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니 연재/연애론

남녀 연애. 정말 예쁘고 잘 생기면 장땡일까?

이리니 2010. 1. 28. 07:00


소제목 : 외모가 연애에 미치는 영향 및 그 과대평가에 대한 도촬(응?) 


연애 글을 쓰다보면 거의 언제나 이런 댓글들을 만나게 된다. 

남자 왈 : 여자는 키 크고 잘 생긴 남자면 무조건 OK야. 뭔 잔소리가 이렇게 많아?
여자 왈 : 남자는 여자 얼굴과 몸매만 보는 짐승들. 이런 글들 아무 짝에도 소용 없어요. 흥!

이 분들의 한맺힌(?) 견해에 대한 이리니의 주장은 "열에 하나는 맞고, 아홉은 틀렸다"이다.
우선 틀린 아홉을 살펴 보자.  


 허우대 멀쩡한 녀석들. 왜 여친이 없나?  

 


이리니가 대학 캠퍼스를 어슬렁거렸던 시절. 과 남자 후배들 중 일부는 소위 말하는 키 크고 제법 한 인물 하는 녀석들이었는데, 이 녀석들 중 단 한명도 당시 여친을 가지고 있지 못했다. 

이 키 크고 허우대 멀쩡한 녀석들. 글의 서두에 언급됐던 '키 크고 잘 생기면 무조건 OK'의 이론에 따르자면, 그 젊은 여인들이 많다는 대학 캠퍼스를 이리저리 거니는 와중에, 최소한 뭔가 썸씽이 일어나도 일어나야 맞다. 일어났을까? 섬씽(something)이 아니라 낫씽(nothing)이었다는 것이다. 왜...?

공부를 너무 열심히 해서? 스스로들 여친을 사귈 생각이 없어서? 그런 녀석들이 당시 과내에 떠돌던 '이리니 선배는 여자들을 뒤에 주렁주렁 달고 살아'라는 괴소문을 철썩같이 믿고선 찾아와서 '형, 제발 소개 좀...'이라는 청탁(?)들을 했겠는가? 소개 시켜주면? 그 성공 확률이 얼마나 됐을까? 다른 노말(normal)한 녀석들 소개팅 시켜주고, 미팅 시켜줄 때랑 별반 다를 바가 없더라는 것이다. 

아마 지금 대학생이신 분들도 확인해 보시면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발견하실 것이다. '여친을 어케? 여친은 어디? 제발 여친 좀...'을 웅얼거리며 온 캠퍼스를 마치 좀비처럼 어슬렁거리고 있는 허우대 멀쩡한 인사들을 보실 수 있을거란 얘기다. 대학 캠퍼스가 어디인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선남과 선녀들이 집단적으로 모여 같이 생활하는 곳이다. 그런 곳임에도 불구하고 사정은 이렇다. 

일반 사회? 직장? 더 심하다. 이들은 소위 사회 생활, 직장 생활에 매여 좀처럼 '관계 형성'을 위한 여유를 내기가 힘들고 또 그런 기회를 만드는 것 자체가 힘들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우리나라 같은 경우, '직장내 커플'은 왠지 좀 터부시되기 때문에 일은 더 어려워진다. 

길게 쓸 필요도 없겠다. 여러분들도 분명 주위에서 '저 인간은 저 멀쩡한 허우대로 왜 여태 혼자...?'라는 의문을 품게 만드는 '외모 풍요 속 빈곤남'들을 보셨을테니 말이다. 



 한 미모, 두 몸매의 미녀들은 또 왜?  

 


아래의 장면, TV를 통해서 다들 한번쯤은 보셨을 것이라 생각한다. 

MC : 여성분들. 여자가 얼굴도 예쁘고 몸매도 착한데, 의외로 혼자 있는 경우가 많아요. 왜일까요?
게스트 : 아마 '저 여자는 예쁘니까 이미 짝이 있을거야'라고 생각하고, 남자들이 대쉬를 하지 않아서가 아닐까요?

저 게스트의 말이 끝나자마자 주변에 있던 다른 여자 출연자들도 '그래, 그래'를 연발하는 장면들. 보신 적이 없는가?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그 '왜?'가 아니라, 그 앞 부분, '상당한 미모임에도 불구하고 혼자 있는 여자들이 많다'라는 멘트다. 이 멘트를 그 출연자들도 부정하지 않고, 이리니 또한 부정하지 않는다. 여러분들은 어떤가? 여러분들도 분명 주위에서 '저만하면 상당한데...' 싶은 미녀들이 홀로 쓸쓸히 있는 모습들을 보신 적이 있을 것이다. 아닌가...?

