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니 연재/남녀 연애 최대의 적

남녀 연애 최대의 적 - '지적질' 편

이리니 2010. 1. 4. 07:00

오늘은 '남녀 연애 최대의 적'이라는 이름으로 '지적질'에 대해 몇마디 해보자.

이 지적질은 남녀노소를 떠나 사람들을 참 피곤하게 한다. 더 심하면 짜증이 솟구치고, 더 더 심해지면 살기(殺氣)마저 느껴질 정도로 화가 솟구치게 한다. 결국 이 쌓이고 쌓인 짜증과 화가 결국에는 폭발, 무수히 많은 선남선녀들의 사이를 갈라놓지 않던가?

어디 연애에서 뿐이겠는가? 군대에서 가장 짜증스런 고참, 지휘관의 필수 항목이 다름 아닌 '지적질'이다. 회사에서 가장 짜증나는 상사 역시 '지적질 전문 상사'. 친구 사이에서 가장 재수없는 녀석을 꼽으라면, 역시나 최고 항목은 지적질과 절묘히 어우러진 잘난척이다. 이리니처럼 글을 쓰는 블로거에게 가장 짜증스런 댓글을 꼽으라면, 주저없이 '지적질 댓글'을 꼽을거다.  

지금부터 이 지적질의 근본적 원인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하나하나 살펴보자.   



 1. 지적질의 근원  

 출처

지적질의 가장 큰 뿌리를 찾으라면, 어쩌면 많은 이들이 '뭔가를 알아서'를 꼽을지도 모르겠다. 한마디로 그 인간이 뭔가를 많이 아니까, 쉴새없이 '나 잘났네'를 외치며 떨들어 댄다는거지. 하지만 사실을 엄밀히 따져보면, 이 지적질의 근본 뿌리는 '무지', 다시 말해, 아는게 쥐뿔도 없어서라는거다.

몇가지 질문을 던져보자. 

"자기는 어떻게 살아서 존재할 수 있는가?"
"자기는 무엇이며,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자기는 자기의 에 대해, 마음에 대해 무엇을 얼마나 아는가?"
"자기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무엇이며, 왜 그리고 어떻게 존재하는가?"

딱 4개다. 첫 질문은 '존재'에 대해, 두번째는 '자기'에 대해, 세번째는 인간의 기본적 기능인 '마음과 육체'에 대해, 네번째는 '세상'에 대한 질문이다. 존재, 자기, 마음과 육체, 그리고 세상. 이 4가지는 인간인 우리에게 가장 원초적이고 기본적인 것이다. 이것들이 없으면 우리는 살아서 존재 자체를 할 수가 없다.  

묻자. 이 원초적이고 기본적인 질문에 답을 할 수 있는 인간이 있는가? 목숨을 걸 수 있다. 아무도 없다.

또 묻자. 
"왜 인간들은 끊임없이 지적질을 일삼으며 다른 이들의 가슴을 히떡 뒤집어 놓을까?"

그 답은 지독히도 단순. 
자기가 '모른다는 사실'을 몰라서다.

인간이 인간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자기가 정작 자기 자신을 모른다는 사실'. 이것 하나를 제대로 몰라서다. 이 '자기가 모른다는 사실', 이것 하나만 알아도 인간은 엄청 아는거다. 최소한 건방지지는 않을 수 있을 것 아닌가? 자신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면서, 다른 이들에게 '이건 옳다, 저건 그르다, 이건 선이고, 저건 악이다' 같은 손과 발이 모조리 오그라드는 민망하고 망측한 짓을 하며 생을 허비하지는 않을것 아닌가?

자, 이 단락을 마무리 지어보자. 
딱 한가지 사실만을 알고 다음으로 넘어가자. 

여러분과 이리니. 진짜, 정말로... 모른다

이 사실은 불쾌하다. 아닌가...?
자기가 쥐뿔도 모른다는 사실. 정말로 존심 상하고, 짜증스러울 정도로 불쾌하다. 아닌가...?
하지만, 이 불쾌한 사실을 겸허히 수용할 수 있는 성숙을 갖춘 이라면, 아주 귀중한 선물 하나를 받을 수 있다. 

그 선물은 바로,
겸손
 
이다. '나는 모릅니다'를 겸허히 인정하고 수용한 겸손이다. 
이걸 갖추면 뭐가 좋으냐고? 최소한 '재수없는 인간'이 되진 않을 수 있다. 최소한 '내가 옳아. 하지만 너는 틀려' 같은 유치한 애들 싸움은 쉽게 피할 수 있다.



 2. 마음의 돌팔매    

 출처

마음의 원초적 기능 중 하나는 '정보의 수집'이다. 이 마음의 정보 수집 기능에 이상이 있을 경우, 유기체인 육체는 생존 자체가 힘들 수 있다. 물 속에 들어가 죽고, 불 속으로 뛰어들어 타 죽기도 하며, 먹어선 안될 걸 먹고선 비명횡사 할 수도 있을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 기능에는 단점이 있다. 특히 인간의 마음에는 도저히 어떻게 해 볼 수 없을 정도의 치명적 단점이 있다. 그게 뭘까...? 바로 이거다. 

