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니 연재/연애론

남녀 연애, 흔한 착각 BEST 3

이리니 2009. 12. 24. 07:00

오늘 글은 연애를 하는 동안 한번쯤 살펴볼 필요가 있는 '착각'들에 대한 글이다. 많은 착각들이 있겠지만, 그 중에서 3개 정도만을 따로 추려본 글이다. 

어제 예고됐던 글은 20대 연애에 대한 글이었으나, 기왕 글을 쓸거, 많은 분들이 보실 수 있는 글을 쓰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연령대별로 나눌려면 나눌 수도 있겠으나, 중복되는 부분도 많은 것이 사실이라 글의 방향을 바꾸게 되었다. 예고와 달라진 점, 양해를 부탁 드린다.  



 1. 호감, 정말 믿어도 되나...?  

 출처

아마 여자들을 가장 자주 혼란케하고, 더 나아가 가슴 아프게 하는 부분이 아닌가 싶다. 간단히 예를 들자면 이런 식이다. 남자A가 우연찮게 여자B를 만나게 된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갑작스레 남자A의 가슴 속에 '나, 저 애가 마음에 들어'라는 호감이 생겨난다. 가만히 쳐다보니 귀엽기도 하고 깜찍하기도 한 것이 눈에 넣어도 안 아플것 같은거다. 여차여차해서 자리를 마련하곤, 일명 '꼬시기' 작업에 들어가기 시작한다. 운 좋게도 그 여인B도 넌지시 응해주는 상황. 

자, 여기까지는 누구나 다 아는 남녀 연애 상황이다. 헌데 말이다. 괴상하게도 그 남자의 마음 속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 분명 그 여인을 처음 만났을 때만해도 엄청난 호감을 느꼈고, 그래서 꼬셨는데,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보니 그 호감이 점점 옅어지기만 하는거다. 분명 처음 시작시에는 '나, 저 애 좋아'하는 그 무엇인가가 분명히 있었는데, 이제는 그 마음이 이렇게 말하는거다. '내가 기대했던 그런 애가 아니구나...' 

한마디로, 만남의 시간이 길어지고, 그녀를 마주치는 횟수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처음에 만들어졌던 그 갑작스런 호감이 끊임없이 부서져 나가는거다. 종국에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릴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일 경우, 일반적으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는 여러분들도 잘 아실거다. 여자B는 틀림없이 이렇게 말하는 순간이 온다. 

"나 좋다고 그렇게 꼬실 때는 언제고, 이 인간 갑자기 왜 이러지...?"  

이런 상황이 왔을 때, 그녀는 얼마나 당황하게 될까? 물론 그녀가 그 남자의 가슴 속을 훤히 들여다 볼 수 있다면, 어쩌면 최소한 혼란스럽지는 않을 수 있을거다. 근데 무슨 수로 그 속을 들여다 보나? 하도 답답하고 기가 막혀 그 남자A에게 솔직히 물어본다고 가정해 보자. 그럼 그 남자는 뭐라고 할까? 웬만해서는 솔직한 답을 주지 않을거다. 왜...? 이 부분이 대단히 중요한데, 왜인고하니 바로 미안해서다.

이 상태로 관계가 진행될 경우, 상황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여자B의 불면의 밤과 눈 밑 다크서클은 점점 깊어만간다. 왜? 남자는 미안한 마음에 그녀와의 관계를 단번에 끊지 못하고, 뮝기적 뮝기적 그녀의 주변을 맴돌기만 할테니까 말이다. 여자가 아무리 물어도 별 신통한 대답도 없고, 전화를 하면 받기는 하는데 딱히 별다른 애정을 느낄 수도 없다. 만나자면 만나주기는 하는데, 꼭 심술난 어린 아이마냥 입이 툭 튀어나온 상태로 틱틱거리기가 일쑤인거다.

TV에서 이런 소리 들어 보셨을거다. "꽁트는 꽁트일 뿐, 오해하지 말자."
이리니는 이런 소리를 해보고 싶다. "호감은 호감일 뿐, 오해하지 말자."

호감은 분명 사랑으로 발전할 수 있다. 하지만 호감이 곧 사랑인 것은 아니다.

노파심에 한마디 하자면... 현재 자기 남친과의 관계가 위에 묘사한 것과 흡사하다 하여, '바로 이거야!'라고 단정짓는 여성분들이 안계셨으면 한다. 어디까지나 하나의 예일 뿐이며, 남녀사이에서 일어날 수도 있는 가능성 중 하나이니까 말이다. 또한 이 부분은 남녀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TV에 나온 모 여자 연예인이 이런 소리를 한 적이 있다. 

"대단한 호감을 느낀 남자를 만나 식사를 하던 와중, 
그의 이 사이에 낀 고춧가루를 보는 순간 만 정이 떨어져 버렸다."

