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니 연재/연애론

여자의 인내가 필요한 '남친 유형 5'

이리니 2009. 12. 23. 07:00


예고됐던 여자의 인내를 필요로 하는 남자들에 대한 글이다. 

글쓴이는 남자. '여자의 마음을 이해한다'라는 소리는 쌩 구라일 수 밖에 없는 처지다. 얼마전부터 날아들기 시작한 '상담 메일'. 솔직히 이리니를 많이 놀래키고 있다. 비밀 댓글들 또한 마찬가지. 30년이 넘는 세월을 살아오며 설마 여자들이 남자들과 연애를 하며 이렇게까지 속을 끓일 줄은, 이렇게까지 노심초사하며 하루하루의 연애 관계를 이어가는지는 꿈에도 몰랐다. 마치 기네스북 도전에나 나오는 심장 졸이는 외줄타기 같다고나 할까...

남자의 행동 하나하나에 일일이 반응하고, 남자가 무심코 툭 던지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 끝없이 의미를 부여해가는 여자들. 한 남자의 입장에서는 정말로 쇼크다. 인터넷 유행 용어로는 '후덜덜' 정도가 되겠다. 그런 상태로 매일매일의 연애를 이어가며 노이로제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이 되려 이상할 정도다. 이런 모습들을 보면서 왜 여자들이 그토록 남자에게 자주 문자와 전화를 하는지, 왜 남자가 하루 정도만 연락이 없어도 그토록 불안해하는지를 이해해 버렸다고나 할까...? 새삼 깨닫는거지만, 여자는 남자랑 달라도 지나치게 다르다. 무서울 정도로 다르다.    

남자인 이리니가 여자들의 이런 부분을 바꿀 수는 없을거다. 하지만 약간의 도움 정도는 드릴 수 있으리라 보았다. 어떤 방식으로...? 남자의 속내와 심리구조를 설명하는 것으로...

오늘 이 글은 여자들이 연애시 만났을 경우, 속을 끓이고 노심초사하며 불안해 하기 보다, 약간 방임하는 자세로 '인내와 기다림'을 필요로 하는 남자의 유형들을 몇가지 얘기해 보려 한다. 이런 유형 몇가지라도 안다면, 최소한 여자 혼자 오들오들 떨며 불안해 하는 시간만은 좀 줄일 수 있지 않을까...하는 한 남자의 마음을 담아서 말이다.   



 1. 10대 남자  

 * 주의 : 모든 10대 남자들이 다 그렇다는 말은 아니다. ↙출처

간혹 상담 메일로 10대 남자에 대한 애틋한 사랑 또는 짝사랑에 대해 문의하시는 소녀들이 계신다. 이 소녀들의 메일은 정말로 대단해서, 마치 사춘기 소녀의 마음 속을 이리니가 훤히 들여다 보는듯한 느낌을 가질 때가 많다. 엄청나게 예민하고 너무나도 섬세해서 남자인 이리니는 가히 이해 자체가 힘들 정도. 솔직히 이런 예민한 상태로, 일상 생활을 정상적으로 영위해 간다는 사실 자체가 신기할 정도다. 아마 이리니가 그런 심리상태 속으로 빠진다면, 모르긴 몰라도 병원에서 장기간 요양이라도 해야되지 않을까 싶다. 역으로 생각하면 이런 결론이 나온다. 

"여자들이 남자의 속내와 마음 속을 들여다 본다면, 그 무딤과 무신경함에 뒤로 나자빠질 것이다."

그리곤 이런 소리를 틀림없이 할거다. 
'이 남자는 일말의 신경조차 쓰지 않는 일을, 나 혼자 그토록 끙끙 앓았던거야? 오우 마이 가뜨 !'

자, 이제 10대 남자에 대한 얘기를 해보자. 솔직히 고백하겠다. 
"남자인 이리니조차 10대 남자들의 속내와 마음은 도저히 알 수가 없다."

10대 소년들의 마음은 10대 소녀들의 마음만큼이나 복잡하고 혼란스럽다. 이 혼란스러움의 원인은 단 하나, 아직 어리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잡혀져 있지 않고, 그 어떠한 것도 확실히 정해진 것이 없으며, 육체와 마음 둘 다가 끊임없는 변화의 와중에 있다. 어려운 말로 하면, '자아'가 아직 확립되지 못한 상태인거다.

이런 상태에서의 사랑...?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심지어 당사자조차도 오늘은 마음이 이렇지만,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자신의 마음이 어떻게 바뀌어 버릴지 알 수 없는 상태가 바로 10대 소년들의 상태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틀림없이 10대 소년과의 아름다운 사랑을 꿈꾸는 소녀들이 있을거다. 

