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니 습작/남과 여

여자의 질투 유발 작전, 필수 5 단계

이리니 2009. 12. 15. 07:00

어제 글에 예고했던 여자가 질투 유발 작전을 감행하기 전, 반드시 한번쯤 유념해 봐야할 사항에 대한 글이다. 이틀 간에 걸쳐 발행된 O형 남자에 대한 글에,
여자의 질투 유발 작전에 질려서, 결국 갈라섰어요.
라는 댓글을 주신 남자분들이 여럿 된다는 사실. 여자분들은 한번쯤 귀담아 새겨 볼만한 일이 아닌가 싶다. 이 작전을 어디 남자가 떠나기를 희망해서 쓰는 것이겠는가? 하지만 그 결과는 의도와는 전혀 다른 참담함을 야기할 수 있다는 사실. 그 주된 원인은 이 작전에 대한 잘못된 이해와 오해가 겹쳐진 결과일 것이다. 

해서 한 남자의 입장에서 이 작전에 대한 글을 써보기로 결심했다. 그 누군가의 이별, 그 누군가의 상처, 그 누군가의 눈물을 막을 수 있길 기대하면서...



 1 단계 : 이 작전, 꼭 써야 하나...?  

주변의 친구들에게서 들은 얘기, 여성 잡지에서 읽은 단문기사, 인터넷에 떠도는 문서 및 연애 메뉴얼을 대충 훑고선,
그래, 바로 이 방법이야! 이 방법이라면 남자의 마음을 한순간에 빼앗을 수 있을거야!
라고 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오산이라고 말씀 드리고 싶다. 그 이유는...

1. 이 작전은 이미 널리 알려진 작전. 누구나 다 안다. 
2. 이 작전은 거의 언제나 표시가 난다. 고로 순식간에 남자가 알아 차린다.
3. 이 작전은 거의 언제나 남자를 불쾌하게 한다. 
4. 이 작전 자체를 아예 달가워하지 않는 남자들이 많다.
5. 무엇보다 꼭 이 작전을 써야만 남자의 마음을 돌리거나 사로 잡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른 방법도 많다. 

그래서 이 작전을 펼치려 애를 쓰기 전에, 반드시 다음의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 보셔야한다.
이 작전, 꼭 써야 하나? 이 방법 밖에는 없는 것인가? 다른 대안은 없는가?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이 작전의 실패는 때론 치명적일 수 있다. 그러니 부디 신중히 생각하시고, 그런 후에도 '난 할거야!' 하시는 분은 다음 단계로 가시면 되겠다.



 2 단계 : 남자의 기질 파악  

 

영화를 보면 간혹 이런 장면이 나오곤 한다. 괴물을 죽일려고 폭탄 또는 약을 쏴댔는데, 알고보니 이 녀석이 그걸 먹고 더욱 커지고 강해져서는 역으로 엄청난 공격을 퍼부어오는 장면 말이다. 남자들 중에서도 이런 부류들이 존재한다. 항생제의 남용이 내성을 가진 세균들을 탄생시켰듯, 이 작전에 내성을 가진 남자들, 애초부터 무조건 거부감을 가지는 남자들 또한 존재한다. 대강이라도 뽑아 보자면, 

1. 예전 여친의 질투 유발에 심하게 데인 적이 있는 남자.
2. 다른 남자 얘기는 무조건 불쾌하게 여기는 남자.
3. 상대가 무슨 꿍꿍이로 어떤 '작전'을 쓴다는 사실 자체가 불쾌한 남자.
4. 여자의 호감을 교묘히 이용, 어떤 이익을 취하려는 남자.
5. 여자의 작전에 맞불 작전을 놔야 직성이 풀리는 쪼잔한 남자. 
6. 여자의 소유욕에 본능적 거부감을 가진 남자.

대충 이 정도만 써도, 이리니가 어떤 남자들 얘기를 하려는지 능히 짐작을 하실거다. 만약 지금 작전을 구사하려는 남자가 위에 언급된 기질의 남자 또는 비슷한 유형의 남자라면, 이 작전은 거의 틀림없이 부정적인 결과를 낳을 것이다. 

그러니 이 작전을 감행하기 전, 반드시 그 남자가 어떤 기질의 남자인지를 파악하도록 하자. 그런 후, 한번쯤 해봐도 무방하겠다 싶으시면, 다음으로 넘어가시면 되겠다. 