혹시나 눈이 지나치게 높아서 그런건 아닌가 싶어 물어보신 적은 없는가? 이리니는 제법 있다. '야, 니가 남친이 없다는건 믿기가 힘들어. 솔직해 얘기해 봐. 무슨 왕자라도 기다리는거냐?'라고 물었을 때, 그들의 상당수는 이렇게 답했다. 

"남자들의 대쉬는 좀 있었죠. 근데 이상하게 그 이상은 잘 안되더라구요. 휴.휴."

대쉬는 제법 들어오지만, 그 이상의 '연애'까지는 발전이 안되더라는 얘기다. 왜일까...?



 맞는 하나  

 

자, 이제 '열에 하나는 맞고, 아홉은 틀렸다'라는 말에서 그 '맞는 하나'를 알아볼 차례다. 쉽게 말해, 남자와 여자의 뛰어난 외모가 실제로 장땡인 딱 하나의 경우를 살펴보자는 것이다. 우선 주의를 하나 하자. 이 글에서는 실제 연애판의 경우만을 따지는 것이지, 뭐 '키 큰 넘이 연봉을 많이 받네', '예쁘니까 취업이 잘 되네' 같은 광범위를 취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 딱 하나. 바로 이거다. 
초반 강세
  
딱 요거 하나다. 외모의 뛰어남은 남자와 여자가 실제로 만났을 때, 그 최초의 시점에 가장 강한 임팩트를 행사한다. 상대에게 아주 쉽고 빠르면서도 강하게, '어! 예쁘다', '어! 잘 생겼다'라는 인상, 즉 호감을 불러 일으키는 것이다.   
 
당근...? 대쉬를 많이 받는다. 다른 말로 바꾸면, 평범한 이들에 비해 '많은 기회'를 별 노력없이 가질 수 있는 것이다. 가만히 누워 있는데, 떡이 제발로 입 속으로 굴러 들어온다고나 할까...?

여기서 질문. "누워서 떡먹기는 과연 쉬운가?"
이거 안해봐도 누구나 안다, 어렵다는거. 근데 그게 단순한 떡이 아니라 오만가지의 마음, 생각, 기억, 습관, 가치관, 믿음, 개성 등등등 등을 가진 실제 사람과 해야하는 연애라면?

무엇보다 남녀 관계는 '초반'에 열라 달려 결승점에 순식간에 도달하는 100m 단거리 경주가 아닌, 최소 하프 마라톤, 결혼까지 가게 되면 일평생을 함께 달려가야 할 일생의 마라톤이라는 사실을 기억하자. 이 마라톤에서는 100m를 9초 안에 뛰던 8초 안에 뛰던, 이 초반의 강세는 사실 아무 것도 아닌 것이다.  



 미모만으로는 모잘랐다.   

 

다른 글에서도 몇번 언급한 적이 있는 부분이니 짧게 쓰겠다. 남자가 서른 중반이 될 때까지 살다 보면, 누구라도 이런저런 여인들과의 인연이 좀 있기 마련이다. 한국에서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제법 인연이 있었는데, 당시의 그곳은 상당히 다문화적인 곳, 다시 말해, 여러 나라의 이민자, 유학생들이 많은 곳이었다. 그렇다보니 이 인연이라 하는 것이 더욱 자주 꼬이고 꼬일 수 밖에 없는 곳이기도 했다. 

딱 두 명만 언급해 보자. 우선 아시아 여인. 그 미모, 정말 눈이 튀어나올 정도였다. 주변의 한국 여자들에게서도 '정말 예쁘다' 소리를 'Hi'라는 인사만큼이나 많이 듣고 살던 여인. 참으로 영광스럽게도 이 여인은 일종의 '대쉬'를 이리니에게 들어와줬다. 지금이야 '내가 그 때 정말 미쳤었구나!'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여튼 당시에는 'No' 싸인을 던졌다. 

다음은 백인 여자. 금발에 파란 눈. 보통 외국 경험이 없는 분들은 저 바다 건너 나가기만 하면, 저 금발에 파란 눈의 미녀들을 잔뜩 볼 수 있을거라 추측하지만, 실제로는 쉽지가 않다. 이 여인이 이리니가 당시 뱅쿠버에서 실제로 얼굴을 맞댔던 유일한 금발의 파란 눈 미녀였다. 운 좋게도 같은 학교에서 같은 수업을 들었는데, 나이도 갓 스물을 넘긴지라, 그 미모는 가히 '정말 인형이구나!'라는 감탄사가 나올 정도였다. 

