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니 습작/남과 여

'남녀 사랑'에 대한 고약한 '고정관념'

이리니 2009. 7. 18. 08:35



쩝, 이리니가 이런 글을 쓰게 되리라곤 정말 상상을 못해봤다. 고작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런 소리를 해댔으니까.

사랑...? 그게 뭐 밥 먹여줘...? 무엇보다 '사랑' 같은게 정말 있기는 있는거야...?
 
 당시의 이리니는 대략 2가지 심각한 질병에 걸려 있었던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첫째는 남성 호르몬, 테스토스테론에 의해 야기되는 '수컷병'이요, 둘째는 소위 교육 받은 현대인들의 고질병 '이성으로 생각하는 병'이다. 

 이 수컷병은 이리니가 연재할 '남자의 신비' 시리즈의 주요 뿌리 부분으로, 이 자그마한 단락으로는 설명 자체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 수컷병의 증상을 아주 간단히 관찰할 수 있는데, 대표적인 증상으로 남자 아이들의 '칼 싸움, 총 싸움'에 대한 이유없는 몰두와 성인 남성들의 '자동차, 기계, 격투기, 전쟁게임'에의 광적인 사랑 등을 들 수 있겠다.

 '이성으로 생각하는 병'은 나름 교육 좀 받았다하는 현대인들의 대다수가 앓고 있는 질병으로, 머리로 생각하고 이성으로 분석했을 때 인지, 감지, 감각되지 않는 것은 대뜸 '없다!'라고 부정해 버리는 병이다. 특히 남자들의 경우 '논리, 분석'을 우선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 '사랑'이라고 하는 것은 당최 논리도 없고, 분석되지 않으며, 생각으로 알 수도 없고, 지성으로 인식되지도 않으니, 대뜸 '사랑이란 없어!'라고 단정짓게 되는 경우를 말한다.

 사실 아주 오랜 옛날부터 유독 '사랑'에 대해서만큼은 남자가 여자들보다 열등하다는 얘기가 있어 왔고, 남자인 이리니는 도저히 이 부분을 부정할 수가 없다. 남자인 이리니가 '사랑'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대략 서른을 훌쩍넘어 중반에 다가갈 때다. 그 이전...? '남자 아이'와 다를 바 없이 살았다. 한마디로 인생에 있어서 사랑이 차지하는 엄청난 비중에 그나마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 서른 초, 중반이었다는 것이다. 

 이 사실은 이리니를 엄청나게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이런 의문이 끊임없이 들 수 밖에 없었던거다.
이 중요한 '사랑'이란 것에 왜 이제야 주목하게 됐을까...? 그 이전에는 왜 몰랐을까...?

 사랑에 전혀 주목하지 못한 채로 삶을 살았던 어리석은 한 남자가 있었다. 그 남자는 회한과 자책의 시간을 보내며, 뒤늦은 공부를 시작할 수 밖에 없었다. 나름 정성이 갸륵했던지, 하늘은 늘어나는 주름과 흰머리만큼의 '앎'을 주셨고, 오늘 이 글은 그 앎중의 일부를 여러분들과 조금 나누어 보고자 하는 글이다.  


1. 모든 사람이 사랑을 이미 안다...?

 아니다. 이 사실을 증거하는 이가 바로 글쓴이다. 이리니는 30년 이상의 세월동안 '사랑'을 모르고 살았다. 아니, 어쩌면 '사랑'이란것 자체에 주목하지 않고 살았다고 보는게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심지어 '사랑'에 주목해야 할 필요성 자체도 느끼지 못하는 삶을 살았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타인은 모두 제쳐두고 자기 자신의 가슴에 손을 얹고,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어보자. 

나 스스로는 '사랑'을 알고 있는가...?
 
또 이렇게도 물어보자. 

자신이 정작 '사랑'이 뭔지도 모르면서, 무턱대고 상대가 진정한 '사랑'을 자신에게 주기만을 기대하지 않았나...?
상대가 '사랑을 이미 알고 있다'라는 부정확한 가정을 사실로 믿고 그 상대를 비난해 본 적은 없는가? 혹 지금 이 순간 하고 있지는 않은가...?

