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니 연재/남녀 연애 최대의 적

남녀 연애 최대의 적 - '기대'

이리니 2010. 1. 7. 07:00

오늘은 '남녀 연애 최대의 적' 시리즈 중에서 '기대'에 대한 글이다. 풀어 쓰자면, 남자가 여자에게, 여자가 남자에게 하는 '기대'가 어떤 식으로 관계를 망치는지를 보고, 더 나아가 한 때 잘 나가던 연인을 어떤 식으로 다시 없을 웬수로 만드는지를 보자는거다.



 1. 처음 그대로...  

 출처

연애 초창기. 우리의 주인공 몽룡이는 춘향이에게 미친듯이 연락을 한다. 심지어 여자가 화장실을 가면, 밖에서 살포시 대기하고 있다가, 슬며시 휴지라도 밀어줄 '만반의 준비 태세'를 갖추고 있는듯이도 보인다. 요청만하면 닦아도 줄 태세. 

겉으론 아닌척하면서도 이런 몽룡의 행각을 단 하나도 놓치지 않고 지켜보던 우리의 춘향이는 몽룡의 공세가 끊임없이 이어지던 어느 날, 이런 생각을 슬며시 내게된다.  

"이 정도의 남자라면, 나를 맡겨볼만 하겠어."


여기에서 춘향의 오류, '여자의 오류'가 하나 생긴다. 그 오류는 이거다. 
이 남자, 앞으로도 계속 이럴거야. 
   
다시 말해, 앞으로도 계속 몽룡이가 전화만 하면 달려오고, 문자만 넣어도 뛰어오며, 요청이 있을 시 과감히 화장실 안으로도 손을 들이밀 것이라 기대한다는거다. 진짜 그럴까...?

시간이 흐르고 흘러, 몽룡이의 가슴에 '얜 이제 내 여자야'라는 느낌이 생겨나는 순간, 또는 '어라? 내가 상상했던 이쁜 춘향이가 아니로군'이라는 환상의 격파가 일어나는 순간. 그는 돌변하기 시작한다. '휴지...'라고 문자를 넣었더니, '어지간히 좀 싸'라는 답장이 날아오고, '손 좀...'이라고 문자를 넣었더니, '너는 손이 없냐?'라는 답장이 오더라는거다.

춘향이...?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안드로메다로 향한다. 그곳서 몽룡이를 죽이고 살리기를 반복하기도 하고, 목을 맸다 풀었다도 반복하며, 물 고문, 불 고문, 전기 고문도 해본다. 그래도 분이 안풀리거든. 냅다 휴대폰을 집어들고선, 몽룡이를 호출한 뒤, 이렇게 분노와 격분의 따발총을 쏘는거지. 

"너, 나한테 이럴 수 있어? 처음에 나 좋다고 그렇게 쫓아다닐 때는 언제고. 뭐가 어쩌고 어째? 마음이 변한거야? 솔직히 말해 봐. 말해 보란 말이야!"

이쯤이 우리 춘향이가 두번째 오류를 범하는 순간이다. 마음 속에 갖은 불만과 짜증이 들끓고 있으니 실수를 안할래야 안할 수 있나. 춘향이는 계속 몽룡이에게 이러고 있는거다. 
처음했던 것처럼 계속 해줘. 계속 해달라구. 네가 날 진짜 사랑한다면 그래야 하는거 아냐...?
 
길게 풀자면 이렇지만, 짧게 줄이면 이거란 사실을 춘향이는 모르고 있는거다.
 
"내 놔. 내 놓으라구!!!"

몽룡이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열과 성을 다할까? 몇번은 할수도 있지만, 딱 거기까지다. 이런 일이 몇번을 반복하다, 급기야 몽룡이 입에서는 '지쳤어. 힘들어. 이제 그만하자'란 말이 나오는 순간이 온다. 그 때서야 춘향이의 두통수에는 뭔가가 번쩍하는거지.

"그 인간, 마음이 변해 버린건가? 내게서 마음이 떠났을까? 아니면 다른 여자라도 생겼나?"

라는 생각을 내는 것이 가장 일반적. 하지만 춘향이 조금만 더 지혜로웠다면 어땠을까? 아마 이런 생각을 냈을거다. 

"내가 너무 내 기대만, 내 요구만 상대에게 주장해왔던 것일까...?