 3 단계 : 남자와의 거리 계산  

 

간혹 아직 '남친-여친'관계가 성립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 작전을 구사하려는 여인들을 몇번 본 적이 있다. 남자의 입장에서는 참 어이없고, 황당한 일이지만, 이 여자들은 그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왜? 이미 콩깍지가 잔뜩 끼여, 이성을 상실한 상태니까. 이 여자들의 머리 속은 오직 한 생각만으로 가득차 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 남자를 내 것으로 만들테야.
이 욕망이 너무나도 커서, 냉철한 이성이 끼어들 여지가 없는 상태다. 비록 상대에 대한 호감과 사랑이긴 하겠으되, 눈이 멀어버린 맹목적인 사랑. 기어이 일을 저지르고 만다. 아무런 전략도 전술도 없는, 감정만이 앞선 작전을 감행해 버리는거다. 그 남자에게 가서 이러는거다.
저... (당신 말고) 모 아무개가 절 좋아하는거 같아요.
여기서 크게 두 갈래 길을 한번 만들어 보자. 남자 마음의 두 갈래 길 말이다. 이 남자 또한 그 여자에게 어느정도의 호감을 가지고 있는 상태가 첫째요, 그렇지 않고 별 생각, 감정이 없는 상태를 둘째로 보자. 

첫번째의 상태라면 어쩌면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도 있겠다. 그녀가 이 작전을 쓴다는 자체가 이 남자에게 호감이 있다는 의미일 것이고, 그걸 남자가 알아차릴 때다. 즉, 어설픈 작전이 되려 자신의 호감을 상대에게 전달하는 수단이 되어버린 셈. 멜로 코믹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가능한 일이잖은가? 문제는 과연 얼마만큼의 현실성이 있느냐는 점. 무엇보다 행운이 필수. 두번째의 경우는 생각할 필요도 없다. 상대의 반응은 '어이없음'. 그냥 쌩뚱 맞은거지... 

결론을 짓자. 포탄을 날려 정확히 표적을 맞추려면 정확한 계산이 필요한 것처럼, 이 작전을 구사하기 위한 최적의 남-녀 거리를 계산해서 뽑아내면 다음 정도일 것이다.  
1. 그 남자가 자신에 대해 일정 수준 이상의 호감이 있어야 한다. 
2. 그 남자가 자신에 대해 '뺏기기 싫다', '늦기 전에 잡아야한다' 같은 일종의 '소유욕'이 있어야 한다. 

이 정도의 조건을 만족한다면, 이 작전은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도 모른다. 여러분들이 영화나 드라마 상에서 보게 되는 '질투 유발 작전의 위대한 승리'는 이런 조건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 거리 계산에 착오가 있었거나 아예 무시했을 경우 생길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남았다.

최악의 상황
1. 남자의 마음이 이미 상당 부분 그녀에게서 떠났다.
2. 그녀의 잦은 질투 유발에 남자가 이미 질려있다.
3. 바람둥이 기질이 있는 남자라, 이미 다른 여자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다.
4. 숨기고는 있지만 남자에게 이미 다른 여자가 생겼다. 
이런 경우들은 한마디로 남-녀 거리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케이스다. 위의 4가지 경우 중, 한가지라도 해당되는 남자에게 이 작전을 구사하면? 그 남자는 '얼씨구나'를 외치며, 그녀의 품을 훌쩍 벗어나 버릴 것이다. 이유나 변명이야 만들면 되지 않겠는가?

여자분들이 이 작전을 가장 사용하고 싶어하는 경우가 언제일까? 이리니는 여자와 그 남자사이의 거리가 어중간할때 인것으로 보았다. 쉽게 말해, 여자는 그 남자가 마음에 든다. 근데 남자가 왠지 미적지근하다. 그래서 이 작전을 구사, 자신에게로 그 남자를 확 당겨오고 싶다... 같은 경우 말이다. 

그렇다면 반드시 그 남자의 자신에 대한 호감도와 그 남자의 기질 을 먼저 체크하셔야 한다는 점. 잊지 마시길 바란다. 대포를 쐈는데, 맞으라는데 안 맞으면, 다른 이들도 다치고, 자신도 다칠 수 있다는 점. 꼭 명심하자. 

계산이 정확히 끝나신 분들은 다음으로...