"인간은 자기가 아는 것만 안다. 그리고 이게 전부라고 생각하며 철썩 같이 믿는다."

인간의 수명은 고작 수십년. 이 짧은 기간동안 수집하고 경험한 그 무언가를 토대로 인간들은 자기만의 '아는 것'을 만든다. 헌데 이 정보의 양이 도대체 얼마나 되겠는가? 죽기 직전까지라고 해봤자, 고작 수십년인거다. 뭘 도대체 제대로나 경험할 것이며, 어떤걸 제대로 알 수가 있겠는가? 정말로 보잘 것이 없다는거다.

마음의 원초적 한계가 바로 이거다. 
1. 자기 마음 안에 있는 정보는 제한적이다. 
2. 인간의 마음은 이상할 정도로 1번에서 말한 '마음의 한계, 정보의 제한'을 스스로 깨닫지 못한다. 
3. 1번과 2번을 '모른다는 사실' 그 자체를 또 모른다. 

위에서 언급했던 '인간의 기본적 무지'와 이 단락에서 말하고 있는 '마음의 원초적 한계'가 결합하면, 아주 당연한듯이 '지적질 대마왕'들이 찬란하게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보라. 
인간들이 이 제한적이고, 무지로 가득찬 바로 그 '자기 마음'을 얼마나 애지중지하고 있는지 말이다.
얼마나 많은 인간들이 이 무지와 제한된 지식, 앎을 가지고 다른 이들을 판단하고 심판하는지 말이다.
얼마나 많은 인간들이 그 무지의 심판을 바탕으로, 자기에게, 타인들에게 돌을 던져대고 있는지 말이다.

그대의 모자란 마음이 그대의 연인을 바라보며, 얼마나 자주 판단하고 심판해 왔는지 아시겠는가?
그대가 그대의 연인에게 던지는 지적질이, 바로 그 '돌'이라는 사실. 아셨는가...?
 


 3. 너만 마음이 있는게 아냐.   

 

인간이라면 누구나 마음을 가지고 있다. 이 사실, 그 누가 부정할 수 있겠는가?
인간이라면 누구나 위에 언급했던 '무지의 마음', '제한된 마음'을 가지고 있다. 부정할 수 있는 분...?

자, 이제 주제인 '연애'쪽으로 범위를 좁혀가 보자.

남자 A와 여자 B가 만났다고 하자. 남자의 마음은 A. 여자의 마음은 B다. 자, 묻자. A와 B가 같을 수 있겠는가?

A와 B는 절대로 같을 수 없다. 항상 ( A ≠ B ) 이다.  

이런 상태에서 남자가 여자에게, 여자가 남자에게 지적질을 일삼는다고 하자. 무슨 의미일까?

단지 이 뜻일 뿐이다. 
야! 너, 내 마음에 맞춰.

왜 남자는 여자에게, 여자는 남자에게 이 '내 마음에 맞춰'를 주장할까? 그 이유는 너무나 단순하다. 그래야 '자기 마음'이 좋으니까. 그래야 '자기 마음'에 드니까. 쉽게 말해, 아주 '이기적인 요구'인거다. 상대를 자기 마음에 맞춘 뒤, 기뻐하고 즐거워하기 위해서이니까. 

이쯤에서 연애판을 자세히 보라. 온통 이 '이기적 요구' 천지다. 그러니 어찌 다툼이 없을 수 있겠는가?
남자나 여자나 끊임없이 이렇게 외쳐대고 있는 곳이 다름 아닌 연애판이다. 

"야 너. 내 마음에 좀 맞춰. 
그래야 내가 기분이 좋잖아. 그래야 내가 기쁘잖아. 나한테 맞추란 말이야!"

남녀 쌍방이 모두 위의 가당찮은 외침을 끝없이 토해낸다. 무슨 일이 벌어질까? 바로 아래다. 


기억하자. 
상대방도 자기만큼이나 이기적이고 감정적인 '자기 마음'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다. 

이 엄연한 사실을 잊으면, 위와 같은 '충돌'을 도저히 피할 수 없다. 이 충돌이 생기면, 누가 다치나? 아시다시피, 둘 모두 다친다.  



 4. 지적질이 효과는 있는가?  

 

단적으로 말해 아무런 효과가 없고, 되려 심각한 부작용들만 만들어 낸다.

인간을 일러 '습관의 동물'이라고들 한다. 자세히 관찰해 보면, 인간들은 말 그대로 '습관의 덩어리'라는 사실을 손쉽게 발견한다. 다른 이들을 볼 필요도 없다. 그냥 자신을 보라. 식 습관, 수면 습관, 배변 습관, 언어 습관... 정말 끝도 없이 습관으로 이루어진 동물, 그게 바로 우리 인간들이다.

습관. 많이도 말고 딱 하나 고치기. 이게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지 웬만한 사람은 다 알거다. 어떤 고질적인 습관은 고치는데 수 년이 걸리기도 하고, 어떤 습관들은 고쳐지기는 커녕 죽는 그날까지 일평생을 가는 경우도 허다하다. 더욱 심각한 일은 이 습관들의 대다수가 자신도 모르는 상태의 무의식적 습관이라는거다. 쉽게 하자면, 자기도 왜, 어떻게 그런지도 모르면서 그냥 그런거다. 참으로 놀랍게도 이게 바로 인간이다. 