 부디 이 부분을 면밀히 살펴 보시기 바란다. 그렇지 않고 '모든 이들이 사랑을 안다'라는 부정확한 가정을 진실로 믿을 경우, 여러분들은 '사랑은 고통스러워...'의 저주에서 벗어나지 못할지도 모른다. 



2. 모든 사람이 말하는 '사랑'은 같은 것이다...?

 아무 근거가 없는 소리다. 그 누구도 타인이 '사랑'을 언급할 때, 그 상대방의 '사랑'이 대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그 사람의 사랑은 그 사람이 되어야만 알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은 절대로 인간A가 인간B로 되어볼 수가 없다. 

 한마디로 우리는 절대로 타인의 사랑을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사랑은 100% 주관적이다. 하지만 주변을 살펴보면, 마치 자기가 타인의 사랑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여기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이 부분을 간과하시면, 여러분들은 사랑과 관련된 '비난'의 구렁텅이에서 벗어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여러분들은 사랑 때문에 타인을 비난할 것이고, 그와 동시에 비난 받을 것이다. 



3. 성인이라면 사랑을 안다...?

 아니다. 우리나라는 그 특유의 문화적 특성으로 인해, 대체적으로 20세 이상이 되어야 남녀 사이의 '이성 관계'를 사회적으로 용인한다. 그렇다면 나이 스물만 넘으면 갑작스레 '사랑'을 알게 되고 또 할 수 있게 될까...? 

 여러분들도 이미 아시다시피,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중고등 학창 시절의 이성관계를 곱게 보지도 않을 뿐더러, 성적, 입시 문제로 인해 '사랑'에 대해 생각할 기회, 숙고해 볼 기회조차 없이 갑작스레 20세의 성인이 되어 버린다.

 한마디로,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대한민국의 남녀는 공식적으로는 '성인'이지만, 사랑에 대해서만큼은 '갓난 애기'와 같은 것이다. 

 어쩌면 20대 중후반의 많은 분들이 '나는 사랑을 알아...' 그래서 '나는 사랑을 할 수 있어...'라고 하실지 모르겠다. 정말인가...? 

 이 부분을 자세히 살펴보시면, 미숙한 사랑을 하고 있는 자신은 물론 상대방도 용서하게 되실지 모른다. 특히나 20대의 혈기 넘치는 연령대에 계시는 분들은 꼭 다음 사실만큼은 살펴보시기 바란다. 

여러분도... 상대방도... 완전한 사랑, 진정한 사랑을 하기에는 아직... 아직... 어릴지도 모른다. 




4. 남자와 여자의 사랑은 같다...?

 아무 근거 없는 소리다. 

 우리는 이런 얘기를 제법 자주 듣게된다. 특히나 남녀사이에서...
나는 저 인간을 사랑하는데, 저 인간은 왜 나를 사랑하지 않는거지...?
나는 저 인간을 이만큼 사랑하는데, 저 인간은 왜 나를 이만큼 사랑해 주지 않지...?
 이런 식의 비난성 질문은 그 자체가 오류일 수 있다. 왜? 이미 말했다시피 인간A는 인간B와 다르듯이 남자와 여자는 다르기 때문이다. 

 글쓴이 역시 남자와 여자의 사랑이 어떻게 다른지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이 남녀사이의 차이, 그 영원히 건널 수 없는 심연의 강을 무시할 경우, 남녀사이의 다툼은 끊이지 않을 것이란 사실. 이것만큼은 확실히 안다. 


 연인이나 배우자와 다툼이 생기거든 재빨리 이 사실 하나를 떠올려보자. 
남자와 여자는 다르다.

 이 '상기' 하나가 어쩌면 큰 싸움을 작게, 작은 싸움을 웃고 넘기게 해줄지도 모른다. ^^ 




5. 사랑은 정신적이다...?

 소위 말하는 '플라토닉 사랑'. 사실 이 '정신적 사랑'이라는 '개념'이 얼마나 많은 허구와 억측을 낳았는지 모른다. 왜 허구냐고...?

인간인 우리는 육체, 마음과 따로 떨어져 '정신'만 일 수가 없다. 소위 말하는 '영혼'인 상태로 그랬던 적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인간인 지금은 확실히 아니다. 우리 인간은 '정신 + 마음 + 육체'인 상태다.
 