그런 이들에게 줄 이리니의 충고는 이렇다.
1. 그대도, 그 남자도 지금 끊임없는 변화의 와중에 있다. 
2. 그가 지금은 그렇지만, 20대에 들어서는 순간 완전히 바뀔거다. 그대도 마찬가지. 
3. 몸, 마음, 의식, 자아, 가치관 그 모든 것이 바뀔 것이다. 그의 것도, 그대의 것도.
4. 따라서 그 어떠한 것도 단정짓지 말라. 그 어떠한 감정도 확실히 여기지 말라.
5. 그럼에도 그대가 진정 그를 사랑하는것 같거든, 마음을 조리기 보단, 그냥 기다려 보라. 인내하며 다만 지켜만 보라. 그대 자신이 그리고 그가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다만 지켜만 보라. 10대 때의 모든 것은 오직 '시간'만이 해결해 줄 수 있다.
6. 정 괴롭거든, 주변의 성숙한 언니들에게 조언을 구하라.  

이렇게까지 얘길해도 10대 소녀 여러분들은 자신의 마음을 끊임없이 조릴거다. 그렇지 않은가...? 
하기사 누구나 그렇게 성장해 가는 것이니까...  ^^



 2. 20대 남자  

 * 주의 : 모든 20대 남자들이 다 그렇다는 말은 아니다.

20대에 들어서서도 사람의 변화는 계속 된다. 내면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신체적인 변화까지. 누구나 다 알겠지만, 인간들에게 있어 이 '변화'라 하는 것은 삶 자체이자, 일종의 '불안정함'의 원인이 된다. 삶이라 하는 것이 매일매일 잠시도 쉬지 않고 변해가니, 사람들은 끝없이 노심초사하며 닥쳐올 미래를 불안해하는거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가 없으니까. 

헌데 이 20대의 계속적인 변화로 인한 불안정, 불확실성은 남녀관계에도 어김없이 영향을 미친다. 특히나 이 연령대의 남자와 연애를 하고 있는 여성분들은 반드시 '생물학적, 육체적' 부분을 반드시 고려하셔야 한다. 강조컨대, 20대 초, 중반의 남자일 경우는 필수다. 대체적으로 남자의 육체는 20대 중반 이후서부터 서서히 안정화되어 간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 전까지는 소위 '혈기'라고 알려진 것이 여러가지 문제를 끊임없이 야기한다. 무엇보다 골치가 아픈 문제는, 이 연령대의 남자 스스로가 이 부분을 통제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20대 초, 중반에 뻣치는 그 혈기는 남자가 만들고 싶어서 만드는 것이 아니며, 없애고 싶다고해서 없앨 수가 없다는 말이다. 말 그대로 동물적 본능처럼 그냥 무작정 끓어오르는 것이다. 이 무작정 뻣치는 혈기의 대표적 원인으로 손꼽히는 것이 바로 남성 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이다.

그럼 마음과 감정은? 당연히 이런 생물학적, 육체적인 부분들에 의해 심대한 영향을 받는다. 때로는 지나치게 공격적이거나 웈하는 성질로, 때로는 사춘기 소녀 뺨치는 변덕으로, 때로는 여성들의 원성을 자자하게 받고 있는 그 바람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 외에도 숱하게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  
 
자, 이리니가 이런 얘기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런 사실들을 여자분들이 모를 경우, '그 인간 도대체 왜 그래?'라는 사소한 의문에서부터, 연일 이어지는 남친과의 혈투, 만나고 헤어지고를 반복하는 쳇바퀴 연애, 실연의 아픔과 상처, 자괴와 죄책감, 후회와 절망...등등등에서 도저히 벗어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아, 물론 언젠가는 '아하!'하며 아시게 되긴 할거다. 언제...? 여러분들 얼굴에는 주름이, 머리에는 흰머리가 나기 시작하거나 이미 상당수 나있을 때 말이다.

물론 이런한 경험들 자체는 '배움'이라는 측면에서 분명히 대단한 가치가 있다. 하지만 아플거다. 때때로는 아주 많이. 그 아픔의 시간을 줄이시라는거다. 그 불면의 밤을 조금 줄여보시라는거다. 상대를 비난하고 비난하며, 더 나아가 자신에게 자괴를 느끼기까지 하는 그 상처주고, 상처받는 정도를 줄여 보시라는거다. 되도록이면 피를 덜 흘리고 배우시라는거다.