다음에 언제 기회가 닿거든, 남자의 저 '미안해서...'가 여자의 가슴에 어떤 식으로 못을 박는지도 한번 살펴보자. 



 2. 밀착, 과연 사랑을 증가시키나...?  

 

아마 이 부분은 여자분들에게 많이 적용되지 싶다. 이리니가 추측컨대, 많은 여자분들은 이렇게 생각들을 하고 계신듯하다. 

그이와 자주 문자를 주고 받으면, 애정이 깊어질거야. 
그이와 자주 전화 통화를 하게 되면, 우리 사이는 더 발전할거야.
그이와 매일 만나고, 오래 만나면, 우리 사랑은 더욱 깊어질거야.  

어쩌면 이 부분은 아주 짧게 마무리를 지을 수 있을듯 하다. 주위를 잘 살피신 후, 혹시나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같은 곳에서 계속 생활하는 맞벌이 부부를 찾아 딱 한번만 물어보시기 바란다. 가장 잘 눈에 띄는 곳은 슈퍼마켓이다. 부부가 같이 운영하는 곳 말이다. 가서 이렇게 묻는거다. 

"부부가 계속 같이 얼굴 맞대고 생활하시니, 금슬도 점점 좋아지시겠어요. 안 그래요...?"

어떤 답이 돌아올것 같은가? 웬만해선 '아, 네. 어찌 그리 잘 아세요?' 같은 소리는 듣지 못할거다. 아마 가장 많이 나올 답변은 이 정도가 아닐까 싶다. 

"이 짓거리 계속 안 해봤으면, 아예 말을 말어. 웬수도 그런 웬수가 없어." 

아마 누구나 한번쯤 들어는 보셨을거다. 안 그런가?
이와는 정반대의 경우도 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부부가 따로 떨어져 외지에서 생활하게 되는 경우다. 흔히 말하는 주말 부부. 헌데 의외로 이들 중에 이렇게 고백하는 이들이 많다. 

"늘상 붙어살 때는 무덤덤하기만 하더니, 
막상 떨어져 살고보니 없던 정이 다시 싹트고, 금슬도 예전보다 더 좋아지는듯 하더라..."

어떤가? 역시 한번쯤은 들어보셨을거다. 사실 이런 부분은 시사하는 바가 상당히 큼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많은 사람들이 잘 주목하지 않는 부분이기도 하다. 특히 젊은 커플. 그 중에서도 여자들이 말이다.

밀고 당기기라는 말은 연애판의 정석 같은 것으로 통한다. 하지만 이리니는 이 밀고 당기기보다 '공간 조절'이 훨씬 중요할 수도 있다고 믿고 있다. 이 밀착 부분과 '공간 조절'에 대한 좀 더 상세한 내용은, "이리니의 개똥철학 - 그 남자의 심리 홀딱 디비기" 시리즈에서 살펴보기로 하고, 오늘 글에서는 이 정도까지만 하자.



 3. 휴대폰, 과연 '사랑의 도구'인가...?  

 

말 나온 김에 애정이 점점 식어가고 있는 한 커플의 문자 대화를 해킹해 보도록 하자.  
여 : 뭐 하삼?
남 : 뭐 그냥
여 : TV 아님 게임?
남 : 근데 넌 뭐?
여 : 나도 뭐 그냥
남 : 피곤한데 내일...
여 : 왜 피곤?
남 : 뭐 그냥

한 문자당 30원으로 계산했을 때, 240원이라는 거금을 썼음에도, 건진건 사실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단 하나 건진게 있다면 '애정이 식었다'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정도...?

그렇다면 이제는 옛 조선시대로 돌아가 그 당시의 연애판을 한번 살펴보자. 
춘향이를 보고 홀딱 반한 몽룡이. 이 궁리 저 궁리 아무리 해봐도 춘향이한테 자신의 마음을 전달할 방법이 없는거다. 왜냐? 당시의 여인들은 주로 자기 집 안에 콕 박혀 살았으니까. 보고 싶은데 보질 못하니, 그 보고 싶은 마음은 날로 커지기만할 뿐 도무지 사그라들지를 않는거다. 이러다간 상사병으로 죽겠다 싶었던지 방자를 불러 들볶기 시작한다. 

가방끈 짧고, 빽도 없는 종놈이 무슨 힘이 있으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연통할 방법을 찾아내 몽룡이한테 일러준다. 이제부턴 방자도 죽어나지만, 몽룡이와 춘향이도 사실은 죽어난다. 어쩌면 더. 왜일까...?

방자야 써주는 편지를 들고, 이리 뛰었다 저리 뛰었다 해야 되고, 심지어는 자다 일어나서 새벽이고, 야밤이고를 가릴 것 없이 들고 뛰어야해서 죽어나지만, 몽룡이와 춘향이는 대체 왜일까? 가장 고역인 것은 바로 그 '기다리는 시간'이다. 방자가 축지를 하는 것도 아니요, 훈련받은 우싸인 볼트도 아닌 바에야, 가는데 걸리는 시간, 또 춘향이가 온갖 신경을 다 써 편지를 쓸테니 또 그거 기다리는 시간도 필요하다. 또 돌아서 달려와야 하는 시간도 있을뿐더러, 이 방자 자식이 항상 들고 뛴다는 보장도 없다. 

