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3년만에 써보는 '남자 심리'에 대한 글이다. 블로그 검색어에 보면 꽤나 자주 "머리 쓰다듬는 남자 심리"나 "손잡는 남자 심리" 같은 말로 검색해서 들어오시는 분들이 계시다. 예전 같으면 "여자들은 이런 것도 궁금해 하는구나..."하며 재밌어 했을텐데, 요즘은 시대가 시대다보니 "저 사람들이 모두 여자들일까...?"란 쌩똥맞은 의문이 생기기도 한다. 여러 해를 살면서 남자이면서도 남자들에게 대쉬 아닌 대쉬를 받아본 경험이 꽤나 깊은 트라우마를 만든 모양이다.
소름을 넘어 오한을 들게하는 얘기는 고마하고, 오늘은 여인들의 머리를 자꾸 자아꾸 쓰다듬어대는 더듬이 남정네들의 수컷 심사에 대해 짧게 함 훑어보자. 1
몸풀이
글 속으로 퐁당 들어가기 전에 몸을 좀 풀자. O양이 있었다. 왜 O양인지는 묻지 않기로 하자. 여튼 이 O양의 주위에는 괴상한 더듬남이 하나 있었다. 자기 주위를 이리저리 서성이다 뜬금없이 다가와 난데없이 자기 머리를 쓰다듬어대는 이 더듬남의 심사가 O양은 너무나 궁금해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위로는 천문, 아래로는 지리, 그 사이의 인사(人事)에 대해서 모르는게 없어 거의 신과 같고, 자기 일뿐만 아니라 남의 일, 심지어는 남의 아랫도리 팬티 속조차 이래라 저래라 참견키를 마다 않는 일명 누리꾼들이 득실댄다는 한 커뮤니티에 이르러, 질문을 하기에 이른다.
"자꾸 내 머리를 쓰다듬는 그 남자, 대체 왜 그러는걸까요? 네티신이시여..."
이 다수의 네티신이 만들어내는 리플 중 최고의 리플, 일명 베플에 이런 신명(神命)이 내린다.
"님이 개같아서요..."
가능성 1
자, 본격적인 심리/심사 분석이다. 아마 가장 많은 남자분들이 맞다라며 동의하실 부분이 아닌가 한다.
여자로 보지 않는다.
그냥 편한 여동생이나 학교 여자 동기 보듯 한다는 소리다. 이게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많은 남자들이 좋아하는 여인에게 말조차 제대로 붙이지 못해 힘들어 하는 것이 현실이라 봤을 때, 자기가 좋아하고 짝사랑하는 여자에게 선뜻 다가가 걍 머리를 슥슥 쓰다듬으며 '나 너 좋아'라는 감정 표현을 한다는 것. 그 남자가 철석간담을 지닌 건담이 아니고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2
이 부분은 누구라도 짐작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렇다면 모든 남자가 다 이런 경우냐? 아니다. 그 예외 부분을 아래에서 살펴보자.
가능성 2
약간의 비유와 비약을 동원한다면, '지능범' 정도가 아닐까 싶다. 그 지능범의 한 예를 들어보자.
같은 수업을 듣는 사람들 중, 유독 눈에 띄는 백인 여인이 있었다. 자연산 금발에 새파란 눈을 가진 소녀. 20대의 혈기방장하면서도 호기심이 끓어 넘치던 이 지능범은 어찌하면 인종이 다르며, 언어마저 낯선 그 여인에게 자신을 어필할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기회는 너무나도 쉽게 찾아왔다. 쉬는 시간에 이런저런 얘기를 두런두런거리던 와중, 귀 뒤로 쓸어넘겼던 그녀의 금빛 머리카락 몇 올이 스스륵 흘러내리는 에로띡한 장면이 연출된 것이다. 그 지능범의 예리한 머리 속이 순간 번뜩인다. '요때다! 손을 쓰자, 손을!!!'
온 몸을 그녀 가까이로 밀착시키며, 오른손을 들어 그녀의 흘러내린 머리칼을 귀 뒤로 아주 천천히 쓸어올린다. 귀를 살짝 건드려주는 것도 포인트. 그러면서도 눈은 잠시도 그녀의 에메랄드 빛 눈을 떠나지 않은채로 주시를 계속한다. 당근 그녀의 눈은 더 이상 커질 수 없을 정도로 커지며, 심지어 앞쪽으로 약간 돌출돼 나오는 모습도 관찰한다.