이리니의 충고는 이렇다. 
1. 그대가 20대 초, 중반의 여성일 경우, 자기 자신은 물론 상대에 대한 판단, 단정은 아직 이르다. 
2. 상대방 남자가 20대 초, 중반일 경우, 그를 '성숙한 남자'라고 부르기는 아직 이르다. 
3. 그대도 그도 20대 초, 중반일 경우, '성숙한 사랑'을 논하기엔 아직 이르다.
4. 따라서 자기와 상대에 대한 모든 판단, 심판을 뒤로 미루고, 인내하며 기다리라. 
언제까지...? 그대와 그가 일정 수준이상 '성숙'할 때까지. 무엇보다 그대 자신이 성숙할 때까지. 

미숙한 이들의 가장 큰 공통점이 무엇일까? 상대를 상처 입히는 것은 물론이고, 종국엔 자기 자신에게까지 스스로 상처를 입혀 버린다는거다. 따라서 자신의 성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왜? 자신이 성숙했을 경우, 상대가 대단히 미숙할지라도 지혜로운 대처가 가능할테니까 말이다.

그렇다면 20대 후반은 안전할까...? 이리니는 30대 중반, 간혹 스스로에게 꿀밤을 먹이며 '어린 넘!'이라고 할 때가 있다. 아직도 '야동'이라는 소리를 들으면 귀가 솔깃한다. (--;) 나머지 판단은 여러분들께 맡기겠다. 



 3. 엄친아 중 일부  

 

20대 초반 무렵, 불의의 사고를 당해 병원에 입원을 했을 때다. 바로 옆 침대에 소위 말하는 엄친아 부류에 속하는 한 유부남이 이리니처럼 수술 대기를 하고 있었다. 명문대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 당시에 재계 2, 3위를 다투던 대기업에 다니고 있다고 들었다. 왜 수술을 하게 됐는고 하니 직장 동료한테 맞아서였다. 그 얘기를 듣고선, 남자들끼리 술한잔 먹고 주먹다짐 좀 했나보다며 별 대수롭지 않게 여겼었는데,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보니 그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결혼한지 이제 갓 6개월 정도가 된 신혼이라는데, 이 유부남 엄친아가 이제 겨우 스물을 갓 넘긴 이리니에게는 그렇게 우습게 보일 수가 없었다. 이 인간은 군대도 갔다왔다던데, 마치 어린아이를 보는듯 했다. 생명이 위태로울 정도의 큰 수술도 아니고, 다만 부러진 뼈조각 조금 맞추기만 하면 되는 수술을 앞두고선 마치 불치의 병이라도 앓고 있는 중병 환자처럼 자기 가족 전체를 들들들 볶아댔다. 특히 자기 아내. 마치 3-4살 꼬마 아이가 끊임없이 엄마에게 투정을 부리는 것처럼, 아내에게 투정을 쉬지 않고 부려댔다. 가장 하이라이트는 수술 직후. 병실에 다른 환자와 가족들도 다 있는데, 자기 아내에게 버럭 소리를 지르며 자기를 뒤에서 안고 있으란다. 애 안듯이 말이다. 그러면서 한다는 소리가 뭐 춥다나? 그 후로도 그 유부남 엄친아는 자기 아내를 마치 몸종 부리듯 하는 짓을 도무지 멈출 생각을 안하는거다. 물 떠와라, 추우니 뒤에서 좀 안아라, 이것 가져와라, 저것 가져와라. 그러면서도 쉬지 않고, '남편이 아픈데, 그것 하나 제대로 못 챙겨주냐?'란 소리를 입에 달고 사는거다. 그 모습을 바로 옆 침대에서 멍하니 보고 있던 이리니. 거짓말 안 하고, 어디 병원 구석으로 조용히 끌고가 자근자근 밟아주고 싶었다.

그 엄친아의 어머니는 '나 이대 나온 여자야'를 외치듯 교양있고 격조있는 중년의 여인이었다. 언제나 미소 띈 얼굴로 친절했고, 아들이 괴상한 투정을 부릴때마다 주변의 환자들과 가족들에게 고개를 숙여 사과를 하곤 했다. 자식 농사를 잘못 지은 죄였을까? 특히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는 것은 그의 아내다. 뭐랄까, 부모 빚을 대신 갚아주기 위해 팔려온 여인 정도?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온갖 수모를 겪으면서도 단 한번도 싫은 내색을 안하는거다. 얼굴에는 온통 '곤란해, 부끄러워'라는 기색을 두르고서도, 단 한마디 '싫어요. 이제 좀 그만해요'란 말을 못하는거다. 당시의 이리니는 속으로 이랬다. '참 오래살다보니 별 꼴을 다보겠네...' 