솔직히 이 여인에게는 지금까지 일종의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 있는데, 그 이유는 '황인종 남자는 백인 여자에게 안 통해'라는 틀에 박히 고정관념을 깰 수 있도록 도와준 여인이기 때문이며, '진심은 인종을 불문하고 통한다'를 깨닫게 해준 여인이었기 때문이다. 언제 시간이 나면, '대한건아의 진심만으로 백인 미녀 꼬시기'라는 글을 써보기로 하고 여기서는 간단히 하자. 이 여인과도 결과적으로는 잘 안됐다. 그 파란 눈을 별처럼 반짝이며 이리니에게 끊임없는 미소를 던졌던 여인이지만, 당시 이리니의 가슴에는 괴상한 'No! No!'가 맴돌았기 때문이다.

두 여자를 왜 거절했냐라고 물으신다면, '뭔가는 부족했고, 또 다른 뭔가는 지나치게 과했다'라고 말씀 드려야겠다. 

자, 잘못하면 '너 이 쉐이. 지금 자랑하냐...?', '웬 자뻑? 왕재수...' 같은 욕을 들을게 뻔한 소리를 왜 굳이 썼을까? 단지 이 글의 신뢰도를 높히기 위해서다. 다시 말해, '여자가 미모만 뛰어나면 무조건 장땡!'이 아니라는 것을 실제 체험을 통해 알고 있음을 알리기 위해서다. 이 글은 '지어낸 글'이 아니라 '체험을 바탕으로 한 글'이란 말씀이다. 



 미모, 음식 그리고 냄새의 공통점  

 

처음 먹는 음식은 맛있다. 자꾸 먹으면 맛이 감소한다. 결국에는 별 맛을 못 느끼고, 나중에는 질린다. 
처음 맡는 냄새는 강하다. 자꾸 맡으면 냄새가 감소한다. 결국에는 냄새를 아예 못 느낀다. 

처음 보는 미모는 강렬하다. 자꾸 보면 그 매력이 감소한다. 결국에는 별 매력을 못 느끼게 된다.

"한계 효용의 체감법칙"이라는 것이 있는데, 풀면 '어떤 사람이 동일한 재화나 서비스를 소비함에 따라 느끼는 주관적인 만족도(혹은 필요도)가 점차 감소 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리니는 여기서 외모 효용의 체감법칙이 있다고 주장하고 싶다. 



 정리 및 마무리  

 

빙산의 일각이란 말이 있다. 연애를 빙산이라 봤을 때, 저 미모가 차지하는 비중은 사실 일각일 뿐인 것이다. 무엇보다 이 외모라 하는 것은 그냥 '타고나는 것'인데, 여기에 대해 이러쿵 저렁쿵 해봤자 사실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사실. 이 냉엄한 현실을 확연히 자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키도 작고 못 생겼어. 그래서 인기가 없어. 에휴..."
"나는 몸매도 별로고 얼굴도 별로야. 그래서 남자들이... 휴... 휴..."

백날 이런 한탄을 해서 얻을 것은 무엇인가?

"여자는 키 크고 잘 생기긴 남자면 무조건 OK야. 뭔 잔소리가 일케 많아?"
"남자는 여자 얼굴과 몸매만 보는 짐승들. 이런 글들 아무 짝에도 소용 없어요. 흥! 흥!"

이라는 댓글을 각 연애블로거들을 일일이 찾아 다니며 꼬박꼬박 계속 적은 들, 또 무슨 소용이 있는가?

자각하라. 결국 자기 손해다. 

이 긴 글을 통해 이리니가 말씀 드리고 싶었던 것은 결국 이거 하나다. 
남이 가진 일(1)이 자기에게 없다고 한탄만 하며 세월을 보내는 것보다 
자기가 이미 가지고 있는 구(9)를 찾아 잘 가꾸어 나가는 것. 이게 백번 천번 더 낫다. 

아무 것도 가진 것 없이, 오직 '글 하나 잘 써보자'라는 열정만 가지고 사는 이도 이렇게 있다.
이리니에게는 글이라는 일(1) 밖에 없지만, 틀림없이 여러분들에게는 구(9)가 있을 것이다. 

여러분들이 해야 할 일은 오직 하나. 그것을 찾아 가꾸어 나가는 일뿐이다.
찾고 또 찾고, 가꾸고 또 가꾸다 보면, 결국 '진정한 사랑'이란 찬란한 꽃을 피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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