다시 말하면, 자신도 모르게 형성된 특정한 패턴의 반복, 즉 습관이 있고, 이 패턴대로, 이 습관대로 자신도 모르게 그냥 그렇게 살아가는 존재. 이게 바로 인간이란거다.

바로 이런 이유로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온거다. 
인간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사실 위의 말은 오류가 있다. 능동형인 '않는다'가 아니라 수동형인 '못한다'가 더 정확하겠다. 이리니 역시 부정적인 습관을 무던히도 고쳐보려 애써왔지만, 그게 잘 되지 않았다. 이건 않한게 아니라 못한게 맞는거다. 다른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다. 무던히도 고치려고 애써오긴 했지만, 이게 잘 안되는거다. 슬프지만, 이게 또한 사람이다. 너무나 많은 일들이 마음대로 안되는거, 이게 삶이다.

이제 물어보자. 
"지적질로 사람을 변하게 하는게 가능은 하겠는가...?" 

답은 '안된다' 이다. 사실이 이렇지만, 사람은 또한 욕심의 동물. 다른 사람들, 연애 상대방, 배우자, 자식들을 자기 입맛대로, 자기 마음에 맞는대로 자꾸 자꾸 바꾸려 한다. 안되는 일을 억지로 하려 하니 뭐가 생기겠는가? 

오직 그냥 부작용들만 생겨나는거다. 부부 사이의 갈등, 남친-여친 사이의 다툼, 부모 자식간의 감정의 골, 타인들과의 인간관계 얽킴, 이런 일들로 인한 스트레스 등등. 정말 끝도 없다.

뭐가 문제인가? 또 다시 반복이다. 
무지에 쌓여있는 마음. 그 마음에서 나오는 자기 욕심. 
 
이게 전부다. 그럼 지적질을 받은 상대방은 어떻게 반응하나? 똑같은 방식으로 반응한다. 바로 자신의 무지에 쌓여있는 마음과 자기 욕심을 총동원, 이렇게 반응 하겠지. 

 "니가 뭔데 나한테 지적질이야. 너나 잘 해..."



 5. 그럼 어쩌라고...?  

 

지적질은 나쁘니 무조건 하지 마라...는 어리석은 소리며, 비현실적인 소리다. 어린 아이들은 때때로 부모들과 선생님들의 따끔한 지적이 필요하다. 지나친 술, 담배로 자신을 상하게 하는 남편이나 남친이 있다면, 여인의 지적이 필요하다. 한권의 책값은 아까워하면서도 명품 구입에는 망설임이 없는 아내나 여친이 있다면, 남자의 지적이 필요하다. 이런 지적들은 '고침'을 위해서라기보다, 상대를 일깨우기 위해서라고 봐야 한다. 

문제는 이거다. 
자기가 상대에게 '지적'할 자격이 있는가?

상대에게 꼭 '지적'을 해야겠다면, 위의 질문을 꼭 먼저 던져 보시길 바란다. 다시 말하면, '자기의 성숙'을 먼저 점검해 보시란 소리다. 자기는 '바담풍'하면서, 상대에겐 끊임없이 '바람풍'하기를 원하지는 않는지 보시란 소리다. 자기 몸에는 똥이 묻어 있으면서, 상대에게 겨 묻었다고 나무라지는 않는지를 보시란 소리다. 자기가 상대를 자기 입맛에 맞추기 위해 지적을 하려하는지, 아니면 상대방을 일깨워 좋은 쪽으로 가게하기 위해서인지를 점검해 보시란 소리다. 

역으로 이런 질문도 던져보자. 지적질을 많이 하는 상대 또는 타인들에 대해서다. 

"나는 상대방 또는 다른 이들의 지적질을 멈출 수 있는 방법이 있는가?"

별 방법이 없다는 사실, 다들 아시잖은가? 여러분들이 상대방의 마음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 또 그 지적질 대마왕에게 '제발 지적 좀 그만하세요'라고 부탁한다고 그들이 들어줄까? 안들어 준다는거다. 왜? 그들이 그 정도의 배려와 성숙이 이미 있었더라면, 애초부터 지적질을 시작하기나 했겠는가?
   
따라서...
그냥 자기만이라도 그 개인적 욕심을 위한 지적질을 하지 말자는거다. 
최소한 자기만이라도 어리석은 분란의 씨앗을 뿌리지 말자는거다.
그리고 꼭 지적을 해야겠다면, 우선 '자기'부터 먼저 보자는거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했다. 왜일까...? 
고개를 빳빳이 들고 있을 필요가 없음을 깨달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 풍진 세상에서 고개를 빳빳이 들고 있은들, 비바람 밖에 더 맞겠는가? 

사람 또한 마찬가지가 아닐까?
타인과의 충돌, 갈등, 다툼, 번뇌, 고민, 괴로움...
겸손하고 겸허하면 맞지 않아도 되는 비바람이 아닐까...?

   < 글쓴이에게 힘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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