당시 그 엄친아의 나이는 30을 바라보는 20대 후반. 전혀 아무런 고생없이 '오냐, 오냐' 소리만을 들으며 자라왔겠지. 그러다보니 오직 아는 것이라곤 '자기' 밖에 없었던거다. 그런 사람이 직장생활이라고 제대로 했을까? 직장 동료에게 맞았다고 했잖아. 왜 맞았을까? 재수 없어서...

이리니는 여자들이 엄친아들을 선호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물론 모든 여자들이 그런건 당연히 아니겠고. 이런 사례 하나를 소개함으로써 엄친아라고 무조건 좋지만은 않다라는 사실을 여인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혹자는 물으시겠지. '그거 엄친아를 질투하는거 아냐?'
이리니는 이렇게 답한다. '진짜 재수 없는 애들은 이상하게 없어...' ^^;



 4. 최면에 걸린 남자  

 


여기서의 최면은 레드썬으로 대표되는 그 일반적 최면이 아니라, 다분히 '편견에 사로잡힌'이라는 의미정도로 해석하시면 되겠다. 특히 상대 이성, 여자에 대한 편견말이다. 이 부분은 사실 남자나 여자나 매한가지가 아닐까 싶다. 신빙성을 더하기 위해 개인적 경험을 짧게 덧붙여보자. 

이리니가 20대 초반의 혈기왕성할 때다. 남중-남고를 졸업, 이제 갓 대학에 들어온 녀석이 여자에 대해 알면 얼마나 알았을까? 당시 이리니 주위에는 나름 여자 경험이 풍부하다며 설레발을 치길 좋아하는 형들이 몇 있었는데, 어린 이리니에겐 그 형들이 그렇게 대단해 보일 수가 없었다. 직접 경험을 할 수가 없으니 간접 경험이라도 하자 싶어 그 형들의 설레발을 열심히 줏어 듣고선, '아, 여자란 이렇구나...'하던 시절이었던거다. 헌데 나중에 나이가 들고 또 살아온 경험이 좀 생기고 나서 보니... 쩝, 그 형들의 설레발은 진짜로 설레발일 뿐, 전혀 사실이 아님은 물론 귀담아 들을 가치조차 없더라는거다. 

한참의 시간이 흘러 이리니가 20대 후반에 접어 들었을 때다. 버스 안에서 우연찮게 여대생 3명과 같이 앉아가며 그녀들의 '남자는 이렇더라', '아니, 남자는 저렇던데...' 같은 미녀들의 수다(?)를 본의 아니게 듣게 됐다. 문제는 그녀들이 알고 있는 남자에 대한 정보는 그 어떤 것도 맞는 것이 없더라는거다. 3명의 여대생이니 최소 20대 초, 중반은 됐을텐데, 어찌그리 남자들에 대해 모를 수가 있는건지. 눈을 지그시 감고 자는척을 하며 엿듣고 있는데, '풋' 또는 '풉'하는 웃음이 터질려고 하니 난감해서 죽을 지경이었다.

이쯤되면 소제목에 있는 '최면'이란 말이 무슨 뜻인지 짐작이 가실것이라 믿는다. 편견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잘못된, 그릇된 정보로도 볼 수 있다. 더욱 재밌는 사실은 그 그릇된 정보의 출처다. 남자는 주로 다른 남자들로부터, 여자는 주로 다른 여자들로부터 이런 잘못된 정보를 수집하고,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게 되면 마치 최면이라도 걸린듯이 그 잘못된 정보를 '진짜 그렇다'로 믿게 된다는거다. 특히나 이 최면의 정도는 나이가 어리면 어릴수록 더욱 심할 가능성이 많다. 가장 최악은 중, 고등학생이며, 이성 경험이 없는 대학생들도 별반 차이는 없을거다. 

이런 최면, 편견, 잘못된 정보에 사로잡힌 사람들. 여러분들의 예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을지도 모른다. 특히나 아직 이성경험이 별로 없는 젊은 남자들은 이런 괴상한 최면에 걸려있을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물론 경험없는 젊은 여성들도 마찬가지일테고. 

문제는 이런 사람이 자기의 상대, 즉 자기 짝일 경우다. 어떻게 해야할까? 그게 진짜 최면이라면, '자, 이제 서서히 깨어나기 시작합니다. 하나, 둘, 셋을 세면 깨어납니다. 개운합니다. 레드 썬!'하며 깨울 수 있겠지만, 이런 편견, 잘못된 정보로 인한 최면은 어떻게 깨야할까? 