정리 !!!

남녀 모두에게 해당하는 사항이다. 노래에는 '처음의 그 느낌 그대로...' 같은 가사가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다. 남녀사이를 음식에 비유하면 상당 부분 맞는 바가 있는데, 배가 고플 때는 어떤 음식이든 맛이 있듯, 관계가 진행되기 전이나 초창기 시절의 연애는 뭘해도 맛이 있다. 하지만 아무리 진귀한 음식도 자꾸 먹게 되면 질리게 되듯, 엄연히 현실의 남녀관계에서도 이런 부분이 없을 수 없다.

특히 초기 단계의 몽룡이는 마치 갓 개업한 식당의 주인과 같다고 볼 수도 있다. 어떻해서든 손님을 끌어와야 하는 입장이고, 될 수 있으면 자기 가게를 계속 찾는 단골로 만들어야 하는거다. 그 때, 춘향이가 손님으로 들어왔고, 가게 주인 몽룡이는 춘향의 환심을 사기 위해 '각종 서비스'를 공짜로 제공하게 된다. 그 결과로, 춘향이는 단골이 될 것이고. 

단골이 된 후에도 춘향이가 계속 저 '개업 기념 선물 이벤트' 같은걸 공짜로 요구하면 어떻게 될까...?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내가 사랑이라는 명목으로 끊임없이 공짜 선물과 이벤트를 기대하는 악질 손님은 아닌가...?"



 2. 말없는 기대  

 

출처 : 사진에 명기

간혹 커피숍에 앉아 입에도 맞지 않는 커피 한잔을 때리며 분위기를 잡아보고 싶을 때가 있다. 속으로는 '이 비싼게 어떻게 자판기 커피보다 맛이 없니. 이 커피 한잔 값이면, 자판기 커피가 몇 잔이냐...' 따위의 찌질한 생각을 하면서도 겉으로는 꽤 괜찮은 중년 남자임을 과시하며 한쪽 다리를 꼬곤, 흰머리를 흩날릴 때다.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너 나 진짜 사랑하긴 해? 오늘 300일인거 알아? 몰라?"

그게 소프라노던가? 여튼 찢어지는듯한 여인의 괴성이 들려왔다. 이런 것도 직업병인지, 사내 녀석들끼리 치고 받으면 별 신경이 안 쓰이다가도, 젊은 남녀가 싸우면 이상하게 집중하게 된다. 글의 소재가 틀림없이 있을거거든. 먼 산을 쳐다보며, 귀만 그쪽을 향했더니, 들려온 스토리는 대략 이랬다. 

만난지 300일이라는 거국적인 날을 맞아 여인의 기대는 산더미. 그 사실을 눈치 까지 못한 어벙한 남친이 준비한 것이라곤 고작 2만원짜리 케익이 전부. 재수가 없으려니 여인의 엄친아가 아니라 엄친구(엄청 친한 친구)들 또한 비슷한 시기에 각각 100일, 200일에 돌입. 헌데 그치들이 받은 것이 문제. 하나는 2박 3일 스키 여행, 또 다른 하나는 명품 가방이었다나? 이에 존심 상했음은 물론, 다음 날 들려올 엄친구들의 '300일 어땠어?'라는 질문에 답할 생각을 하니, 머리에 김이 모락모락 솟으며 격분, 여친이 토해낸 외침이 바로 위의 소리. 스토리 끝. --;

"그런 일이 있었으면 말을 하지 그랬어...? 몰랐잖아. 알았으면, 신경을 좀 더 썼지..."

남친의 웅얼거리는 소리다. 여기에 '포인트 1'이 있다. 여친은 남친에게 아무 말도 안했다는 것

"그걸 꼭 말을 해야 알아? 사랑하는 사이라면 최소한 그 정도는 알아서 해줘야 하는거 아냐...?"

여기에 포인트 2가 있다. 사랑하는 사이라면 말 없이도 알아야 한다는 것.

그 둘은 어찌 됐냐고? 여친의 발악성 괴성 3회. 남친의 반격성 고함 4회 후. 여친의 커피숍 문짝 차고 우당탕탕 사라지기. 담배를 꼬나문 남친의 땅이 꺼지라는 한숨과 '신발, 신발'이라는 욕 후, 게임 오버. 