 4 단계 : 진정한 목표 확인  

 


1, 2, 3단계를 모두 통과 하셨는가? 마음 속에 '해도 되겠다. 성공하겠다'라는 확신이 생겼는가? 자, 그렇다면 아래의 몇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는 시간을 짧게 가져보자. 
  • 이 작전은 나의 사랑 때문인가? 아니면 소유욕 때문인가?
  • 이 작전은 나의 진심인가? 아니면 호기심 또는 장난인가?
  • 이 작전이 실패했을시 생길 여러 부정적인 상황, 역효과를 감당할 수 있는가?
어디 이 질문들 뿐이겠는가? 여러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면서 다시 한번 자신을 바라볼 시간을 가져 보시라는 말이다. 

그래도 하시겠는가? 그럼 다음으로...



 5 단계 : 냉철한 현실 인식  

 

이제 이성을 만나 사랑을 할 나이라면, 무엇보다 갖춰야 할 덕목이 '냉철한 현실 인식'이라 믿고 있다. 무엇보다 남녀의 사랑을 가장 크게 장애하는 것이 비현실적 판타지, 즉 환상이니까 말이다. 물론 혹자는 이 환상을 부추기며 즐기자, 노래하자...고 할지 모르겠지만, 그 환상이 깨어졌을 때의 허무함과 상처는 고스란히 자기 몫이다. 

이쯤에서 현실에서 벌어질 수 있는 에피소드 몇개를 살펴보자. 

이리니가 아는 한 부부가 부부 동반 모임에 가게 됐다. 분위기가 한창 무르익어 가는 도중, 아내되는 이가 무대 위로 올라가 노래를 하게 된다. 헌데 하필이면 그녀가 고른 노래가 '남편은 이렇더라~ 남편은 저렇더라~'의 가사를 가진 노래 즉, 남편에 대한 섭섭함을 노래하는 곡이었다.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아내가 무대 아래로 내려오자마자 이 부부는 언성을 고래고래 높히며 싸움을 하게 된다. 그 이유는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남편 망신'을 시켰다는 것. 후에 듣자니 별거까지 갔다고 들었다. 그 부부? 이미 수 십년의 세월을 한 이불 덮고 산 중년의 부부였다. 이런게 남녀 사이, 이런게 바로 현실이다. 

또 다른 한 부부가 휴일을 맞아 오붓하게 TV를 보고 있다. 갑자기 아내가 이런다. '나, 쟤 어리고 잘 생겨서 정말 마음에 들어. 누구랑은 다르거든...'. 그랬더니 남편은 그것을 되받아친다. '나는 걸그룹의 걔가 마음에 들던데. 아주 이쁘고 날씬한게 누구랑은 다르거든...'. 나중에 대판 싸움이 났다는 소식을 듣고 가봤더니, 그 경위가 아주 어이가 없었다. 예전에 남편되는 이가 멋 모르고 TV에 나오는 여자 연예인을 칭찬하게 된다. 헌데 그게 아내에게는 못마땅했던 것. 그래서 아내도 호시탐탐 기회를 보다가 되받아쳤겠지. 그 후로 이 우스운 일을 계속 반복해 왔던거다. 한마디로 자존심 싸움, 질투 싸움이었던거다. 근데 그게 매일매일 쌓이고 쌓이다가 어느 순간 뻥하고 터져 겉잡을 수 없이 커져버린 것. 물건을 던지고 치고 박기까지 했던 모양. 이게 남녀의 질투다. 이게 현실이다. 

이상 두 개의 남녀 전쟁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하나는 아내가 별 생각없이 고른 노래 때문이었고, 다른 하나는 남편이 별 생각없이 내뱉은 여자 연예인에 대한 말 한마디 때문이었다. 얼마나 유치하고 우스꽝스러운가...?

무심코 고른 노래 하나, 무심코 내뱉은 말 한마디가
짧으면 수 년, 길면 수십년을 함께 산 부부사이를 찢어놓을 수 있는 것이 현실. 현실에서의 남녀사이다.
 
 
자, 드디어 5단계가 끝났다. 나머지는 님의 책임, 님의 몫이다. 



 마무리  

 

이 질투 유발이라 하는 것이 잘만하면, 남녀 사이에 조미료, 양념 같은 구실을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익히 아시다시피, 잘못 쓰면 여러가지 부작용을 낳고, 때때로 서로가 서로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주기도 한다. 그 관계 자체가 아예 끝나버리는 것은 물론.

그러니 '제발 신중하세요'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다. 부디 원하시는 아름다운 사랑 이루어 가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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