 자세히 살피면, 이 정신적 사랑은 다분히 '개념'적 이라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한마디로 근거가 없는 것이다. 또한 이 개념은 '인간의 육체'를 마치 저급하고 저열하며, 저질인듯한 부정을 인식을 낳았고, 더 나아가 인간이라면 피할 수 없는 육체적 사랑에 '죄'라는 멍에를 씌우기에 이르렀다. 

 이리니는 이 사실 한가지만을 언급하고 넘어가겠다. 
이 땅 위에 있는 모든 인간은 그 정신적 + 육체적 사랑의 결과물이다. 

 인간의 육체에 대한 부정, 육체에 대한 혐오는 사실상 자기 존재의 부정, 혐오에 다름 아닌 것이다. 



6. 사랑은 '심(心)'적이다...?

 이 부분은 예전에 썼던 글로 대신하고 싶다. 

 그냥 간단히 결론만...? ^^

사랑은 마음의 한 상태가 아니다. 사랑은 본질적 상태도 아니며, 본질 그 자체다. 



7. 육체적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이 '육체적 사랑'에 대한 부분은 대단한 조심이 필요하다. 특히 한창 성장기인 청소년, 혈기가 넘치는 젊은이들이 자칫 이 부분을 잘못 이해하고 오용하면, '육체적 방종'에 빠져들기 쉽다. 그리고 그 방종으로 인한 결과는 때때로 자신은 물론 타인에게까지 극심한 해를 끼치고, 끝끝내 수습마저 곤란해질 수 있다. 

 인간 진화의 여정상 가장 처치 곤란한 부분이 여기 있다. 어쩌면 인간이 마주한 여러 문제들 중, 가장 많은 시간이 필요한 부분일지도 모르겠다. 어떤 문제...?

인간 육체는 대체적으로 10대 초, 중반에 육체적 성(性) 능력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인간의 마음은 10대 초, 중반일 때...? 아직 '어린 아이'라는 것이다. 

 즉, 
인간 마음의 성장이 인간 육체의 성장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인간이 짊어진 무수히 많은 짐중에 하나가 바로 '몸과 마음의 괴리'라고 믿고 있다. 괜히 불가의 가르침에 '심신일여(心身一如)'가 있겠는가...?

 이 부분에 대한 언급은 여기까지만 하겠다. 나머지는...?
 다음과 같이 말씀 드리겠다. 

1. 여러분들이 직접 살펴 보세요. 
2. 여러분들 머리의 성장, 가슴의 성숙과 함께 '이해'가 일어날 날이 올 것입니다.
 


8. 마무리

 사실 이 글은 이리니 자신을 위해 적었다고 고백하고 싶다. 언젠가부터 간혹 이리니에게 '사랑'에 대한 상담이 들어오기 시작했는데, 그 분들의 대다수는 이런 부분들을 살펴보기엔 나이가 지나치게 어렸다. 보통 20대 초중반, 많아봐야 30대 초반이었다. 글 머리에 고백했듯이 이리니는 20대 때는 사랑에 대해 관심조차 없었고, 30대 초반무렵까지 '사랑'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도 '사랑'에 대해 별달리 아는 바가 없다. 

 그렇다고 문의를 주신 분께 '저는 몰라요'라고 답하기도 뭐하고, 이 글뿐만 아니라 다른 글에 썼던 내용까지를 포함하는 장문의 답글, 이메일을 매번 쓸 수도 없지 않겠는가...?

 그래서 적었다. 개인의 편의를 위해서... 

 사실상 이리니가 쓰는 '사랑'에 대한 글의 요지는 항상 거의 같다. 이 참에 정리를 한번 하고 글을 마치자.

1. 상대를 보기 이전에 '자기'를 먼저 보세요.
2. 자기가 진정으로 '사랑'을 아는지,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는지'를 먼저 보세요.
3. 상대가 자기와 다르다는 사실을 명심하세요.


그 후에, 상대와 상대의 사랑을 문제 삼으세요. 
 
 근데 누군가 저에게 "이런 글 쓰는 넘이 왜 지금껏 혼자야...?'라고 물으시면... 

 진정한 사랑을 알고, 진정한 사랑을 깨달으며, 진정한 사랑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하느라 고달픈 여정을... 커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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