답을 아시는 분...?
이리니는 아직까지 명확한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한가지 생각해 볼 수 있는 방법은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는 것인데, 문제는 인간의 편견이라고 하는 것이 좀체로 이런 식으로는 쉬이 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이리니가 깨어난 것처럼, 시간과 경험이 쌓여 자동적으로 그 편견에서 벗어나는 방법 외에는 별다른 뽀족한 수가 없는거다. 그래서 '인내'가 필요할 수 밖에 없는거다. 왜? 그 최면에서 깨어나는데 필요한 제1 요소가 '시간'이니까 말이다.

여러분들 스스로는 어떤가? 자신이 정작 괴상한 최면에 걸려 있지는 않은가? 
'나는 남자가 이렇다고 생각해', '나는 여자가 저렇다고 생각해'라는 여러분들의 모든 생각과 믿음, 가치관들이 모조리 다 그릇된 정보, 편견, 착각에 의한 최면이라면 어쩌실텐가...?
 


 5. 현실에 짓눌린 남자  

 

에효... 이리니 역시 이 부류에 속한다고 고백해야겠다. 아마 성인 남성들의 상당수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나 싶다. 길게 쓸 필요조차 없을 정도다. 때로는 직장 상사가 깡패라서 괴롭고, 그 놈의 돈이 없어 죽을 지경이며, 자기 집 하나 마련하려고 뼈골이 빠지는거다. 몸이 늙어가서 괴롭고, 나이 들어 어찌살까 생각하니 또 고롭고, 점점 기력은 딸려가는데 세상은 무섭도록 돌아가니 자꾸 괴로운거다. 

옛말에 사람이 나이가 들면 애가 된다는 말이 있다.
이리니는 여기에 하나를 더 추가하고 싶다. '무거운 현실에 짓눌리면 남자도 애가 된다'.
자기 어깨에 놓인 짐이 너무 무겁게 느껴질 때면, 때때로 다른 누군가를 배려하기가 힘들 때가 있다. 울컥 짜증이 솟구치며, 모든 것에서 달아나 버리고 싶을 때가 있다. 마치 어린 아이처럼 누군가에 기대 칭얼거리고 싶어질 때가 있다. 

이럴 때 남자는 어디로 가고 싶어할까? 어디서 위안을 받고 싶어할까?
술? 담배? 이것도 할만큼 해보면 별다른 위안이 안된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이리니는 개인적으로 그곳이 '여인의 따스한 품'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오늘처럼 춥고 외로운 밤이면, 이리니는 그곳을 간절히 꿈꾼다. 부비부비... ^^;; 



 마무리  

 

이 글의 제목에 있는 '인내'라는 표현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 글을 제대로 읽지 않았을 경우, 마치 '여자니까 무조건 참아라'소리처럼 들릴 수 있다는거다. 하지만 글의 내용을 잘 이해하신 분들이라면, 여기서의 인내가 사실은 '화 낼 필요없이 차분히 지켜보는 인내'라는 사실을 발견하실거다. 마치 어린아이를 지켜보는 어른의 심정으로 말이다. 이 부분, 오해가 없으셨으면 한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어려서 미숙한 것을 피할 수가 없다. 이것은 남녀 공히 마찬가지. 이 글을 쓰는 이가 남자고,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글이어서 이렇지, 사실은 남자와 여자란 단어를 교차해서 바꿨을 경우, 남자들에게도 적용이 가능한 글이다. 

이리니가 이 글을 쓴 이유는 단순하다. 
첫째는 자신의 미성숙을 보자는 것이고, 둘째는 상대의 미성숙을 보자는 것이며, 셋째는 이런 앎을 바탕으로 서로 상처주고, 상처받는 일을 좀 줄여보자는 뜻이다.

이리니의 가슴을 가장 아프게 하는 것은, 연애의 실패가 가져오는 부정성을 목격할 때다. 연애를 해오면서 반복적으로 실패를 경험하신 분들의 일부는 자책, 자괴로 괴로워 하거나, 아니면 상대에 대한 엄청난 분노와 혐오, 더 나아가 상대 이성에 대한 엄청난 불신으로 괴로워 하기도 한다. 헌데 이런 문제의 대다수는 사실 '미성숙', '어림'으로 인한 것일 뿐, 그 사람의 본성에 무슨 심대한 장애가 있어서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말해 주고 싶었을 뿐이다. 
그냥 아직 어려서 그렇다고...
그냥 아직 성숙하지 못해서 그렇다고...
시간이 지나 성숙이 자리 잡으면 모든게 다 괜찮아질거라고...
그러니 부디 인내 하시라고... 그 성숙의 시간이 찾아올 때까지...
그 현실적 어려움이 걷혀질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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