왜? 이들이 연예인이 되기 전까지 상당한 트레이닝을 받는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으니까. 그렇다면 일반인은? 어디서 그 현란한 춤을 배웠을까? 댄스 학원보다는 '클럽', '나이트'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을 것이다. 하루 이틀 거길 간다고 되는 일도 아니다. 엄청 들락거렸다는 소리다.
결론을 짓자.
여자의 섹시 댄스는 남자들에게 '호감'을 주기보다 예상치 못했던 '비호감'을 줄 수 있다.
이리니 개인적으론 뛰어난 섹시 댄스보다 아예 춤 자체를 추지 못하는 것이 남자들에겐 되려 더 호감을 줄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최소한 순수의 느낌, 순진의 느낌은 있지 않겠는가...?
마무리 |
이 글은 '섹시 이미지', '섹시 댄스'가 남자들에게 이런 느낌을 준다... 라는 단정이 아니라 그럴 수 있음을 언급하는 글일 뿐이다. 위 글에 종종 보이는 단정적인 어투는 글의 흐름상 모든 문장을 '~일 수 있다, ~할 수 있다'의 추측성 문형으로 쓸 수 없었기 때문임을 밝히고 싶다.
모든 남자들이 다 이렇다...라고 한다면 그건 미친 소리가 될 것이 분명하다. 그 누가 있어 무슨 수로 모든 이들의 마음 속과 가슴 속을 들여다 보고 속속들이 알 수 있겠는가...? 하지만 부디 무작정 이 글을 부정하기 전에 주변의 남자들에게 두루 확인해 보시길 바란다. 모든 남자들은 아닐지언정 '상당수'의 남자들일 것임은 분명할 것이다.
그것을 확인할지 말지, 확인한 후의 선택, 그 모든 것은 여러분들의 몫으로 남겨두고 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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