자, 얘기를 다시 돌려 이렇게 한번 물어보자. 
여러분들은 사랑을 하게 되면, 상대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독심술' 또는 서로간에 말없이 의사소통할 수 있는 '텔레파시' 능력 같은 것들이 생기던가?

생길리가 없다. 그렇다면 왜 자꾸 그렇기라도 한듯 행동하는가? 여러분들의 남친, 여친, 남편, 아내는 독심술 능력도 텔레파시 능력도 없다. 따라서 여러분들이 말을 해주지 않으면, 그들은 알지 못한다. 여러분들이 원하는게 무엇인지, 뭘 좋아하는지, 뭘 싫어하는지 등을 말이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여러분들은 상대에게 아주 자주 이런 소리를 내뱉는다. 

"사랑한다면, 그 정도는 알아야 하는거 아냐?"
"사랑한다면, 그 정도는 해줘야 하는거 아냐?"
"사랑한다면, 그 정도는 눈치로도 알 수 있지 않아?"

"네가 나에게 관심이 없어서, 마음이 식어서, 사랑하지 않아서, 그러는거 아냐...?"

이런 소리들. 현실성이 있는가? 전혀 없다는거다.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나는 사랑을 빌미로 상대에게 초자연적 능력을 요구하고 있진 않은가...?"

원하는게 있으면 제발 말을 하라. 제발 말도 없이 혼자 기대만 잔뜩하고 있다가, 그 기대가 충족되지 못했을 때, 상대에게 고함, 분노, 짜증, 화의 융단폭격을 내리는 어리석은 짓을 그만두라. 말 없는 자신의 기대가 충족되느냐 안되는냐로 상대의 사랑을 재고 확인하는 어처구니 없는 짓도 그만두라



 3. 이상적 사랑에 대한 기대  

 출처

사람들은 이런게 있는 모양이다. 

"내가 누군가를 사귀게 되면, 이렇게 이렇게 해야지..."
"내가 결혼을 하게 되면, 저렇게 저렇게 살아야지..."

여기서 더 나아가 '구체화'가 일어나면 이렇게 된다. 

"진정한 연애는 요로케 요로케 되는거라구..."
"진짜 사랑은 조로케 조로케 하는거라구..."
"연애를 하게 되면, 어디어디를 가서, 이거이거를 해야지..."
"결혼을 하게 되면, 이런 사람을 만나, 이런 집을 구하고, 이런 수의 애를 낳아..."

사람들은 이런걸 '꿈' 또는 '이상'이라고 한다지? 근데 이게 그냥 꿈, 이상으로 남아 있으면 아무 문제가 없다. 다만 그 꿈과 이상이 '기대'와 만나면 여러모로 짜증스런 문제들이 생겨난다. 왜...?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대가 충족되지 못하면 일단 실망이 일어날 것이고, 이게 몇번 반복되면 짜증이 생길 것이고, 이게 계속 반복되면 화, 분노로 발전하거든. 그럼 이걸 어따 풀까? 제일 만만한게 그 상대방이거든. 뻥하고 터뜨려 버리는거지. 

재밌는 일은 서로의 이상과 기대가 다른 경우에 생겨난다.
예를 들어, 남자는 '진정한 사랑은 A이다' 같은 이상을 가진 반면에, 여자는 '진정한 사랑은 B이다'라는 이상을 가졌다고 하자. 일단 둘 사이의 다툼은 대단히 잦을거다. 더 심각한 문제는 남자의 눈에는 여자가, 여자의 눈에는 남자가 진정한 사랑을 하고 있지 않은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로 이 둘은 아주 쉽게 서로의 사랑을 부정하며 끊임없이 이러겠지. '너, 나 진짜 사랑해? 사랑한다는게 그 모양이야?'.

더 재밌는 일은 사랑에 대한 이상이 있는 이아예 사랑 자체에 관심이 없는 이가 만났을 때다. 사랑에 끝없이 주목하는 여자 A와 '사랑? 그게 뭐?'라는 남자 B가 만났다고 하자. 무슨 일이 일어날까?

