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효. 또 자칫 잘못하면 블로그 전체가 들썩거릴 글을 한번 써보자.
남자인 이리니가 관찰컨대, 분명 여자들도 '쉬운 여자'란 표현을 사용한다. 아울러 저 쉬운 여자가 되지 않으려 나름 노력 또한 하는걸로 보였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3번의 No' 아닌가. 남자가 접근해 왔을 때, 그가 비록 마음에 든다할지라도 바로 그 '쉬운 여자'로 보이지 않기 위해 최소 3번은 거절의 의사를 밝힌다는 그것 말이다.
헌데 어찌된 일인지, 이리니에게 날아드는 상당수의 상담 글에 다음 구절이 들어가 있다.
"어찌하다보니 그와 잠자리를 가지게 되었어요. (중략)
시간이 지나 남자가 변했어요. 어떻게 하죠?"
저 앞에 붙은 '어찌하다보니'에는 다양한 사연들이 들어가는데, 가장 많은 것이 '술을 먹고'다. 그렇다면 시간은 어떨까? 가장 빨랐던 것은 만난지 하루만에 처음부터 끝까지 갔다는 사연이었는데, 이 사실 자체도 놀랍지만, 여러분들이 그녀의 나이를 들었다면 아마 기절초풍을 했을게다. 특히 딸 가진 부모들.
이렇게 한번 물어보자. 만난지 빠르면 하루, 보통은 만난지 몇 번 또는 몇 주만에 어떤 남자와 잠자리를 가진 한 여인이 '남자가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것 같아요'라며 여러분들께 상담을 청해오면, 여러분들은 어떤 식으로 상담을 해줄텐가?
이리니 같은 구세대는 가히 상상도 못할 정도의 빠른 시간도 문제지만, 그 갈 때까지 간 사연이 더 큰 문제다. 그 사연이 '사랑 때문'이었다면, 그나마 나았겠지. 헌데 그 사연이란 것이 대부분 '술을 먹고', '어찌하다보니 자신도 모르게', '누군가를 따라갔다가 엉겁결에' 따위니, 도대체 무슨 상담을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
이런 경험을 계속 하다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여자들은 어쩌면 남자들이 말하는 '쉬운 여자의 진정한 의미'를 모를지도 모른다.
해서 이 글을 쓴다.
뉴욕, 단 한번의 운명적 만남. 매력적인 밴드 싱어이자 기타리스트인 ‘루이스’(조나단 리스 마이어스)와 촉망 받는 첼리스트인 ‘라일라’(케리 러셀)는 우연히 파티에서 만나 첫 눈에 서로에게 빠져들고, 그 날 밤을 함께 보내게 된다. 하지만 이튿날, 라일라를 더 유명한 첼리스트로 키우려는 그녀의 아버지에 의해 둘은 헤어지게 되고, 얼마 후 라일라는 임신 사실을 알게 된다... [ 출처 : 다음 영화 ]
이리니는 이런 류의 운명적 사랑, 첫 눈에 반하는 사랑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리고 시간과 상관없이, 사연에 상관없이 그것이 두 사람의 사랑에 의해 합의된 잠자리였다면, 이것 또한 부정하지 않는다.
이 글에서 다루는 '잠자리'는 글의 서두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다분히 사랑없는 상태 또는 사랑인지 아닌지도 모르는 상태에서의 잠자리를 말한다. 이 부분, 오해가 없으셨으면 한다.
'세 번의 No'와 쉬운 여자 |
남자가 '저기. 혹 시간이 좀 있으세요? 얘기를 좀 하고 싶은데...'라고 했을 때, 여자가 '아니오'라고 최소 3번을 거절하는게 과연 '쉬운 여자로 보이지 않는 것'과는 얼마만큼의 상관이 있을까?
'상관이 전혀 없다'는 분명 거짓말이다. 예를 들어, 여자가 '시간 있어?' 소리를 듣자마자, 눈이 번쩍번쩍하고, 온몸으론 마치 '아싸, 한 놈 걸렸구나'라고 말하는듯 하다면, 분명 상대 남자에게 안 좋은 인상을 심어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렇듯 대놓고 '나 밝혀'를 내색하는 여자가 있기는 하겠는가?
개인적 견해는 이렇다. 만약 대쉬를 들어온 남자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노우'라고 말하는게 당연하다. 하지만 상대가 나름 마음에 듦에도 불구하고, 일명 쉬운 여자로 보이지 않기 위해 '노우'를 외치는건 어리석다는 것이다. 이런 식의 노우는 어쩌면 느닷없이 굴러 들어온 좋은 인연을 시작도 해보기 전에 뻥하고 걷어차 버리는 꼴이 되지 않겠는가?