이 사건 이후로 그녀의 동향을 계속 관찰하는 것이 핵심. 역시나 이 지능범의 예상대로다. 그녀가 그를 바라보는 눈빛, 그에게 행하는 몸짓, 그 모든 것이 변했다. 그녀는 이 지능범의 그 단순한 손짓과 가벼운 터치를 자신에 대한 호감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모든 것이 예상했던대로다. 그녀의 머리카락이 흘러내리던 바로 그 순간, 지능범의 뇌리를 스쳤던 그 모든 예상과 차후의 계산이 모두 적중한 것이다. ..... 후략 .....
- 이리니의 "여인을 찜쪄먹는 101가지 손기술" 5장 6부에서 발췌
도서출판 : 신음사
줄이면 이렇겠다.
그 손동작이 여인의 가슴에 어떤 파문을 일으킬지, 차후 그녀에게 어떤 육체적/심리적/감정적 변화가 일어날지를 모두 알고 있는 지능적이면서도 여자 경험이 풍부한 남자에 의해 행해진 치밀한 계획 범행(?) 또는 낚시질.
낚일지 말지는 님께 달렸다. 하기사 요즘은 이런걸 뻔히 다 알면서도 낚여준 후, 나중에 역으로 남자를 통으로 찜찌고, 훈제로 남자의 속을 시커멓게 태우는 여인네들도 있는 시국이니 걱정은 별 무소용이라 믿겠다.
가능성 3
이 가능성3에 속하는 남자들은 사실 미국의 일각에서는 '게이과'로 분류되기도 한다. 게이다라는 단정이 아니라 게이스럽다란 의미. 주로 성장 환경이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한가지 예를 들면 이렇다.
가족 중에 여인들이 많고, 그 여인들 속에서 많은 사랑을 받으며 자랄 뿐만 아니라, 애정 표현 또한 아주 자연스럽게 적극적으로 표현하며 성장한 남자들이 있다. 이런 이들은 나중에 사회에 나가 타인을 만나도 이런 성향이 계속 지속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이 바로 여자들을 굉장히 쉽고 자연스럽게 대한다는 점이다. 여기에 애정 표현 또한 적극적인데 이 애정 표현이 스킨쉽인 경우도 많다. 손 잡고 흔들기, 갑작스런 포옹, 뒤에서 껴안기 같은 것들.
이런 남자들 중, 일종의 애정 표현으로 머리 쓰다듬기를 습관적/무의식적으로 그냥 하는 남자들이 없다고 말할 순 없을 것이다. 문제는 표현 상은 애정 표현인데, 그 애정이 여자들이 남자들로부터 원하는 바로 그 애정은 아닐 가능성이 많다는 것.
가능성 4
님을 정말 좋아하는 경우다. 아마 이 글을 애써 찾아오신 분이라면 이 쓰다듬는 행위 자체 만으로 어떻하든 그 상대 썸남의 심사를 무릎팍 도사처럼 환히 꿰뚫을 수 있길 기대하시겠지만 가능성이 굉장히 낮다.
그가 님을 진정 여인으로 좋아하는지 아닌지를 판단하는데는 이 이외에도 엄청나게 많은 변수들이 필요하다. 허니 이 부분은 그냥 이 정도로 마무리를 짓자.
정 궁금해서 못 참으시겠거든, 그 남자의 일상을 도촬해서 이리니에게 동영상으로 보내주시길 바란다. 특히 님의 머리를 쓰다듬는 바로 고 찰나를 절묘하게 잘 담으시는게 포인트다. 남자들의 상당수는 그의 표정만 봐도 능히 그의 속내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므로, 주변 다른 남정네들의 도움을 받으셔도 무방하겠다.
마무리
이 글을 참고는 하시되, 그 상대 남자에 대한 부정적 편견을 만드는데 사용치 않으셨으면 한다. 님 멋대로 그 썸남이 지능범이라 단정 짓고선 빠큐를 날려놓곤, 나중에 이리니에게 달려와 "간이 아니라 너 때문이야!!"라며 눈물에 콧물을 말아 쏟지는 마시란 얘기다.
정 님의 머리를 쓰다듬는 그 쓰다썸남(?)의 심사를 모르겠거든, 걍 눈 질끈 감고 물어보시길 바란다.
"내가 개 같음...?"
은 아니고...
"뭣땀시 남의 대굴빡 3을 멋때로 만지고 지럴이여 4..." 5
도 안되겠네.
갱상도 토종남 이리니에게 요 부분은 무리다. 님들 재량껏, 재주껏 잘 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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