이 간격의 시간동안, 몽룡이와 춘향이는 정말로 죽어나는거다. 특히나 주변의 여건상 바로 연통이 된다는 보장 또한 없는것 아닌가? 재수 없으면, 편지를 보냈는데 며칠째 답장을 못 받기도 하니, 자칫 하다간 심장에 무리가 갈 지경이 되곤 하는거다. 또 그 기다리고 기다리던 편지를 직접 손에 들게되면 또 어떤가? 덜덜덜 떨리는거다. 흥분해서도 떨리고, 기대되서도 떨리는거다. 

이 모두를 자세히 보면, 글에야 '죽어난다'라고 쓰긴 했지만, 몽룡과 춘향의 애틋한 사랑은 그 간격 시간 그리고 그 긴긴 기다림을 통해 더욱 깊어지고 무르익는다는 사실을 발견하실거다. 현대에는 바로 이게 없다. 한마디로 너무 빠른거다. 간격시간이란 것도 없고, 기다림이란 것도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정 안되면 영상통화라도 하면 되니 말이다. 

이렇게 물어보자. 
"손을 뻗기만하면 언제든 가질 수 있는 것들 중, 여러분들이 진정 소중히 여기는 그 무언가가 있는가?" 

어쩌면 말이다, 이 휴대폰이란 도구는 연인들로 하여금 언제든 손만 뻗으면 바로 그 상대를 가질 수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는지도 모른다. 마치 값싸고 가치없는 그런 흔한 물건처럼 말이다.  

예전에는 사진 하나를 찍으면, 그게 참으로 좋은 추억이 되곤 했고, 연인간의 사랑에 양념 구실을 톡톡히 하곤 했다. 역시나 간격 시간이 많이 필요했는데, 사진관에 맡기고 인화하는 시간이 걸렸고, 다시 그 찾은 사진을 들고가 연인에게 전달하는 시간도 필요했다. 무엇보다 컸던 것은 그 사진을 연인들이 같이 찍는 이벤트 자체가 자주 벌어지지 못했다는 것. 연인들이 늘상 그 비싸고 무거운 사진기를 들고 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었을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요즘은 이것도 너무 흔해져 버렸다. 연인간의 사진도 너무 많아서 이젠 귀찮을 지경이고, 언제 어디서 찍었는지도 기억이 안 날 지경이다. 컴퓨터에도 사진들이, 휴대폰에도 사진들이 왕창왕창 있으니, 그 사진들을 굳이 귀이 여길 필요가 과연 있겠는가 말이다. 정 안되면 다시 찍어버리면 되는 것을...

한번쯤 이런 질문을 던져보시는 것은 어떨까...?
나와 그 사람 사이, 너무 흔해져 버린 것은 아닐까...?



 마무리  

 

글 읽기가 불편하다는 분들이 계셔서 급하게 수정하긴 했는데, 어떠셨는지 모르겠다. 또한 약간 경직된 상태로 글을 쓰면 그나마 좀 나은데, 오늘처럼 약간 가벼운 글을 쓰면 괴상한 어투가 자주 나온다. 이 부분 또한 거슬리지나 않으셨는지 모르겠다.

이리니는 진정 대한민국 0.1%의 사나이다. 휴대폰이 없거든. 휴대폰의 문자보다는 이메일을, 이메일보다는 종이에 씌어진 편지를 더 사랑하는 아날로그 남자다. 붕붕하며 드라이브를 하는 것보다, 조용한 산책로 거니는 것을 더 즐기는 올드한 남자다. 어쩌면 그래서 이런 글이 나왔는지도 모르겠다. 혹시나 통신사에 직접 근무하시거나, 근무하는 남친, 여친을 두신 분들께는 통촉을 부탁 드린다. ^^;; 

글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정말 뒷북이지만, 혹 여러분들 중, '국가 대표'라는 영화를 아직 보지 못하신 분들은 꼭 보시길 강추한다. 본시 국산영화를 잘 보지 않는 타입인데, 오늘 글을 쓰던 도중 머리에 쥐가 와서 휴식겸 보게 됐다. 아 근데, 오모나... 이게 대박인거다. 아마 여태껏 본 국산 영화 중 가장 완벽한 영화가 아니었나 싶다. 가벼움과 무거움, 웃음과 울음, 슬픔과 감동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정말 최고의 영화였다. 

혹 크리스마스 날, 짝 없이 홀로 계실 솔로들께서는 연락 바란다. 
소주를 입가심 삼아 '국가 대표' DVD라도 같이 보자. 그리고 우리 다같이 속 시원히 울어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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