또 틀림없이 이런 소리를 늘어놓을 여자분들이 계실거다.
"날 진짜 좋아한다면, 나의 No를 무시하고, 계속, 끈질기게 대쉬를 해야하는거 아냐?"
"나에게 정말로 호감이 있다면, 최소 열번 정도는 찍어야 하잖아? 그게 남자 아냐?"
이리니는 이렇게 되묻고 싶다. '세상에는 여자들이 엄청나게 많걸랑요...?'
이 단락의 결론을 내자.
상대가 마음에 들면 일단은 Yes를 하자. 그리고 자기가 쉬운 여자가 아님은 시간과 함께 천천히 증명하자. No를 열번, 스무번 하고 나서, 만난지 이틀만에 입술을, 일주일만에 몸을 허락하지 말고 말이다.
여자들만의 혼동 |
여러분들이 이런 사연을 들었다고 하자.
"그와 사귀기 시작한 것은 한 2주 정도 됐어요. 근데 그의 스킨쉽 요구가 지나치게 빠르고 강해서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어요.이 남자 절 사랑해서 그러는걸까요? 남자의 사랑이란 그런건가요?"
이런 질문, 의외로 여자분들이 많이 던진다. 특히 10-20대의 어리고 젊은 여자들이 말이다.
재밌는 부분은 여기다. 만약 이 질문을 남자들이 들었다면, 뭐라 답할까? 거의 대다수의 남자들은 고개를 절래절래 저으며 '사랑이 아니다'라고 답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자들은? 경험이 있는 여자분들은 역시 '아니다'라고 답하겠지만, 상당수의 경험없는 어린 또는 젊은 여자들은 혼란스러워 하더라는 것이다. 쉽게 말해, 남자의 강한 스킨쉽이 '욕망' 때문인지 아니면 '자신에 대한 사랑' 때문인지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군대 있을 때의 사연을 하나 간단히 소개하자. 후임자 중 한명이 고향에 대단히 좋아하는 여자가 있노라 고백했던 적이 있다. 남자들 밖에 없는 곳이니 당연 말이 적나라하고 거칠 수 밖에 없다. 별 생각없이 이렇게 말했다.
"군대 오기 전에, 아예 도장을 찍고 오지 그랬냐? 그럼 걱정 없잖아."
저 '도장'이 무슨 의미인지는 아시리라 본다. 헌데 이 녀석의 반응이 예상을 훨씬 뛰어 넘었다는게 문제다. 당시의 그 후임병에게 있어 이리니는 가히 하늘과 동급인 고참.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얘기를 듣자마자 눈은 눈대로 부릅뜨고, 양 주먹을 들어올리며 대들려 했었다. 어이가 없고 기가 찼지만, 나름 좀 정이 들었다는 고참에게 속마음을 터놓는 녀석을 무작정 팰 수도 없어서, 넌지시 물었다. 왜 그러냐고.
"저 정말 그 아이 좋아합니다. 그래서 정말로 아껴주고 싶습니다. 그러니 그런 말씀은..."
이게 그 녀석의 답변이었다. 고참에게 주먹을 들고 대들었던 괘씸한 녀석이었지만, 저 말을 듣고선 참을 수 밖에 없었다. 소위 말하는 '순정파 사나이'였던거다. 혹 눈치 채셨는가? 여기서의 포인트는 저 '아끼다'이다. 이게남자의 사랑이다.
다시 얘기를 위의 사연으로 돌려서, 딱 한가지만 물어보자.
"만난지 2주 만에, 도대체 무슨 수로 '사랑'을 알고, 또 사랑을 '할 수' 있는가...?"
2주라는 시간은 사랑은 커녕, 상대를 약간이나마 알기조차도 힘든 시간이다. 아닌가...?
그런데 사랑이라니...?
몸을 쉽게 허락하는 여자, 남자에겐... |
"이 여자, 저 여자랑 쉽게쉽게 자고 다니는 남자를 보면, 무슨 생각과 느낌이 드시는가?"
가장 많이 나올 말이 아마 '불결해'일 것이다. 아닌가? 또 이렇게도 물어보자.
"그 남자랑 진정한 사랑을 꿈꾸시겠는가?"
틀림없이 '아니다'일 것이다.
"그 남자랑 결혼을 해서 백년해로 하겠는가?"
역시 '아니다'일 것이다.