여자 A는 끊임없이 사랑이라는 잣대로 상대 남자 B를 잴것이다. 결과가 나오나? 아무 것도 안 나온다. 마치 형상이 없는 공기를 일반 저울로 재려할 때처럼 말이다. 그럼 남자 B는? 자기는 별 생각없이 그냥 재미로, 없는 것보다는 나아서, 남자랑 노는 것보다 여자랑 노는게 재밌어서 그냥 만나고 있는데, 상대 여자는 끝없이 진지하니 기가 막힐 노릇인거다. 스킨쉽 조금 해보려 할 때마다, 사랑을 언급하고, 결혼을 얘기하니 돌아버릴 지경이겠지. 

이런 일이 일어나더라는거다. 어디서? 우리네 현실에서.

이 부분을 분석하자면 머리가 아프다. 그래도 그냥 생각만 하자면 정리가 안되니, 글로 한번 써보자. 
1. 자신이 사랑에 주목하는지 확인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분들은 대개가 주목하실 것으로 믿음 ^^) 
2. 상대가 사랑에 주목하는지 확인
3. 자신이 '사랑에 대한 이상'이 있는지의 여부 확인.
4. 상대가 '사랑에 대한 이상'이 있는지의 여부 확인. 
5. 현 관계의 삐걱거림이 바로 이
이상과 기대의 충돌인지 아닌지 확인.  

근데 이런 작업들을 진지하게 하실 분이 있으려나...? 
설마 이리니 혼자 이런 괴상한 생각들과 분석들을 하며 사는건 아니겠지...?



 요점 정리  

 

무슨 학원 강사도 아니고 맨날... --;
그래도 하자. 
  • 연애 초기의 감정, 호감, 사랑이 계속 지속되길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연애 초기의 자기 마음, 상대의 마음이 계속 지속되길 기대하는 것도 비현실적이다. 개인적으로 '잉꼬 커플(?)'은 진정한 사랑을 쟁취한 커플이라기보다, 서로가 양보할 것은 양보하고, 맞출데는 맞추고, 물러설 때는 물러서고, 져줄 때는 져주는데 성공한 커플. 다시 말해 '쌍방간의 성공적 협상과 타협'에 도달한 현실적 커플이라 믿고 있다.
  • 사랑은 인간들에게 상대의 마음과 감정, 기대를 읽어낼 수 있는 능력까지는 주지 않는다. 상대에게 말도, 표현도 하지 않은 채, '사랑한다면 알아줘야지...'라는 유아기적 칭얼거림을 그만두자. 피를 나눈 가족들조차 서로를 알지 못하는게 현실. 하물며 남남으로 만난 연인, 부부사이라면 말한듯 무엇하랴?
  • 자신에겐 '진정한 사랑'인 것이 다른 이에겐 아닐 수도 있음을 기억하자. 자기는 사랑에 주목하지만, 다른 이들은 안 할 수도, 못 할 수도 있다는 사실도 기억하자. 사랑에 대한 이상이 다를 경우, 비록 두 사람의 사랑이 진정한 사랑이라 할지라도, 충돌이 생긴다는 사실. 꼭 기억하자. 

이번 달 말에 치뤄지는 '이리니 주최 사랑 능력 경진 대회' 필기 시험에 출제 예정.
실기...? 음... 침대를 몇개 사야 되려나... --;



 마무리  

 

많은 분들이 자신의 기대를 너무 당연히 여기는 나머지, 아예 주목 자체를 안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본시 사람은 자신이 풍덩하고 빠져있는 상태는 정확히 볼 수 없기 마련이다. 마치 물 한가운데 풍덩 빠진 사람이 정작 자기 눈 바로 앞에 있는 물을 보지 못하듯이 말이다.

어디 사람의 기대란 것이 위에 언급됐던 세가지 뿐이겠는가? 시간이 조금 나신다면, 조용히 앉아 자신이 자신의 연인에게 뭘, 어떻게, 얼마나 기대하고 있는지를 점검해 보시는 것도 알찬 시간이 될 것이라 장담한다. 언제나 지나치게 높은 기대치는 높은 실망과 좌절을 안겨 주기 마련. 그 알찬 시간 후, 여러분들의 기대가 '이상적'이 아닌 '현실적'이 되는 조정을 잘 거친다면, 앞으로의 관계 발전, 관계 개선에 자그마한 도움 정도는 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하다. 새해에 계속해서 큰 복 받으시고, 무엇보다 건강히 사랑하시길...

   << 글이 읽을만 하셨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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