몸을 쉽게 허락하는 여자 또한 마찬가지의 느낌을 남자에게 준다. 조금 더 상세한 느낌을 기술해 보자. 만난지 고작 며칠, 몇 주만에 몸을 덥썩 허락하는 여자를 만났을 때, 남자는 대번에 이런 생각과 느낌을 가질 수 밖에 없다.
- 이 여자가 지금은 나랑 같이 있지만, 마음이 바뀌면 대번에 다른 남자랑도 쉽게 잘거야.
- 지금 이러니 분명 예전에도 잠자리를 같이 한 남자들이 있었을거야. 아주 많았을지도 모르지.
- 결혼? 말도 안돼. 결혼하고 나서도 다른 남자들이랑 자지 않는다는 보장이 어딨어?
- 자식을 본다고? 이런 여자랑? 말도 안돼. 그게 내 자식일지, 남의 자식일지 어떻게 알아?
이런 생각만 하는줄 아는가? 여자들이 느끼는 것과 동일한 불결함뿐만 아니라, 말못할 께름칙함조차 느끼는 경우도 많다. '문란한 사생활'이라는 소리를 들으면, 누구나 느끼는 그 께름칙함들 말이다. 대표적인게 질병 아닌가? 성병이니 에이즈니...
단도직입적으로 묻자. 남자, 여자를 불문하고 말이다.
"이런 불결함, 께름칙함에 더해 불신과 의심마저 주는 상대와 어느정도의 관계를 지속할 수 있는가?
이런 상대와 얼마만큼의 교감을 이룰 수 있으며, 얼마나 깊은 사랑을 할 수 있는가?"
답은 다 아실거다. 그럼...?
그냥 단순한 '엔조이' 상대일 뿐인 것이다. 간혹 생각나면 연락해서 자신의 욕구를 손쉽게 해소할 수 있는 상대가 있다는 것. 그 누가 싫어하겠는가? 물론 '서로 엔조이'라면 아무 문제 없다. 다만, 이런 식의 '연락'과 '만남'에서 '사랑'을 찾으려하니 그게 기가 막히는거다. 아주 꽉하고 막히는거란 말이다.
현명한 질문 |
"단기간에 이뤄진 모든 잠자리가 단순히 '엔조이'인가?"
답은 아시다시피 '아니다'이다. 그럼 문제는...?
당신이나 이리니나 그 빠른 시간에 이뤄진 잠자리가 정녕 '사랑' 때문인지, 아니면 상대의 욕망, 그 '육욕(肉慾)'에 기반한 엔조이인지를 구별해 낼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없다는 것이다.
그럼? 단 하나의 선택만이 남는다.
조(操).심(心).
저 조(操)는 국어 사전에 이렇게 나온다. '깨끗이 가지는 몸과 굳게 잡은 마음'.
또 다른 질문은 이거다.
"엔조이가 뭐가 그렇게 나빠? 하고 싶으면 하는거지. 네가 상관할 바가 아니잖아?"
맞다. 이리니가 상관할 바가 아니다. 자기가 하고 싶어서 한다는데, 누가 그걸 막을 수 있겠는가? 나랏님도 못한다. 다만...
두 가지는 명심하셔야 한다. 그러면 아무 문제 없다.
1. 모든 책임은 자기가 진다.
2. 한번 망가진 몸은 남녀를 불문하고 되돌릴 수 없다.
2. 한번 망가진 몸은 남녀를 불문하고 되돌릴 수 없다.
세번째 질문.
"왜 여자들한테만 그러죠? 남자들은요?"
이 글 자체는 '쉬운 여자'로 주제가 한정된 글이다. 이런 것이 바로 '글의 한계'란 것이다. 따라서 제한된 주제의 글을 '모든 사람'에게로 확장해서 해석하시면 오류가 생기는 것이다. 또 개인적으로 남자도 되도록이면 사랑하는 이를 만나 짝을 지을 때까지는 '정조'를 지키는 것이 여러모로 낫다고 믿고 있기도 하다. 이렇게 물으실지도 모르지. '그런 남자가 정말 있나요?'
그런 남자가 지금 글을 쓰고 있다.
마무리 |
하지만 이 글. 비록 자식은 없지만, 딸을 둔 부모의 심정으로 적었음을 고백하고 싶다. 아직 어려서, 세상을 산 경험이 부족해서 뭘 잘 모르는 어린 여식을 둔 부모의 심정 말이다. 단 한 순간의 실수로 눈물짓게 하고 싶지 않았다. 자신을 잘 아끼고 아껴, 사랑하는 이를 만나 사랑으로 살길 바랬다. 그런 마음을 담아 적었다.
<< 글이 읽을만 하셨다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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